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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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곳. 긴 한반도의 맨 끝쪽에 위치한, 서울에서 천리 길 강진.  낯설고 물선 그곳 천주학쟁이 사학 죄인을 경계하여 꼭꼭 잠근 문을 닫아 걸은 유배지 절망적 풍경 속에 홀로 참담하게 내던져졌을 때,  추운 겨울 주리고 지친 몸을 누인 곳이라곤 어두운 들판 홀로 서 있던 주막집 뿐이었던 그곳에서, 다산은 겨울을 나고 열다섯 황상을 처음 만난다.  아전들의 경계가 풀어졌을 때쯔음 적적함을 견디고 밥벌이라도 할 생각으로 문을 연 서당에서 황상은 질박하고 꾸밈없는 더벅머리 소년이었다.  유배지에서 찾은 조개 속 진주가 될 제자 황상이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일생을 통한 긴 만남 속에서 주고 받은 시와 시 속의 삶, 삶 속의 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가까이 있던 17년이라는 다산의 유배 기간, 해배 이후 다산이 운명을 달리할 때까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아슬아슬하게 스승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까지의 18년 이라는 시간,  그리고 홀로 남은 제자가 스승의 시 속 같은 삶을 가꾸어 살아간 나머지 35년간에 걸친 긴 세월동안 두 개인에게 흐르던 애틋한 정은 촉촉히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일생을 흐르는 숱한 세월동안 한결같이 스승을 사모하고 스승을 그리고, 스승의 뜻을 따라 살아간, 그 질박한 시간을 따라가며 책을 읽은 일주일은 참으로 따스한 시간이었다.

 

칠월 칠석 일년에 한 번 만난는 연인이라면 이토록 애절할까. 황상의 스승에 대한 사랑은 그가 남긴 수많은 시 속에 고스란히 스며있고, 만년으로 갈 수록 더욱 더 스승과의 기억속으로 빠져들며 애닯아진다. 그는 한결같은 인생을 살았다. 강진과 서울 사이. KTX가 빠른 속도로 산천을 누비는 시대임에도 녹녹지 않은 거리다. 전화도, 우편시스템도, 인터넷도 없었다. 천리 길 먼 곳에 계신 그리운 님은 다른 이 아닌 스승과 제자다. 제자 못지 않게 다산은 황상을 몹시도 그리며, 편지를 쓰고, 오지 않은 답장을 원망했으며, 죽을 때가 되었으니 보러 오기를 희망하였다.

 

많은 제자를 두었지만, 과거 시험에 대한 영향력에 실망한 다른 제자들이 하나 둘 씩 그의 곁을 떠나고 경제적인 이해 관계로 인해 서로 뿔뿔히 흩어진 이후에도 다산이 끝까지 아낀 마지막 제자, 욕심 없이 한 세상 살았던 제자 황상은 오직 한 스승 다산만을 섬기며, 그에게서 처음 학문을 배울 때 받은 삼근계를 마지막까지 간직했고, 스승을 그리며 초월된 삶을 살았다. 스승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그의 삶은 다산의 그림자처럼 스승의 뒤를 쫓았다. 다산과의 인연을 통해 만난 추사 김정희와 그의 형제, 다산의 두 아들 정학연과 정학유, 초의선사와 같은 시대를 대표했던 문인들과 시와 편지로 먼 거리의 벽을 허물고 교류하며 살아갔다. 

 

황상은 아전이었다. 그렇다. 그 아전. 수탈과 협잡의 대명사, 민초들을 억압하고 피땀흘려 지은 농사를 간난아기와 죽은 자의 몫까지 세금이란 명목으로 악착같이 빼앗아 가던 그 아전. 먹고 살기 위해 아전 생활을 하는 젊은 시절의 기록은 기억상실증처럼 이 책과, 모든 기록에서 없다. 그는 세습직이었던 그 아전 생활을 결국 스스로 끝내 버렸고, 산골 깊은 곳에 돌밭을 일구고 집을 짓고 점차 자신과 가족만의 소박한 낙원을 만들며 살아갔다. 노년에는 그 마저도 마다하고 집을 떠나 더 골짜기로 올라가 단칸방 일속산방을 지어 혼자 기거했다. 그러나 애써 가꾼 집과 밭은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고, 이 욕심없고 순수하기만 한 다산의 제자를 평생을 괴롭혀 말년에는 결국 큰 고초를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 결말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안다. 적막한 숲 속 한적하고 그윽한 세계에서 살고자 했던 황상의 삶이 탐욕스런 인간의 본성을 가진 집단들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침탈당했을지.. 허구가 아니기에, 기록이 남긴 단서들로 추적한 실제 존재한 영혼이었기에, 해피엔딩이 아닌 말년의 비참한 결말에 이르게 된 역사적 현실 인식에 순순히 굴복해야 한다.

