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라임 어린이 문학 1
강정연 지음, 오정택 그림 / 라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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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창작동화]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 강정연, 오정택 / 라임

 

친한 친구 같은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좋지 않게 기억해요. 어렸을 때 많이 맞았거든요. 멀쩡한 사람도 반항한다는 청소년시절엔 공부 못하게 형광등을 끄고, 손목시계와 안경을 버리기도 했어요. 할아버진 저를 참 많이도 미워했지요. 나중에 돌아가신 후에야 왜 그토록 미워했는지 알았어요. 할아버진 젊은 나이에 큰 병에 걸렸는데 그 원인이 아들인 제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거였어요. 아들이 미우니까 손자까지 미웠던 거지요.

 

 


 

 

   제가 할아버지와 나쁜 기억만 있어서인지 동화 초반엔 주인공인 장군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왜 그토록 할아버지를 좋아하는지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이런 궁금증은 동화를 읽으며 풀렸어요. 제 개인적인 경험이 책을 읽을 때에도 편견으로 작용한다는 것에 놀랐어요.

 

 


 

 

   멀리 계셔야 할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어 장군이는 신이 났어요. 아빠의 잘못으로 인해 집을 팔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는 치매 초기랍니다. 이상하게도 글을 읽을 수 없는 이상한 치매증상을 보였어요. 할아버지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도 읽지 않는 이유가 있던 거였어요. 미안한 마음에 아빠도 집을 나가고 할아버지와 둘이 살게 된 장군이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해요. 아니, 편지를 말하기 시작해요. 할아버지의 이 이상한 치매는 글을 읽을 줄은 몰라도 쓸 줄은 알거든요. 글을 쓰다 보면 다시 읽을 수 있어질까 희망도 가져봐요. 장군이가 편지를 말로 하면 할아버지는 쓰며 방학을 보내요.

 

 


 

 

   동화 중반 넘어가면 편지글이 대다수에요. 주로 할아버지와 장군이의 이야기에요. 어렸을 적 얘기, 글을 배운 얘기, 할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얘기로 가득해요. 이야기의 흐름이 있다기 보다는 편지글로 채우고 있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잘 보였어요.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손자의 마음을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곧 태어날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없어서 어쩌나 했는데요, 외할아버지도 할아버지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제 아이와 아이의 외할아버지도 서로 이렇게 챙겨주는 멋진 우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아빠인 제가, 엄마인 아내가 잘 한다면 아이가 외할아버지를 잘 따를 거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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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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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 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 서태옥 / 초록비책공방

 

사진 한장 문장 한줄 느낌 하나





   왼쪽엔 눈이 빠져들게 하는 사진이 하나, 오른쪽엔 책 속 밑줄이나 영화 속 명대사 또는 좋은 글을 소개하고 그 밑에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었어요. 책장을 하나 하나 넘길 때마다 다음 장엔 어떤 사진이 나올지 기대하게 할 만큼 사진이 좋았어요. 다음 장엔 어떤 좋은 글귀가 나올까 설레일 정도로 문장들도 좋았어요. 이런 책 하나 들고 봄 꽃 날리는 공원에 앉아 알록달록 핀 철죽을 배경삼이 독서를 한다면 아팠던 마음이 저절로 치유될 듯 보였어요.






   아마도 저자는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발견하만 모두 모아놨나봐요. 저는 게을러서 그냥 밑줄 그어 놓고는 아무 것도 안 했거든요. 하나하나 모았다면 상당히 많이 모았을 텐데요. 이 책이 소개하는 문장들 중에 제가 읽은 책에서 발췌한 것도 상당히 많았어요. 예전에 읽은 책들이 새록새록 기억났어요. 제가 읽지 않은 책의 문장을 발췌한 걸 보며 '와~~~ 참 많이도 읽은 작가님이네.'라며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정말 대단대단.






    매 페이지마다 주제와 관련 있는 사진이 나와요. 어쩜 이리도 잘 생각했는지 대부분의 사진들이 주제와 관련 있었어요. 저런 걸 생각하기도 참 힘들었늘 텐데요. 좋아하는 문장을 메모해두고, 그 문장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찍고, 그 밑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작업. 와~~~ 저는 정말 게을러서 못해요. 대신 저는 소설을 써야지요. ㅎㅎㅎ 사진과 글이 잘 어울리니까 사진 보는 재미가 두 배로 되더군요. 게다가 글과 사진이 잘 어울리니까 문장을 읽는 맛도 두 배로 되었어요. 그래서 책 읽는 내내 즐거웠답니다.






