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면 재미있게 - 빠져드는 이야기를 위한 15가지 작법
벤저민 퍼시 지음, 이재경 옮김 / 홍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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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비밀이 스며있다. '재미'에 관한 비밀이다. 재미있는 글쓰기에 관한 비밀이다. 비밀스럽기에, 그게 적용과 활용이란 실천으로 승화될 지는 미지수긴 하지만 그 몫은 순전히 독자의 깜냥에 속한 것이고. 이 책의 백미는 제목이 그대로 투영된 메시지!


쓴다면 재미있게 좀 쓰자, 제발. 


재미가 뭔지도 모르면서 재미를 '얕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의 재미없는 글을 읽기란 얼마나 괴로운지, 그건 고문임을 제발 좀 알아주길. (리뷰쓰면서 내 말에 밑줄긋기)


재미있는 글쓰기는 유익한 글쓰기보다 훨씬 수고그러울 뿐더러, 누구나에게 허락되어지지도 않은 무엇이다. 하긴, 그래서 재미있게 못 쓰는 지도 모르겠지만. ====> 딜레마


재미가 뭔지 모르고 글쓰는 이들에게 꽂는 유의미한 일침. 

책으로 도끼만 맞지 말고, 침도 좀 맞자.

깨닫지만 말고, 양심의 가책도 좀 느끼자.

재미없는 글쓰는 당신! (물론, 나를 포함해서다. 그러니 지적이나 훈계가 아니라 자성의 소리다.)


이 책의 백미는 그 따가운 일침과, 놀라운 번역.


훌륭하다는 말로는 모자란다. 놀랍다.

'쓴다면 재미있게'란 제목과 제목에 걸맞도록 재미있게 쓰인 이 책을 재미없게 번역하면 어쩔 뻔 했나. 워낙 원서가 탄탄해서 번역까지 재미있어졌는지, 그닥 재미없는 책을 번역자의 수고와 재능으로 재미있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원서를 사서 같이 보고 있기에 곧 알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을 같이 읽어 본 결과는 '같이 간다'. 이건 번역문학에서 최고다. 저자와 번역자가 대등하게 동등하게 조화롭게 같이 가기-. 말 그대로 '동행'.


이런 걸 두고 '환상의' 조합이라 한다. 

저자가 번역자를 잘 만났다.

이런 걸 두고 '행운'이라 한다.


저자가 번역자를 심사해서 고르는 것도 아닌데(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훌륭한 번역자를 만났다. 내가 다 즐겁다. 독자로서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딨겠나 말이다. 재미있기 그지없는 책을 재미있기 그지없게 읽을 수 있으니.


다시 짚지만, 쓴다면 재미있게 좀 쓰자, 제발.

이 책 읽고, 그대에게 없는 재미, 제발 좀 찾아봐 주시길.


있다면 키우고, 없다면 찾기를.

이 책 한권으로야 안 되겠지만 침 맞았으니 

막혀있던 '재미혈'은 뚫렸기를.


그 생각만으로도, 또 즐거워진다. 

앞으로 얼마나 재미난 책들이 많아질런지.

그러려면 이 책, 많이 팔려야 한다. 기필코.


앞으로 재미없는 책을 보면, 아무 말 없이 이 책을 두고 가련다. 

대학 때 ‘예술과 건축의 역사‘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플록에 대한 강의 중에 나는 미련하게도 손을 번쩍 들고, 캔버스에 물감을 잔뜩 튀겨 놓은 것이 어떻게 예술이냐고 물었다. "이게 뭐죠? 하려는 이야기가 뭐죠?" 나는 수백 명의 학생이 모인 강당에 대고 말했다. "저것과 쓰레기의 차이가 뭔가요?"

이쯤에서 장르 소설과 순수문학 소설 속 최악의 요소들은 던져버리고, 최고의 요소들을 융합하자. 그러면 새로운 종류의 분류법이 탄생한다. 이제 서점에 들어서면 상품을 깔끔하게 둘로 나뉜다. ‘형편없는 이야기들‘과 ‘내 지성과 감성에 영양분을 듬뿍 들이붓는 이야기들.‘

늘어지는 대화를 꼭 써야겠다면, 그럼 젠장, 캐릭터들에게 뭔가 할 일이라도 주자. 할 일을 주라는 것이 담배나 맥주를 주라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스테이크를 굽게 하거나, 카니발에 보내거나, 종이반죽으로 탈바가지라도 만들게 하거나, 막히는 도로공사 구간에라도 넣으라는 뜻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가장 근복적인 이유를 잊지 말자. 그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서다. 매력적인 문장과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도시경관과 정교하게 빚은 메타포에 투자하는 노력은 그것이 스토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때만, 독자를 추진하는 동력에 기여할 때만 존재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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