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인문] 녹색 고전 / 김욱동 / 비채
녹색 지구를 위하여

언젠가는 고전도 읽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언젠가는요. 지금도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거든요. 가끔은 서점에서 고전 코너의 책들을 구경하기도 해요. 하지만 선뜻 들고 나오진 못해요. 읽을 자신이 없거든요. 이 책은 제목에 '고전'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어요. 고전이 어떤 말인지는 알겠는데 녹색 고전은 뭘까요? 일단 제목부터 궁금했어요.
녹색 고전은 예상했던 그대로 지구를 살리는 고전이라는 뜻이에요. 저는 한국고전에 관심이 많은데 기분 좋게도 우리 고전을 소재로 하고 있어요. 한국편이라고 적혀있듯이 우리 고전에서 녹색 부분을 골라서 소개하고 해설을 하는 형식이에요. 조금 상상이 되나요? 일단 소개를 해볼게요.


이가 더 소중한가, 개가 더 소중한가
길손이 이런 말을 해요. '지나가다 사람들이 개를 몽둥이로 쳐서 죽이는 장면을 봤다. 그 상황이 너무도 참혹하여 다시는 개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라고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이렇게 말해요. '이글거리는 화로를 끼고 앉아 이를 잡아서 불에 태워 죽이는 걸 봤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했다.'라고요. 그러자 길손이 개와 이를 비교하느냐고, 이건 자신을 놀리는 거냐고 물어요. 그러자 '나'가 이렇게 대답해요. '어찌 큰 놈만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 놈만 죽기를 좋아하겠느냐.'라고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잖아요.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고 해도 죽고 싶은 생명은 아무도 없어요. 죽기 싫고 살려고 하지요.
이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읽어보니 더 좋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백운 이규보가 쓴 한문 수필이에요. 《동국이상국집》이라는 책에 실려 있다고 해요. 이 이야기는 생태주의, 좀더 좁게는 생물평등주의를 말하고 있다고 설명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평등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을 파괴하고 지배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지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에요. 이규보는 이 작품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하나같이 평등하다고 말해요. 그래서 우열을 가리거나 계급을 정하는 건 부질없다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땅을 어머니같이 소중하게 여기라는 최시형의 《해월신사 법설》에서는 대지는 만물을 낳아 키우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요, 김소월의 시 <산유화>를 소개하며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해요. 이렇듯 우리 고전을 가지고 자연과 생태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에요. 고전은 어려운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이 그 생각을 조금은 깨줬어요. 해설을 함께 읽으니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이런 식이라면 우리고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보호, 환경보호 등의 문구를 발견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요. 크게 보면 특별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진 않지만 생활로 들어가 보면 참으로 여러가지 나쁜 행동들을 하더라고요. 음식 남기기, 물 낭비하기 등만 잘 고쳐도 생태를 잘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제부턴 음식 남기기를 줄이려고요. 먹을 겂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을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지구가 아파하는 짓을 하지 않으려고요. 하~ 잘 할 수 있겠지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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