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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웅 - 국내 첫 여성 장례지도사가 전해주는 삶의 마지막 풍경, 개정증보판
심은이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조금은 더 충분히 듣고 싶은 죽음 이야기들이었다.
퉁명스러운 듯 뭉툭하게 끊어지는 감정들이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야속해질 때가 있었다.
그러다 느꼈다.
일면식도 없이 살다가 주검으로 마주한 타인의 죽음을 놓고
길게 말한다는 자체가 폐라고...
어째서 이야기들이 짧게 끊어지는지 알 것 같았다.
글을 잘 쓴다고도 할 수 없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감정의 고조없이 담담하게...
많이 밋밋해 보일 정도로.
슬픔을 굳이 다른 것으로 표현하려 애쓰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내 '아마추어' 문장가로 여겨질 정도로
슬프면 슬프다, 안타까우면 안타까웠다, 정도가 고작인.
자꾸 읽다 보니 슬프면 몸을 뒤틀며 울었다, 보다
그냥 슬프다고 하는 게 더 슬퍼졌다.
저자가 대하고 있는 것은 '죽음'이니까.
거듭 말하지만, 타인의 죽음 앞에서 제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봐야
교활할 뿐이다.
말없는 죽음. 입닫은 인생.
하지만 그렇다고 순전히 허무만 하랴.
그들이 짧고 긴 생애동안 밟은 땅의 면적만큼이라도
그들이 보고, 그들을 본 사람들은 있었다.
사람이 없었다면, 새가 있고, 꽃이 있고,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장례지도사로서 '아름다운 배웅'을 담당한 저자에게 머리숙여 대신,
감사를 전하고픈 심정이다. 나도 언젠가는 말없는 죽음을 맞을 것이므로.
이 책을 읽고 참을 수 없는 게 있어,
내 독서노트에 끼적거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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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인이 자살을 선택했다.
저자가 말한다. 타인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로
목숨을 스스로 저버릴 수 있는 사람이 정신지체일까.
나는 생각한다.
혹시, 그가 정상이고, 우린 정신과잉이 아닐까, 하고.
남에게 고의로 폐를 주고도 말짱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정신과잉이 아닐까 하고.
남에게 폐가 될까 스스로 목숨을 버린 지적장애인의 죽음 앞에서
나는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
저자는 '아름다운 배웅'이라도 해 드리는데,
나는 배웅조차 못하겠다.
남에게 폐가 될까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한
그 '남'에게 나는 속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기 바쁘다.
죄송하지만...배웅은 그 다음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