 

한편, 다산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꼼꼼하고 집요하고 고집도 세다. 이 책은 그의 치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가 황상과 맺은 인연,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지인과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와 시를 통해서들이다 보는 그의 일상적 성격은 꼼꼼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참으로 인간적이다. 유배온 후 장성한 자식들의 공부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리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편지들에는 세세하게 조목조목 공부 방법에 대한 꼼꼼한 지적과 잔소리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착한 아들들은 아버지를 뵈러 와서 꼼짝없이 붙들어 앉아 공부만을 해야 했다. 주막집과 제자 이학래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거쳐 다산초당에서 자리를 잡아 기거하기까지, 제자들을 세심하고 엄하게 가르쳐 다산 초당에서 키운 윤씨 자제들을 당시 조선의 가장 뛰어난 지성인 집단으로 만들고 셀수도 없는 수많은 저서들을 출간하는 팀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엔 언제나 아전의 자식 황상이 있었다. 그 자리에 배신 않고 서 있을 그의 사람 황상. 해배된 후 연락이 끊기자 몇 번이고 답장 없는 편지를 보내, 무리일 것을 알면서도, 먼길 자신을 보러 올 것을 바란 스승. 두 사람의 지극한 마음은 결국 제자에게 아득히 먼길을 걸어 방문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스승의 사후에도 스승과 맺어진 연을 계속 잇고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제자가 절절히 그립고 애틋하여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던 스승은, 강진에서 서울까지 진흙길을 헤쳐 마침내 제자가 방문하자, 그제서야 눈을 감는다.   

 

작가 정민선생은 황상의 작품집 <치원유고>와, 황상과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들을 모아, 퍼즐조각 맞추듯 이어 붙였다.  시와 편지를 분류하여 한자어로 된 원본과 해석본 그리고 해설과 함께 싣는 방식으로 황상과 다산의 삶을 독자에게 전했다. 말과 글이 다른 시대에 한자로 시를 쓴다는 것은 한자어로 된 글을 말처럼 체화시켜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때에도 글은 지성인들의 향유물이었지만, 21세기에도 그 때 쓰여진 글들은 일반인이 다가가기 어렵고 겁난다. 다른 나라의 고전들이 우리 글로 번역된 것만큼,  쉽고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없다. 한자어가 아니었다면 너무나도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대중적으로도 많이 사랑받았을 그시대의 시와 문학이 매니아층에서만 향유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세계명작이라는 이름으로 어릴 때부터 수많은 해외 고전들을 읽고 자라는 것처럼, 이렇게 절절하고 아름다운 우리 선인들의 문화의 체취를 느낄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감수성 진한 문장과 해박한 지식을 동반한 정교한 해설, 그러나 원본을 왜곡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편집된 원본을 함께 싣는 정민 선생의 책은 언제나 고맙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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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2014-07-3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제사이를 넘어서 인간이 인간을 알아 볼 수 있는 마음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걸 잘 전해주신 정민 선생님의 눈길 또한 좋았고요. 이것을 고스란히 다 담아내셨군요,

CREBBP 2014-07-31 15:25   좋아요 0 | URL
꾸며내지 않은 감동이라 깊이가 달랐어요.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게 한자로 된 시를 잘 번역해주신 정민 작가님께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5만원짜리 화보 포함한 책이 1만원이다. 80% 할인이다.  리뷰를 찾아보니 평소 자주 가던 믿을만한 이웃의 평이 만점이다. 그림과 사진만으로도 1만원어치 이상의 값어치는 할 듯하여 선뜻 주문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매일 접하는 음식에
이토록 많은 역사적·사회적 의미가 담겨있다!

