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훔친 미술 -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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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럽고 암울했던 암흑기 신의 시대를 드디어 지나고, 가혹하고 잔인했던 종교 분쟁의 시대를 이어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 오늘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그림 속에 담긴 당대에 대한 실날한 단서들이 모여 생생한 역사책이 되었다. 15세기 이후의 서양 역사를 위대한 예술작품과 함께 하는 호사를 누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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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실천하는 인문학 - 꽉 막힌 세상, 문사철에서 길을 찾다
최효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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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인문학 열풍은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인문학의 범위는 너무 커서 자칫 인문학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책 제목으로 선택했을 때에는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는 애매할 수 있다. 대개 부제를 잘 살펴보면 대략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지만, '꽉 막힌 세상, 문사철에서 길을 찾다'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러나 우리가 왜 무엇때문에 인문학을 공부하는가를 곰곰히 따져본다면, 사실 답의 범위는 넓지 않다.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문학을 읽거나 인문학을 읽거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그 목적은 결국 현실과 맞닿아있다. 그것이 얼마나 남아있건 간에 단순한 지식들로 머리속을 채우기 위한 공부는 학창 시절에 이미 끝났다. 문학을 읽는 목적은 단순히 읽는 동안 즐기고 감상에 빠졌다가 나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책읽는 행위, 인문학을 공부하는 행위는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보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같은 맥락의 일들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인류 역사를 늘 관통해왔고, 그 속에서 인류는 조금씩 변화했다. 그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가 매우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는 전복되든 개선되든  절멸하지 않고 이제껏 견디어왔다. 음악과 미술은 시대를 미래로 확장시켜 영원성을 부여하였다. 우리가 시간을 거꾸로 가능 방법이 광속이라는 오묘한 물리법칙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건 예술이 살아 영혼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과  제각기  존재와 우주에 대한 심오한 물음들을 품고 오랜동안 시대 어두운 자화상에 등불을 밝히며 변화되어 왔다. 심리학은 고독한 개인의 상처를 부여잡고 치유하기 위해 애썼고, 과학은 우주의 법칙을 탐구했다. 


<지금 실천하는 인문학>은 이러한 인문학의 수많은 갈래 중 새로움, 마음가짐, 관계, 공부법, 인생 이라는 다소 모호한 주제를 따라 먼저 살았고, 먼저 생각했고, 먼저 행동했고, 그래서 지금은 그들의 어떤 부분부분들이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일화성 소재들을 탐구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아주 가까운 실제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사색은 사라지고 검색만 남았다는 현재의 디지털 세상을 지적하며, <에밀>을 쓴 루소의 걷기를 통한 사색과 명상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기업의 세계에서도 사색은 자기 확장과 비지니스 확장에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수많은 선인들의 자잘한 삶. 자라온 배경, 기억되어질 일화, 인생관과 철학, 성취, 연설을 통해 드러난 그들의 세계관들이 짧은 챕터 챕터에 여러 교훈으로 소개된다. 논어, 사기, 삼국사기, 플루타르크 영웅전

 등의 수많은 역사서의 지식들과 영웅들이 등장하고, 영화와 소설등의 스토리와 등장 인물들이 나타난다. 그것들을 읽고 머리속에 넣었다가 잊혀지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그 속에서 어떤 교훈을 끌어내고 싶어한다. 저자가 끌어낸 교훈에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이 세속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저자가 펼쳐놓은 지식들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까에 대한 문제다. 


우리는 독서 시장에서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얄팍한 범주에 가져와서 공허하고 중언부언의 메아리들만을 던지는 허술하게 편집된 대책없는 소비를 자주 본다. 이 책은 진지한 인문학적 배경 지식들을 짦막 짦막하게 끊어 중요한 명제들을 탐구함으로써, 인문학적 바탕에서 현실을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얕고 넓은 지식이라는 추세에 부합하면서도, 그 지식들을 현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까지 주안점을 둔, 전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짧은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지식들이 연결되어 있어 이야기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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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5
말콤 헤이스 지음, 김형수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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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되면서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위대한 예술가가 많지만 모든 예술가들이 다 가난하지는 않았다. 가난과 신분때문에 다가설 수 없는 상대를 향한 사무치는 연정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들이 많이 알려졌지만, 순전히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 순탄하게 연인을 가질 수 있는 예술가들도 많았을 것이다. 리스트는 후자였다. 


