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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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사회] 분노사회 / 정지우 / 이경

 

인간의 여러 감정 중 가장 특별한 감정

 


 

 

   온 나라를 우울로 만든 세월호 사건이 벌써 14일째에요. 오락가락 발표에 대책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유가족들이 분노했어요.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사과를 했어요. 저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며 무능한 정부에 분노했어요. 노무현정부때 재난 관련 매뉴얼을 2천여개 만들고 연습까지 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지우기 과정에서 이 매뉴얼들도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해요. 국가재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매뉴얼만 제대로 있었다면 이런 우왕좌왕 뒷처리는 없었겠죠.






   이젠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어요. 정부의 잘못이 큼에도 대통령은 13일째가 되어서야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했어요. 회의 참석자들만 국민이고 우리는 개새끼인가요? 아니면 노예? 아하~~~ 미개인이군요. 국민이 미개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큰일 날까 봐 국무회의에서 그것도 13일만에 사과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니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겠죠. 국정원 대선개입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뭘 더 바랄 수가 없겠죠.


   내가 믿는 것과 사회의 모습이 일치할수록, 우리의 삶은 부드러워진다. 관념과 현실이 일치할 때, 개인은 사회에 조화롭게 적응한다. 반대로, 내 안의 관념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현실이 내가 믿는 관념과 어긋날 때, 우리는 서서히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한 사회에 분노가 만연해있는 현상은 개인들이 가진 관념이 현실의 사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6쪽)


   이 책은 분노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분노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분노에 대해 사건별로 예를 들며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아주 쉬웠어요. 특히나 일베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일베를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글을 읽으며 그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했어요. 사회문제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외국 서적이라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지 않아서 실감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이 책은 한국인이 쓴 한국사회에 대한 분노를 다루고 있어서 피부로 느끼며 읽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책의 탁월성은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뜨겁게 달궜어요.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이승만 전 대통령,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도망간 왕 등 이런 역사의 되풀이에 대해 분노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장인 대통령도 결국은 혼자 살겠다고 선박직 선원들과 함께 도망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분노해야 하지요.






   집단주의적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단순히 독재 정권의 군대와 폭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한 체제를 지탱하는 데는 강력한 정신적 토대 역시 필요했는데, 그것이 민족과 반공이었다. (65쪽)


   얼마전 청와대 게시판에 하야를 권하는 글이 올라왔어요. 엄청난 조회수로 인해 청와대에선 게시판을 막을 정도였지요.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였어요. 대화를 단절하는 청와대에게 또다시 분노했어요. 어디 이 뿐인가요. 국정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정권 유지와 연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반공만을 외치고 있지요. 정부가 반공만 외치며 재난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기에 매뉴얼도 사라지고 실제로 사건이 터지자 어떻게 할 줄 몰랐던 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받기보다는, 집단적 교육체계 아래에서 획일화된 내용을 주입받는 형태의 교육에 길들여 진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는 교육 체제에서 아이들은 집단화와 획일화를 일찍부터 배우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왕따와 편가르기를 먼저 익힌다. 근래에는 부모들의 경제 수준에 따른 계층화 경향이 청소년층에도 빠르게 확산 중에 있다. 부모와 공교육의 천박한 동맹으로, 아이들은 전혀 시민의식을 담보하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 (90쪽)


   남은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고 가르치는 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나 살겠다고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은 배운 대로 한 것일 수도요.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미친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남을 이겨야, 남을 밟고 올라서야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거니까요. 저는 이런 정신나간 학교에 내 아이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이성과 냉정은 다른 거라고요. 미개하다는 말로 논란이 된 사건으로 인해 '이성적'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교수는 이성적인 게 아니라 냉정한 거라고 말해요. 왜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 생겨났을까요? 왜 사회가 냉정하게 변해갈까요? 남을 이기라고 가르치는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선박사고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선 국영수만 미친듯이 가르치지요.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형 건물에 들어갔다가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폭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구가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리가 다친 사람을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학교가 가르치냐고요. 과연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을 대기업에 취직시키는 기관인가요? 재난사고에 대한 교육도 없고, 감성교육도 없고,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도 없고 오로지 국영수만 가르치는 이 미친 학교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이제 안전을 가르치기 위해 학원에 보내야 할 판이에요.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 꼭 분노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마음이 너무 많이 아프네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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