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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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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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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코끼리를 떠올리게 하는 방법은, 어떤 진실을 코끼리 라는 단어 속에 가두는 것이다. 그들의 뇌 신경 회로에 코끼리라는 이미지를 물리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그들의 가치를 코끼리에 심고 계속해서 그 말을 언급하는 것이다. 쉬운 예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함으로써 코끼리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라고 스스로 말하는 순간 우리는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코끼리가 품고 있는 개념들이 심겨지고, 사람들은 코끼리라는 프레임 내에서 사고하게 된다. 커다란 몸, 어슬렁 거리는 걸음걸이, 코를 휘두르는 행동 그  무엇이 되건 코끼리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p11).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후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말한 순간 전국민은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오바마의 미국의료보험에 대해 보수가 정부의 장악이라 공격했을 때보다, 대통령이 직접 '이는 정부가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을 때 청중의 뇌 속에 장악이라는 생각이 활성화했다. 


어떤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우리는 그 프레임 바깥에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된다. 프레임 속의 작은 세상 속에서 그 프레임이 의도한 잣대로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프래임들에는 낙태를 무시무시한 과정으로 바라보는 '부분출산낙태', 모두를 위한 '저렴한 건강보험'을 대치한 '정부의 장악', '사망선고위원회',  '오바마케어' 들이 있다. 


그들의 언어를 더 살펴보자. 보수주의자들은 지구온난화 대신 기후변화라는 말을 공적 담론에 끌어들였다. 변화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저절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에 대해 건강한, 깨끗한, 안전한 같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진실을 호도한다. 미국의 '깨끗한 석탄' '깨끗한 하늘 법안'은 오염을 가중시키는 법안이라고 한다.천연가스의 지속적 시추에 대해 '에너지 독립'이란 말이 제안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청정 에너지라고 부르고 핵발전소 대신 원자력 발전소라고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가치체계,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말한다. 기억하라고.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 이 말을 기억하라고. 이것은 진보를 지향하는 우리들이 까먹지 말고 휴대폰처럼 언제 어디서고 늘 지니고 다녀야 할 말이다. 이것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중요한 가치체계이기 때문이다. 조금 길지만, 퍼온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때까지 납세자들이 지불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부를 이룩한 것(62)'이다.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다. 전력망, 공립대학, 각 주를 서로 연결하는 고속도로 체계, 공적 자원에 힘입어 컴퓨터 과학 및 모든 컴퓨터 기술 분야를 창출해 낸 과학 연구, 원거리 통신과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위성 통신, 현대적 의료, 공항과 항공교통 관제 체계, 공군을 통한 조종사 교육, 질병통제센터와 식품의약국, 환경보호국, 국립공원과 천연기념물 관리 체계, 공적자원의 관리 체계, 낡고 부패한 매관매직을 대신한 공무원 제도 등, 이 목록은 끝이 없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공적은 이 모든 공적 자원이 제 기능을 관리하고 보장하는 공공 체계, 즉 이런 직무를 감당하는 정부(통치체제)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없다면, 현대 미국의 개개인과 사기업은 지금과 같은 사적인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107~108)



감정이입과 개인과 사회 전체의 책임을 균형있게 보는 진보주의자들의 시각과는 달리, 오로지 개인의 책임만이 옳은 보수주의자들에게 이 생각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는 생각은 혐오 그 자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은 나쁜 것, 구제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1970년대까지 세금은 꼭 필요하고 많은 경우 존중받아 마땅한 공적자금이라는 개념이 과세가 부담이라는 개념으로 바꾸고 세금으로부터의 구제 라는 프레임에 보수와 중도 뿐 아니라 진보적 담론에까지 파고들어버렸다.  "올바르게 말하고, 반복해서 말하자. 사는 공에 의존한다는 개념을 보수 세력이 이해할 중요한 개념, 즉 자유화 연결하자. 공적자원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자유를 허락하며, 온갖 종류의 삶의 기회를 열어준다. 공적 자원이 우리에게 주는 자유야말로 바로 이 공적자원을 민주주의의 중심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116쪽)." 


