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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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당이 강요하는 세계관을 가장 훌륭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이 그들에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현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주입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주장인지 그들이 결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가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차릴 만큼 시사 문제에 관심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해가 부족한 덕분에 그들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엇이든 그냥 받아들여 꿀꺽 삼켰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곡식 한 알이 새의 몸속에서 전혀 소화되지 않은 채 소화관을 통과하듯이, 당이 강요한 주장이 그들에게 아무런 찌꺼기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었다.(238p)


누군가의 어떤 말을 가장 훌륭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쩌면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정말로, 진실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말과 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의문을 가져야 옳다.


이해하면 의문을 가져야 옳다.


이해한다는 것과 그 사람이 '옳다'는 것은 별개일 수 있으므로.


그 사람이 '옳다'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 간극에 질문이 남게 마련이다. 


하다못해,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것에라도 질문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타인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공감일 지 모르나

'공중'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의문이다.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에 대한, 응시다.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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