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미다발을 사러 난생 처음 남대문 꽃시장에 갔다.

원래는 휴가를 내고 편하게 다녀오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반차를 쓰게 되었고, 꽃다발을 사서 출근 후 반나절 일한 후 퇴근하는 일정이 되었다.


대도종합상가 3층, 1층부터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역시 여기는 꽃시장. 좀 있으면 꽃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렜다.

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다.

직장 상사가 애지중지(아닐 수도)하는 회사 주변 제멋대로 형성된 가든(이것도 아닐 수도)에 언제부터인가 자라기 시작한 장미 꽃나무를 분양받기 위해 계속 기다리는 중이지만,하필 작년에 추위로 그 중 정말 향이 좋고 예쁜 하얀 장미나무가 얼어죽었는지 올해는 전혀 생명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물건너 갔다.

그 하얀색 장미가 지금쯤이면 만개하고 만개하다 지고, 또 피고 지고, 향이 달콤하다 못해 폭발해 버릴듯한 감정을 가져다 주었으련만, 올해는 텄다. 다만, 다행인 것은, 주차장 옆 약간 검붉은 장미는 여전히 도도하면서도 관능적인(사실 이 단어는 경험한 적이 없는데, 아마도 이 장미의 향이 이 단어를 형상화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것도 내맘대로 해석), 아니다..도회적이랄까(그러고 보니 이 단어도 정확하게 어떤 것을 형상화하는지 감으로만 알고 있다)..그런 향으로 나를 쓰러뜨린다.

흠...정말이지 달콤함은 기본인 이 장미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꼭 장미나무들을 우리집에서 기르리라, 그리고 봄부터 겨울초입까지 두고두고 장미꽃을 보고 향을 맡으리라는 야무진 다짐을 하곤 했는데, 

나의 회사 선배는 아직까지 장미가지를 꺾어 내게 심으라고 주지 않는다. ㅜ 솔직히 나도 그 기다림의 시간, 이제나 저제나 적당한 시기가 와서 꽃눈이 붙은 가지를 꺾어 내게 건네줄까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과연 내가 충실하게 장미나무를 기를 수 있으려나. 하는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내게 온 그동안의 몇 안되긴 하지만, 그 식물들은 죄다 죽었다...길게는 2년 동안, 나와 모진 겨울을 견디다가 결국 마지막 겨울에 죽어나갔다.

남들이 그렇게 쉽게 기른다는 로즈마리는 또 어떻고...

점점 미래의 식물재배가 불가능할 것이란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가고 있을 때, 어느 소설 책에서, 여주인공이 꽃다발들로 방을 장식하는 장면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불우하고도 슬픈 인생에서 꽃다발이라니...꽃다발이라니...

잘은 모르겠지만, 그 후로 더욱 더 꽃다발을 사러 남대문으로 가리라. 

장미다발을 사라리..싶은 갈망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 드디어 그 꽃시장에 갔고, 마침내 꽃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서, 장미들도 꽃향기가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가게 사장이, 장미꽃은 다 향기가 있는 줄 알죠? 아니에요. 하는 것이다.

그렇구나...최근에는 꽃모양에 신경 쓴 품종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장미다발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려야만 했다. 그 중에서 그나마 향이 제일 강한 것으로 골라, 세다발을 샀다.

얼마전 동생 생일날 급하게 동네 화원에서 산 흰장미는 그래도 향이 있긴 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며.

아아..정말 좋구나..이 꽃더미들을 한팔로 안으니, 세계를 안은 것 같구나(물론 이것도 수사이다. 세계를 안은 적이 없으니, 그게 어떤 건지 정확하게는 모른다...이런 기분?).

노란색 한다발, 품종을 물으니 모른다고..ㅜㅜ, 하얀색이나 약간의 핑크기가 도는 아이는 빅토리아라고 한다..걔가 가장 장미다운 향이 난다. 그리고 분홍색장미...요것도 향이 제법 난다..꽃시장 도착하고 제일 먼저 만난 장미다발 사장한테서 샀다.

다음주에 향이 진한 장미들이 들어올거라며 다음주에 오라고 했다. 경민(?) 상회...

콜롬비아에서 날아왔다는 수입장미는 오래간다는데, 뭔가 수작을 부린건가..농약이나 뭐 보존제 같은 걸 뿌린 건가...싶으면서..여튼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한가득 팔안에 안고 가는 장미다발.


그저께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서, 엄마를 본다.

나의 엄마, 

나의 사랑하는 엄마,

나의 일부, 나의 삶의 한 부분인 우리 엄마.


그 분도 꽃을 좋아하셨다.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늘 생활에 쫓기셨던 지라, 화려한 꽃을 사지는 못하셨지. 거실과 베란다 주변에 조그맣고 수수한 꽃화분, 식물이 놓여 있었지.

수국이 화려하던 가평 그 식물원에 함께 갔던 기억,

그곳 벤치에 앉아서 그 어떤 생각을 하셨던지.


알 수가 없네.

에버랜드의 그 함박꽃밭에서 함박 웃으시던 사진 속의 엄마.

채송화, 맨드라미,봉숭화꽃...엄마가 어린 시절 자주 보던 그 꽃들을, 나도 알고 있는데, 이제 그 꽃들은 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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