헝가리의 영웅, 오스트리아의 국민오빠, 유럽의 전 백작부인들의 마음을 빼앗은, 수려하고 훤칠한 외모와 당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교를 가진 피아노 연주가로서의 그의 젊은 시절은 화려했다. 고달픈 애정문제를 제외하면 노년까지 그의 인기와 예술 인생은 순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식을 잃는 아픔, 자식과 결별하는 아픔도 겪는다. 만화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장발로 초절정기교를 선보이며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화려하고 기술적인 피아노 연주를 하는 젊은 리스트는 예술가적 감성과 동료를 배려하는 의협심까지 갖추고 있던 엄친아였던 것 같다.  자신의 인맥과 음악계의 위치를 이용해서 쇼팽을 비롯한 많은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지원하고 교류했고, 말년에는 그의 레슨을 받으려고 물밀듯 밀려드는 학생들에게 레슨비를 받지 않았다.  


귀족 출신은 아니었지만 귀족보다 더 귀족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에, 귀족이라는 소문을 불러왔고,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의 재능을 일치감치 알아본 부모의 헌신적인 교육열이 그를 모짜르트가 그렇게 했던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데뷰와 성공과 영예를 누리게 했다. 오스트리아 동부 헝가리와의 국경 근방의 라이딩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헝가리 국민으로 새기고 집시 음악에 대한 애정을 음악에 반영했으며, 늘 어떤 역사적 사건 속에서도 '조국' 헝가리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하였다.


오스트리아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 이유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의 증조부가 하오스트리아 출신의 농노로, 헝가리 봉건 영지로 이사해 소작농이 되면서 선조때부터 헝가리인들과 교류하였고 영주와 주변인물 대부분이 헝가리인이서가 첫번째 이유일 듯하고,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 지역이 헝가리 북동부 평야라는 드넓은 공간을 향하는 곳이었고 그가 살았던 시절 두 나라의 구분선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헝가리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겠다. 어쨌든 리스트의 헝가리적 정체성은 평생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숱한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당대 최고의 연주자 리스트, 모든 예술적 성취가 어린 시절부터 순탄하게 시작되었음에도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이 그것이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금지된 사랑을 향해 있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집안끼리 정략 결혼의 희생이 된 젊고 매력적인 백작 부인들은 남아도는 시간과 예술적 재능과 이성에 대한 열정을 애정없이 결혼한 늙은 남편에게서 찾을 수 없었나보다. 리스트 삶의 여정에 있어서 끝까지 살아남은 그의 딸이 결혼한 상태에서 시작한 바그나와의 관계까지도 포함해 그들의 애정관계를 보면 <보바리 부인>은 혹시 당시에는 흔한 시대적 산물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을 치면 바람둥이라고 나오지만, 사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 전체를 훑어본다면, 그가 그리 바람둥이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지 금기된 사랑에 끌리는 어쩔 수 없는 예술가적 기질이었을 지도 모른다. 첫번째 상대 마리 다구는 리스트가 22세 때 만난 일곱살 연상의, 두 자녀를 둔 백작부인으로, 둘은 오스트리아에서의 애정행각에 대한 비난을 피해, 연주회 도중 기절하는 시늉을 하고 스위스로 도피 생활을 하며 딸까지 낳게 되지만, 성격차이로 그들은 헤어진다. 


특히 리스트의 두번째 사랑이자 진정한 후원자였던 카톨린 비트겐슈타인 부인은 그 자신이 친정에서 상속받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우크라이나 영지 때문에 친척들, 남편, 남편식구들, 카톨릭교구와, 러시아 정부 등의 이해관계에 휩싸여 수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가까스로 로마 교황에게까지 올라가서 허락받은 결혼은 결혼식 직전에 철회소식에 봉착하는 좌절을 맞게 되고, 둘은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결혼을 포기한 채 따로 살아간다. 당시 그만한 사회적 위치에서 아무리 세상이 인정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동거는 불가능했었던 듯 싶다.  