그렇게 자신들의 가치에 강한 프레임을 심어 놓는 일에 대한 연구와 실행을 미국 보수들은 수십년째 해오고 있다. 진보들이  그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이기고 있다. 가난한 보수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여 공화당에 투표하는 일은 그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픈 대상에게 투표한다. 자기의 정체성에 투표한다(p51). '세금구제'라는 말 속에는 보수주의자들의 가치가 가장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이 고통이라는 이미 자리 잡은 프레임에 호소하기 위해 다른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없다. 진보들이 저인지 현상에 시달리고 있을 동안, 그들은 세금구제 라는 프레임을 통하여 보수의 가치가 필요한 부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익과 반하는 가난한 사람들까지 공화당에 헌신하게 만들었다. 


살짝 딴길로 새서, 저인지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인류학자 밥 레비의 연구가 소개되어 있는데, 그것은 1950년대 타이티에 높은 자살률이 '비통'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통을 느끼고 경험하지만, 그 경험에는 이름도 개념도 없고, 그래서 그 경험을 설명할 길도, 비통을 치유할 의식도, 말도 위로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절실히 필요한 개념을 결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높은 자살률로 이어졌다는 설명은 살짝 사이비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안개처럼 흐릿한 무언가를 싹 걷어내는 명쾌한 해답일 것 같은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2004년에 초판이 쓰여졌고, 많이 읽혀 정권까지 바꿨다지만, 책을 읽기 전에는 프레임이라는 말이 쉽게 이해의 범위 내로 들어오지 않았다. 책은 코끼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나는 코끼리를 생각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제목이 말했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언제 나오나 하면서 읽다가 내가 읽는 내내 코끼리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을 발견했다. 그것이 프레임이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의 쟁점은 국경이 없다. 두 가지 가치 중 무엇을 추구하느냐의 문제는 유니버셜한 문제다. 

1.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아버지 두 개의 서로 다른 아버지 상을 미국의 보수와 진보의 차이에 대응한다.

2. 공감과 감정이입은 진보의 가치이다. 사회 전체의 공적 자금으로 이루어지는 혜택을 일부 부자들만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가치가 우리들의 가치이다.   

3. 사적영역은 공적 영역에 기반한다는 믿음을 지켜야 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 언어학자의 창시자로, 뇌의 신경 회로가 사고와 언어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에 대해 많은 저서를 츨판했지만, 이 책은 그런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쉽게 쓰여졌다. 필요한 부분은 수없이 반복하고, 진보주의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정리해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추구하는 가치에 확고한 신념을 보태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일상 중 , 그러니까 명절날 친척 부모 어른들과 주요 현안에 대한 문제들을 부딪혔을 때에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떻게 행동할 지를 알려준다. 구체적인 예로 진보들은 세부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해 파고 들기를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세부 정책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칙이 무엇인지, 어떤 이상을 대변하는지, 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말하라는 것이다. 공적 담론에서는 가치가 정책을 이기고, 원칙이 정책을 이기고, 정책 방향이 구체적 프로그램을 이긴다(241)는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의 바탕위에 만들어진다 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이 전세계적인 상황을 타파하려면, 진보주의자의 프레임으로 언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학교 급식 문제와 같은 주요 쟁점들에 대해 적절하게 정리해서 우리 상황에 적응할 필요하 있겠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한국 버전'이 필요하다. 주요 쟁점들의 구체적인 프레임을 짜고, 진보 지식인들이 보수에 대응하는 행동요강을 구체적으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 잘 디자인된 표지, 중도를 껴안을 수 있는 대중성 있는 작가의 이름으로 진정성 있는, 그리고 쉬운 언어로 된 책을 낼 필요성이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2009년 미국은 수십년간 보수층의 프레임이 미국인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던 것에서 벗어나 진보적 프레임 전략이 먹히면서 탁월한 후보와 만나 진보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교육, 의료, 기술, 통신 등 가난한 사람들도 양질의 공적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가치. 우리의 가치를 정확한 프레임 안에 넣고,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차근 차근 이해시키는 일. 그런 종류의 일이다. 올바르게 말하고, 정직하게 말하고, 적절한 프레임이 우리들의 가치가 정직하게 수용되어 있고 그것을 영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와 정확하게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 최근 나온 <노유진의 생각해볼래?>를 함께 읽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프레임과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핵심 가치는 그 맥을 같이한다.


