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낭자열전 2 - 진영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2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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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로맨스] 조선 낭자열전 2 진영낭자전 / 월우 / 아름다운날

 

혼인을 하자니 가당치도 않소

 


 

 

   로맨스소설 시대물을 읽는 맛 중에 하나가 그 시대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를 읽는 느낌일 거예요. 이 소설도 시대물이다보니 오래된 언어를 읽는 맛도 좋았어요. 또 하나의 시대물 로맨스의 맛이라면 현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1편에선 열녀가 되겠다는 은호낭자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요즘 시대에도 열녀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열녀라는 걸 만들어낸 작자들에게 화가 나잖아요. 어떤 미친 인간이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열녀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억압받으면 살았는지요. 이 책 2편에서도 역시 이 시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불가에 귀의하여 비구니로 살겠다는 여성 진영낭자가 나와요. 요즘으로 표현하자면 수녀가 되겠다는 여자라고 하면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우선 이 소설에 대해 설정적 문제점을 말해보자면, 아무리 어머니 아버지가 죄를 지었어도 자녀가 부모를 고발할 수 있겠느냐는 거예요. 글쎄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법도 가족에게는 범인 은닉죄를 묻지 않아요. 가족이 죄를 숨겨주는 건 본능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지요. 원래 가족은 살인죄를 지었어도 숨겨주고 싶은 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그걸 온 천하에 알린다는 걸 저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런 무리한 구조적 상황설정은 이 소설의 완성도에 방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부모가 아니라 그냥 계모 계부라 하면 좀더 나았을지도요. 나아준 은혜보다 키워준 은혜가 더 크다는 것도 있지만요.

 

   진영낭자와는 친자매와 다름없는 사촌 민영. 진영의 부모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민영을 죽이고 말아요. 이를 안 진영. 부모를 죽을 처지로 만들고는 속죄하겠다고 절로 들어가 비구니가 되려고 하지요. 그 곳에 성현이 나타나요. 두 아이가 있는 이 남자는 재산을 털어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줬다며 그 댓가로 진영과의 결혼 승낙을 받았다고 해요. 진영은 자신은 결혼할 수 없다며 그 돈은 갚아주겠다고 하지요. 겨우 극형을 면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러 도성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는데... ^^

 

   스토리는 아주 좋아요. 어찌나 재밌던지 쉬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정도였어요. 처음에 참 밉상으로 나온 성현. 그가 과연 정말 돈만 아는 사람이었을까요?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성현의 사정이 나오는데... ㅎㅎㅎ

 

   저도 소설을 써야 하는데 요즘은 손을 못 대고 있어요. 태어난지 이제 3주인 아들은 밤에 잠도 안 자고 울어요. 하루는 제가 새벽 3시경까지 안아주다가 아내에게 인수인계하고 잠을 자고, 다음날은 너무 피곤해서 골아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야 철이 든다는 말을 체험하고 있지요. 날 나아준 엄마와 아빠도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생각하면서요. 나중에 진영낭자도 엄마가 되면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지난 행동들을 뉘우칠 날이 올까요?

 

   제가 1편 은호낭자전 리뷰에선 월우 작가님의 문장력이 좋아졌다고 적었어요. 그런데 2편 진영낭자전을 읽으면서는 문장력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이 도로 바뀌었어요. 1편 은호낭자전이 잘 읽힌 게 이상할 정도로 2편 진영낭자전은 너무 과도하게 사용한 쉼표로 인해 독서에 방해가 되었거든요.(어쩌면 1편과 2편의 교정교열본 분이 다를 지도) 이 과도한 쉼표는 엉뚱한 곳에 찍히기도 했어요. 게다가 주어와 동사가 다른 문장도 몇 개 발견했어요. 비문도 간혹 보였고요. 제가 월우 작가님의 첫 소설 《조선왕비 간택사건》 리뷰에선 초보작기이기에 우연 남발과 부족한 문장력은 봐줄 만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문장을 고치지 않으면 혹평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스토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능력만으로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어요. 좋은 작가는 잘 읽히는 문장을 써야 하고 우연남발이 아닌 탄탄한 구성력을 갖추어야 해요. 다음 작품은 좀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잘못된 문장

 

130쪽: 성현도 이현의 그런 걱정과 속내를 알았지만, 싫다는 표현 한 번 아니 짓지 않고 순히 그러자고 따랐다.

