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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 좋은 카피를 쓰는 습관 ㅣ 좋은 습관 시리즈 5
이원흥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7월
평점 :
한국책 값, 너무 오랫동안 오르지 않았고(올랐는데 내가 감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오른 게 이제 체감된다. 이 책으로 체감된다. 작은 판형에 150여 쪽 분량. 광활한 여백, 노안에는 유익했던 '큰' 글자.
이 책이 독자에게 약속한 공약을 보자.
1, 2번이 이 빈약한 분량으로 과연 충족될 수 있을까?
책 소개에서 책 두께는 가늠되었다. 그러나 '책은 도끼다'의 박웅현 작가가 '축복'이라 찬탄해 마지않으니 '엄청난' 카피라이터일 것이다...그렇다면 단 10페이지라도 무언가 있으리, 했다. 무언가 '다르리' 했다. 카피라이터만으로도 그런 기대는 충분한데, 필시 '엄청난' 카피라이터일 테니까. 그런데 책을 보고('읽고'라는 표현을 쓰기도 좀...그만큼 활자가 너무 없다는 느낌이라), 뒤늦게 공약을 다시 보니 그만, 헛웃음이...왜 헛웃음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보길 추천한다(쓰고보니 책 추천리뷰가 돼버렸다)
3번은 넘어가자. 나는 '전력'에 카피라이터가 있고 지금도 간간이 카피를 쓰기에
3번에 관해 꽤 잘 알고 있으므로.
4번은, 이 책의 저자에게 내가 되묻고 싶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5번. 5번. 5번. 아, 5번.
가슴에 새길 인생 카피 백 개를 실을 공간은 확보하고 이런 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백 개쯤 아니어도 좋다. 가슴에 새길 인생 카피 한 두 개라도 있었다면 이런 소리 안한다.
혹시, 뒤 부분에 실은 자신의 SNS 포스팅 모음을 말하는 것인가???
거기서 알아서 건져 가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자신의 SNS 포스팅은 전부가 '남의 마음을 흔드는 카피'라는 것인지. 다시 공약을 찬찬히 읽어보니...이런...내 '독해력'의 문제였구나!
가슴에 새길 인생 카피 백 개쯤은 만나고 싶은.........이란,
이 책에서 만나라는 게 아니라 "당신이 그런 카피를 써서 만나라'는 뜻인가보다!
아뿔싸. 독해'력'의 미흡은 큰 글자로 해결이 안 되는구나...
그렇다면 5번도 패스...하려다가, 멈추고, 묻고 싶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면 인생카피 백개쯤 쓸 수 있다는 뜻입니까?하고.
순수한 질문에 약간의 '답정너' 톤을 얹어서.
물론, 저런, '~~하고 싶은 분들'이란 텍스트가 "이 책을 읽으면 다 이루어집니다"가
아닌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관련은 있으니 '이런 분'하고 부른 게 아닌가. 초대한 게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가슴에 새길 인생 카피 백 개쯤'으로 선명한 '수량화'를 동원했다면, 아주 작더라도, 그 책임은 지자. '백 개쯤'은 '열 개쯤'과 다르다.
그 책임은 지자. 하필 '백 개쯤'인 책임은 지자. 이렇게 얄팍한 분량으로, '인생 카피 백 개쯤'의 기반이나 토대나, 아주 낮춰 '조각'이라도 가져갈 수 있으려면 독자가 '깜냥'을 갖춰야 할 판이다. 그런 깜냥되는 독자는 아마 더 두꺼운 책을 열심히 독파하고 있을 것이다.
-현직 카피라이터가 예비 카피라이터에게 펼쳐 보이는 카피 노트
정도면, 책임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피'는 거의 없고, '메모'나 '단상'은 있다.
현직 카피라이터의 메모나 단상만 보고 위의,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있는 '이런 분들'...
대단한 깜냥일 것이다.
책 띠지에 이렇게 추천사가 있다.
"나에게 이원홍은 축복이다"
-'책은 도끼다' 저자 박웅현
내 책꽂이에 4권이나 꽂혀있는 박웅현 작가의 책을 문득, 쳐다보았다.
나도 그가 느낀 축복의 한 조각을 나눠 갖기를 기대했더랬다.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라고 하길래, 내 마음이 좀 흔들려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남의 마음을 흔들어야 하는 카피라이터 지망생 혹은 초보들을 위한 마인드 트레이닝 책인 걸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내 눈치늦음이 단단히 한 몫한다. 인정한다. 그런데 카피라이터 지망생/초보라면 더 많은 '말'이, 더 많은 '카피'가 유용하지 않을지. 그리고 '노안을-배려하지-않았다면-다른-이유가-궁금해질-정도의 큰 활자'가 굳이 필요한지.
책값 오른 걸 감안해서 10,000원 정도면 적당하지 않나 '혼자' 생각해 본다. 독자로서는, 분량에 비해 책값이 비싸다는 마음은 '억울함'이다. 이책에서 나는 '억울함'을 느꼈다. 나 혼자 기대가 컸지만 그 근거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빈약할 항변을 해 본다.
이 억울함은 순전히, 노안이 오려면 한참 남은 '청춘의' 카피라이터 지망생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자위할 밖에...
책을 훑어보고 살 수 있었다면, 선 자리에서 다 보고, 사는 것 까지는 않는,
독자란 이가 할 수 있는 '최소의 비양심적 행위'의 주체가 되기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