   엄마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해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에게 전화했었니?"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면 "바쁘지 않다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전화해 주렴."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 에이미 봄백 (27쪽)


   제 어머니는 남쪽 멀리 계세요. 차로 달려도 한참을 가야 해서 자주 뵙지 못하지요. 전화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전화도 못 드렸더군요. 아직 건강하시다고 생각하다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나중에 안 계실 때 후회 해봐야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았어요. 더 미루지 말고 오늘은 꼭 전화를 해야 겠어요.

 

 


 

 

   NASA에서는 중대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우주비행사로 뽑는다고 합니다. 반듯하고 상처하나 없이 성장한 엘리트보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우주여행 중에 발생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어떤가요?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좌절이 더 멀리 인생을 여행하기 위한 구겨짐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123쪽)


   힘들다고 어렵다고 못한다고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면 영영 이루지 못해요.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도 큰 실패를 하나 했어요. 그 실패로 인해 돈을 모두 잃은 것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게 아까웠어요. 그렇다고해서 절망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자는 다시 일어났어요. 실패를 경험했기에 같은 실수를 하진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저자는 실패의 경험은 더 큰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거라고 해요. 빳빳한 정이 던져 봐야 몇 미티 못 가지만, 구겨진 종이는 아주 멀리 날아간다고 해요. 내 인생 멀리 멀리. 구겨진 만큼 멀리 멀리 날아갈 거리 믿어요.


   "내 안에는 개 두 마리가 있소. 한 마리는 고약하고 못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착한 놈이오. 못된 놈은 착한 놈에게 늘 싸움을 걸지요." 어떤 개가 이기냐고 묻자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내가 먹이를 더 많이 주는 놈이오." - 킴벌리 커버거 《당당한 내가 좋다》 (155쪽)


   내가 만약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나는 나쁜 길로 가게 되요. 하지만 내가 만약 좋은 마음을 먹는다면 좋은 길로 가게 되지요. 안 될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아 돼요. 하지만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돼요.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린 거예요. 나쁜 생각이 든다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요. 좋은 생각에게 먹이를 주면 그 뿐이니까요. 이렇게 좋은 글을 만나서 행복해요.






   우리는 쉼을 모르며 사는 것 같아요. 요즘은 예전에 비해 여가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책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시를 느끼며 여유롭게 즐겁게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각박하게 앞만 보고 달린다면 놓치는 게 있거든요. 이런 가벼운 책 하나 읽으면서 삶의 지혜도 얻고 마음도 힐링하고 하면 딱인 것 같아요. 더욱이 요즘처럼 세월호 사건으로 우울한 경우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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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의 부자들과 99퍼센트의 우리들 - 빈곤 퇴치를 위한 12가지 제안
태비스 스마일리 외 지음, 허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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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사회문제>빈곤] 1퍼센트의 부자들과 99퍼센트의 우리들 / 태비스 스마일리, 코넬 웨스트 / 허수연 / 소담출판사

 

1%에게 속고 있는 사람들

 


 

 

   자본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자본주의로 인해 인류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과학, 의학, 문화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혜택을 받고 있지요.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선 이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다든가 땅을 국유화 하는 것 등이지요. 그럼 우리나라는 무얼 하고 있을까요? 뭘 하긴 하나?

 

 


 

 

   지난 10년간 이룩한 진보 정치를 한순간에 없애버리고 복지 축소, 부자 감세, 대기업 중심의 친기업 정책 등으로 서민은 더 가난해 졌으며 부자는 더 많은 부를 모을 수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언론을 장악했기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전체주의에 호소하고 반고을 외치는 당에 표를 주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파이가 커지면 서민에게도 더 많이 돌아간다, 대기업을 키우면 낙수효과로 인해 모든 사람이 부유해진다는 거짓말을 방송은 떠들어댔고 5년의 결과는 역시나 이 주장들이 거짓이었다는 걸 증명했지요. 파이를 키우면 부자들이 더 많이 가져갈 뿐 서민은 그대로였으며, 낙수효과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기친 거라는 게 5년 후에 증명되었어요. 그리고 현 정권도 별로 다르지 않지요. 아마도 51.6%는 자신이 상위1% 부자라고 생각하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아닐 수도 있고요. 그냥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가난은 돈이 부족한 상태를 뜻합니다. 그리고 돈이 부족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 대부분이 일한 만큼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그나마 그런 일자리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33쪽)