-> '아니 짓지 않고'??? 짓지 않는 걸 안 했다? 그럼 지었다는 건가요? 그런데 문맥상으로는 짓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니 짓지 않았다는 건 지었다는 것 아닐까요? 이런 실수가 나온 이유는 '아니 짓다'라는 표현 때문이에요. '짓지 않다'를 시대물 특성에 맞게 '아니 짓다'라고 표현하며 실수한 것으로 보여요. 이 문장에서 쉼표를 빼고 '아니 짓지 않고'를 고쳐보면 '성현은 이현의 걱정과 속내를 알면서도 싫다는 표정 한 번 아니 짓고 순히 그러자고 따랐다.'가 되겠네요.

 

103쪽: 연모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서고 싶지 않은 연회에 서, 맛보지 않아도 될 수치를 맛보며 받아들인 돈이었다.

이 문장에선 쉼표를 잘못 썼어요. 곳곳에 찍힌 과도한 쉼표 중에 하나지요. 이 문장에는 주어가 정확하지 않아요. '서' 옆에 쉼표를 찍으면서 더 애매해졌지요. 주어는 앞문장에 있어요. '기녀가 방금 향갑노리개를 사느라 치른 돈(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듣고 서고'에서 '고'를 연달아 사용하면서 두 단어가 마치 하나로 보이는 착각을 하게 했어요. 하지만 두 단어는 완전히 분리된 단어에요. 이를 분리하기 위해선 '연모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로 바꾸는 게 좋아요. 이 문장을 자연스럽게 고쳐보면 '연모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후부터 서고 싶지 않은 연회에 나가 맛보지 않아도 될 수치를 당하며 받은 돈이었다.'가 될 거예요. '맛보지 않아도 될 수치를 맛보며'도 동어 반복으로 좋은 문장이 아니거든요. '서고 싶지 않은 연회에 서'에서도 '서다'가 반복되고 있어요. 이 한 문장은 동어 반복이 두 단어나 나오고, 쉼표를 잘못 찍었으며, '듣고 서고'를 하나의 문장으로 착각하게 하는 등 잘못된 문장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53쪽: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반성조차 아니 하는 아비의 모습에 진영의, 그나마 아비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가고 있었다.

이 문장은 비문입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딱 보이듯이 쉼표의 잘못 사용이에요. 이 문장을 줄이면 '진영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가고 있었다'에요. '진영의'의 앞 말은 얼어붙은 이유를 설명하지요. 쉼표를 찍는다면 '진영의' 뒤가 아니라 앞에 찍어야 맞아요. 고쳐보면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반성조차 아니 하는 아비의 모습에, 그나마 아비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던 진영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가고 있었다.'지요. '그나마 아비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던'은 '진영의 마음'의 수식어에요. 수식어의 위치가 잘못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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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낭자열전 1 - 은호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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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로맨스소설] 조선 낭자열전 1 은호낭자전 / 월우 / 아름다운날

 

달달한 열녀 로맨스

 


 


 

   개인적으로는 많이 부러운 작가에요. 저는 <사랑은 냉면처럼>으로 3년째 퇴고를 하면서도 책을 못 내고 있고요, 이 책의 저자인 월우 작가님은 웹소설 공모전에서 인기를 얻은 다음 벌써 두 번째 책을 냈어요. 바로 지난주에 읽은 책에,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하는 문장을 읽었어요. 지인의 등단소식에 한동안 '나는 실력이 없는 걸까 노력이 부족한 걸까' 심각하게 생각하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거든요.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직장을 포기할 수 없기에 이 슬럼프는 오래 갔어요. 그 지인은 등단을 위해 사직서를 던졌고 6개월 만에 등단을 했거든요. 등단을 위해선 정말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막연한 고민에 또다시 절필을 해야 했어요. 그 후로 저는 지금까지도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가끔은 '내 주제에 무슨 소설이야'라는 생각도 해요. <사랑은 냉면처럼>을 읽어본 분은 하나같이 재밌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물론 부족한 지적도 많이 받았지요. 부족할지라도 재미가 있다면 언젠가는 책으로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직 제 소설을 책으로 내겠다는 출판사는 없어요.