다른 섬 주민들과 달리 시칠리아 사람들은 생선에 영 관심이 없다. 엄청나게 많은 생선을 소비했던 영국인들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겨우 몇 가지의 생선과 조리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로마제국부터 유럽은 행신료를 많이 쓰기로 유명했는데, 왜 19세기에 와서 향신료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을까?
커피나 초콜릿의 도입으로 국제 상업 무역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랍 사막에서 창조된 정교하면서도 다양한 음식의 기원은 무엇이었을까?
프랑스의 그랑 퀴진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을까?
레스토랑은 언제, 어디서 발생했을까? 그리고 과거의 맛과 현대의 맛은 어떻게 절충해야 할까? (출판사 소개글)

 

 

정재승님의 책은, 뭘 깊이있게 배운다는 것 보다는 재미있게 책을 읽고 싶을 때 선택하는 책이다. 과학콘서트가 그랬다. 영화와 과학을 접목하면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다. 정재승님은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기억은 우리 삶에 연속성을 제공한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정합적인 상을 제공하고, 그 상은 현재의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 상은 불합리하거나 부정확할 수도 있지만 존속한다. 기억의 결합력이 없다면, 경험은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무수한 순간들만큼 많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기억이 제공하는 정신적 시간 여행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찬란한 이정표로 작용하는 기쁨의 순간들을 회상할 길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들 때문이다. --- pp. 28~29

새 시냅스 말단들의 성장과 유지는 기억이 영속하게 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뇌가 약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험의 결과로 새 시냅스 연결들을 성장시키는 능력은 진화 과정 내내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더 단순한 동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에서 신체 표면 감각의 피질 지도는 감각 경로들에서 온 입력의 변화에 반응하여 끊임

 

없이 교정된다. --- p. 308

발생 및 발달 과정은 뉴런들 사이의 연결을 지정한다. 즉, 어떤 뉴런들이 언제 어떤 뉴런들과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는가를 지정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 연결들의 세기를 지정하지 않는다. 그 세기-시냅스 연결의 장기적 효율성-는 경험에 의해 규제된다.……나는 17세기 이후 서양 사상을 지배한 상반되는 두 철학-경험론과 합리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pp. 229~230


 

 그리고.. 갖고 싶었던 음악의 세계사는 제 값 주고 드디어 주문. 알라딘에서 예스24보다 4천원 저렴하다

 

 역사를 반영하면서 예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예술로 집약되고 열리면서 현실은 어디까지 왔는가? ‘음악의 세계’사를 살피면 인간 역사와 우리 마음에 ‘아름다운 시간의 형식’을 부여할 수 있을까? 다른 예술장르는? 이 책은 그 무엇의 과거에서 현재까지 경위를 주제 삼은 ‘교과서풍’ 역사책은 아니다. 무엇보다 예술, 특히 음악이 흐르듯 오늘날 역사가 흐르고, 오늘날 흐르는 역사가 가장 위대한 예술이기를 바라는 모종의, 음미다. (23쪽)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처음에는 수없이 많은 접속사와 쉼표(,)의 돌부리에 시도 때도 없이 걸려 넘어질 것이다. 그것들은 일반적으로 호흡 곤란의 진정제일 때가 많지만, 이 책에서 문장과 문장을 잇는 접속사와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쉼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유의 신중한 숨 고르기처럼 읽힌다. 역사를 마주하는 저자의 시선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사유의 무늬는 영락없는 시인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예술(가)의 시선과 사유이기도 하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들을 역사서에서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체험일 것이다.

모든 음악은 우주의 배꼽을 품고 있으며, 참혹조차 명징하게 만들고, 인간의 마음속을 가장 아름다운 우주의 시간과 공간으로 펼쳐낸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음악은 죽음이 액화한 시간이고, 아름다움이야말로 죽음의 배꼽이다.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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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모집] 민음사 신간 『강대국의 경제학』알라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총 10명, ~7.24)


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밝혀낸 국가 흥망성쇠의 패턴
모든 번영의 핵심은 '경제 불균형' 해결에 달려 있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쓴 <총, 균, 쇠>
『강대국의 경제학』알라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총 10명, ~7.24)


알라딘 『강대국의 경제학』보러가기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9317

 

 

 

 