당대에는 유럽을 통채로 흔들던 음악가의 음악이 왜 당대 비슷한 위치였지만 보다 보수적이었던 쇼팽이나 멘델스존, 브람스, 슈베르트에 비해 덜 플레이되는 걸까? 그의 음악은 젊은 시절 그의 한계를 뛰어넘는 현란한 연주 덕분에 작곡면에서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었을 수도 있다. 당대 리스트의 음악은 진보적 젊은 시절 낭만파들의 음악적 관습을 깨고 화성의 파괴와 새로운 형식을 추구한다.  그들은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한계를 깨고자 시도하는 그의 음악은 때때로 너무 미래지향적이었고,  '거슬릴 정도의 실랄한 화성과 불규칙적인 리듬 강세를 사용하여 마치 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미리 듣는듯'하고, '극과 극을 오가는 화성과 전혀 타협하지 않는 작법으로 후대에게 예술적인 도전 과제를 부여'하기도 했다.


리스트 음악은 그의 생애동안 계속해서 개정을 거듭하여, 여러 판본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26년에 쓴 <12개의 대연습곡>은 향후 <24개의 대연습곡>과 <초절기교 연습곡>의 초석이 되었고, 이것들은 여러번 손질되어 개정이 거듭되어졌다. 완벽해질 때까지 꾸준히 탈고를 거듭하는 쇼핑과 달리, 즉흥 연주에 능한 리스트는, 즉각적으로 생겨나는 영감들을 음악으로 옮겼고, 젊을 때부터 늘 인기 절정 상태의 리스트는 그러한 즉흥곡들을 바로 초연하고 출판하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곡들을 발표했다. 피아노 연주가로서의 주가가 높을 당시에는 교향곡과 가곡들을 피아노 편곡으로 바꾸고, 동료 음악가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스로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그들의 음악을 초연에 연주함으로서 곡을 알리는데 일조하였다.


또한 피아노 음악의 여러 판본은 당시 피아노 발달사와 함께 한다. 지금 보다 힘이 약했던 피아노를 대상으로 한 작곡이, 오늘날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형태의 피아노를 만났을 때,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과다한 기교와 과시를 훝날 대폭 삭제 수정하게 되고, 후대의 피아니스트들도 연주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책은 리스트의 생애를 세 기간으로 나누어 그의 사생활에 대해 전면 할애하고, 그 기간동안의 음악 세계를 다시 세 챕터에 나누어 리스트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워낙 많은 곡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각각의 곡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몇몇 곡들은 때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하기도 한다. 요즘 신씨의 표절 문제가 한창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요한 점은 리스트의 음악이 당대 어떤 음악가의 음악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자신 스스로의 음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점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어떤 예술도, 학문도, 백지 상태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선대의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영향받은 모든 것들이 체화되어 내것이 되고난 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당대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더욱 다른 사람의 곡을 변형해서 출판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었었던 것 같다.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로서 유럽 곳곳을 순례하던 리스트에게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다는 것은 그 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과 같은 영예로운 면도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스스로의 음악을 계속해서 개정해나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늘날로 따지면 자기표절이라 주장할 틈도 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쩌면 만일 쇼팽처럼 일찍 죽었다면 위대해지지 못했을, 또 개정하지 않았으면 오늘날의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 불가였을 음악들을 위대한 음악으로, 영원히 살아있는 음악으로 완성시켰다.


몇일을 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다니는데, 전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소개된 <파가니니 주제에..>를 비롯한 아주 유명한 몇몇 곡들을 제외하고는 매우 생소하고 낯설면서 현대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때로 피아노 하나로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포노의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본문에 나오는 음악들의 일부가 두 개의 CD로 제공된다. CD 포함 2만원이다. 책 두께는 333쪽으로 얇은편이지만 시리즈의 책 답게 체계적이고 아주 유용한 부록으로, 등장인물, 용어집, 음반수록곡 해설, 비교 연표, 등이 정교하게 잘 편집되어서 제공된다. 삶과 예술을 모두 한 권에 넣었으므로 아주 디테일한 내용을 볼 수는 없지만 음악과 함께 제공되고, 본문 중 CD에 들어 있는 곡을 언급할 때에는 트랙 넘버까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어서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진 리스트 입문용으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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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 속의 우주 - 대칭으로 읽는 현대 물리학
데이브 골드버그 지음, 박병철 옮김 / 해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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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은 빅뱅의 순간을 알아냈고, 우주가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힉스 입자가 모든 물질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재만, 그 앎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것은 인간의 무지다. 물리학자들은 모든 힘, 에너지, 질량, 물질을 설명할 수 있는 우아하고 단일한 규칙을 찾아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이 현재까지 찾아내고 있는 것은 땜질에 땜질에 땜질 뿐이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이 나타나기 전의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과 같은 단 하나의 규칙이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를 바라지만, 가기 다른 영역의 과학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작할 뿐이다.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은 그 발견의 제곱에 해당되는 무지가 개척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빅뱅의 순간에 존재했을 특이점(singularity)는 가장 지독한 미스테리이고, 그 어떤 기존의 물리법칙과도 소통되지 않는다. 힉스 입자의 발견이 기자들에게는 희소식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지만 이것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의 아주 일부분만을 설명할 뿐이다. 우주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흘 물질 역시 힉스입자 만으로는 알 길이 없다.


