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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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내가 원하는 시간 / 파비오 볼로 / 윤병언 / 소담출판사

 

사랑하는 나의 가족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참 파란만장하구나.'였어요.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사랑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지 않은 아버지, 사랑했지만 떠난 여인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로렌초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아름답다거나 안타깝다거나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기 보다는 그냥 대단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그의 삶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멀리 돌았다는 이유일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저도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어요.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많이 죄송했어요. 무능력해 보여도 최선을 다했던 제 아버지 처럼 소설속 주인공 로렌초의 아버지도 가난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로렌초는 너무 가난한 집에 태어났어요. 얼마나 가난했던지 학교 다니는 것보다 아버지의 바에서 일하는 걸 택했을 정도예요. 그런 그가 아버지를 원망하게 되는 일이 벌어져요. 늘 빚에 허덕이고 채무자에게 시달려도 일하는 게 즐거웠던 그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해요.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만남을 반대해요. 학교도 다니지 않은 데다가 집이 너무 가난하다는 게 이유에요. 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기에 엄마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둘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사랑을 하지만 결국 그녀의 협밥게 헤어지고 말아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얼마나 아빠가 미웠을까요?

 

그의 다음 직업은 채심을 하는 거예요. 채심을 받다가 채심을 하려니 고통스러워요. 자신이 예전에 당했던 일들이 생각나며 자신이 이런 일을 하는 건 죄값을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하루는 한 매우 가난한 집에 찾아가요. 그는 그곳에서 돈을 꼭 갚겠다는 채무자와 서류를 작성하다 말고 '당신의 채무는 사라졌습니다.'라고 말하고 집을 나와요. 그 후로 그는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자신의 권한으로 채무를 모두 없애버리곤 해요. 이 일이 힘들었던 그는 카피라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져요. 그리고 대박을 치지요. 말 그대로 많은 돈을 벌어요. 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지요.

 

 

 

세상에 안 되는 일이란 없어요. 그는 결국 아버지와 화해를 하겠지요? 직접적은 말은 아니지만 화분이라는 사물을 통해 둘의 사이가 가까워져요. 결국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말을 화분으로 대신 한 거였어요. 참 많이도 돌았어요. 가난이라는 환경 속에서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 까요. 저도 이제 곧 아빠가 될 사람이기에 조금은 이해가 됐어요. 성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 또한 가난이라는 걸 물려준 아버지를 많이도 원망했거든요. 공부를 제법 잘 했음에도 누구나 다 가는 대학을 가난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했기에 늘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저도 어른이고 아버지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미움이 남아있지 않아요.

 

 

 

시간을 뒤로 되돌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 하거나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결국 과거에 묶이는 거예요. 이런 사람에겐 과거와 현재만 있고 미래가 없어요. 미래가 없는 사람에겐 희망이 없다는 건 모두 알아요.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용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 소설이 말하는 건 사랑과 용서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랑하기에 용서해야 한다는 걸 아버지와 그녀를 통해 말하고 있는지도요. 지난 설날엔 온가족이 모였어요.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둘러 앉아 밥을 먹었어요. 윳놀이도 하며 신 나게 놀았어요. 사랑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해요. 사랑한다면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 늦기 전에요.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아버지라는 거인이 사링는 그렇게까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깨닫는다. 나는 그것을 아주 어렸을 때 깨달았다. (20쪽)

 

빌라도는 손을 씻으면서 예수의 피에 대해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하느님이 우리 가족에게도 똑같이 처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59쪽)

 

훔친다는 건 창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일의 기본적인 요소이다. 나와 니콜라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도 훔쳐오고, 노래에서도 훔쳐오고, 기차 혹은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엿들은 대화에서도 훔쳐온다.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뱀파이어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로부터 피를 빨아들인다. 우연한 말 한마디, 문장 하나, 새로운 개념 하나라도 포착하게 되면 그게 바로 자신들이 원했던 것이라고 떠들어댄다. (72쪽)

 

보건위생부에서 나온 조사관이 바 안으로 들어와서는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1년 전에 우리한테 와서 그의 말대로 소소한 수리라는 걸 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 (중략) ... 그런데 이제 1년이 흐른 뒤에 똑같은 남자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팔꿈치형 수도는 유행이 지났으니 페달형을 써야 하고 화장실도 터키식 변기로 반드시 바꿀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90쪽)

 

독서는 일종의 마약이 되어버렸다.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어떤 책들은 하룻밤 사이에 끝을 보기도 했다. 가끔은 책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읽는 속도를 늦추기까지 했다. 더 이상 넘어가고 싶지 않은 페이지들이 있었다. 이야기가 금방 끝났다는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120쪽)