▶『강대국의 경제학』소개글_

 고대 로마와 중국 명나라, 오스만튀르크와 스페인 제국 등 수많은 강대국들이 일어나 막강한 군사력과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결국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한 나라가 태어나 오랫동안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제학자 글렌 허버드와 팀 케인은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다각도로 연구해 포괄적이면서도 대담한 이론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정치나 지리, 군사력 중심의 기존 이론들과 달리 새로운 경제력 측정법과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삼아, 로마의 성공과 몰락,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파산, 일본의 경제 기적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넓은 영토와 인구, 군사력 등은 강대국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며, 한 나라를 유지하고 번영케 하는 것은 경제적 요소들 간의 독특한 관계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그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과 영국 등 최강대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보여 준다. 이 책은 국가들을 움직이는 장기적인 동역학과 거대한 인간 집단의 상호작용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선사할 것이다.


▶『강대국의 경제학』내용 소개_

 경제학의 렌즈로 역사를 보기 시작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이때 역사는 여러 인물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지니며, 터무니없이 불합리하게 보이는 놀라운 정책 선택의 리듬을 드러낸다. (13쪽)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멸망을 떠올려 보자. 흔히 도나우 강 저편에서 전투용 도끼와 방패를 만드는 게르만족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결국 강대국은 이민족에게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적 통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발렌스 황제가 고트족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아드리아노플 전투를 로마가 쇠퇴와 멸망으로 돌아선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글렌 허버드와 팀 케인은 아드리아노플 전투 수 세기 전부터 로마가 내부적으로 썩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로마 쇠퇴의 시작으로 지목한 시점은 로마의 전성기인 5현제시대를 이끈 트라야누스의 치세다. 바로 그즈음에 로마 경제가 성장에서 쇠퇴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를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강대국의 경제학』에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분석들이 이어진다. 콜럼버스보다 1세기나 앞서 신대륙을 발견하고 지배할 수 있었던 정화의 보선(寶船)이 왜 항해를 멈추고 항구에서 파괴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는지(5장), 신대륙에서 들여 온 은은 스페인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6장), 일본식 경제 모델은 어떻게 기적을 일구어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8장) 등 이 책은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을 총동원하여 강대국 흥망의 궤적을 살핌으로써 역사를 읽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 『강대국의 경제학』작가 소개_

 

■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
 글렌 허버드는 세계적인 거시경제학자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재정학 석좌교수 및 경영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센트럴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최우등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노스웨스턴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등에서 가르쳤으며, 국립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미 재무부에서 세금 정책 담당 부차관보로 일했고, 2001년부터 부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와 OECD 경제정책자문위원회에서 의장직을 맡았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기고하며,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팀 케인(Tim Kane)
  팀 케인은 허드슨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소셜 네트워킹 회사인 스토리포인트(StoryPoint)의 창립자이다. 기업가 정신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그의 논문은 2011년 대통령 경제 보고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었다. 현재 다수 대학과 싱크탱크에서 경영자 및 학자로 일하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 《애틀랜틱》 등 많은 경제·시사지에 기고한다. 

 

■ 옮긴이 김태훈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달러제국의 몰락』, 『야성적 충동』, 『욕망의 경제학』, 『금융공황의 시대』, 『그린스펀 버블』 외 다수가 있다.
 
▶『강대국의 경제학』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강대국의 경제학』해당 서평단 포스팅을 개인 블로그 등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와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7월 16일 (수)~2014년 07월 23일 (수) (7일간) 입니다.

 

셋, 총 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넷, 발표일은 2014년 07월 24일 (목) 오후 알라딘 민음사 나의 서재에 댓글 및 [서평단 발표]에서 공지됩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7.29(화)~08.12(화) 2주간 입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2주간 알라딘 나의 서재 개인 계정 및 개인 블로그, 그 외 외부 채널 등 서평을 작성 한 후『강대국의 경제학』서평단 발표 페이지에 알라딘 나의서재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민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당첨자 분들은 댓글과 해당 도서 [서평단 발표] 게시물에 닉네임으로 공지가 될 예정입니다. 당첨자 분들은 반드시 해당 도서 [서평단 발표] 게시물에 마감 날짜 (당첨자 발표 후 3일간) 까지 비밀 댓글로 『강대국의 경제학』수령하실 주소와 성함, 연락처를 정확하게 기입해주세요.

