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시 삼백수 : 7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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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우리고전] 우리 한시 삼백수 / 정민 / 김영사

 

아름다운 우리의 시 한시

 


 

우리고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아요. 게으른 탓도 있겠고요 자꾸 잊어버리는 불치병 건망증 때문도 있어요. 이 책은 책상 옆에 두고 하루에 한두 개씩 아내에게 읽어줬어요. 한껏 분위기를 잡고 낭독을 하면 아내는 깔깔 웃지요. 물론 시가 좋아서 웃는 건 아니에요. 제 행동이 웃긴가봐요. 평소에 잘 웃는 편이라 진지한 모습은 저와 잘 안 어울리거든요. 그래도 저는 하나씩 읽어줘요. 한시를 읽어 주면 태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한시를 잘 모르는 제가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문학을 잘 모르거든요.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할 수 있겠지만 저를 잘 아는 사람은 속으로 웃겠지요? 으힛. 그냥 제 본 모습대로 할래요.

 

시는 7언절구로 되어 있는데요, 한자 7자가 한 행인 시에요.

 


 

나무 그늘 / 백문절 (68쪽)

나무 그늘 빽빽한데 작은 시내 흐르고

한 가닥 맑은 향이 석루에 가득하다.

푹푹 찌는 인간 세상 한창 더운 낮이련만

누워서 소나무 위로 돋는 해를 보노라.


나무 그늘을 말하는 걸 보니 여름을 노래한 시인가봐요. 시를 읽었는데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요? 마치 풀잎 가득한 여름바람에 취한 것처럼요. 여름날씨처럼 푹푹 찌는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하늘을 보는 여유로움이 바로 신선놀이 아닐까요?

 


 

보슬비 / 이색 (112쪽)

보슬비 보슬보슬 작은 마을 어둡고

남은 꽃 점점이 빈 동산에 떨어진다.

한가한 삶 유연한 흥취가 거나하여

손님 오면 문을 열고 손님 가면 문을 닫네.

 

이 시는 보슬비 내리는 작은 마을을 그린 시에요. 보슬비 맞고 꽃이 지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손님이 오면 문을 여는 인심 넘치는 마을의 모습이 보이나요?




두견이 / 이행 (190쪽)

강 남쪽 봄빛이 밤 들자 싸늘하여

잠 깨곤 까닭 없이 심사만 아득해라.

온갖 일 돌아감만 같은 것이 없다며

두견이 숲 저편서 자꾸자꾸 우누나.


이 시는 합천의 낯선 여관방에서 두견이 소리를 듣고 쓴 시에요. 초저녁 잠이 들었다가 깬 후로 다시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생각만 해요. 문득 돌아보니 인생도 여행이에요. 잠깐 다녀가는 것이지요. 집 떠나 낯선 곳에선 잠이잘 안 오잖아요. 뜬눈으로 잠을 청하는데 새소리 들려오면 집생각도 나고... 으힛.




산길 / 송익필 (260쪽)

산길 갈 땐 앉길 잊고 앉으면 가길 잊어

솔 그늘 말 세우고 물소리를 듣노라.

뒤에 오던 몇 사람이 앞질러 지나가도

멈출 곳에 멈출 테니 무엇을 다투리오.


산길을 가다 보면 힘들어 쉬기도 해요.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면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요. 소리에 취해 잠시 눈도 감아 보고 옛생각도 떠올려봐요. 뒤오 오던 사람이 앞질러 지나쳐도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 그 사람도 가다가 쉴 테고 서로 앞서가니 뒷서거니 하며 갈 길을 갈 테니까요. 이 시를 읽으며 삶에 여유도 부러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럼프에 빠지고 컨디션 난조로 지치고 쓰러져도 걱정하지 말아요. 날 앞지른 사람도 쉴 날이 있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이렇게 좋은 시집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저는 오늘도 뱃속 아이에게 시를 읽어줄 거예요. 분위기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쁘게 읽어줄 거예요. 시를 읽으니 제 마음도 예뻐지는 것 같은데 아이에게도 좋겠지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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