앞에서 나는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질문해보았다. 아직까지 가장 똑똑한 물리학자들도 우주를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우리같은 범인이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조차 무용한 노력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물음을 물어보자. 우리가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알게된 우주의 원리들 혹은 우주의 사소한 팩트들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할까? 물리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우주는 그 이해하기 힘든 물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우주에 대한 현재까지 발견된 것에 대한 이해 역시 피상적인 수준에서 밖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드러난 결론일 지도 모른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왜 책을 읽는가. 이 책은 그 답을 준다. 물리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면서도 동시에 쉽지 않은 물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그리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자 골드버그는 책의 전 내용을 통해 전한다. 물론 어렵다. 나는 내가 많이 쳐줘도 책의 1/5정도만 제대로 이해했다고 고백한다. 어려운 이론을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설명한다. 수식을 걷어내고 수식 속에 잠긴 개념을 조목조목 대충 얼버무리지 않고 끝까지 설명한다. 개념적 이해는 비유를 통해 잘 드러난다. 이해가 잘 안갔을 것 같은 부분은 다른 책에서 더 쉽게 설명한 비유를 가져오고, 그 비유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주는 대칭적이다라는 사실은 우주의 탄생과 그 우주의 가장 원초적인 입자의 대칭성에서부터 시작한다. 반물질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뭔가 대단히 폭발적 위력을 가진 물질처럼 생각되지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내의 양성자와 전자의 전하가 바뀌어 반양성자와 음전하가 되면 그것이 반물질이다. 반물질의 세계는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다녀온 세계다. 인간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사람일 것이다. 반사람이 사는 세계에서 모든 나사는 오른쪽으로 돌리면 풀어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조여질 것이다 시계는 반대쪽 방향으로 돌 것 글씨는 모든 사람이 다빈치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고 생명체의 DNA나선은 왼나사 방향으로 꼬여있을 것이다. 약력은 물질세계와 반물질세계에서 거의 똑같이 작용하지만,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스핀이라고 불리우는 물리량이다. 전자의 스핀방향과 반전자의 스핀방향이 반대이고 양성자의 스핀방향과 반양성자의 스핀방향이 반대이므로 물질과 반물질의 세계는 거울 속 세계처럼 모든 스핀이 반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반물질과 엔트로피, 상대성이론,  힉스입자, 중력, 블랙홀과 중력, 입자와 스핀 등 우주 물리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들을 대칭이라는 주제에 묶어서 전달하는, 유머와 지식을 고루 갖춘 밀도 높은 과학 서적이다. 대중적 과학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려운 내용은 대충 넘어가기 식의 편집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쓰여진게 특징이다. 비록 여러 면에서 읽을만한 내공을 갖추지 못한 독자라 하더라도 그런 독자들을 위해 특히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물리학의 어려운 개념들은 덩굴처럼 계속 연결되어 있는데, 데이브 골드버그는 독자들에게 생소하거나 혹은 알아도 제대로 알지 못할게 뻔한 개념들을 나오는 족족 설명하면서도 맥락을 잘 지키면서 서술했다. 


콕 찝어 이 부분이 더 유익했다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우주의 비밀들이 이곳 저곳에서 흥미롭게 펼쳐지지만 그 중에서도 학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여성이어서 무보수로 일하면서 아인슈타인도 탄복할 대칭 이론을 발견한 에미 뇌터의 삶과 대칭 이론에 대한 성취를 다룬 장면이 인상깊었다. SF 소설과 영화에서 흔히 보아 왔던 공간 이동 장치의 입자 재합성의 원리, 얼마 전 인터 인터스텔라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자세한 내막이 궁금했던 블랙홀과 시간이동에 대한 부분은 그 내용이 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미 진진 손에서 뗄 수 없을만큼 재미있었다. 


