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낭자열전 2 - 진영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2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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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로맨스] 조선 낭자열전 2 진영낭자전 / 월우 / 아름다운날

 

혼인을 하자니 가당치도 않소

 


 

 

   로맨스소설 시대물을 읽는 맛 중에 하나가 그 시대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를 읽는 느낌일 거예요. 이 소설도 시대물이다보니 오래된 언어를 읽는 맛도 좋았어요. 또 하나의 시대물 로맨스의 맛이라면 현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1편에선 열녀가 되겠다는 은호낭자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요즘 시대에도 열녀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열녀라는 걸 만들어낸 작자들에게 화가 나잖아요. 어떤 미친 인간이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열녀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억압받으면 살았는지요. 이 책 2편에서도 역시 이 시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불가에 귀의하여 비구니로 살겠다는 여성 진영낭자가 나와요. 요즘으로 표현하자면 수녀가 되겠다는 여자라고 하면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우선 이 소설에 대해 설정적 문제점을 말해보자면, 아무리 어머니 아버지가 죄를 지었어도 자녀가 부모를 고발할 수 있겠느냐는 거예요. 글쎄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법도 가족에게는 범인 은닉죄를 묻지 않아요. 가족이 죄를 숨겨주는 건 본능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지요. 원래 가족은 살인죄를 지었어도 숨겨주고 싶은 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그걸 온 천하에 알린다는 걸 저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런 무리한 구조적 상황설정은 이 소설의 완성도에 방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부모가 아니라 그냥 계모 계부라 하면 좀더 나았을지도요. 나아준 은혜보다 키워준 은혜가 더 크다는 것도 있지만요.

 

   진영낭자와는 친자매와 다름없는 사촌 민영. 진영의 부모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민영을 죽이고 말아요. 이를 안 진영. 부모를 죽을 처지로 만들고는 속죄하겠다고 절로 들어가 비구니가 되려고 하지요. 그 곳에 성현이 나타나요. 두 아이가 있는 이 남자는 재산을 털어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줬다며 그 댓가로 진영과의 결혼 승낙을 받았다고 해요. 진영은 자신은 결혼할 수 없다며 그 돈은 갚아주겠다고 하지요. 겨우 극형을 면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러 도성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는데... ^^

 

   스토리는 아주 좋아요. 어찌나 재밌던지 쉬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정도였어요. 처음에 참 밉상으로 나온 성현. 그가 과연 정말 돈만 아는 사람이었을까요?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성현의 사정이 나오는데... ㅎㅎㅎ

 

   저도 소설을 써야 하는데 요즘은 손을 못 대고 있어요. 태어난지 이제 3주인 아들은 밤에 잠도 안 자고 울어요. 하루는 제가 새벽 3시경까지 안아주다가 아내에게 인수인계하고 잠을 자고, 다음날은 너무 피곤해서 골아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야 철이 든다는 말을 체험하고 있지요. 날 나아준 엄마와 아빠도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생각하면서요. 나중에 진영낭자도 엄마가 되면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지난 행동들을 뉘우칠 날이 올까요?

 

   제가 1편 은호낭자전 리뷰에선 월우 작가님의 문장력이 좋아졌다고 적었어요. 그런데 2편 진영낭자전을 읽으면서는 문장력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이 도로 바뀌었어요. 1편 은호낭자전이 잘 읽힌 게 이상할 정도로 2편 진영낭자전은 너무 과도하게 사용한 쉼표로 인해 독서에 방해가 되었거든요.(어쩌면 1편과 2편의 교정교열본 분이 다를 지도) 이 과도한 쉼표는 엉뚱한 곳에 찍히기도 했어요. 게다가 주어와 동사가 다른 문장도 몇 개 발견했어요. 비문도 간혹 보였고요. 제가 월우 작가님의 첫 소설 《조선왕비 간택사건》 리뷰에선 초보작기이기에 우연 남발과 부족한 문장력은 봐줄 만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문장을 고치지 않으면 혹평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스토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능력만으로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어요. 좋은 작가는 잘 읽히는 문장을 써야 하고 우연남발이 아닌 탄탄한 구성력을 갖추어야 해요. 다음 작품은 좀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잘못된 문장

 

130쪽: 성현도 이현의 그런 걱정과 속내를 알았지만, 싫다는 표현 한 번 아니 짓지 않고 순히 그러자고 따랐다.

-> '아니 짓지 않고'??? 짓지 않는 걸 안 했다? 그럼 지었다는 건가요? 그런데 문맥상으로는 짓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니 짓지 않았다는 건 지었다는 것 아닐까요? 이런 실수가 나온 이유는 '아니 짓다'라는 표현 때문이에요. '짓지 않다'를 시대물 특성에 맞게 '아니 짓다'라고 표현하며 실수한 것으로 보여요. 이 문장에서 쉼표를 빼고 '아니 짓지 않고'를 고쳐보면 '성현은 이현의 걱정과 속내를 알면서도 싫다는 표정 한 번 아니 짓고 순히 그러자고 따랐다.'가 되겠네요.

 

103쪽: 연모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서고 싶지 않은 연회에 서, 맛보지 않아도 될 수치를 맛보며 받아들인 돈이었다.

이 문장에선 쉼표를 잘못 썼어요. 곳곳에 찍힌 과도한 쉼표 중에 하나지요. 이 문장에는 주어가 정확하지 않아요. '서' 옆에 쉼표를 찍으면서 더 애매해졌지요. 주어는 앞문장에 있어요. '기녀가 방금 향갑노리개를 사느라 치른 돈(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듣고 서고'에서 '고'를 연달아 사용하면서 두 단어가 마치 하나로 보이는 착각을 하게 했어요. 하지만 두 단어는 완전히 분리된 단어에요. 이를 분리하기 위해선 '연모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로 바꾸는 게 좋아요. 이 문장을 자연스럽게 고쳐보면 '연모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후부터 서고 싶지 않은 연회에 나가 맛보지 않아도 될 수치를 당하며 받은 돈이었다.'가 될 거예요. '맛보지 않아도 될 수치를 맛보며'도 동어 반복으로 좋은 문장이 아니거든요. '서고 싶지 않은 연회에 서'에서도 '서다'가 반복되고 있어요. 이 한 문장은 동어 반복이 두 단어나 나오고, 쉼표를 잘못 찍었으며, '듣고 서고'를 하나의 문장으로 착각하게 하는 등 잘못된 문장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53쪽: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반성조차 아니 하는 아비의 모습에 진영의, 그나마 아비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가고 있었다.

이 문장은 비문입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딱 보이듯이 쉼표의 잘못 사용이에요. 이 문장을 줄이면 '진영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가고 있었다'에요. '진영의'의 앞 말은 얼어붙은 이유를 설명하지요. 쉼표를 찍는다면 '진영의' 뒤가 아니라 앞에 찍어야 맞아요. 고쳐보면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반성조차 아니 하는 아비의 모습에, 그나마 아비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던 진영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가고 있었다.'지요. '그나마 아비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던'은 '진영의 마음'의 수식어에요. 수식어의 위치가 잘못되었어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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