 

   이틀 전, 평소 친분 있는 출판사 대표님과 전화통화에서 제 소설 얘기를 했어요. 대표님은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요. 아직 때가 아닌 거라고 생각해요.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때가 되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예요.'라고 위로해줬어요. 친분이 있는 분이기에 제 소설을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지요. 제가 등단작가가 아니기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어요.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요. 언젠가는 책으로 나올 수 있겠지요.

 

 


 

 

   이왕 짧은 수명으로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된다면 최소한 열녀의 부모라는 명예 정도라도 남겨주고 가고 싶은 게 은호의 속뜻이었다. (20쪽)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전 소설의 조연을 주인공으로 해서 썼어요. 저도 <사랑은 냉면처럼>을 다 쓴 다음 등장인물들을 주인공으로 2편을 쓰려고 계획중이었거든요. 주위에선 쓰지 말라고 했지만 이 소설 《조선 낭자열전》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월우 작가는 《조선왕비 간택사건》을 책으로 냈다는 것만 다르지 않을까. ㅎㅎㅎ

   《조선 낭자열전》은 모두 두 권으로 되어 있어요. 1편은 <은호낭자전>, 2편은 <진영낭자전>이에요. 열녀가문에 태어난 은호, 몸이 병약하여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스스로도 알아요. 그녀는 자신이 죽기 전에 열녀가문 답게 열녀로 죽기로 결심하고 자신보다 먼저 죽을 남자와 결혼하기로 하지요. 그가 죽으면 자결을 하여 열녀가문의 명예를 더하는 것으로 효도를 하려 생각한 거예요. 그녀의 계획대로 잘 된다면 소설이 아니겠지요?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요. 그는 은호와 이미 인연이 있던 남자. 결말은 쉿!!!

 

   자신은 그놈의 알량한 양반들 때문에, 그들의 썩어빠진 권력욕 때문에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온몸에 피비린내를 풍기며 짐승처럼 어둠 속을 기어 다니는데 팔자 좋은 양반집 여인은 죽어서 열녀가 되겠다며 스스로 죽게 해달라고 청해오는 것이 밉고 싫었다. (78쪽)

 

 


 

 

   월우 작가님의 문장력이 엄청 좋아졌어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더 강해졌고요. 전작에선 지나치게 빠른 전개방식과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단점이라고 제가 지적한 적이 있지요. 이런 부분이 거의 완벽하리만큼 나아졌어요. 하지만 지나친 우연 남발은 아직까지도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잔뜩 벌여놓고 절대자가 확~~ 해결하는 방식은 초보자들이나 쓰는 방법이기 때문에 3류 소설로 취급받을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전작에서도 지나친 우연이 재미를 끊곤 했는데요, 이번 <은호낭자전>에서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우연을 많이 만들었어요. 문장력이 좋고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힘이 강하지만 스토리를 탄탄하게 짜는 실력은 더 키워야 할 부분으로 보여요. 스토리가 강해지면 지나치게 많은 우연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거든요.

 

   "그렇게도 열녀로 죽고 싶다는 말이지? 좋아. 어디 그럴 수 있으면 실컷 그래봐. 하지만 네 뜻대로는 쉽게 안 될걸? 널 열녀로 죽게 내버려두진 않을 테니까." (86쪽)

 

   흡입력이 있어서 읽다 보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서 읽는 내내 좋았어요.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를 하게 해준 월우 작가님이 고마울 정도였어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은호 편에 서서 응원을 했어요. 그 도둑놈 같은 남자는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남자가 예의도 없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고. ㅎㅎㅎ 그런데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끌린다고 하네요. 제가 여자가 되어보지 않았지만 만약 여자가 이 소설 속 남자처럼 제멋대로 군다면 쳐다도 보기 싫을 것 같아요. 근데요, 사랑은요 나도 모르게 오는 거라고 해요. 예전에 친구중에 '나는 키작은 남자랑 쌍커플 없는 남자면 다 돼'라고 백번은 넘게 말해놓고 키작고 쌍커플 있는 남자랑 결혼했거든요. 원래 사랑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

 

  매 작품마다 성장하는 월우 작가님의 다음 작품 기대기대.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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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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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경영>마케팅]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이랑주 / 샘터

 

전통시장 생존 보고서

 


 

 

