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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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의 인생을 남겨둔다면, 나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낼까?
가족들과의 이런 저런 기억들이 떠오를테고, 용서 가능한 일은 용서를, 화해 가능한 일은 화해를 하겠지.
아니면, 내내 내 인생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된 운명에 욕을 하고, 토라지고, 화를 낼까?
조금씩 하루하루 기력이 쇠해지는 것을 느끼면 오늘일까? 내일일까? 죽음의 순간을 조마조마 기다릴까?
일생이 불쑥불쑥 드러나고, 삶을 다른 식으로 살았더라며..할까? 후회하는 일들은 끝까지 후회할까?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후회할까?
축복,
작가는 이 죽어가는 사람을 통해 우리 인생의 모든 것들이 축복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일까?
그러니 하루하루, 다정하게 살아라..고 말하는 것일까?
인간은 어리석어서, 아니 나는 어리석어서, 지나고 나서 후회할 일만 하며 살았다.
오늘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때이른 가을비라고 이름붙인다.
나는 비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을 걸 알면서, 소리내어 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여름의 꽃나무 배롱나무를 본다.
배롱나무는 경주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가족여행.
내가 주도한 최초이자 마지막 가족여행.
사랑하던 사람은, 그렇게 기억속의 사진에만 남아있고,
비가 내리는 날, 오후 배롱나무에 겹친다.
인생이 축복일까?
마지막 날에, 돌아보니 인생이 축복이라는 걸까?
읽고 나서 한참이 지났건만, 길을 걷다가, 꽃나무를 보다가, 늙고 어딘가 삐뚤어진 몸의 사람들이 지나는 걸 보다가,
그 책을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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