 

   예전에 읽은 책에서 멋진 그래프를 하나 봤어요. 부의 총량이 증가해도 임금은 미미하게 증가했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부의 총량이 100 증가했다면 임금은 10만 증가한 거예요. 물가는 10이상이니까 20 올랐다고 보면 되겠군요. 최근 한국인들 대상으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개인의 삶의 질이 국가의 경제성장보다 우선이라고 대답했어요. 이제 사람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국가가 10% 성장하면 뭐하나요. 물가는 12% 오르고 임금은 5% 오르는데요. 차라리 국가가 5%만 성장하고 물가도 5%만 오르고 임금도 5%만 오르는 게 더 행복한 거지요. 이젠 더이상 부의 총량이 아무리 많아져봐야 그게 서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똑똑한 사람들은 아는 거예요.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99%를 속이고 있었다는 걸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지요. 기회이 균등이 없는 현실에서 사다리 걷어차기가 되어버린 상위 1%만의 특권은 자본주의에 단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난이 되물림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어차피 경제학자들도 상위 1%와 손잡았을 뿐. 우리는 그동안 전체주의라는 것에 속아서 희생만 해온 거예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공사상을 앞세워 민족이라는 것을 앞세워 국가에 헌신하도록 강요당한 것이지요. 이제 나라가 잘 살게 되었으니 그동안 한 희생을 보상받아야 하는데 국가가 그러고 있나요? 오히려 부자들 세금은 깎아주고 대기업 규제를 풀어 부자가 더 부자 되게 하고 있지요. 이제 우리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요. 부자들에게 세금을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걷어서 그 돈으로 복지를 하라는 것이죠. 가난해서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건 국가의 잘못이라는 거예요. 개인의 잘못이 아니지요.

 

 


 

 

   1%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반을 가지고 있어요. 이대로 그냥 둔다면 1%의 사람이 전체 부 99%를 차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해가 지날수록 1%의재산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태미스 스마일리와 코넬 웨스트는 빈곤층 순방을 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봐요. 저는 지금 빈곤층이 아니지만 실직하는 순간 바로 빈곤층이 되는 빈곤예비층이에요. 부자의 기준이 뭘까요? 실직을 해도 직업이 있을 때와 똑같이 3년 정도 먹고 살 만큼의 여유가 있는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요. 대략 10억 정도의 부동산이 있고 통장에 현금으로 2억 정도 있어야 중산층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서울을 기준으로 한 것이니 집값이 싼 지방의 경우는 더 작은 금액도 될 수 있어요. 내 집이 없거나 집이 있어도 빚이 대부분인 사람은 중산층이 아니라 빈곤층 또는 빈곤예비층이지요. 2억짜리 아파트 하나에 통장 잔고가 1천 정도 있으면서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착각을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를 기억하시나요? 1%의 횡포에 맞선 시위지요. 그들은 소득 불균형에 대항하며 시위를 했어요. 현실이 바뀌진 않았을지라도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 '당신은 99%입니다'라는 걸 알려줬기에 그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요. 이 운동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해요. 국회의원들이 내는 정책이 상위 1%를 위한 것인지 99%를 위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알아야 해요. 정치를 알아야 하고 경제를 알아야 하지요. 모르면 1%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는 거예요. 1%에게 노동력 착취를 당하며 살다 죽을 건가요? 겨우 5천원인 최저임금. 선진국에 비해 겨우 1/3 수준인 이 비참한 대한민국을 그냥 지켜만 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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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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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과학에세이]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 스티븐 제이 굴드 / 김동광 / 현암사

 

진화 생물학자의 에세이

 

 

 

 

   이 책의 리뷰를 쓰기 전에 작은 이야기 하나 할까 해요. 지금으로부터 1만년 후, 한 때 지구를 지배했던 인류는 모두 멸종했고 새로운 종이 지구에 살고 있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그들이 땅을 파다가 신기한 걸 발견해요. 둥근 바퀴가 4개 달려 있고 문은 4개. 그들은 이 신기한 물건을 보고 과거에 지구를 지배했던 종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조사를 해요. 그들은 바퀴 4개가 달린 이 물체 화석을 4~5개 찾아내요. 그리곤 이 물체는 스스로 이 세상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생긴 2기통 엔진을 가진 물건을 진화 초기라고 생각하고 복잡한 6기통 엔진을 가진 물체를 진화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어느날 날개가 달린 물체를 발견해요. 그러고선 이 바퀴 4개 달린 물체가 진화를 해서 날개가 생겼고 하늘을 날았다고 주장하죠. 어느날은 물에서 다닌 것 같은 물체를 발견하곤 이 바퀴 4개 달린 물체의 조상이라고 말해요.

