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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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과거, 한국은 강대국의 틈 사이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변방의 한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외국에서 어쩌다 Korea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가 베트남을 전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한국을 전쟁으로 기억했다. 못살고 못입고 못먹는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이 고아원에서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나라로 각인된 기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외국인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같은 세기 동안 한국은 큰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에 때로 자만함과 의아함 섞인 자조를 발견한다. 새로운 패션,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집, 새로운 길, 새로운 문화, 새로운 제도, 우리가 5000년 동안 세대와 세대를 통해 전하고 받아서 다시 전해온 것들은 멸시와 천대 속에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언제든 부수고 새로 만들 수 있는 윤나고 반짝반짝하고 편하고 가벼운 것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발전이라고 불렀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은 예일대에서 중문학 학사, 동경대에서 비교문화학 석사, 하버드에서 동아시아언어문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으로 현재는 경희대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어에 능통한 분이다.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의 아내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으면서, 매운 음식도, 불고기도 싫어하며 한류의 핵인 아이돌의 노래도 모르고 드라마도 보지 않는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적인 것,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사라져가는 한국적인 것을 발견햇고, 그것을 사랑한다. 이 책은 이만열이라는 한국식 이름까지 가진 저자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책으로, 책의 전반에 걸쳐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것으로부터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찾고 세계로 도약하자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샘해밍턴처럼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에서마저 외면하고 버려지는 한국적인 전통을 찾아 연구하고 이것을 다시 현재의 한국적 현실에 적용하고 발전시키자고 제안하는 만큼의 애정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기초한 깊은 애정을 그의 글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한국 홍보의 핵심 개념으로 선비 정신을 추천하고,  세계와 인간을 읽는 틀로서 주자학을 바탕에 둔 소박하고 검소한 전통적 사상을 한국적 삶의 가치로 삼고 극도의 소비 문화와 환경 문제를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없어져가는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 새마을 운동과 함께 없어져 간 수많은 그 푸근하고 애틋하고 소박하기 짝이 없는 초가 지붕의 시골 집들은 대체 그걸 없앤 사람의 딸이 지배를 하는 이제는 부자가 된 이 시점에서 그것의 대대적인 몰살에 대해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도, 책임을 지려 하는 사람도 없다. 이만열은 그렇게 한국인이 잃어버린 것들  값싸고 인스턴트적 직각의 생활공간과 무비판적 서구문화 추종으로 인해 버려진 수많은 한국적인 것들이 사실은 더없이 훌륭하고 가치있고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주요 문화 유산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공기와 물의 원활한 흐름과 자연과의 조화와 배치를 분석하는 풍수지리를 하나의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고, 생태도시의 롤모델이자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주요 문화자원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우리가 오래 전에 버려 버린 한국적 문양, 자개와 목조 공예를 새로운 디지탈 기기들의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나는 누가 한 나라의 문화와 속성에 대해 자신이 가진 약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시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이러니 저러니 떠드는 것을 아주 경멸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대체로 내가 평소에 나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것들과 비슷하다. 다만 그가 제시하는 세계는 더 넓고, 한국인이 갖는 내 애착보다 더 크고,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부끄럽지만, 저자가 여러 번 책에서 지적했듯, 외국인이 한국에서 오래 살면서 함께 일하고 대화할 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그 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걸 신기하게 여기는 것 또한 잘못된 편견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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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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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는 융합학문이다. 즉, 이 책은 세상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지금 현재까지의 과학이며 역사이고, 문화 인류학의 통합된 세계이다. 미국에선 이 분야를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과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빅히스토리라는 영상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만든 텍스트 북인데, 그 대상이 중3에서 고1까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설명적인 사진과 그림과, 도표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문체도 경어체로 친절하다. 수식으로만 가득찬 과학 교과서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해못함을 증오했던 그 시절 생각에, 중고등 교재가 이정도라면 공부할 맛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태초에 신이 있었다면, 만일 그 신은 빅뱅의 순간, 그 아무것도 없는 무로부터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것으로 변화시켰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은 자신을 숭배할 인류가 출현하기까지의 그 기나긴 억겁의 시간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심심하게스리..

