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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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만한 인간들은 새의 감각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머리가 나쁘거나 멍청하다는 의미로 새대가리라는 말을 부여할 자격이 될까. <새벽의 인문학>을 쓴 다이언 애커맨은 이웃집 애완용 찌르레기가 단어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해 완전한 문장을 말할 뿐 아니라 자기가 단어를 만들어서 적절히 사용하기도 하는 사실을 언급한다. 그러나 우리가 새들을 이렇게 우리 관점에서 우리의 언어를 흉내낸다고 칭송하는 이유는 단지 새들의 이러한 흉내내기가 우리가 이해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인지적 행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새들이 하는 몸짓, 소리 등의 행동을 통해 인간에게는 없는 새들 고유의 감각에 대해이해하는 것은 아득하고 먼 불능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인간과는 다른 시각, 인간에게는 없는 청각, 시간을 보지 않아도 해와 달과 별을 보지 않아도, 시간과 방향을 감지하는 감각을 탐구하는 일은 우리 오만한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새들은 인간보다 멀리 본다. 그것들의 눈은 세계를 보다 높은 해상도로 받아들여, 인간의 눈으로눈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들도 본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일 벌레들을 나뭇가지에서 찾아먹고, 사람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물 속의 물고기들을 90미터 높이에서 덮친다.18미터 높이에서 2밀리짜리 벌레를 발견하고 덮치기도 한다. 맹금의 눈은 정밀도가 뛰어나 세세한 부분까지 보고, 올빼미의 눈은 민감도가 뛰어나서 어두운 곳까지도 보지만 둘 다 잘하는 눈은 없다. 


새들은 우리가 전혀 볼 수 없는 것을 본다. 자외선이 그것이다. 곤충도 자외선을 보지만, 새가 자외선을 본다는 사실은 1970년대에서나 해부학적인 발견(자외선 원뿔 세포의 발견)과 행태학적으로 밝혀졌다. 자외선을 반사한 꽃을 찾아 먹이를 찾고 일부 새의 깃털은 암컷/수컷이 다른 강도로 자외선을 반사하므로 짝을 찾을 때 이용한다. 새들은 해부학적으로 추측해볼 때 우리가 모르는 색을 볼 줄 안다. 색맹인 사람이 색에 대해 알 수 없듯, 우리는 새들이 보는 색의 세계를 모른다. 


우리가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새들은 왼눈잡이 오른눈잡이가 있다. 내가 만든말이다. 실제로 한쪽이 다른쪽에 비해 우세한 편측화가 아니라, 양 옆에 달린 두 눈을 별개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먹이를 잡을 때는 오른쪽 눈을, 포식자처럼 먼 대상을 볼 때는 왼쪽눈을 쓰는 식이다. 이러한 능력은 정상적 배아 발달 과정에서 어느쪽 눈이 빛을 더 받아들이느냐 하는 환경에 따라 결정되고, 빛이 없는 완전 어둠속에서 부화된 새끼들은 쓰임새의 차이가 없다. 두눈의 차이가 없는 새들은 포식자를 살펴보면서 먹이를 찾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일부 새는 눈을 뜨고 잔다. 오른쪽 눈을 뜨고 자면 뇌의 좌반구가 휴식을 취할 것이다. 날면서 잘 때 눈을 뜨고 자는 것이 유용하다


일부 새들은 미세하게 듣는다. 멀리서 듣고, 작은 소리도 듣고, 수많은 소리가 섞여 뭉친 소리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찾아내서 구별한다. 박쥐는 인간이 못듣는 음역의 소리를 내서 그 소리의 반향으로 감각한다. 빛이 전혀 없는 어둠에서도, 심지어 눈을 뽑아 보지 못해도 정확하게 착지하고 먹이를 잡는다(진동수가 2~3KHz~20KHz 사이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인간에 비해 박쥐는 120KHz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그리핀의 연구 99쪽).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반향정위(echolocation)이라는 이름지어진 소리감각이다. 이 반향정위를 이용해 빛이 전혀 없는 어둠속에서 작은 날벌레의 위치를 파악해서 잡아먹는 것이다. 새 중에서도 그런 새가 있다.기름쏙독새라는 새다.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깜깜한 동굴에서 먹이를 찾는다. 


새의 노랫소리는 음 간격이 사람이 소리를 다르게 자각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1/10초보다 훨씬 짧은 경우가 많다. "새는 마치 머릿속에 청각적 슬로 모션 옵션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세부 사항을 듣는 듯하다. 


인간이 가진 걸 새는 갖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감각 중에는 촉각, 미각, 후각이 있다. 딱딱하기에 둔감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조류의 부리는 신경이 많이 몰려 있어 매우 민감한 부위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허그와 같은 스킨쉽을 하는 것처럼 새들은 힘센 녀석에게 공격당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깃다듬기를 한다. 연구로 관찰된 결과, 도래까마귀의 경우 상대방 깃다듬기를 많이 한 도래까마귀일수록,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덜 분비되었다. 


그들의 다양한 성행위도 흥미롭다. 유럽억새풀새(European dunnock)은 10분의 1초만에 교미를 끝낸다.  마다가스카르의 큰바사앵무는 최대 1시간반동안 교미하며 개처럼 교미교착을 겪으며 그동안 수컷이 암컷의 머리 깃털을 긁어주어 마치 밀어를 속삭이는 듯한 에로틱한 행동을 한다. 이런 행동으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프리카의 붉은부리큰베짜는새는 난혼을 하며 오래동안 애무와 섹스를 즐기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장면을 포착했다. 


가장 경이로운 감각이 자각이라는 감각이다. 새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각한다는 생각은 이따금 가설로 제기되기는 했지만 존재사실이 알려지지 않는 능력이었다. 이 가설은 백여년만에 즉1950년대에 유럽울새의 이주 행동을 연구하던 중 새들이 별을 나침반 삼아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실험하던 중, 발견했다. 별이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새가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은 코일로 둘러싼 방향찾기 새장에서 증명되었다. 인간이 자각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까닭은 해부학적으로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것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각하는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가 새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숙연케 했다. 날기 위한 새들의 적응은 우리 포유류와 다르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4% 우주 말고, 인간의 감각과 그 상상력 너머에 있는 어떤 세계가 있을 것이다. 새는 멀리 본다. 아주 작은 것들도 본다. 새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세밀한 소리들을 듣는다. 멀리서 듣고, 많은 새들이 한데 섞여 구분할 수 없는 소리에서 듣고자 하는 소리를 골라서 듣는다. 물론 먼 곳의 소리를 듣고, 아주 작은 소리도 듣는다. 새는 맛을 알고, 편식을 한다. 좋아하는 곤충을 먹고 맛이 없으면 뱉어낸다. 소리에서 인간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새들의 감각을 인간이 가진 오감에 자각과 정서까지 포함하여 나누고, 조류학자들이 역사적으로 하나씩 여러 새의 감각들과 차이를 발견해내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보여주었다. 두고 다시 읽을 책이다. 모든 측면에서 팟캐스트에서 다룰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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