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십자가 1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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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붓다의 십자가 / 김종록 / 김영사

 

팔만대장경 그리고 예수

 


붓다(부처)와 십자가. 별로 어울리는 조화는 아니에요. 십자가와 어울리는 건 예수지요. 그런데 팔만대장경에 예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면? 요건 흥미를 끌지요. 역사책에서 그리고 여러 미디어에서 배운 팔만대장경은 고려대 몽골의 침입을 종교적으로 이겨내고자 만든 것이라고 알아요. 저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난 말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너무 무식했더라고요. 이 책을 통해서 참 많은 걸 배웠거든요.

 


제 아버지께선 특별한 종교가 없었어요. 부처도 믿고 예수도 믿는 그런 분이셨어요. (그래도 하나 선택하라면 부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때,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아버지께선 불경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셨어요. 목탁소리 탁탁탁과 함께 울리는 불경읽는 소리. 네, 흔히 들어본 그런 불경을 듣기도 하셨고 팔만대장경 비디오테이프를 사오셔서는 자주 보시기도 하셨어요. 아버지 덕분에 저도 여러번 그 영화를 봤기에 대략적인 내용도 기억나지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판에 글자를 새기어 드디어 불교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하는 내용이었어요. 어리석게도 여태 그걸 믿으며 자랐지요.



이 소설 《붓다의 십자가》에서 자주 언급하는 게 있어요. 무신정권 최씨가 백성을 버리고 왕과 함께 강화도로 도망간 것이라고요. 저는 그전까진 몽골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만 알았는데 작가는 무신 최씨집안이 정권연장의 도구로 천도한 것이라고 여러번 말해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기에 육지에 남은 백성은 처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여러번 해요. 책을 읽으며 최근 본 영화 <변호인>이 생각나더라고요. 정말 때려주고 싶은 (누군지 말 안해도 아실듯) 분이 법정에서 '국가'라는 말을 반복해요. 그러자 송강호가 말하죠. '국가는 국민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을 보면 마치 자신이 통치자인냥 착각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를 자주 보이지요. 국회의원은 국민을 통치하는 권좌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일 뿐이거든요. 그런데 마치 자기가 권력자인 양 국민을 지배하려고 하죠. 국회의원 뿐이겠어요? 더 높은 곳에 있는 분은 자신이 왕인 줄로 착각을 하기도 해요.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에요. 헌법1조1항이지요. 왕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착각을 해요. 주인은 국민이고 자신은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지요. 학교에서도 달리기 시합을 할때 반 대표로 나가는 사람은 반을 대표하는 사람이지 그 사람이 반의 학생들을 통치하거나 지배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대표'라는 말의 뜻도 모른다면 국어사전을 선물하고 싶네요.



소설은 잘 읽혀요. 등장인물들이 실제 역사인물이기 때문이고 팔만대장경이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붓다와 십자가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인해 궁금증도 해결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속도감도 있어요. 팔만대장경 중에 772장이나 새긴 김승, 그의 목판에 그려진 마굿간 그림과 마리아와 이수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는 시작해요. '세존부활승천'이라는 글자는 결정타였어요. 지밀스님은 저와 성격이 약간 비슷한지 이 글의 의미를 궁금해 해요. 이렇게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지요. 무신정권, 강화도, 김승, 지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밀에 한 걸음씩 접근해 가요. 결말은 스포 방지상 비밀.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그당시 무신정권의 참혹한 현실을 봤어요. 어디 참혹한 역사가 이것뿐일까요? 앞으로는 없을까요? 아, 제발.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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