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당문고인가 서문책방인가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한 크기의 타르튀프. 내 후배 박미경과 늘,언제나 겹치곤 하는 책.25년 전 너의 자취방에서 내가 빌리곤 돌려주지 못한 책.책벼룩이 자리를 틀 때까지 나는 독일로 떠난 너와 닿지 못한다.쾰른이라고 했던 기억을 끝으로 우리는 헤어졌다. 아주 드물게 네 동생도 기억이 난다. 우리가 그 방에 두고 온 시절은, 그래서 툭 끊겨버린다. 언젠가 너를 만나면 돌려주려고, 방을 옮기고 책장을 정리할 때마다 살아남은 이 책.나는 여전히 이 동네를 떠나지 못했는데, 출근할 때면 너가 살던 빌라의 한쪽 벽이 눈에 걸릴 때도 있다.이제 그런 때도 드물지만. 그런 어떤 때에 너가 떠오르고,돌려주지 못한 타르튀프...그리고..그 아련한 자취방의 기억들이 함께 내게 온다.마음 한 곳이 찌르르하기도 하고.타르튀프..너는 어떤 대목을 기억하는지.열린책들에서 새로 펴낸 이 타르튀프를, 네게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제 그 낡고 곰팡내나는 타르튀프는 버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