 

우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어떤 계기를 통해 빵 하고 터진 후 팽창해나가고 있다. 이것은 천문학적으로 우주가 팽창한고 있다는 증거로부터 시작된 가설이 점차 더 많은 증거를 통해 힘을 얻고, 진리로 굳어져가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만약 우주가 현재 팽창한다면 머나먼 과거 어느 시점에 우주는 엄청나게 작았을 것이며,그 공간은 매우 조밀하고 매우 작았을 것이다.  당시 정상 우주론을 처음 주장한 프레드 호일은 이 아이디어를 풍자적으로 비웃어 빅뱅 이론이라 칭했고, 그렇게 그 이름이 굳어졌다. 빅뱅 우주론은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 혹은 우주 창조의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빅뱅 이후 바로 찰라적 순간인 10의 마이너스 36승 초 부터의 일들부터는 비교적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충분한 근거와 증거들을 가지고 설명한다. 별의 탄생은 우주 전체에 걸친 동일한 온도, 동일한 밀도, 동일한 유형의 원소 구성 상태에서 아주 지극히 미비한 만큼의 차이에 의한 발생한 빅뱅 이후의 첫번째 임계국면으로, 그 무수히 많은 별들의 탄생과 소멸 과정을 통해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다양한 원자들을 풍부하게 만들어 냈다.  그 이후 행성의 탄생, 최초 생명의 탄생, 그리고 진화, 인류 역사까지 이 한권에서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룬다.

 

이 책 한 권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해하고 우주의 탄생과 문화 인류의 기원을 모두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원자와 분자 같은 확립된 기본 개념은 좀 더 쉽게 그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고, 전혀 몰랐던, 우리가 학교에서 과학 시간에 이런 것들을 다루기에는 아직 그 주장이 보편적 진리로 확고하게 정립되기 전이어서 배우지 못했던 그냥 오며 가며 이런 주장도 저런 주장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흐릿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즐겨보는 미국의 시트콤 빅뱅 이론의 가사가 생각났다.

빅뱅의 순간과 함께 흘러간 시간과 비례해서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our whole universe was in a hot dense state.

then nearly 14billion years go expansion started... wait

the earth began to cool, the autotrophs began to drool

neanderthals developed tools, we built the wall, we built the pyramids.

math, science, history, unraveling the mystery

that all started with a big bang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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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롬 그루프먼 & 패멀라 하츠밴드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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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사를 잘 믿지 않는다. 의사의 지식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학이라는 분야의 불확실성과 투약, 주사, 수술과 같은 의료 행위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의사의 신중하지 않은 선택을 의심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은 잘 주워먹는 편이다. 진통제나 지사제, 수면유도제 같이 직접 삶의 질에 즉각적으로 개선을 주는 의약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는 관리용 의약품을 먹는 기준은 결국 나의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관과 편향을 반영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의료 행위에 대한 의사와 환자와 보호자의 가치관을 사례를 통해 적고 있다.


