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치고, 잠이 쉽게 오지 않은 밤들이었다.

태풍들이 몰려온다고 하고, 라디오를 틀면 코로나19얘기가 빠지지 않듯, 태풍이야기도 계속이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모양이다. 의욕이 별로 없고, 작은 일에도 화가 난다.

무기력이 일상이 되는 건 아닌지, 재택이지만, 업무 능률이 안오늘고 느슨해지니, 마음이 불편하다.


함께 모여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복이었구나!


위대한 유산은, 아주 오래전에 한번 읽었다. 동생에게 빌려주기로 하면서, 다시 펼쳐보았다.

여전히 재미있다.

다만, 이 민음사판의 위대한 유산은 아마도 알폰소 어쩌고 하는 감독의 영화장면을 표지로 가지고 왔다. 그래서 자꾸 주인공들에 대한 나의 상상을 침범한다.

그 점은 나쁘다.

그래서 혹시나 두개를 경합시키면 좀 인상이 흐려지려나 싶어, 예전 영화 작품을 찾아보았다. 1950년 대 제작된 영화에서 꼬마핍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세상에나 조 가저리의 도제시절의 핍은 너무 겉늙은 배우였다..아아..나의 상상력에 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튼, 다시 읽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치고, 잠이 쉽게 오지 않은 밤들이었으니, 안하던 짓을 해도 괜찮을 법하다.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핍의 성정은 역시나 고귀한 그 무엇이었던가. 자신의 은인이 고대했던 미스 해비셤이 아닌 무슨 죄를 범했는지조차 모르고, 세상에서 신세계로 추방된 가장 낮은 그 누구였으니. 그래서 역겨움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그가 은혜를 저버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건들이 공교롭게도 엮이고,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열린 결말이라고 흔히들 말할 수 있을 법하지만, 책을 놓으면서, 나에게도 그런 횡재가 닥쳤는데 그 하사자가 만일 그와 같은 자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내인생은 무엇으로 변할까? 나는 핍처럼 결국, 고결한 인간성의 그 무엇을 발현시킬 수 있을까? 

뭐 그런 시시껄렁한 물음을 던지며 잠들었다. 여전히 밖은 소란스럽고, 비 대신 바람이 포효하듯 휩쓸고 있다. 

세상의 끝,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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