 

"아 죄송한데요. 사모님, 오늘은 그거 안 사시는 게 나아요. 오늘은 그 부위가 너무 안 좋아서...... 아니 오늘은 사모님께 그거 도저히 못 드리겠어...... 오늘은 다른 부위 가져가세요." 그 순간 손님은 단골이 되어버린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손님한테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면서 방금 전에 안 좋다고 했던 부위를 파는 건 그 사람 마음이다. (164쪽)

 

책을 읽는다는 건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똑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는, 그 책은 거의 불가항력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168쪽)

 

사랑은 죽음과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언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178쪽)

 

우리의 의사소통은 인사가 전부였다. 그것도 말로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 거칠고 꽉 마긴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184쪽)

 

"학교라는 건 대부분 똑똑한 사람들한테는 유용하지가 못해.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한테나 유용하지. 그리고 기억력이 좋다는 건 똑똑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게다가 공부든 대학이든 필요한 만큼만 하면 그걸로 족한 거야. 어쨌든 생각해봐." (190쪽)

 

우리 집에 화초를 정리하러 오셨던 그날은 아버지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을 한 날이었다. 아버지가 나를 아들로 선택한 날이었다.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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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 - 아빠, 그 애잔한 존재들에 대하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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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 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 / 유승준 / 소담출판사

 

나의 아빠되기 연습

 


이미 여러번 소문을 내서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요? 저는 4월에 드디어 아빠가 돼요. 38이라는 많은 나이지만 잘할 자신 있어요. 그동안 책 열심히 읽었잖아요. 물론 책과 실전은 달라요. 그래도 안 읽은 사람보다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아기를 잘 키우려면 꼭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그런 제게 이 책은 마치 신이 선물해주듯 나타났어요. 어떤 아빠가 진짜 아빠인지 영화와 소설을 통해 설명하는 이 책은 아빠의 역할에 대해 콕콕 잘 찍어주더라고요. 오래전에 본 영화와 소설도 생각났어요. 그당시엔 그냥 재미로 봤던 영화에서 아빠의 의미를 배웠고, 읽고는 잊혀졌던 소설에서도 아빠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해 줬어요. 몇 꼭지만 소개 해볼게요.

 


아이는 아빠가 믿는 만큼 자란다 <날아라 허동구>

이 영화에서는 아빠의 믿음이 아이큐 60의 허동구를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할 줄 아는 건 물반장 뿐인 허동구에게 믿음과 칭찬과 사랑을 주지요.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허동구는 야구시합에서 마지막 결정타를 때리며 기쁨을 누려요. 우리나라 아이들은 창의력이 매우 낮기로 유명해요. 낮다는 말 보다 없다는 말을 사용해도 될 정도지요. 교육이라는 틀에 아이를 맞춰서 붕어빵 찍어내듯 아이들의 생각을 제한해요.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허동구같은 특별한 아이는 틀린 아이일 뿐이지요. 아빠는 동구가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들이 즐겁게 학교를 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예요. 동구가 가장 행복해 하는 일이 학교가는 일이거든요.

아이는 아빠가 믿는 만큼 자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긴 해도 끝까지 믿어줘야 해요. 교육을 아내에게만 맡기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해요. 영화속 허동구처럼 아빠의 온전한 믿음을 받은 아들은 달라져써요. 특수학교로 전학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어요. 저도 믿어주는 아빠가 될 거예요. 믿는 만큼 자라니까요.



사랑보다 더 좋은 유산은 없다 <7번방의 선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에요.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을 울렸다고 해요. 이 영화는 특히나 아빠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아마도 이 영화가 보여준 세 명의 아빠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게 해준 영화여서였을 거예요. 이 영화의 명장면은 사형 집행일이에요. "아빠, 절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맚ㅂ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그리고 15년 후 모의재판정에서 딸은 변호사로 이렇게 말해요. "저는 오늘 피고인 이용구, 아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우리 아빠, 천사 같은 우리 아빠를 위해 마지막 변론을 하겠습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아빠를 용서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무죄 선고를 받아요.

이 영화에선 세 명의 아빠가 나온자고 저자는 말해요. 바보 아빠, 못난 아빠, 좋은 아빠. 책을 읽으며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세 아빠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어요. 딸을 자신의 생명보다 더 사랑한 바보 아빠, 자식의 죽음을 죄없는 사람에게 뒤집어 씌운 못난 아빠,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대신 바보 아빠의 딸을 멋지게 키운 좋은 아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분명 바보 아빠와 좋은 아빠에게 박수를 보냈을 거예요. 저는 여섯 살 지능을 가진 바보 아빠처럼 사랑을 듬뿍 주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가난도 녹여내고 억울함도 녹여내고 권력도 녹여내는 게 바로 사랑이 가진 위대한 힘이라는 걸 배웠거든요.