 

 

민음사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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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스티븐 킹 신작도서! 『닥터슬립』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입니다 :)


36년 만에 출간된 『샤이닝』의 후속작,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3억 독자를 둔 세계적인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최신작!

스티븐 킹 신간도서『닥터슬립(Doctor Sleep)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어서와 황금가지 온라인 서점 서평단은 처음이지..?!!)



▶ 도서소개 


광기 어린 아버지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공포가 아닌 치유를 보여주는 작품, 『닥터 슬립』 출간!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으로서, 36년 만에 출간된 속편 『닥터 슬립』(전2권).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고, 브람 스토커 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다. 


『샤이닝』에서 살아남은 소년 대니가 중년이 된 후를 그리는 『닥터 슬립』은 기존의 '공포'에서 탈피하여 초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녀를 죽여 영생의 기운을 받으려는 괴집단과의 쫓고 쫓기는 스릴을 담는 한편, 알코올 중독자로 인생의 끝에 섰던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다.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닥터 슬립』에 대해 "스티븐 킹의 여러 걸작에서 드러난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극찬하면서, 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는 너대니얼 호손과 에드거 앨런 포에서부터 이어진 미국 호러 문학의 본질이라고 평했다.



 

 

 


 


▶ 줄거리


어린시절 오버룩 호텔에서 겪은 악몽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댄(대니)은 작은 마을에서 호스피스 일을 한다. 그의 특별한 능력 '샤이닝'은 임종을 앞둔 이들이 편안하게 눈감도록 인도해 주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닥터 슬립'이라 불리운다. 그러던 어느날 오래 전부터 그의 주변을 맴돌던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며, 도움을 요청한다. 


전국을 떠돌며 샤이닝을 가진 어린 아이를 고문하고 죽여 거기서 나온 기력을 먹고 사는 괴집단 '트루 낫'이 다음 목표로 소녀를 선택한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소녀의 목숨과 영혼을 구하기 위해 댄은 초능력자 집단인 '트루 낫'과 생존을 위한 전쟁에 나서게 된다. 



▶ 『닥터슬립』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해당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7월 16일(수)~2014년 07월 20일(일) 5일간 입니다.


셋,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넷, 당첨자 발표일은 2014년 07월 21일 (월) 오후 입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7.24(목)~08.03(일) 10일간입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서평을 작성 한 후 『닥터슬립』 서평단 발표 페이지에

온라인 서점 블로그와 개인 블로그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도서는 닥터슬립 1,2권 모두 발송 됩니다)

 


- 서평단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 미달할 시,

출판사의 의도에 따라 일부 인원만 선정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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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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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의 아들은 왜 다들 똑똑하고 잘생기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효자고 자상하고 부드럽고 능력있고 모든 여자들이 다 좋아하는 걸까. 왜긴. 엄마 친구 아들이라서다. 여기서 엄마 친구는 엄마의 어떤 친구가 아니라 엄마의 모든 친구들의 교집합이다. 그런 남자, 엄마가 매일 자기 아들과 비교하는 그런 남자가, 단일한 인격체로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희귀한 종들을 엄친아라고 한다. 또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올 것 같이 길쭉하게 생겨서 부드러운 머리결을 바람에 휘날리며 상콤한 미소를 보내는 남자들을 만튀남 혹은 순튀남이라고도 한다. 이건 만화니까. 어쨌거나. 그런 남자들은 없다. 있다 해도 우리가 아는 건 그의 일부일 뿐. 스위디는 그런 존재였다. 실제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온동네 모든 소녀들, 친구, 동생의 친구, 학부모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동네를 넘어 도시의 모든 사람들까지 숭배하는, 강인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능력이 있으면서 부모에게는 복종하고 절대로 거만하지 않고, 유대인이라는 낡은 가치에는 도전했던, 이상적인 소년이었다. 훤칠한 키, 금발, 뛰어난 운동신경, 완벽한 빚어진 근육으로 뉴어크의 팬들에게 승리감을 안겨주는 스포츠 스타. 친절하고 상냥하고 부드럽고 균일한 성격과 인내심. 순혈의 북구 피를 가진 사람처럼 금발을 가진 잘생긴 소년 스위디는 미국 이민자들이 4대에 걸쳐 어메리칸 드림을 향해 이룬 과정의 거의 끝인 1960년대 완성품이었다. 그리고 그의 딸 메리는 2천년동안 받아온 박해의 최종 장소인 홀로코스트를 피해 바다 건너 미국으로 온 선조들이 4대에 걸쳐 피와 땀과 민족적 자부심으로 이루어낸 낸 성취를 성년이 되기도 전에 가장 반미국적이고, 폭력적이고, 비타협적이고, 혐오받을 방식으로 박살내었다. 딸 메리로 인해 완벽하고 흠없는 인생이 저 밑바닥 끝모를 나락으로 어지는 과정, 그게 소설의 전체 내용이다. 
 