** 이 글을 쓸 때까지 몰랐는데,  미국 공화당의 상징이 코끼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제목은 보수의 사고방식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상징성도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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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 기묘한 이야기에 담아낸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
한승재 지음 / 열린책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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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캐스팅 신화의 주인공은 건축가다. 하라는 건축은 하고, 또 공상도 같이 하면서 소설을 썼나부다. 써놓고 보니 치열한 등단 무대에 던져놓고 기다리긴 싫고, 써놓은 건 아깝고,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홍대앞에서 자가 출판한 책을 펼쳐놓고 팔았다.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 무명의 소설가가 자가 출판한 책을 길거리에서 팔고 있을 때, 무명의 소설가의 책을 눈여겨볼만한 안목을 가진 출판기획자가 지나갈 확률은 얼마나될까. 복권 당첨만큼 힘들지 않을까. 마치 짜고친 고스톱처럼 마법같은 인연이 만들어낸 책은 '등단하지 못한' 소설가의 책 답지 않았다. 물론 이런 대형 출판사의 눈에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정도의 소설이라면 기존 등단 시장에서 배출된 작가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게 사서 우연히 읽어본 그런 소설이 출판사가 선뜻 출판사의 이름을 걸고 출판할 만큼의 질적 만족을 준다는 점도 마법같은 우연이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전 김연수 두쪽 소설 응모해서 입선에 실패한 첫소설을 늘려 연재하면서 갑자기 답글이 이어지고 몇몇 천사같은 님의 찬사가 생기자, 갑자기 혹시 내게도 그런 우연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꿈을 꾸어봤다. 출판관계자가 우연히 들러서 봤는데, 뭐 문장에 확 반했다던가 그런 불가능한 꿈 같은 거 말이다. 그러다가 1부 마지막 플래쉬백 장면을 힘겹게 올리면서 꿈이고 나발이고 장편을 쓰는 진짜 소설가들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참으로 힘겨운 감정노동이다. 소설은 어떤 주제의식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생명력을 가지는데, 그 주제의식이란 건 마냥 해피할 수만은 없다. 감정노동의 핵은 그거다. 내 삶, 내 가치관 혹은 내 경험이 가진 어떤 매우 비극적 요소가 그 작품에 투영되는 고통스런 순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장르가 달라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승재의 소설은 한마디로 '기이한 이야기' 장르다. 어릴 때 읽던 아라비안나이트를 잊지 못해 읽어보리라 오래 벼르거 별렀던 천일야화를 읽기 시작했는데, 현대화된 버전의 천일야화라고도 할 수 있다. 세헤라자드처럼  하루 하루 목숨을 연장시키기 위해 동트기 1시간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점, 정령이나 마법같은 것들은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이 길바닥에 눕기 시작하거나 버스 카드 단말기에 버스카드 대신 열쇠를 대고 내리면 검은 산이 앞에 서있는 비현실적인 세계가 나타난다는 점 같은 기이하기 짝이없는 이야기들이다. 


작품집 속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여행중 그리스어와 스페인어를 섞어서 쓰는 니안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쓴 거라고 한다. 이것은 프롤로그에 있는 말로, 소설집을 하나로 묶는 프레임 역할을 하지만, 세헤라자데처럼 매일밤, 내일은 더 재미있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하면서 계속해서 모든 스토리를 끌고 가는 건 아니고, 각 단편들은 완전 별개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니안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세계 방방 곳곳으로 다니며 이야기를 모았고, 그것을 작가에게 이야기해준 후 홀가분하게 떠난다.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람인 니안에 아무 뜻도 없을 줄 알았는데 책의 맨 끝 '불필요할 수도 있는 독후감' 편에서는 니안을 '니안 내안'  할 때 하는 니, 너 그러니까 your inside 쯤으로 해석하고는 니안에 있는 걸 내안으로 어쩌구 하는 익살을 보여준다. 그 작가에 그 친구(인지 동료인지..),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소설집 속에는 중편쯤에 해당하는 비둘기 파티1, 2와 단편인 검은산, 지옥의 시스템, 직립 보행자 협회, 자살에 의한 타살, 사후의 인생, 한물 가버린 이름 등 총 8개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SF라 할 수도 없고, 이런 걸 환상소설이라고 하나. 기이한소설, 말도 안되고 터무니 없는 것들이다. 김중혁 작가의 1F1B 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조금 있지만 문체도 다르고 느낌도 선명하게 다르다. 


