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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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김연수를 특별해 한다면 그건, 역시 사랑때문이다.

 

그와 나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이 정말로 존재했던 현실이었다면, 김연수는 그 가운데 아주 작지만  한부분이었다. 우리가 함께 작가로서 인정했던 김연수.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좋든 싫든 내게 사랑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만약 내 사랑 역시, 가정의 화법으로 "만약 OOO했더라면"이라는, 불확실하고도 불안한 어조 속의 한구절이었다면, 그 역시 공상 속의 인물이어야 맞으리라. 따라서 그의 소설이 나에게 던지는 의미는, 공상과 현실, 시간과 비시간 또는 가역과 비가역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그와 나의 기억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은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고를 한바탕 치른 뇌의 작용이다. 사고를 한바탕 치른이란 말은, 사물 또는 사건 그자체일 수 없는 자기식으로 가공화된, 또는 내면화된 것이란 의미이다.

김연수는, 이 작품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이와 같은 인식을 확인시켜 준다. 도대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내가 또는 네가 누구인가?

그것은 허구의 인물인가, 실제의 인물인가? 내가 머무는 이곳은 서울인가? 베를린인가? 아니면 무주인가?

굳빠이 이상에서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고,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보통을 넘는 작가라고 확신하게 했던 김연수, 그런데  여기서는 여물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으되, 완벽한 구조물이 되기엔 성긴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김연수를 읽었고 또 앞으로 읽는다면, 그것은 역시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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