   전통시장에 기업 자본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어요.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오며 전통시장은 갈 길을 일어 가고 있어요. 이 어려움을 극복하면 100년이 넘는 가게로 남을 것이고,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거예요. 상품가치연출 전문가 이랑주가 세계의 시장을 여행하며 그 곳에서 직접 보며 배운 걸 이 한 권의 책에 담았어요. 수백년 생명을 유지한 시장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좋아하는 일에 계산기 들이대지 말고 '그냥'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치도록 즐겼으면 좋겠다. 경쟁하지 말고, 싸우지 말고,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1만 시간이 지난 후 세상은 당신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이다. (34쪽)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각도다. 나의 가치를 올리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방법은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나의 각도를 갖는 것이다. (45쪽)

 

   저자 이랑주는  상품가치연출 전문가에요. 생소한 이 직업이 뭔가 봤더니, 어떻게 하면 상품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문가더군요. 그녀는 백화점이나 마트가 아니라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일을 했어요. 많은 가게들이 그녀의 손길 덕분에 대박을 냈어요.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갑자기 세계여행을 떠난 거예요. 더 배우기 위해서였어요. 책 앞부분에서도 말하지만, 하루 14시간 나무를 한 나무꾼과 하루 8시간 나무를 나무꾼 중에 누가 20년 후에 더 성공했을까에 대한 실천이에요. 하루 14시간 일한 나무꾼은 일을 더 많이 해서 더 많은 나무를 했을지는 몰라도, 일이 끝나면 집에서 쉬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죠. 하지만 하루 8시간 일한 나무꾼은 일을 적게 해서 수입은 적었지만 남는 시간에 많은 걸 봤어요. 이 마을도 다니고 저 마을도 다니며 많이 봤기에 14시간 일한 나무꾼에 비해 성공할 수 있었던 거예요.

 

 


 

 

   이 시장에서 고객들이 사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었다. 생산자와 원산지에 대한 신뢰를 함께 사는 것이다. 전국 최대의 농산물 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나 부산 감전동 새벽 시장에도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 모습이나 과일 따는 할머니의 미소가 담긴 사진을 부착한다면, 시장에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고객들이 더 신뢰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소소한 사진들이 시장과 고객들 간에 끈끈한 유대를 형성해 준다. (23쪽)

 

   세계 시장을 다니며 우리나라의 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것들을 체험해요. 저는 특히나 유럽의 시장들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수백년 된 그 시장들은 각기 독특한 특징들이 있었고, 그 특징들로 인해 시장을 수백년 이어올 수 있었어요. 많은 가게들이 사진을 내걸곤 했는데요, 가족사진이나 생산자의 사진이었어요. 저는 특히 자신이 직접 재배하는, 만드는 사진을 걸어놓은 장면이 기억나요. 자신이 만든 거라는 증명으로 사진을 내걸었기에 신뢰할 수 있겠더라고요. 책을 읽는 내내 '아~~~ 이렇게 하면 대박나겠다.'라는 아이디어들이 마구마구 떠올랐어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떠오른다고 해요. 가장 좋은 새로운 경험은 여행이에요. 하지만 여행이 어려울 땐 간접경험인 독서도 뛰어나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고 모두 노트에 적어뒀어요. 제가 나중에 사업을 할지는 모르지만, 하게 된다면 이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욕 지하철 277개의 역사 중 맨허튼 서쪽의 6개 역만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독서 장려를 위해 우리나라도 지하철에서 휴대전화가 안 터지게 하면 어떨까? 항의 전화가 빗발치겠지? 아니,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66쪽)

 

   저자는 서점도 소개해요. 일본 서점에서 간장을 팔고 있는 장면을 목격해요. 서점에서 간장을 판다니, 정말 놀라웠어요. 우리나라도 오프라인 서점은 매우 어렵다고 해요.  점점 더 책을 안 보기 때문도 있고 온라인서점의 영향도 있지요. 가장 큰 문제는 책을 안 보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성인은 1년에 대략 1권 정도 읽는다는 통계가 있더라고요. 일본은 대략 7권이고 미국은 대략 10권이라고 해요. 책을 안 읽어도 너무 안 읽지요.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판매된 책의 양이 제작년보다 더 줄었다고 해요. 온라인 서점도 위험한데 오프라인 서점은 오죽이나 할까요. 저자는 이런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에도 관심이 많은지 외국의 여러 서점들을 소개해요. 그들이 어떻게 오랜 세월 가게를 유지했는지도 함께요.

