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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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영국이며 현재까지도 여왕이 존재한다.   물론 정치적 실권은 수상이 대신했지만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위상은 아직도 대단하다.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넓은 땅을 차지하며 호령했었다.   특히, 엘리자베스1세 여왕은 오늘날에 와서도 훌륭한 여왕으로 평가받는데,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의 한 나라였던 신라에서도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 비견될만큼 뛰어나고 훌륭한 여왕이 바로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 이시다.
  선덕여왕은 우리민족 최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외에도 지혜와 예지력이 뛰어난데다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 지금까지도 성군으로 존경받는 분이다.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그림속의 꽃이 예쁘기는 하나 향기가 없다고 확신하며 신라의 왕까지도 좌지우지 하는 실세를 거머쥐고 있는 당대의 여걸 미실궁주와 겁없는 당찬 내기를 했는데, 그 이유는 그림속에 향기로 찾아드는 나비와 벌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 꽃에 향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미루어 짐작한 일화는 선덕여왕의 총명함과 범상치 않은 비범함을 보여주는 일례라 하겠다.
  왕의 후계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한 엄마로서의 평탄한 삶을 선택한 천명공주와 재기를 노리는 부마 용수의 야심이 잘 그려져 있고, 천명공주의 사랑보다 덕만공주, 즉 선덕여왕을 선택한 용수의 동생 용춘의 그늘같은 외조, 그리고 지귀 비형랑.
  천명공주도 덕만공주도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비운의 여인들이었다.   여인의로서의 행복은 이루지 못했으나 춘추를 낳음으로 인해 엄마로서의 행복을 누리는 천명공주의 삶과 내모습이 겹쳐졌다.   언니의 사랑과 부부의 연을 맺은 덕만공주의 가슴에는 비형랑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너무도 애달프게 덕만공주를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이시대에는 여자들의 삶이 지금만큼이나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남녀가 어울리는 것이 특별한 제제를 받지 않았고 자유로웠다.   문득 조선시대에 와서 유교가 들어오면서 여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자유를 박탈당했음을 깨달았다.   덕만공주가 조선시대에 공주로 태어났다면 결코 여왕이 될 수 없었음을 안다.  그래도 너무 아쉽다.   왜 그리 몸이 허약해서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지도 못하고 꿈을 접게 만들었으니...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업적이 결코 작지 않겠지만, 하늘이 정한 사람이라면 그가 가진 포부를 펼칠 수 있는 힘또한 받았어야 옳지 않았을까. 



 그동안 접해왔던 여왕으로서의 고귀함과 범접할 수 없는 기상, 그리고 완벽한 위인의 모습만을 보아왔던 나에게  이책에서의 덕만공주는 여왕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여인으로서의 고뇌와 고통을 그리고 있어서 잔잔한 감동과 아픔이 전해져왔다.
  그렇다.   선덕여왕은 위대한 여왕으로서만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었지만 그도 한 인간이었고, 사랑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 짓는 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이책을 읽다보니 모든 권력의 으뜸에 서서 후세에 까지 존경을 받는 여왕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의 삶은 평범한 행복을 내 놓아야 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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