아빠의 자리를 비워두지 마라 《엄마를 부탁해》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이도 울었어요. 소설속 엄마가 불쌍해서도 울었지만 엄마에 대해 그동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게 슬퍼서 울었어요. 나는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소설속 아빠가 많이도 미웠어요. 아내를 사랑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잃어버린 후엔 후회 해봐야 소용없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아빠가 미웠어요.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어요. '나는 저런 아빠가 되지 않으리라.'

소설속 아빠는 늘 부재중이었어요. 중요한 순간엔 늘 자리를 비웠지요. 탄생, 성장, 고난, 죽음, 슬픔, 기쁨, 비극, 희극의 자리에 없었어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직장과 가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가정을 선택하리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먼저잖아요. 돈 많이 벌면 뭐해요, 정작 중요한 때에 자리를 비우면 아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걸요. 많은 아빠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가정이 평안해야 일도 잘 된다는 것을요.




자녀들이 닮고 싶어 하는 아빠 《칼의 노래》

이 소설은 설명이 필요없는 위인 이순신장군의 이야기에요. 저는 오래전에 읽었는데도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아들이 꿈에 나타나는 그 장면이에요. 이 책에서도 바로 이 장면을 다뤘어요. 죽은 셋째 아들이 꿈에 나타나 칼을 찾아달라고 하자 "가거라, 죽었으면 가거라. 목숨은 물리지 못한다. 칼 또한 그러하다. 다시는 내 꿈에 얼씬거리지 말거라."라고 말해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이 책에서는 소개하지 않지만 왜군 포로와의 장면에서 그는 많은 생각을 해요. 죽은 아들 생각이에요. 그 장면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진 이순신의 모습을 봤어요. 많이 슬픈 모습이었어요.

이 책에서는 셋째 아들이 이순신과 가장 닮았다고 말해요. 습관이든, 취미든, 직업이든,  성품이든 한 가지라도 자녀가 닮고 싶어 하는 아빠가 되라고 말해요. 제 모습을 봤어요. 아이가 나를 닮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요. 저는 독서하는 습관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늘 읽고 생각하고 쓰고 하는 모습을 닮았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독서를 하며 책읽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야 겠지요?


이 책을 모든 아빠들이 읽었으면 해요. 아빠란 무엇인가, 아빠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에요.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그런 멘토같은 책이거든요. 저는 이 책을 책장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놨어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거든요.


세상엔 많은 아이들이 있다. 이들이 다 공부를 잘하고, 1등을 하고, 일류 대학을 가고, 의사나 판검사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건강한 사회는 각 분야에서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일을 발견해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 일, 이게 부모가 할 일이다. 그리고 아빠가 해야 할 일이다. (28쪽)


많은 아빠들이 바빠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다고 변명한다. 먹고사는 일에 분주해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을 내거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어떻게 동료들과 술마실 시간은 있고, 친구들과 등산이나 낚시를 가르 시간은 있을까. (113쪽)


더 이상 아빠의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 아빠는 스스로 입을 열어 아이들에게 밖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한 달에 돈을 얼마나 버는지, 그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가장의 무게감과 중량감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객식구 신세를 면하고 한 식구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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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 삼백수 : 7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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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우리고전] 우리 한시 삼백수 / 정민 / 김영사

 

아름다운 우리의 시 한시

 


 

우리고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아요. 게으른 탓도 있겠고요 자꾸 잊어버리는 불치병 건망증 때문도 있어요. 이 책은 책상 옆에 두고 하루에 한두 개씩 아내에게 읽어줬어요. 한껏 분위기를 잡고 낭독을 하면 아내는 깔깔 웃지요. 물론 시가 좋아서 웃는 건 아니에요. 제 행동이 웃긴가봐요. 평소에 잘 웃는 편이라 진지한 모습은 저와 잘 안 어울리거든요. 그래도 저는 하나씩 읽어줘요. 한시를 읽어 주면 태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한시를 잘 모르는 제가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문학을 잘 모르거든요.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할 수 있겠지만 저를 잘 아는 사람은 속으로 웃겠지요? 으힛. 그냥 제 본 모습대로 할래요.

 

시는 7언절구로 되어 있는데요, 한자 7자가 한 행인 시에요.

 


 

나무 그늘 / 백문절 (68쪽)

나무 그늘 빽빽한데 작은 시내 흐르고

한 가닥 맑은 향이 석루에 가득하다.

