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죽음의 에티켓을 펼쳤다..이제는 받아들일 마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장부터 가슴이 아려서 도저히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하고, 탄식이기도 하고, 후회이기도 하고....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런 어떤 것이다.
그러면서 순자를 생각했다.
연년세세에 등장하는 순자...황정음이 만난 더 많은 순자들...
그들이 표상하는 생의 진실..같은 것..내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타인의 마음과 그래서 인생을.
다 읽고 나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의 가족사...를 관통한 느낌이었지.
아마도 그렇게 읽히는 것도 무방하다고 작가는 생각한 듯하다.
세대와 분단, 인생과 죽음. 아픔과 용서, 그리움과 원망 ..그 모든 감정들을 각자 다른 정도로 느낄 수 있는 것.
나는 오랫동안 죽음의 에티켓은 손대지 않을 듯하다.
그것은...죽음이 우리 인생의 한 과정이라고 하는 사실과 무관하게 너무나 개인적이고, 너무나 묵직하고 또 너무나 현실적이기에...내가 아직은 못받아 들이는 모양이다.
황정음의 연년세세는, 황정음에 대한 나의 어떤 믿음을 확인하는 작품이 되었고.그 또한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내 개인적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