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의 시를 다시 읽는다.

엄마와 작년 5월 에버랜드에 장미 축제를 고대하여 세번 갔다.

갈때마다 모란밭에서 서성였다. 감탄했다. 그 짙고 깊은 색감에 놀랐다. 엄마는 함박꽃처럼 웃었다.

눈에 띄는 그 파란색 외투를 입고 웃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나도 웃었다.

동생도 웃었다.

그 웃음이 그 시간속에서 영원으로 남았다.

엄마, 모란이 피고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가고 말아....

사랑하는 엄마....목단...이라고도 했던가.

이제 그리움의 목록에 모란도 더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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