   저 미쳤냐고요? 천만에요. 원소가 모여 분자를 이루고 이 분자가 저절로 모여 복잡한 아미노산을 만들고 이 아미노산들이 지적 존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우연히 단백질을 하나 만들고 우연에 우연을 거쳐 단백질들이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는 우연으로 하나의 세포가 될 확율은 얼마일까요? 원숭이에게 타자기를 주며 '니 마음대로 뚜드려봐'라고 했을 때 원숭이가 백과사전을 오타 하나 없이 칠 확율, 이 우주에 사람들로 가득 채운 다음 숫자 하나를 외치라고 했을 때 모두 똑같은 숫자를 외칠 확율과 별 차이 나지 않아요. 아무리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확율이라는 거예요.

   세포 하나 만들 확율도 이렇게 낮은데 매우 복잡한 사람이 저절로 만들어질 확율은? 상상도 안 되는 군요. 그래서 저는 진화론을 거짓이라 말해요. 제 종교 때문이 아니라 저는 중2때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웠을 때부터 진화론은 거짓말이라 생각했고요, 종교를 가진 건 22살때에요. 그러니 제가 진화론을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종교는 관련이 없어요.

 

 


 

 

   이 책은 진화 생물학자의 에세이에요. 처음 두께를 보고 놀랬을 정도로 두껍고 방대한 양이에요. 저자가 쓴 에세이를 엮은 건데요 과학적 주제만 아니라 여러가지 주제로 글을 썼기 때문에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진화 생물학자라고는 하지만 책 전체에서 진화론에 대한 얘기는 그리 많지도 않았어요. 대부분 과학과 생물학, 기타 개인적인 견해를 다루고 있거든요.

 

   이 책을 통해 새로 배운 것 중에 하나가 새로운 종을 발견했을 때 이름 짓는 법에 관한 것이었어요. 책 제목에 말한 '브론토사우루스'도 원래는 잊혀질 이름이었더군요. 마케팅을 잘 해야 했다고 해야 하나,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먼저 발견한 사람이 지은 이름 아파토사우루스는 잊혀지고 나중에 발견한 사람이 붙인 이름이 남았으니까요. 나중에 발견한 사람의 뼈가 너무 온전했기에 아마도 운이 더 좋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몰랐던 걸 배워서 좋았어요.

 

 


 

 

   저자는 진화론을 얘기하면서 '날개'에 대해 말해요. 진화 비판론자가 주장한 날개 발생에 대해 소개하고는 진화론의 입장을 대변하지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잖아요. 말이야 만들면 그만이지요. 죽지도 않은 강 살리겠다는 말을 만들었더니 22조를 강바닥에 부을 수 있었잖아요. 자연선택설이든 기능전환이론이든 과학적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니까요. 흔히들 종교적이지 않으면 과학적이라고 착각을해요. 과학적이란 실험을 통해 증명된 걸 말하지요. 하지만 자연선택설이든 기능전환이론이든 실험을 통해 입증하지 못했어요. 말 그대로 그냥 '설'일 뿐이지요. 과학이 아니에요. 증명되지 않는 이런 '설'들을 믿는 사람들은 종교인들이 창조론을 믿는 걸 비과학이라고 비난할 자격도 없어요. '설'을 과학이라고 믿는 것도 하나의 종교일 뿐이니까요.

 

   날로 심화되는 교과서의 상업화로 인해 교과서 베끼기가 도를 넘었다고 말하는 걸 보고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생각났어요. 나중에 보니 인터넷 서치로 내용을 채웠을 뿐만 아니라 오류 투성이었거든요. 친일파들이 좀 살기 힘들어지니까 어떻게든 친일파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참 불쌍해 보였어요. 그렇게 나라를 팔아먹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까요? 돈을 버는 일이라면 나라를 팔아먹는 것도 서슴없이 하는 자들과 한 민족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요.