   제가 예전에 '도서정가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읽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책읽는 문화를 만드는 건 거대자본 또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에요. 뉴욕의 경우가 바로 정부가 책읽는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한 것이에요. 저는 공공장소에 의무적으로 책을 비치하다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정부의 책읽는 문화 사업이라고 주장했지요. 출판사는 다 망해가고 있는데 정부는 이제서야 완전도서정가제를 한다고 해요. 늦게라도 해서 다행이에요. 이제 정말 책읽는 문화 만들기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에요. 독서동아리 활성화, 공공장소 책 비치 등이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의 전통시장의 과일 가게도 이런 바구니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선물용 비싼 과일 바구니 말고, 다양한 과일을 담아 만 원에 한 바구니씩 만들어서 판다면 대박 날 것이다. 제철에 꼭 먹어야 할 과일 삼인방, 예를 들어 사과, 감, 귤을 각각 만 원씩 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를 모아 한 바구니에 만 원씩 판다면 고객들에게 당연히 사랑받지 않겠는가. (127쪽)

 

   함부르크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은 각종 바구니들이에요. 과일 바구니엔 각종 과일이, 소시지 바구니엔 각종 소시지가, 해산물 바구니엔 다양한 해산물이 담겨 있어요. 우아, 정말 아이디어더군요. 보통 과일바구니라고 하면 선물용 비싼 바구니가 생각나요. 싱싱하지도 않은 여러 과일을 담아 아주 비싸게 팔잖아요. 내용물도 별로 없어서 제 값을 하는지도 의문스러운 그런 바구니가 아니라 실용적인 바구니를 판다면 정말 대박날 것 같아요. 앗,,, 제가 해볼까요? ㅎㅎㅎ

 

 


 

 

   지금까지 내가 정답이라고 믿고 주장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정답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반성했다. (197쪽)

 

   '폭탄 타코야키'를 개발한 젊은 청년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기존의 형태(사이즈)를 파괴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겄고, 그 관심은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당연히 방송과 각종 매체들에게 관심 가는 취재 대상이 되었다. 이는 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216쪽)

 

   진열 방식에 따라서도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더군요. 저자는 한 시장에서 생선을 세워서 진열해논 걸 발견해요. 누워있는 것보다 더욱 생동감 있어 보여 신선해 보였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저자는 실제로 한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세워서 진열해봤어요. 결과는 말 안 해도 알겠지요? 대박이 났더라는... 그래서 저자는 반성을 해요. 창조적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다는 걸 말해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저자의 자세는 배우는 사람의 자세였어요. 배우는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해요. 저도 저자처럼 정답을 정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생각들을 해야 겠어요. 늘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접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창조적인 사람이 되려고요.

 

 


 

 

   이런 형태밖에 없을까? 다른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평범함을 벗어나 새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방법이다. (226쪽)

 

   과학적인 진열의 첫째 조건은 배려심이다. 나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인 점포를 컨설팅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모든 것이 본인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331쪽)

 

   리필 커피와 함께 핀란드 동전 중 가장 큰 5센트짜리 동전을 건넸다. 뭐냐고 물으니 자신의 가게 커피를 맛있게 마셔 준 데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커피를 더 마시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는 '우리 가게 커피가 얼마나 맛있으면 두 잔이나 마셔 줄까?'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다. (339쪽)

 

   평범함을 탈피하는 게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에요. 커피를 리필하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평범함을 깨고 오히려 돈을 받는다면 그 카페는 손님들로 넘쳐날 거예요. 실제로 저자가 갔던 그 카페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요. 진열을 할 때 내가 편하게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편하게 진열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생각만 조금 바꾸면 되는 거예요.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은 저렇게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한다는 자세가 필요다하는 것이지요.

   끊임없이 새롭게 생각하는 자세가 바로 성공하는 지름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어요. 사업을 할 사람이 아니더라도 멋진 인생을 살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새로움에 대해 늘 생각하며 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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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어느 순간에도 작아지지 않는 新직장인 프로젝트
오병곤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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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자기계발]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오병곤 / 김영사

 

내가 일과 인생의 중심이다

 


 

 

   이 책은 직장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만약 직장을 그만뒀을 때를 미리 준비하라고 말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고 저자는 말해요. 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지금 회사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지금 회사에 오래 안 다닐 생각이더라도 최선을 다해라. 살아보니,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새더라. 지금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에 가도 똑같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더 좋은 회사 가면 최선을 다해 일할 것 같지만, 이미 최선을 다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뱄기에 그저그런 인생이 된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후배는 제 말을 잘 알아듣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일했어요.






