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 김서령이 남긴 조선 엄마의 레시피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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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이 내겐 없다.

함께 자란 가시내들도, 얼굴은 어렴풋하지만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다..점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산으로 이사간지 얼마 안되어, 우연히 수퍼마켓 근처에서 만났지.

어느 학교에 전학왔냐고 아무 생각없이 물었다가, :....나 돈벌러 왔어..."

그 대답에 내가 뭔가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어렴풋하게나마 느꼈지.

이후 점이 생각을 아주 가끔 했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흑염소를 기르던 언니네 담임 선생님 사모님과 그 집의 작은 꼬마아가씨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내가 동글이 회전통을 있는 힘껏 돌리면 그 조막만한 손으로 꽉 잡고  두려움에 눈이 호꿈해지던 모습...그걸 나는 재미삼아 더 있는 힘껏 회전통을 돌려댔지.

이제 먼 이야기다.

나는 더이상 고향에 가지 않았고, 더이상 열살난 계집애가 아니다.

고향을 잊고 산지 너무 오래, 배추적과 달적을 부쳐먹던 때도 이제 멀다.

더구나 그 배추적과 달적을 함께 부치고 나눠먹던 엄마는....

배추적을 서울 태생인 후배는 밍밍하고 니맛도 네맛도 아니라며, 경상도 사람들은 참 특이하다고 했다.

그런가? 김서령의 말대로 외로운 사람들만이 알아먹는 맛인지도...아버지는 가끔 달적을 먹고 싶다고 하셨다. 무우를 원통으로 싹둑 썰면 둥근 달처럼 생겼다고 붙인 이름인 것 같다. 아버지는 그 옛날 달적을 부쳐 주시던 아버지의 어머니를 그리워 하신 것일까?

그리워하는 것들이 조금씩 느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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