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가장이 2년후 어느날 3억이라는 빚과 함께 추운 거리에서 100원 짜리 동전 하나가 없어서 자판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차 한잔을 할 수 없다면, 그 2년 동안 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업을 하다가 망한 거다. 사업을 하려면 자기 자본이 필요하기에 성공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돈이,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 열심히 일한 사람, 좋은 제품을 파는 사람에게 골고루 흩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는 더 가고, 누구에게는 덜 가고, 조금씩 기울던 부는 재기불능의 완전 파산, 빚더미와 함께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당장 한 끼니가 아쉬운 상태까지 가고 나야 멈춘다. 


에이스케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다니던 은행은 승진 자리가 제한되어 있었고, 이직과 퇴직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아내와 몸이 약한 아이를 혼자서 부양하기에도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그런 위태위태한 자리에 있는 것보다는 언젠가 준비없이 퇴직해야 하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는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잡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 번도 일등을 놓지지 않았던, 화려한 유학 학력과 컨설턴트라는 위치에 선 친구가 제안하는 동업 제안은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은행원으로서 꼼꼼하게 기획하고 철저한 그의 성격은 '기회는 찾아왔을 때 잡지 않으면 절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절대 빚을 지지 않는다는 하나의 원칙하에 주먹밥 테이크아웃점을 친구와의 동업으로 시작하게 된다. 5천만원이라는 적은 자본금으로 크림 주먹밥이라는 새롭게 개발된 메뉴와 철저한 준비와 계산으로 주먹밥은 크게 히트하고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잘못된 것이 없어보인다. 


작은 가게에서 월 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승승장구하게 된 그의 가게가 2호점 3호점 4호점을 계속해서 확장해간 것, 거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그의 가게 확장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 선택은 결코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없다.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더 넓은 바다로 나가야 하듯,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그 기회를 이용하여 몫좋은 시내에 넓직하고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훨씬 더 많은 고객을 받아 수십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돈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절대로 빚을 지지 말아야겠다는 그의 결심은 사라지고, 매장확장을 통한 매출 증대에만 골몰하게 된다. 


자기 그릇보다 넘쳐나는 돈이 들어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돈에 대한 욕망이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경우는 들어오는 돈을 모두 담을 수 있게 점점점점 그릇을 키운다. 반대로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소규모 상인들은 작은 그릇에 채워 남아 넘치도록 돈이 들어오더라도 그릇을 키울 생각을 못한다. 그릇에 차고 넘쳐 흘러 가버리는 돈보다는, 그릇의 크기 만큼만의 돈으로 당장 밥을 먹고, 아이를 공부시키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돈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현명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에이스케는 그릇을 키웠고, 너무 큰 그릇에 채우려던 돈 대신 빚이 채워졌다. 


그렇게 단 2년만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거리의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 속에 루저가 되어 있던 중, 한 노인이 다가온다. 그리고 책은 그와 하는 대화로 꾸며져 있다. 즉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돈에 대한 노인의 철학 같은 건데, 내게는 노인이 뭘 말하려는 건지 잘 와닿지는 않았다. 노인은 어떤 구체적인 충고 대신 조금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리는 이야기들을 전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노인이 하는 말은 이런 것 같다. 에이스케는 2년간 사업을 하고 망하면서 잘못한 것이 없으며, 그 시간과 그 빚들과 가족의 해체 등과 같이 많은 것을 잃음으로써 얻은 경험 역시 돈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서 소중하다. 대략 그런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 1억원이 자금 부족을 막기 위해 빌리고 있는 돈이라면, 이건 보험과도 같다고 볼 수 있지. 절대 헛된 게 아닐세. 이 때는 금리를 회사가 도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환급되지 않는 보험료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컨대 시점에 따라 빚은 다양한 형태로 변한다는 거지"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 혹은 여자가 가족을 위해 사업을 하다가 도산해서 빚이 쌓이게 되면 가족이 해체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가장이 그 전까지 직장을 잘 다니며 가족들을 부양하거나 사업이 잘 되어서 호화롭게 먹여주고 했던 일은 마치 없던 일처럼 되어 버린다. 다 빚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하듯, 빚도 함께 분할하도록 되어 있는 주가 대부분이다. 가족이 해체되는 이유는, 사업이란 것이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라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인 결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 사람의 빚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혼자의 책임으로 가기 위한 법적 선택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만일 성공했다면 함께 나누었을 돈을, 실패했기 때문에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공평하지 않은 선택이다. 그보다는 돈의 부재 그 자체가 부부와 가족을 해체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과의 끈을 이어주고, 그의 실패의 경험을 높이 사서 자신의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따뜻한 결말 말고 현실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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