   직장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실험하고, 부딪치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배움의 현장인데 월급까지 받는다면 일거양득 아닌가. 이런 인식 전환에 성공하면 1단계는 통과한 것이다. (26쪽)


   행복은 인생 최대의 목적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행복을 내일로 유예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일의 열매를 믿지 말고, 오늘의 열매를 믿어라. (74쪽)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어떻게 일을 할까요? 일을 해야 월급을 주니까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기만 해요. 일을 하며 즐거움도 느낄 수 없고 보람도 없지요. 이렇게 일하면 아무런 득이 없어요. 100세까지 사는 시대인데 50만 넘어가도 회사에서 나와야 해요. 아직 인생의 반이 남아 있지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면 다른 어떤 일을 해도 잘할 수 있거든요. 저자도 제 생각과 비슷했어요. 바빠서 인생 2막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말처럼 안타까운 말도 없어요. 시간을 조금씩 내면서 반이나 남은 인생을,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했을 때의 상황을, 급작스럽게 이직이나 전직을 해야 할 상황을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하니까요.


   바쁨은 본래 허망한 것이다. 바쁠 망忙 자는 마음心이 없음亡을 뜻하는 것으로 마음이 머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진심 없이 그저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28쪽)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인생이 즐거워진다. 1년에 한두 개는 찬란한 삶을 획책할 수 있는 신 나는 일을 계획하고 시도하라. 지루하고 반복된 삶에 균열을 내고 자유로운 공기로 가득 채워라. (196쪽)


   흔히 책을 보지 않는 이유를 '바빠서'라고들 말해요. 제가 책전도자를 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에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눈이 잘 안 보여서'라는 변명이라도 하지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다'는 변명을 해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 말하면 모두들 자신의 변명을 부끄러워 해요.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다는 걸 깨닫거든요. 시간은 내기 나름이고 일은 하기 나름이에요. 똑같은 일의 양을 시켜도 빨리 끝내고 더 할 일을 알아서 찾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킨 일도 못 끝내고는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둘 중에 누가 더 나은 삶을 살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거예요. 저는 이 책을 읽고는 저자처럼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어요.






   강점은 타고난 특별한 능력이나 소질을 말한다. 정의하자면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는 사고, 감정, 행동의 반복되는 패턴'이다. 생산적인 쓸모가 있어야 강점이다. (103쪽)


   예전에 《강점으로 일하라》를 10독 정도 한 적이 있어요. 정말이지 제 인생을 바꿨다고 말해도 좋은 책이지요. 강점은 내가 잘 하는 것이어야 하고, 즐거워야 하고, 타인도 인정해줘야 해요. 이게 바로 강점이에요. 왜 강점이 중요하냐면, 강점으로 일해야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약점으로 일하면 어떻게 될까요? 망해요. 아주 간단하지요. 누구에게나 강점은 있어요. 신은 공평해서 아무리 못난 사람에게도 하나의 강점은 주셨어요.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게 중요해요.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게 중요해요. 내 강점을 찾아 그 강점으로 일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내가 망하지 않아요.






   책 뒷부분엔 '자기혁명을 완성하는 14단계'가 있어요. 책만 읽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선 실천을 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실천 길라잡이'로 친절하게 이끌어줘요.

   1단계는 "분석"이에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것이지요. 먼저 나를 알아야 하잖아요. 사람은 생각 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잖아요. 사람은 원래 자신에겐 관대해요. 그래서 가끔은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3단계는 "내 생애 첫 순간과 마지막 순간"이에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서 부모님께 들은 자신의 첫 순간을 글로 써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인생 마지막 순간도 글로 써보는 거예요. 삶과 죽은 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는 없을 것이기에 자신의 생각과 도전을 더욱 확실하게 잡아주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곧 불혹의 나이 40이 되어가요. 그리고 인생 후반전도 12년 정도 남았지요. 저는 가끔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눠요. '내 인생 후반전을 위해 열심히 읽고 쓰고 하고 있어. 난 인생 후반전을 책과 관련된 일을 할 것 같아.'라고 말하면 아내는 '자긴 소설작가가 될 거야.'라고 말해줘요. 아차 싶더군요. 인생 후반전을 위해 부지런이 쓰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쓰고 열심히 읽는다면 멋진 인생 2막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쓰고 읽는답니다. 멋진 인생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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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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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사회] 분노사회 / 정지우 / 이경