나는 여기서 스위디의 딸 메리가 극렬 베트남 반전 운동가로서 폭파범이 되어 서서히 스위디와 그의 가족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보다, 소설의 프레임 구조에 숨긴 수수께끼가 궁금했다. 필립 로스는 자신의 분신, 저크맨이라는 1인칭 화자를 통해 스위디의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왜 작품 속 나는 스위디가 아니라 저크맨일까. 게다가 저크맨이 스위디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동기와 그에게 스위디라는 한 인물의 인물을 회상하는 묘사는 상세하다. 소설가로서 성공한 나 저크맨은 유대 이민자의 후손으로 가난하고 페쇄된 커뮤니티 내에 살았던 경험 속에서 스위디와 그의 동생 제리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동창회에서는 고등학교 시절의 온갖 친구들을 만나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수다들을 끝도 없이 묘사한다. 참으로 지루하다. 거기서 그는 스위디의 동생을 만나, 스위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연하게도, 저크맨은 바로 두 달 전 스위디의 요청으로 수십년만에 그를 만났다. 그는 스위디가 실은 죽기 전 소설가인 자신에게 무엇인가 할 남길 사연이 있었음을 깨닫고 그의 인생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워웨이크의 영웅 스위디에 대한 기억은 소설가로서의 어떤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고자 하는 창작자로서의 욕망보다 자신이 아는 스위디의 삶을 재현해보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구에 더 이끌리게 한다. 그러나 스위디는 이미 죽었다. 그는 스위디의 진짜 이야기를 쓸 수가 없다. 자신이 아는 것은 독단적이고 냉혹한 성격의 그의 동생 제리를 동창회에서 우연히 만나 전해 들은 짧은 미완의 이야기가 전부이다. 자신의 형을 몰락시킨 주위 사람들에 대한 독설을 토대로, 저크맨은 상상한다. 엄친아, 우리의 영웅 스위디는 어떻게 몰락해갔을까. 

 

그래서 스위디의 이야기는 로스의 소설이 아니라, 로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 저크맨의 소설이다. 그는 수십년만의 짧은 만남에서 얻은 아주 작은 단서들과 제리가 알려준 비극적 결말을 실에 꿰어 스토리를 써나간다. 이 때부터 우리는 나 저크맨의 상상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허구 속의 스위디와, 그 스위디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미국적 가치 체계 속에서 나오는 주변 인물의 생각을 만난다. 제리가 전해 준 메리라는 인물이 저크맨을 통해 스위디의 머리 속에서 실패와 독선과 폭력 증오의 화신인 딸이 되어 그녀의 이기적인 아내와 이루어 살아간 '목가적' 삶을 만난다. 저크맨은 스위디가 되어 글을 썼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알고 있는 인물은 스위디 뿐이다. 그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은 그를 통과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역사적 배경 뿐이다. 그래서 실은 스위디를 이해하지 못한다. 스위디를 이해하고 싶다. 스위디의 삶을 좀 더 추적해서 그의 전기를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로스가 로스 자신과 스위디 사이에 나 라는 저크맨을 화자로 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소설이 특히, 제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대한 스위디의 인생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는 한 번에 여섯, 여덟, 때로는 열 시간씩 스위드 생각을 하고, 내 고독과 그의 고독을 바꾸어보고, 나와 전혀 닮지 않은 이 사람 안에서 살아보고, 그의 안으로 사라져보고, 낮이나 밤이나 겉으로는 텅 비고 순수하고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람을 측정해보려고, 그의 붕괴의 도표를 그려보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를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중략. 나는 제리에게 원고를 보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몯고 싶은 아마추어같은 충동을 느꼈다. 121

 

 

