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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칼럼 매캔 지음, 이은경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5월
평점 :
위대한 자들은 의도적으로 규칙을 꺤다. 규칙을 깸으로써 언어를 다시 만든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든 언어를 이전에 아무도 사용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구사한다. 그리고 그 언어를 거듭 철회하면서 자신만의 규칙을 꺠고 또 깬다. (25p)
소설을 쓰면서 늘 드는 회의는 이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써먹었던 소재요, 다 했던 이야기들인데
새삼스럽게 내가 왜 또 쓰고 있는가?
소재를 하나 잡아서 쓰려고 자리를 잡는다.
첫문장 한 줄 쓴다.
혹시, 비슷한 소설이 먼저 나온 게 있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있다....
에라이...
문서를 삭제한다.
다시 다른 소재를 하나 잡아서 쓰려고 자리를 잡는다.
첫문장 한 줄 쓴다.
혹시, 비슷한 소설이 먼저 나온 게 있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있다...
아예 첫문장마저 비슷하다.
토씨 정도 다르고.
에라이...
의도치않은, 표절이 아닌가.
이 정도 되면 소설 쓰기 싫어지게 마련이다.
스승님께 이메일을 넣었다.
"선생님, 제가 쓰려는 걸 다른 사람들이 다 써먹었어요."
마음 좋은 스승님이 화나시는 거 꾹 누르고 보내주신 답신.
소재는 같으나 그대가 쓰는 방식도 같은가?
첫문장이 같다고 해서 방식조차 같은가?
아닐 것이네.
그대는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네.
아무도 그대를 흉내내지 못하네.
읽지도 않은 소설을 대체 어떻게 흉내낸단 말인가.
우연히 비슷해 보여도 그건 확연히 다른 작품이라네.
그러니 당당하게.
웃어, 넘기게.
그 말에 용기백배.
새 문서를 열어 첫 문장을 또각또각, 찍어냈다.
한 방울.
내 소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마, 어디선가, 분명 또 비슷한 게 있을 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