같은 질병이라도 전문가 사이에서 치료 방법은 다르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 위원회에서 각각 치료 기준이 다르다. 치료의 효과보다 부작용을 더 걱정하는 것을 손실피경향이라고 하고, 인위적인 치료보다 자연치유법이 훨씬 더 현명하고 안전하다고 강하게 있는 신념은 자연주의적 편향이고,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개개인의 경험을 가용성 편향이라 한다. 이런 저마다의 가치 기준에 의해 의사건 환자건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치료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순효과라는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순효과란 치료로 얻는 효과에서 부작용을 뺀 것이다. 어째꺼나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가용성 편향이며 일화는 단지 n분의1인  여러가지 경험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일화에 강한 인상을 받아 생각을 왜곡하게 되므로 이성 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가용성 편향은 이미 일찌감치 극복했고 치료효과가 거의 없는 자연주의 편향은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내게 잘 안맞을 뿐더러 거기에 개입된 상업주의와 미신적 요소들은 불신을 부축인다. 손실회피경향이 두드러지지 않는 이유는 두통이 지속되는 상태라든가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야하는 상태가 알약 한알이면 말끔히 없어진다는 경험적 지식이 다른 선택의 여지를 말끔히 없애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다른 유전자 조합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 고유한 존재다. 치료 방법은 통계와 확률이지 진리가 아니다. 내게는 좋은 효과를 내는 펜잘이 비슷한 유전적 조합을 가진, 같은 환경에서 자란 동생에게는 안듣는 것처럼 치료란 개인의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해 바람직한 문서이고 삶이 무의미해지는 광범위한 상황에서 인간이  법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전의료지시서 living will은 본인이 직접 지시할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하게 되었을 때 존엄사할 수 있게 뜻을 밝힌 문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전의료전향서로 도입된지 몇년 안된 걸로 안다. 기도삽관, 혈액투석,영양제 공급 등으로 이미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지의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이다. 내 할머니는 내가 어릴때부터 이와 비슷한 뜻을 분명히 밝혀 오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당사자가 의식불명인 경우 보호자는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었고, 생명 존중의 원칙에만 충실해야 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뜻과 무관하게 존엄하지 않을 지라도 생명을 연장시키지 않으면 살인에 해당될 수 있었기 때문에 원칙에 맞는 그러나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도 할머니는 오랜 당뇨병을 지니고도 장수하셨고 비교적 짧은 병상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셨다. 때문에 나는 이 사전의료전향서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관심을 가졌으나 실제로 이것이 생의 마지막을 직면한 환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미국 의료 드라마에서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고, 어쨌거나 생사의 갈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바람직한 권리로서 치매나 파킨슨과 같은 정신적으로 무의미한 삶에도 죽음을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책에서는 이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한 사람들의 상반된 마지막 사례가 그려져 있다. 건강할 때 작성한 문서는 실제로 죽음과 가까우리 만큼 병이 깊어질 미래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장애인 채로 침대에서만 누워지낸다면 삶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실제로 침상에서 겨우 숨만 쉬며 지내게 되는 일에 적응했을 때 아주 작은 일에조차 행복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준다. 그래서 막상 자신이 상상했던 무의미한 병상에서 오히려 사전의료지시서의 내용과 모순되는 행동을 보인다. 인간의 생명은  스스로 존엄사 따위보다 훨씬 존엄한 것이다. 어쩌면.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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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 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다 ㅣ 메디치 WEA 총서 2
김종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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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상했던 좌익 성향의 책이 아니다. 햇빛 정책을 통해, 민족을 화해시키고자 했던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일어난 연평도 해전으로부터, 천안함을 거쳐 마지막 전투까지, NLL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의 시작과 심화 과정, 전문성을 가진 해군과 육군 중심의 합참 사이의 비합리적 명령 체계와 정당하지 않은(병사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합찹의)  작전의 하달, 시대와 정권에 따라 말과 NLL에 대한 태도와 북한의 의도를 편한대로 뒤집고 주무르는 언론과 당시 책임자들을 날카로운 시선과 당시의 기록,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틈새 없이 분석한다.

 

"원하건대 한 집에 한 명 밖에 없는 귀한 자식들을 한 명도 상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 손을 들어 주면 남은 삶을 하나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영토 분쟁은 대외 관계를 의도적으로 긴장시켜 국민을 흥분하게 하는, 극우세력의 정치적 수단이다. 영토 분쟁을 유발해 민족을 선동한 독재자는 반드시 망했다.

 

힘들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기가 힘들었다. 대개 다른 책들은 받자 마자 후다닥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럴 수 없었다. 소홀히 읽을 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도, 편한 마음의 지적 탐구로서의 책읽기가 불가능한, 나의 이야기, 우리 땅, 나를 구성하는 사회 구성 시스템 안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떨쳐버릴 수 없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휘몰아쳤다. 다섯 번의 서해 전쟁을 통해 우리는 어리디 어린 아직 내 눈엔 아이에 불과한 내 아들 또래의 병사들을 잃었다.  막, 엄마 품을 떠나, 정직하게 군대 가서 해맑게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명령을 따르다가, 거기에서 개죽음 당했다.

 

서북 해역을 우리나라 영해로 표기 하려면 세가지 절차가 필요하다.1. 영해법에 명시해야 하고, 2. 국제사 회에 이를 공포해야 하며 3. 유엔 사무총장에게 그 사실을 기탁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이 절차를 추진할 수 없고 앞으로 추진할 계획도 없다. 한중 어업 협정에도 저촉되고, nll을 영해선으로 인정한 적이 없는 미국과도 충돌한다. 중국인과 미국의 대해서는 공해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영해인, 의도적으로 영토분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실체 없는 산물이다.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 구역이며 1953년 군자 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이자, 이제까지 상호 존중해 온 불가침 경계선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북방한계선 nll은 미국에게는 공해이고 북한에게는 자신들의 영해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이용해 쯤 된다. 한국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서분해안을 사실상 공해로 인정해 줌으로써 중국 어선이나 미국 군함은 한국정부와 아무런 협의 역시 활개를 치고 있다. 오직 북한에 대해서만 출입을 통제하고 우리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아주 이상한 경계선으로 nll 개념이 설정된 것이다.