이해할 엄두도 내지못했던 표준입자모델에 대한 설명은, 입자의 종류도 많고 그들의 행동도 제각각이라 개념적인 이해는 힘들었지만, 책을 읽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저자는 독자가 흥미를 끝까지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문체를 사용하였다. 물리와 우주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면 완전 더 재미있을 것 같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는 과정의 즐거움, 이 캄캄한 우주를 조금씩 더듬어가고 있다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사소한 편집상의 오류들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예 우리은하에 지구같은 행성 800개 ==> 800억개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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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었군요. 안읽어보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미 신씨의 표절 문제를 다루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1년간 써왔던 비평글 모음이라고 하는군요. Y사에서 서평이벤트중인데 5명 모집입니다. 저는 사봐야겠습니다. 


목차는 페이지에서 긁어왔습니다. 


제1부 여성적 글쓰기의 실체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신경숙의 [딸기밭]
여성문학의 성장, 오해와 편견들: 신경숙 소설의 보수주의
시민적 윤리의 실종, 비판과 수용을 넘어: [마이너리그]의 고찰과 관련하여
어머니, 영원한 타자의 이름인가?: 나희덕과 김선우 시의 모성적 인식에 대해
어미 소 본능에 대하여: 공선옥론
가부장에 귀속되는 폐허의 몸: 천운영론
감정의 낭비와 허위의식, 1990년대 여성 작가들: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의 작품세계
빈곤문학의 길 찾기, 좌절과 모색: 1990년대 이후 소설들과 빈곤

제2부 체제의 하수인이 된 문학

뒤집기인가, 현실 긍정인가: 김종광의 [경찰서여, 안녕]
저널리즘적 대중성에 침몰하는 언어들: 2001년 신춘문예 유감
문학의 탈정치화와 문학집단의 정치학: 한 신생 문예지의 생존 방식에 대해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과 소음 없는 시들: 2002년 시집 평
포주의 시선에 포획된 여성의 몸: 황석영의 [심청]론
‘무거운 남자’의 존재론: 유홍준의 [喪家에 모인 구두들]
탈주와 전복 내세운 순응과 패배의 찬가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와 박진규의 [수상한 식모들]
소설의 죽음, 이문열 문학의 파탄과 소설의 정치화: [호모 엑세쿠탄스]
‘혀’와 진실 그리고 거짓말: 조경란의 [혀] 표절 논쟁에 대해
자기 지시적 글쓰기, 패배주의와 나르시시즘을 넘어: 한유주, 배수아, 서준환

제3부 그리고 부스러기들

우물 안에 갇힌 서울내기들에 대해: 윤후명, ?시(詩)의 돌담길?
미궁으로 남겨진 ‘50퍼센트’: 이호철, ?동베를린 일별(一瞥) 기행, 2003년 가을?
서사의 빈곤과 문학의 윤리: 이응준, ?어둠에 갇혀 너를 생각하기?
불균등한 욕망, 정치성의 배제: 정이현, ?어두워지기 전에?
길 잃은 한국 소설, 역사 없는 역사소설: [칼의 노래], [검은 꽃]을 통해 돌아본 2004년 문단
민족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을 넓혀주다: 박경리의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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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2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정의 낭비와 허위의식.. 그 외 주제들도 흥미롭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저도 사봐야겠습니다.

CREBBP 2015-06-23 19:58   좋아요 0 | URL
두번째 발표에서도 똑같죠. 항아리애 묻더라도 같은 표현은 본질을 흐리고 자기 감정에 충성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기만적인 표현으로 보여져요. 첫번째 발표보다도 더 교묘하게 본질을 피해가는 느낌이에요.

에이바 2015-06-23 20:01   좋아요 0 | URL
발표도 무슨 수도원에서 했다면서요? 결국 책임 회피더군요. 여러모로 실망인데 작가 자체엔 기대한 것도 없어서요.

CREBBP 2015-06-23 20:03   좋아요 0 | URL
저도 엄마를 부탁해는 읽었지만 신경숙 신경숙 할때 휘둘리키지 않고 읽고 싶은 책 읽은 게 그나마 위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