 

인간의 여러 감정 중 가장 특별한 감정

 


 

 

   온 나라를 우울로 만든 세월호 사건이 벌써 14일째에요. 오락가락 발표에 대책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유가족들이 분노했어요.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사과를 했어요. 저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며 무능한 정부에 분노했어요. 노무현정부때 재난 관련 매뉴얼을 2천여개 만들고 연습까지 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지우기 과정에서 이 매뉴얼들도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해요. 국가재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매뉴얼만 제대로 있었다면 이런 우왕좌왕 뒷처리는 없었겠죠.






   이젠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어요. 정부의 잘못이 큼에도 대통령은 13일째가 되어서야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했어요. 회의 참석자들만 국민이고 우리는 개새끼인가요? 아니면 노예? 아하~~~ 미개인이군요. 국민이 미개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큰일 날까 봐 국무회의에서 그것도 13일만에 사과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니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겠죠. 국정원 대선개입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뭘 더 바랄 수가 없겠죠.


   내가 믿는 것과 사회의 모습이 일치할수록, 우리의 삶은 부드러워진다. 관념과 현실이 일치할 때, 개인은 사회에 조화롭게 적응한다. 반대로, 내 안의 관념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현실이 내가 믿는 관념과 어긋날 때, 우리는 서서히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한 사회에 분노가 만연해있는 현상은 개인들이 가진 관념이 현실의 사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6쪽)


   이 책은 분노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분노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분노에 대해 사건별로 예를 들며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아주 쉬웠어요. 특히나 일베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일베를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글을 읽으며 그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했어요. 사회문제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외국 서적이라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지 않아서 실감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이 책은 한국인이 쓴 한국사회에 대한 분노를 다루고 있어서 피부로 느끼며 읽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책의 탁월성은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뜨겁게 달궜어요.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이승만 전 대통령,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도망간 왕 등 이런 역사의 되풀이에 대해 분노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장인 대통령도 결국은 혼자 살겠다고 선박직 선원들과 함께 도망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분노해야 하지요.






   집단주의적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단순히 독재 정권의 군대와 폭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한 체제를 지탱하는 데는 강력한 정신적 토대 역시 필요했는데, 그것이 민족과 반공이었다. (65쪽)


   얼마전 청와대 게시판에 하야를 권하는 글이 올라왔어요. 엄청난 조회수로 인해 청와대에선 게시판을 막을 정도였지요.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였어요. 대화를 단절하는 청와대에게 또다시 분노했어요. 어디 이 뿐인가요. 국정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정권 유지와 연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반공만을 외치고 있지요. 정부가 반공만 외치며 재난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기에 매뉴얼도 사라지고 실제로 사건이 터지자 어떻게 할 줄 몰랐던 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받기보다는, 집단적 교육체계 아래에서 획일화된 내용을 주입받는 형태의 교육에 길들여 진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는 교육 체제에서 아이들은 집단화와 획일화를 일찍부터 배우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왕따와 편가르기를 먼저 익힌다. 근래에는 부모들의 경제 수준에 따른 계층화 경향이 청소년층에도 빠르게 확산 중에 있다. 부모와 공교육의 천박한 동맹으로, 아이들은 전혀 시민의식을 담보하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 (90쪽)


   남은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고 가르치는 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나 살겠다고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은 배운 대로 한 것일 수도요.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미친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남을 이겨야, 남을 밟고 올라서야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거니까요. 저는 이런 정신나간 학교에 내 아이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이성과 냉정은 다른 거라고요. 미개하다는 말로 논란이 된 사건으로 인해 '이성적'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교수는 이성적인 게 아니라 냉정한 거라고 말해요. 왜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 생겨났을까요? 왜 사회가 냉정하게 변해갈까요? 남을 이기라고 가르치는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선박사고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선 국영수만 미친듯이 가르치지요.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형 건물에 들어갔다가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폭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구가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리가 다친 사람을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학교가 가르치냐고요. 과연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을 대기업에 취직시키는 기관인가요? 재난사고에 대한 교육도 없고, 감성교육도 없고,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도 없고 오로지 국영수만 가르치는 이 미친 학교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이제 안전을 가르치기 위해 학원에 보내야 할 판이에요.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 꼭 분노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마음이 너무 많이 아프네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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