제1 연평도 포격은 북한 내륙에서 각종 화력이 우리를 공격하려는 징후를 알고도 무방비 상태에서 해상 사격 훈련을 강행하다가 벌어진 사건이다. 지형적으로 우리가 필요한 가장 위험한 공간에서 사격훈련을 하면서도 아무 대책없이 감행한 것이다.

군사 작전에 정치적 의지가 개입되는 수단으로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육군 출신의 합참이 연평도 해군을 직접 지휘, 비상식적이고도 월권적인 전술을 명령했다. 선제공격을 금지시킨 채로 대형함정을 출동시켜 육군처럼 일렬 정렬시켜 현장상황을 악화시킴으로서 우리의 병사들을 총맞을 때만 기다리는 위험으로 몰았다.

이순신 장군이 23 전 23 승이라는 신화적 전승무패 비결은 간단하다. 지는 전투는 절대 하지 않았다.
이 책을 모든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는 군고위층,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들, 언론인들이 보았으면 하는 아주 아주 아주 간절한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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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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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1편을 읽은 지 몇달 지났다. 대기 명단이 가장 긴 책이다. 문제는 끝까지 스토리의 진전이 없이 전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1편은 재미있었다. 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엮여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기대했다. 사회, 문화, 정치 전반에 걸쳐,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거대 중국에 대한 사실감 높은 문체로 주재원과 교포들이 이국 땅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던 1편은 신선했다.  같은 톤의 2편. 똑같다. 그게 문제다.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1편과 딱히 달라진 게 없다. 결국 3편에서도 이러다가 말겠군 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중국의 실상과 중국 내 한국 비지니스맨으로서의 사고와 행동을 전달해주는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은 여전히 꽌시를 사이에 두고 국내 수출기업들과 중국 내 바이어들과 바이어들의 가족들을 분주하게 상대하며, 등장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역을 한다. 의료 사고로 곤경에 처해 있던 서하원은 전대광의 주선으로 중국 관료 샹신원이 추진하는 성형외과 프로젝트에 차출되어 중국에서 인정받고 바쁜 생활을 한다. 철강회사 직원인 김현곤은 일본인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안으로 좌천되지만, 야심 많은 꽌시의 힘으로 역전의 기회를 잡고, 이 소식을 전달하러 온 전대광에게 고대 도시 시안과 진시황의 왕릉 등 시안의 관광정보 뿐만 아니라,  오래된 유적들이 함부로 파헤치고 급속한 산업 발달로 인한 매연이 가득한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부모의 반대를 이기고 중국 유학생이 된 송재형은 별 사건도 없이  정착해서 잘 사는 것으로 그려지고, 여자친구 리엔링과의 대화를 통해, 중국의 첩문화인 얼라이 문화를 전달하는 역과, 부모를 초대해 중국 짝퉁 시장을 가이드해주며, 중국의 짝퉁 문화를 전달하는 역을 맡았다. 철강 수입의 바이어인 거대 재벌의 젊은 회장 왕링링과 그녀의 최측근 앤디 박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대부호들의 비지니스 세계를 그린다.

 

모든 등장인물과 그 속의 사건들은 소설을 끌고가는 이야기의 구심력이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중국의 모습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달하는 전달자들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일반화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누가 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결과를 이끌었는지, 그런 종류의 소설적 요소는 여기서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배경 위에 사건이 얹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을 조목조목 디테일하게 그리기 위해서 듬성 듬성 별 의미도 없는 사건과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다리처럼 연결시켰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없다. 무언가를 고뇌하고, 무언가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짓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깊게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인물이 없다. 그들의 대화는 우연히 동승한  비행기 옆좌석의 모르는 사람과도 할 수 있는 종류의 대화들이다.  