작품마다 기호의 편차가 심해 중편에 해당되는 비둘기 파티1, 2는  조금 지루할 뿐만 아니라, 기이한 정도가 심하고, 뭘 말하는 건지 뭘 말하려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직립보행자 협회는 정말 재밌었다. 작가는 가장 진화했다(고 스스로 믿)는 인간이 모든 동물들이 다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게 있는데, 그게 눕고 싶을 때 아무데서나 맘껏 눕지 못한다는 점을 콕 찝어서 주제로 삼은 점이다. 그래서 인간의 등뼈가 녹아 내리는 멜팅 현상이라는 진화상의 변이를 겪게 된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너무나도 유쾌했다. 능청스럽고 그럴듯하게 과학적 근거를 들고, 결국 모든 인간들에게 그 현상이 전이되어 이 세상은 길바닥에 사람들이 마구 누워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된다. 깔끔하게 챙겨입어야 할 아나운서나 TV 스타들도 오다가다 멜팅 현상이 생기면 아무데서나 누워 있게 되고, 바닥에 뒤굴다가 TV 스크린 앞에 서면 옷이 더러워지는 건 기본이다. 


한국 문학읜 등단 무대의 치열함을 우회한 뛰어난 작품들은 대개는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여 대중의 호응을 얻은 작가들을 떠올릴 수 있는데, 자가출판이라는 무모한 방식으로 화려하게 열린책들 이름으로 등장하기까지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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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3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5-04-03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구경꾼이 팝콘 산 거 아까워하길래
 
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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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만한 인간들은 새의 감각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머리가 나쁘거나 멍청하다는 의미로 새대가리라는 말을 부여할 자격이 될까. <새벽의 인문학>을 쓴 다이언 애커맨은 이웃집 애완용 찌르레기가 단어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해 완전한 문장을 말할 뿐 아니라 자기가 단어를 만들어서 적절히 사용하기도 하는 사실을 언급한다. 그러나 우리가 새들을 이렇게 우리 관점에서 우리의 언어를 흉내낸다고 칭송하는 이유는 단지 새들의 이러한 흉내내기가 우리가 이해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인지적 행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새들이 하는 몸짓, 소리 등의 행동을 통해 인간에게는 없는 새들 고유의 감각에 대해이해하는 것은 아득하고 먼 불능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인간과는 다른 시각, 인간에게는 없는 청각, 시간을 보지 않아도 해와 달과 별을 보지 않아도, 시간과 방향을 감지하는 감각을 탐구하는 일은 우리 오만한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새들은 인간보다 멀리 본다. 그것들의 눈은 세계를 보다 높은 해상도로 받아들여, 인간의 눈으로눈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들도 본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일 벌레들을 나뭇가지에서 찾아먹고, 사람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물 속의 물고기들을 90미터 높이에서 덮친다.18미터 높이에서 2밀리짜리 벌레를 발견하고 덮치기도 한다. 맹금의 눈은 정밀도가 뛰어나 세세한 부분까지 보고, 올빼미의 눈은 민감도가 뛰어나서 어두운 곳까지도 보지만 둘 다 잘하는 눈은 없다. 


새들은 우리가 전혀 볼 수 없는 것을 본다. 자외선이 그것이다. 곤충도 자외선을 보지만, 새가 자외선을 본다는 사실은 1970년대에서나 해부학적인 발견(자외선 원뿔 세포의 발견)과 행태학적으로 밝혀졌다. 자외선을 반사한 꽃을 찾아 먹이를 찾고 일부 새의 깃털은 암컷/수컷이 다른 강도로 자외선을 반사하므로 짝을 찾을 때 이용한다. 새들은 해부학적으로 추측해볼 때 우리가 모르는 색을 볼 줄 안다. 색맹인 사람이 색에 대해 알 수 없듯, 우리는 새들이 보는 색의 세계를 모른다. 


우리가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새들은 왼눈잡이 오른눈잡이가 있다. 내가 만든말이다. 실제로 한쪽이 다른쪽에 비해 우세한 편측화가 아니라, 양 옆에 달린 두 눈을 별개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먹이를 잡을 때는 오른쪽 눈을, 포식자처럼 먼 대상을 볼 때는 왼쪽눈을 쓰는 식이다. 이러한 능력은 정상적 배아 발달 과정에서 어느쪽 눈이 빛을 더 받아들이느냐 하는 환경에 따라 결정되고, 빛이 없는 완전 어둠속에서 부화된 새끼들은 쓰임새의 차이가 없다. 두눈의 차이가 없는 새들은 포식자를 살펴보면서 먹이를 찾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일부 새는 눈을 뜨고 잔다. 오른쪽 눈을 뜨고 자면 뇌의 좌반구가 휴식을 취할 것이다. 날면서 잘 때 눈을 뜨고 자는 것이 유용하다


