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너무 질식할 것만 같아서 소설을 읽기로 했다.그래서 집어든 책이 이 책이다.시작은 어린 여자아이가 코트를 벗지 않기로 하면서부터다.그리고 가족 중 한 명의 죽음이 그 이유임을 곧 알 수 있다.아이들이 모두 넷이었다가 셋으로 줄어든 것이다.사고였지만, 가족들 각자는 그 일에 대해 모두 죄책감을 가지는 것 같다.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비켜갈 수 없다. 가족이었으니까.엄마 아빠들이 싸우거나 냉랭한 이유 중 하나가 된 그날 밤의 사건.하느님은 과연 어디에 계시는가라고 독실한 개신교도 부모에게서 난 아이들도 묻는다.각자의 방식으로 죄책감에 사로잡혀 삶은, 겉으로는 다를 바 없이 흘러가지만, 분명히 속으로 서서히 붕괴되는 듯하다.이해할 듯하지만, 불가해한 장면들도 있다.외설스럽다고 느껴지는 묘사에 이르기까지, 힐링을 위해 읽었으나 더욱 착잡해지는 끝맺음이라니.이번 대선 직후 꺼내들기에는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하기야 그 어떤 책도 이 뻥뚫린 마음을 메워줄 수 없을 것이다.당분간 이 나쁜 기분은 이어질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건지...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