 

2편에서 전하는 중국은 대략 이렇다. 송재형의 현지 여자친구이자 산아제한의 결과로 외동딸 리옌링의 아버지는 개혁개방과 거센 산업화 물결 속에서 축재한 재산으로 얼라이들을 거느렸다. 리엔링의 아버지는 뿌리 깊은 아들 선호 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아들들까지 낳아 호적에 올리고, 이를 알게 된 리엔링의 가어머니는 이혼 위기에 몰린다. 얼나이는 첩을 말한다. 이 소설을 보면 중국의 부자들과 관료들은 얼나이를 한둘 뿐이 아니라 수십명까지 거느린다. 꽌시 같은 부정 부패와 급속도로 진행된 자본주의 수혜자들의 부산물이다. 사실상의 일부다처제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얼라이들한테서 태어나는 상당수의 여자아이가 숨겨진다. 호적없는 유령 인간이 통계상으로는 1300여만명. 소문에는 1억에서 최대 4억까지도 본다. 또한 여기 저기에서 툭툭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또한 작가의 시선으로 중국을 단순화 일반화한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거대 짝퉁시장, 소수민족을 하나로 묶는 중국인들의 정체성. 중국인에 대한 자부심과 한족 우월의식, 제도만 바뀌었을 뿐 황제-신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패한 정권, 거대하고 파렴치한 짝퉁 시장과 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사업가, 문란한 성관계. 가정 내에서 드세고 우월한 여성의 위치, 불나방처럼 돈을 쫓아 화류계를 이루는 대학생을 포함한 숱한 여성들... 작가는 그런 작은 디테일들을 적기 위해 필요에 따라 아무렇게나 1회성 조연들을 수도 없이 등장시켰다가 거두어갔다.

 

먼 내륙의 서부도시 시안은 역대 17개 왕조 1200년 동안의 수도였다. 진시황의 무덤인 병마용에는 황토와 옥가루를 빚어 만든 실물크기의 6천여명의 병사와 400여 마리의 말과 100여대의 전차가 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이곳의 발굴지역은 진시황 무덤의 1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전대광이 사업차 방문하는 곳은 시안 말고도 칭따오가 있다. 칭따오는 독일 점령의 흔적이 남아 독일풍이 짙게 배어 있는 중국의 동부 연안 도시로 상하이와 함께 장차 동북아와 태평양 시대를 열기 위한 중국의 2대 거점도시이다. 이 책은 칭따오와 시안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대화 형식이라 읽기 편하고 시중의 형식적인 가이드북보다 생동감있고 유용할 듯하다.

 

치파오는 무릎위까지 치마가 터진 타이트한 중국 의상이다.  하양연화에서 장만옥이 조용하고 뇌쇄적 분위기를 발산하던 그 옷이다. 그 옷의 기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있다. 시안 같은 도시에 가서 잠옷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지 말아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웃통벗고 다니는 건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잠옷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중국 사람들이 비싼 잠옷을 신분과시용으로 외출복으로 입고 나선 엉뚱한 유행 바람이 몇년전부터 일어났다고 한다. 웃통벗지말기처럼 정부의 문명 10대 개조 중 하나였다.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조정래 작가의 역사적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받았던 기대치가 장기 베스트셀러라는 드문 현상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한 방법으로서, 태백산맥은 대를 읽고 읽힐 불후의 명작이었다. 태백산맥을 워낙 어릴 때 읽어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읽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 때 받았던 한 작가가 인간으로서 전하는 진정성 같은 것을 느낌으로 기억한다. 같은 사람이 쓴 소설이라고 잘 믿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전반에 걸친 비지니스 가이드 북 정도라고 한다면 더 큰 가치가 될 듯하다.

 

때로, 소설이 이야기를 많이 담지 않고도 소설이 되기도 한다. 소설이 독자가 기대하는 이야기를 담지 않고, 소설의 테두리에서 실헐적이라든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어떤 신선함이 독특함이 동반해야 될 것이다. 정글만리는 제목처럼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사업하며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 디테일은 깨알같고, 전지적 작가시점의 다양한 사람들의 눈으로 본 중국이란 나라의 모습은 제목처럼 정글같다. 그러나 이야기는 구심이 없고, 인물들은 개성이 없고, 책읽는 재미는 소설적 재미를 비껴가 있고, 인물이 만들어내는 대화와 말투는 생동감이 빠져있다. '엄마는 베이징에 왜 왔수?'. 송재형의 여자친구 리엔링이 엄마에게 하는 대화다. 노인정에서 드나드는 정겹고 오래된 모녀의 모습이지 싱그러운 여대생이 엄마에게 하는 말로는 읽히지 않는다. 책의 시간 배경은 바로 지금 현재인데, 말투는 대하소설 속 인물이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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