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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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 60년대에 출판되었던 책이라니 마지막 페이지의 <끝>이라는 글자를 볼때까지 읽었음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570여페이지라는 장편을  읽으면서 작가 하인라인이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C.클라크와 더불어 SF 3대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결코 과장이나 과찬이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실제 달에서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취재한듯한 생생함과 현실감이 느껴지는 긴박한 상황묘사에 페이지가 물 흐르듯이 넘어갔다.   

  요즘은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과 활약으로 인간의 능력과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인간의 지각능력과 유사한 컴퓨터의 설정이 예사롭지만, 그당시에는 퍼스널컴퓨터도 보급되기 전이라 일명 '마이크'로 불리는 슈퍼컴퓨터의 존재와 활약상은 온전히 작가의 천재적인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당시에 미국의 나사와 같은 곳에서는 슈퍼컴퓨터가 있었고 왠만한 집채만한 규모에 획기적인 용량처리 성능(그당시 기준)을 발휘했지만, 컴퓨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를 상상하기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조물주의 능력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첩보 소설가 톰 클랜시의 평가처럼 우리는 하인라인이 예전에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으며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준다는 찬사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일류는 아니지만 달세계에서 지구로 두번이나 유학하여 졸업장을 딴 컴퓨터기술자인 나(화자이며 주인공,이름은 마누엘 가르시아 오켈리)와 교수(베르나르도 데 라 파즈), 금발의 미인 혁명전사(와이오밍 낫),그리고 '자유의지'를 지니고 스스로 나날이 깨우치는 슈퍼컴퓨터 마이크(혹은 미셸)가 주축이 되어 달세계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혁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치밀한 전략과 인간군상들의 활약상은 작가의 과학적인 통찰력에 힘입어 장편임에도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았다.   작가의 위트 넘치는 문장또한 유쾌함을 주었다.

  달세계는 남녀 성비가 2:1로써 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러한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공동아내','공동남편'이라는 독특한 가족제도가 자생적으로 생겨났지만 모두들 순응하고 함께 나누어 살아가는 방식이 내 사고기준으로는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공동육아의 효율성은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 남성의 절반으로 수적 열세에 있었기에 결정권은 여성이 쥐고 있었고,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은 점은 기분좋은 설정이었다.
  재화가 적으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 P 251 -

  달세계의 규범과 관습을 모르는 지구여행객 스튜가 티쉬라는 소녀에게 스킨십을 했다는 죄목으로 소년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살해의 위기에 처했던 상황에서 마누엘이 즉석 재판장이 되어 판결을 내리는 장면은 아찔함을 느꼈다.   즉석 재판장의 재량에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니...

  혁명을 추진하는 전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관리 면에서도 3진법이라는 기능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배신으로 인한 조직의 와해를 차단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추방된 죄수들의 유배지인 달세계와, 지배와 착취 및 탄압을 가하는 지구와의 갈등과 독립쟁취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배경을 빗대어 역사적 당위성을 부여한다고 하겠다.

  이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의 친구 슈퍼컴퓨터 마이크의 활약상이었다.
  마이크는 어느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하고 기분파이며,외로움을 싫어하는 살아있는 기계이다.   우스개 이야기를 좋아하고 창작할때 부터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   갠적으로 유머란 언어의 유희이며 묘한 뉘앙스를 감지해야하는 고도의 지적 감각기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제2외국어로 하는경우 연기자보다 코미디언을 더 대단하게 평가한다.   주인공은 이렇듯 마이크가 유머를 이해하고 토라지는 행위를 보인 점등을 종합해서 진짜감정을 가졌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와 현명한 노인이 기묘하게 뒤섞인 존재이다.   ...하지만 천재를 1개 소대 모아 놓은 것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P 18 -
  이처럼 혁명의 핵심에서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아담 셀리니'라는 가상의 지도자로 활약했던 마이크는 원인불명의 자극으로 다시금 평범한 데이터 처리 기계가 되어버린 점은, 혁명의 성공으로 행복하게 생을 마감한 교수의 죽음보다 가슴 아팠다.

  책을 덮으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버린 천재적인 악동컴퓨터 마이크가 다시 깨어나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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