 

 


 

 

   휘스턴의 창세기 얘기는 흥미로웠어요. 저자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저는 관심 없고요, 제가 몰랐던 새로운 주장을 공부하는 게 즐거웠거든요. 성경적으로 보는 지구의 탄생을 저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재밌더군요. 제가 한동안 진화론을 반박하는 창조과학자들의 책을 안 읽어서 기억이 가물해졌기에 더 좋았어요. 다시 창조과학자들의 책을 꺼내서 읽어봐야 겠어요.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많은 지식을 읽기 쉬운 문장과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배워서 좋았어요.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이라는 찬사를 받을만 하더군요. 다음에 또 그의 저서를 읽을 기회가 된다면 좀더 얇은 책으로 만나보고 싶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방이 무거워서 어깨가 많이 아팠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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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거슬러
토마스 에스페달 지음, 손화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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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북유럽소설] 자연을 거슬러 / 토마스 에스페탈 / 손화숙 / 열린책들

 

부자연스러움에서 자연스러움을 느끼다

 

 

 

 

   이 책은 토마스 에스페탈의 자전적 소설이에요. 최근 다른 책리뷰에도 적었지만, 이 책도 역시 책소개를 보지 않고 읽었지만 저는 50여페이지를 읽고 '자전적 소설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특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전적 소설의 특징에 대해서 알 거라 생각해요. 자전적 소설은 딱 자전적 소설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이 책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자전적 소설의 느낌을 가지고 있더군요.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문장이에요.






   저자 토마스 에스페탈은 노르웨이에서 매우매우 유명한 작가라고 해요. 뭐 제가 노르웨이에 가본 적도 없지만 (국기도, 수도도 모름) 설마 출판사가 독자 대상으로 사기를 치겠어요? 저는 믿어요. 스칸디나비아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를 자랑하는 노르딕 의회 문학상에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되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작가지요? 아,,, 저야 뭐,,, '노르딕 의회 문학상'이 뭔지도 모르지만요. ㅎㅎㅎ

   에스페달 문학의 특징은 자전적 이야기를 뛰어난 시적 언어를 통해 짧고 응축하는 능력이라고 해요. (제가 20살 시절엔 시에 미쳐 있었는데 저도 다시 시를 좋아하면 에스페달과 같은 멋진 문장을 쓸 수 있겠지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거잖아요. 저도 아직 제 얘기를 하진 못하거든요. 그래서 더 많이 사랑받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을 거슬른다는 건 뭘 말하는 걸까요? 제목이 말하는 자연은 자연스러움을 말하는 거라고 해요. 사랑하면 이별하게 되고 태어나면 죽게 되는 이 자연스러움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거부하고 있어요. 이 당연한 자연스러움에 맞서 저항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에요. 제목이 정말 딱이네요. 저는 처음엔 책제목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역시 무식한 저, 그래도 좋은 소설 하나 읽었다는 것에 토닥토닥 해주려고요.


   흔히 자연을 거슬르면 큰일이 터지잖아요. 사고가 터진다든가 죽는다든가 등이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흘러가게 놔둬야 하게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자연을 거스르다가 위험에 처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수밖에요. 사랑을 하면 왜 이별을 해야 할까요. 태어나면 왜 죽어야 할까요. 저는 이런 질문들을 사춘기때 던졌어요. 오랜 고민 끝이 300여편의 시를 썼지요. 아, 물론 부끄러워서 세상에 내놓긴 좀 그래요. 그래도 이런 고뇌를 했기에 멋진 어른이 되었겠지요.






   그녀가 들어온 후, 가구가 재배치되는 등 집은 새 단장을 하기에 이르렀고 원래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이 살게 될 집...... 내 집은 그렇게 변하고 무너져 갔다. (85쪽)


   나이 차이가 많은 연인의 사랑이야기부터 시작해요. 그러다가 과거로 가고 3인칭으로 변했다가 해요. 저는 이 소설이 단편집인가 해서 책 앞표지 뒷표지 책소개 다 뒤져봤어요. 혹시 연작소설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그냥 자전적 소설이구나 생각했답니다. 대화에 큰따옴표가 없어서 저처럼 독서 하수는 이게 지문인지 대화인지 좀 어렵더라고요. 조금 난해한 듯 하지만 읽고 나면 뭔가 남는 게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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