일부 새들은 미세하게 듣는다. 멀리서 듣고, 작은 소리도 듣고, 수많은 소리가 섞여 뭉친 소리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찾아내서 구별한다. 박쥐는 인간이 못듣는 음역의 소리를 내서 그 소리의 반향으로 감각한다. 빛이 전혀 없는 어둠에서도, 심지어 눈을 뽑아 보지 못해도 정확하게 착지하고 먹이를 잡는다(진동수가 2~3KHz~20KHz 사이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인간에 비해 박쥐는 120KHz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그리핀의 연구 99쪽).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반향정위(echolocation)이라는 이름지어진 소리감각이다. 이 반향정위를 이용해 빛이 전혀 없는 어둠속에서 작은 날벌레의 위치를 파악해서 잡아먹는 것이다. 새 중에서도 그런 새가 있다.기름쏙독새라는 새다.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깜깜한 동굴에서 먹이를 찾는다. 


새의 노랫소리는 음 간격이 사람이 소리를 다르게 자각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1/10초보다 훨씬 짧은 경우가 많다. "새는 마치 머릿속에 청각적 슬로 모션 옵션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세부 사항을 듣는 듯하다. 


인간이 가진 걸 새는 갖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감각 중에는 촉각, 미각, 후각이 있다. 딱딱하기에 둔감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조류의 부리는 신경이 많이 몰려 있어 매우 민감한 부위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허그와 같은 스킨쉽을 하는 것처럼 새들은 힘센 녀석에게 공격당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깃다듬기를 한다. 연구로 관찰된 결과, 도래까마귀의 경우 상대방 깃다듬기를 많이 한 도래까마귀일수록,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덜 분비되었다. 


그들의 다양한 성행위도 흥미롭다. 유럽억새풀새(European dunnock)은 10분의 1초만에 교미를 끝낸다.  마다가스카르의 큰바사앵무는 최대 1시간반동안 교미하며 개처럼 교미교착을 겪으며 그동안 수컷이 암컷의 머리 깃털을 긁어주어 마치 밀어를 속삭이는 듯한 에로틱한 행동을 한다. 이런 행동으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프리카의 붉은부리큰베짜는새는 난혼을 하며 오래동안 애무와 섹스를 즐기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장면을 포착했다. 


가장 경이로운 감각이 자각이라는 감각이다. 새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각한다는 생각은 이따금 가설로 제기되기는 했지만 존재사실이 알려지지 않는 능력이었다. 이 가설은 백여년만에 즉1950년대에 유럽울새의 이주 행동을 연구하던 중 새들이 별을 나침반 삼아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실험하던 중, 발견했다. 별이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새가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은 코일로 둘러싼 방향찾기 새장에서 증명되었다. 인간이 자각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까닭은 해부학적으로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것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각하는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가 새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숙연케 했다. 날기 위한 새들의 적응은 우리 포유류와 다르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4% 우주 말고, 인간의 감각과 그 상상력 너머에 있는 어떤 세계가 있을 것이다. 새는 멀리 본다. 아주 작은 것들도 본다. 새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세밀한 소리들을 듣는다. 멀리서 듣고, 많은 새들이 한데 섞여 구분할 수 없는 소리에서 듣고자 하는 소리를 골라서 듣는다. 물론 먼 곳의 소리를 듣고, 아주 작은 소리도 듣는다. 새는 맛을 알고, 편식을 한다. 좋아하는 곤충을 먹고 맛이 없으면 뱉어낸다. 소리에서 인간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새들의 감각을 인간이 가진 오감에 자각과 정서까지 포함하여 나누고, 조류학자들이 역사적으로 하나씩 여러 새의 감각들과 차이를 발견해내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보여주었다. 두고 다시 읽을 책이다. 모든 측면에서 팟캐스트에서 다룰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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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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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가장이 2년후 어느날 3억이라는 빚과 함께 추운 거리에서 100원 짜리 동전 하나가 없어서 자판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차 한잔을 할 수 없다면, 그 2년 동안 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업을 하다가 망한 거다. 사업을 하려면 자기 자본이 필요하기에 성공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돈이,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 열심히 일한 사람, 좋은 제품을 파는 사람에게 골고루 흩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는 더 가고, 누구에게는 덜 가고, 조금씩 기울던 부는 재기불능의 완전 파산, 빚더미와 함께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당장 한 끼니가 아쉬운 상태까지 가고 나야 멈춘다. 