로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답해야 하는 역사적 문제 의식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고 싶었다. 전쟁의 광기와 폭력과 혼돈의 시대 속 매리라는 인물을 스스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왜 그건 독자들의 몫이니까. 이미 자유라는 이름의 최고 가치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형성한 후에야 자신들의 과거인 이 소설을 읽게 되었으니까. 메리는 스위드의 동생 제리의 눈에, 1960년대 미국의 반항적이고 병적인 광기와 이미 실패한 혁명이란 이름의 모든 폭력적 운동을 상징한다. 우리는 메리를 모른다. 스위디가 상상한 메리의 생각이 있을 뿐이다. 저크맨은 스위디가 메리를 몰이해하는 방식으로 무너져내리게 묘사했기 때문에 독자는 스위디가 바라보는 만큼, 저크맨이 상상한 것만큼 밖에 메리를 알 길이 없다. 첫번째 프레임 내에서 오로지 메리를 보았고, 말을 해본 사람은 냉정하고 비판적인 제리 뿐이다. 그 아이는  어쩌면 착한 아이였을 수도 있다. 자신의 부가 어떤 착취를 통해서 왔는지 자신의 나라가 자유 라는 이름의 오지랍으로 어떻게 베트남 민족을 분열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미국인을 자신과 스위디 사이에 끼워 넣었다.  '로스 ≠ 저크맨  ≠ 스위디'의 공식은 그런 것이다. 이게 나의 생각이다. 

 

 저크맨이 스위디에 대해 가진 환상은 컸지만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아주 작은 단서로 미국의 1960년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창조해 내야 했다. 폭파범은 혁명 전사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미국은 독립과 평화를 원하는 베트남 민간인을 향해 끝도 없는 공습을 퍼부었고, 매리는 '폭력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세상에, 미국 사람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16세의 어린 나이에 폭파범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것을 보는 시각은 제리가 악마라고 규정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제리의 시선을 저크맨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그 길고 상세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고등학교 동창회가 길어졌다. 저크맨의 상상이 빚어낸, 외향적으로는 긍정적이고 평화적이고, 이타적이고 강인한 미국적 가치와 이상적으로 부합되는  스위디를 미국과 동일시하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그의 딸 메리를 반미국적으로 대치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로스의 생각과 어떤 이견이 있는지 어떤 일치가 있는지를 밝히지 않기 위해, 자신이 한 발 더 물러서기 위해 저크맨이라는 인물을 드러내고 자신은 그 뒤에 철저하게 숨었을 것이다.  

 

로스의 알레고리는 미국 = 스위디다. 강인하고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그의 뒤에 숨은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깨닫지 못할 것들. 영원히 알지 못할 것들이다. 그들이 흑인 노동자를 착취한 것이 아니라 '구해' 주고 베풀어 주었다는 근본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자신들이 선하다고 믿는 그 해맑은 미국적 정신이다. 선한 자신들이 과거 인디안에게 그랬듯 흑인 노예들에게 그랬듯 지금 앞으로도 계속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쭈욱 모른 채 선한 얼굴로 남게 될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이 비로 스위디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감추고 떨쳐내 온 미국 사회의 어두운 폭력과 광기로 대변되는 매리의 삶은 그래서 스위디의 기억과 상상으로만 재생된다. 그 재생이 로스의 손을 떠나 제리를 거쳐 스위디의 머리속으로  탄생되는 몇겹의 이중장치를 통해 실상은, 메리의 진짜 마음속, 메리가 품은 이상에 절대로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것과 그 잔인한 폭력의 이면에 갇힌 진짜 문제들을 덮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감추는 것이다. 

 

필립로스는 인물의 생각을 끝도 없이 파고, 파고 또 파서 생각하는 것의 디테일의 끝판을 보여준다. 가죽공장과 장갑을 만드는 공정, 지리적 위치, 대화의 상세한 기술과 묘사는 대단하다 대단하다가 결국 질리기에 이른다. 필립 로스의 소설은 잠시 이제 여기서 고만 보자. 최근 들어서만 <포트노이드의 불평>과 <에브리맨>까지 읽었다. 더 늙어서 쓴 에브리맨에서 작가로서의 원숙의 끝을 보이지만, 포트노이드의 불평은 젊지 않으면 결코 이를 수 없는 위트를, 미국의 목가는 또 그가 그 나이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소설적 완벽함을 보여주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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