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도 과장도 아니다.

나는 내 평생 

가장 감동적으로 

장 짧은 문장을 이 책에서 만났다.


연필은 시인의 목발

부러져도 살아나는,



이책 34p) 

출처는=박연준, [예술은 낳자마자 걸을 수 있는 망아지처럼 태어나는 것 같다], <밤, 비, 뱀>, 현대문학


문장으로서 해 낼 일은 채우는 것이요,

메타포로서 해 낼 일은 떠올리는 것일 테다.


고작

연필, 정도에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채워졌고,

떠올렸다.


한 시절, 길거리에 쪼그려 종이를 팔았던 탓에 

평생을 남몰래 절뚝여야했던 아비만  떠올렸던 건 아니다.


이제 그 아비가 팔던 종이에 글쓰며 살아가지만, 

어쩔 수 없이 아비처럼 절뚝이는 나도 떠올렸다.


이제 목발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아비의 침상 곁에서

이 자식은, 부러져도 살아나는 연필을 놀린다.


내 평생 가장 감동적인 문장을 만났으니

난 한동안은 절뚝이지 않을 수 있을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