에이스케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다니던 은행은 승진 자리가 제한되어 있었고, 이직과 퇴직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아내와 몸이 약한 아이를 혼자서 부양하기에도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그런 위태위태한 자리에 있는 것보다는 언젠가 준비없이 퇴직해야 하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는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잡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 번도 일등을 놓지지 않았던, 화려한 유학 학력과 컨설턴트라는 위치에 선 친구가 제안하는 동업 제안은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은행원으로서 꼼꼼하게 기획하고 철저한 그의 성격은 '기회는 찾아왔을 때 잡지 않으면 절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절대 빚을 지지 않는다는 하나의 원칙하에 주먹밥 테이크아웃점을 친구와의 동업으로 시작하게 된다. 5천만원이라는 적은 자본금으로 크림 주먹밥이라는 새롭게 개발된 메뉴와 철저한 준비와 계산으로 주먹밥은 크게 히트하고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잘못된 것이 없어보인다. 


작은 가게에서 월 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승승장구하게 된 그의 가게가 2호점 3호점 4호점을 계속해서 확장해간 것, 거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그의 가게 확장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 선택은 결코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없다.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더 넓은 바다로 나가야 하듯,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그 기회를 이용하여 몫좋은 시내에 넓직하고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훨씬 더 많은 고객을 받아 수십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돈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절대로 빚을 지지 말아야겠다는 그의 결심은 사라지고, 매장확장을 통한 매출 증대에만 골몰하게 된다. 


자기 그릇보다 넘쳐나는 돈이 들어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돈에 대한 욕망이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경우는 들어오는 돈을 모두 담을 수 있게 점점점점 그릇을 키운다. 반대로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소규모 상인들은 작은 그릇에 채워 남아 넘치도록 돈이 들어오더라도 그릇을 키울 생각을 못한다. 그릇에 차고 넘쳐 흘러 가버리는 돈보다는, 그릇의 크기 만큼만의 돈으로 당장 밥을 먹고, 아이를 공부시키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돈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현명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에이스케는 그릇을 키웠고, 너무 큰 그릇에 채우려던 돈 대신 빚이 채워졌다. 


그렇게 단 2년만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거리의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 속에 루저가 되어 있던 중, 한 노인이 다가온다. 그리고 책은 그와 하는 대화로 꾸며져 있다. 즉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돈에 대한 노인의 철학 같은 건데, 내게는 노인이 뭘 말하려는 건지 잘 와닿지는 않았다. 노인은 어떤 구체적인 충고 대신 조금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리는 이야기들을 전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노인이 하는 말은 이런 것 같다. 에이스케는 2년간 사업을 하고 망하면서 잘못한 것이 없으며, 그 시간과 그 빚들과 가족의 해체 등과 같이 많은 것을 잃음으로써 얻은 경험 역시 돈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서 소중하다. 대략 그런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 1억원이 자금 부족을 막기 위해 빌리고 있는 돈이라면, 이건 보험과도 같다고 볼 수 있지. 절대 헛된 게 아닐세. 이 때는 금리를 회사가 도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환급되지 않는 보험료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컨대 시점에 따라 빚은 다양한 형태로 변한다는 거지"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 혹은 여자가 가족을 위해 사업을 하다가 도산해서 빚이 쌓이게 되면 가족이 해체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가장이 그 전까지 직장을 잘 다니며 가족들을 부양하거나 사업이 잘 되어서 호화롭게 먹여주고 했던 일은 마치 없던 일처럼 되어 버린다. 다 빚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하듯, 빚도 함께 분할하도록 되어 있는 주가 대부분이다. 가족이 해체되는 이유는, 사업이란 것이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라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인 결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 사람의 빚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혼자의 책임으로 가기 위한 법적 선택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만일 성공했다면 함께 나누었을 돈을, 실패했기 때문에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공평하지 않은 선택이다. 그보다는 돈의 부재 그 자체가 부부와 가족을 해체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과의 끈을 이어주고, 그의 실패의 경험을 높이 사서 자신의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따뜻한 결말 말고 현실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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