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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경식의 글에는 우수가 느껴진다, 늘 어김없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2002.창비)’와 ‘청춘의 사신(2002.창비)’이 그랬고 ‘소년의 눈물(2004.돌베개)’이 그랬다. 속으로 삭인 듯한 감정의 깊이와 섬세한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글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 역시 늘상 그를 따라다니는 그 ‘우수’의 감정에 함께 도달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도달한 그것이 그의 것과 동질의 그것이었을까? 그 또한 함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늘상 우리가 아니라 우리 곁의 소수이다. 그의 눈은 늘 겉도는 자들, 경계선에 선 자들 그리고 추방당한 자들로 향해 있다.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은 최후의 변경이며 나는 최후의 하늘을 보고 있는가 봅니다.”라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을 항상 기억한다는 재일조선인 서경식, 그가 디아스포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후 ‘외부의 힘에 의해 대부분 폭력적 힘에 의해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 후손’들을 지칭함으로써 사전적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디아스포라들은 전세계에 600만명이나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서경식 그 자신을 포함해 이들 ‘쫓겨난 자들’에 대한 성찰과 사색을 통해 도달하는 곳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기인식의 지점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 묵직한 성찰과 사색의 기록을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어느 곳에 어떤 모양을 하고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하는 자기 성찰의 순간에 이른다면, 이 책을 읽은 이로서는 또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