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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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캐시미어와 울로 된 겨울 치마 두벌을 샀다.
이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에 입던 치마들이 짧다고 느껴졌기에(아 물론 요즘 긴치마가 유행이라 시각적 적응의 탓도 있을 것이다) 또 겨울이라 긴치마가 더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찾긴 했지만, 새로운 옷에 대한 욕망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마침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은 오늘 출근길에 그 치마 중 캐시미어가 섞인 긴치마를 입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모습...이게 뭔가...인류세에 살고 있는 내가 한 짓이란, 소비하고 그 소비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지구에 아주 미세한, 그러나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짓이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은, 지구위에 살게 된 인간이 우리 지구에 끼친 그리고 끼치고 있는 어마어마한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이 영향은 각자에게 미세하게 느껴지거나, 어쩌면 자각조차 못하지만, 우리의 역동적인 지구에 너무나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타깝게도 아니 슬프게도 인간만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은 극히 짧은 시간을 살고 있고,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 지금까지보다 비교가 안될 만큼의 속도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결국은 우리 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편리를 추구할수록, 우리는 더 멸종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는 것, 지금 당장 멈추고, 함께 모색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것.

아아.이토록 절망적인 이야기가 있단 말인가. 그 어떤 디스토피아적 소설이, 그 어떤 미래소설이 이 담담하게 지구의 화학적 역사, 물리적 역사, 생물학적 역사, 동식물의 역사, 우리 인간의 역사를 얘기하는 이 책만큼 무서우리만치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크레다 툰베리가 이제 성인의 나이에 이르면서, 더이상 새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그 사실이 다시 한번 나를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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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21-12-08 12:33   좋아요 0 | URL
오..아닙니다.저는 밀란 쿤데라의 그 테레사와 토마스의 테레사를 기억하며 닉 네임으로 쓰고 있는 자입니다 ㅎ

2021-12-08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