푹푹 찌는 인간 세상 한창 더운 낮이련만

누워서 소나무 위로 돋는 해를 보노라.


나무 그늘을 말하는 걸 보니 여름을 노래한 시인가봐요. 시를 읽었는데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요? 마치 풀잎 가득한 여름바람에 취한 것처럼요. 여름날씨처럼 푹푹 찌는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하늘을 보는 여유로움이 바로 신선놀이 아닐까요?

 


 

보슬비 / 이색 (112쪽)

보슬비 보슬보슬 작은 마을 어둡고

남은 꽃 점점이 빈 동산에 떨어진다.

한가한 삶 유연한 흥취가 거나하여

손님 오면 문을 열고 손님 가면 문을 닫네.

 

이 시는 보슬비 내리는 작은 마을을 그린 시에요. 보슬비 맞고 꽃이 지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손님이 오면 문을 여는 인심 넘치는 마을의 모습이 보이나요?




두견이 / 이행 (190쪽)

강 남쪽 봄빛이 밤 들자 싸늘하여

잠 깨곤 까닭 없이 심사만 아득해라.

온갖 일 돌아감만 같은 것이 없다며

두견이 숲 저편서 자꾸자꾸 우누나.


이 시는 합천의 낯선 여관방에서 두견이 소리를 듣고 쓴 시에요. 초저녁 잠이 들었다가 깬 후로 다시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생각만 해요. 문득 돌아보니 인생도 여행이에요. 잠깐 다녀가는 것이지요. 집 떠나 낯선 곳에선 잠이잘 안 오잖아요. 뜬눈으로 잠을 청하는데 새소리 들려오면 집생각도 나고... 으힛.




산길 / 송익필 (260쪽)

산길 갈 땐 앉길 잊고 앉으면 가길 잊어

솔 그늘 말 세우고 물소리를 듣노라.

뒤에 오던 몇 사람이 앞질러 지나가도

멈출 곳에 멈출 테니 무엇을 다투리오.


산길을 가다 보면 힘들어 쉬기도 해요.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면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요. 소리에 취해 잠시 눈도 감아 보고 옛생각도 떠올려봐요. 뒤오 오던 사람이 앞질러 지나쳐도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 그 사람도 가다가 쉴 테고 서로 앞서가니 뒷서거니 하며 갈 길을 갈 테니까요. 이 시를 읽으며 삶에 여유도 부러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럼프에 빠지고 컨디션 난조로 지치고 쓰러져도 걱정하지 말아요. 날 앞지른 사람도 쉴 날이 있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이렇게 좋은 시집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저는 오늘도 뱃속 아이에게 시를 읽어줄 거예요. 분위기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쁘게 읽어줄 거예요. 시를 읽으니 제 마음도 예뻐지는 것 같은데 아이에게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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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십자가 1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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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붓다의 십자가 / 김종록 / 김영사

 

팔만대장경 그리고 예수

 


붓다(부처)와 십자가. 별로 어울리는 조화는 아니에요. 십자가와 어울리는 건 예수지요. 그런데 팔만대장경에 예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면? 요건 흥미를 끌지요. 역사책에서 그리고 여러 미디어에서 배운 팔만대장경은 고려대 몽골의 침입을 종교적으로 이겨내고자 만든 것이라고 알아요. 저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난 말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너무 무식했더라고요. 이 책을 통해서 참 많은 걸 배웠거든요.

 


제 아버지께선 특별한 종교가 없었어요. 부처도 믿고 예수도 믿는 그런 분이셨어요. (그래도 하나 선택하라면 부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때,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아버지께선 불경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셨어요. 목탁소리 탁탁탁과 함께 울리는 불경읽는 소리. 네, 흔히 들어본 그런 불경을 듣기도 하셨고 팔만대장경 비디오테이프를 사오셔서는 자주 보시기도 하셨어요. 아버지 덕분에 저도 여러번 그 영화를 봤기에 대략적인 내용도 기억나지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판에 글자를 새기어 드디어 불교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하는 내용이었어요. 어리석게도 여태 그걸 믿으며 자랐지요.



이 소설 《붓다의 십자가》에서 자주 언급하는 게 있어요. 무신정권 최씨가 백성을 버리고 왕과 함께 강화도로 도망간 것이라고요. 저는 그전까진 몽골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만 알았는데 작가는 무신 최씨집안이 정권연장의 도구로 천도한 것이라고 여러번 말해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기에 육지에 남은 백성은 처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여러번 해요. 책을 읽으며 최근 본 영화 <변호인>이 생각나더라고요. 정말 때려주고 싶은 (누군지 말 안해도 아실듯) 분이 법정에서 '국가'라는 말을 반복해요. 그러자 송강호가 말하죠. '국가는 국민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을 보면 마치 자신이 통치자인냥 착각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를 자주 보이지요. 국회의원은 국민을 통치하는 권좌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일 뿐이거든요. 그런데 마치 자기가 권력자인 양 국민을 지배하려고 하죠. 국회의원 뿐이겠어요? 더 높은 곳에 있는 분은 자신이 왕인 줄로 착각을 하기도 해요.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에요. 헌법1조1항이지요. 왕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착각을 해요. 주인은 국민이고 자신은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지요. 학교에서도 달리기 시합을 할때 반 대표로 나가는 사람은 반을 대표하는 사람이지 그 사람이 반의 학생들을 통치하거나 지배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대표'라는 말의 뜻도 모른다면 국어사전을 선물하고 싶네요.



소설은 잘 읽혀요. 등장인물들이 실제 역사인물이기 때문이고 팔만대장경이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붓다와 십자가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인해 궁금증도 해결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속도감도 있어요. 팔만대장경 중에 772장이나 새긴 김승, 그의 목판에 그려진 마굿간 그림과 마리아와 이수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는 시작해요. '세존부활승천'이라는 글자는 결정타였어요. 지밀스님은 저와 성격이 약간 비슷한지 이 글의 의미를 궁금해 해요. 이렇게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지요. 무신정권, 강화도, 김승, 지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밀에 한 걸음씩 접근해 가요. 결말은 스포 방지상 비밀.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그당시 무신정권의 참혹한 현실을 봤어요. 어디 참혹한 역사가 이것뿐일까요? 앞으로는 없을까요? 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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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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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녹색 고전 / 김욱동 / 비채

 

녹색 지구를 위하여

 


언젠가는 고전도 읽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언젠가는요. 지금도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거든요. 가끔은 서점에서 고전 코너의 책들을 구경하기도 해요. 하지만 선뜻 들고 나오진 못해요. 읽을 자신이 없거든요. 이 책은 제목에 '고전'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어요. 고전이 어떤 말인지는 알겠는데 녹색 고전은 뭘까요? 일단 제목부터 궁금했어요.

 

녹색 고전은 예상했던 그대로 지구를 살리는 고전이라는 뜻이에요. 저는 한국고전에 관심이 많은데 기분 좋게도 우리 고전을 소재로 하고 있어요. 한국편이라고 적혀있듯이 우리 고전에서 녹색 부분을 골라서 소개하고 해설을 하는 형식이에요. 조금 상상이 되나요? 일단 소개를 해볼게요.

 



이가 더 소중한가, 개가 더 소중한가

길손이 이런 말을 해요. '지나가다 사람들이 개를 몽둥이로 쳐서 죽이는 장면을 봤다. 그 상황이 너무도 참혹하여 다시는 개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라고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이렇게 말해요. '이글거리는 화로를 끼고 앉아 이를 잡아서 불에 태워 죽이는 걸 봤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했다.'라고요. 그러자 길손이 개와 이를 비교하느냐고, 이건 자신을 놀리는 거냐고 물어요. 그러자 '나'가 이렇게 대답해요. '어찌 큰 놈만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 놈만 죽기를 좋아하겠느냐.'라고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잖아요.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고 해도 죽고 싶은 생명은 아무도 없어요. 죽기 싫고 살려고 하지요.

이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읽어보니 더 좋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백운 이규보가 쓴 한문 수필이에요. 《동국이상국집》이라는 책에 실려 있다고 해요. 이 이야기는 생태주의, 좀더 좁게는 생물평등주의를 말하고 있다고 설명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평등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을 파괴하고 지배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지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에요. 이규보는 이 작품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하나같이 평등하다고 말해요. 그래서 우열을 가리거나 계급을 정하는 건 부질없다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땅을 어머니같이 소중하게 여기라는 최시형의 《해월신사 법설》에서는 대지는 만물을 낳아 키우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요, 김소월의 시 <산유화>를 소개하며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해요. 이렇듯 우리 고전을 가지고 자연과 생태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에요. 고전은 어려운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이 그 생각을 조금은 깨줬어요. 해설을 함께 읽으니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이런 식이라면 우리고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보호, 환경보호 등의 문구를 발견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요. 크게 보면 특별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진 않지만 생활로 들어가 보면 참으로 여러가지 나쁜 행동들을 하더라고요. 음식 남기기, 물 낭비하기 등만 잘 고쳐도 생태를 잘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제부턴 음식 남기기를 줄이려고요. 먹을 겂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을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지구가 아파하는 짓을 하지 않으려고요. 하~ 잘 할 수 있겠지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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