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인문학 열풍은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인문학의 범위는 너무 커서 자칫 인문학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책 제목으로 선택했을 때에는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는 애매할 수 있다. 대개 부제를 잘 살펴보면 대략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지만, '꽉 막힌 세상, 문사철에서 길을 찾다'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러나 우리가 왜 무엇때문에 인문학을 공부하는가를 곰곰히 따져본다면, 사실 답의 범위는 넓지 않다.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문학을 읽거나 인문학을 읽거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그 목적은 결국 현실과 맞닿아있다. 그것이 얼마나 남아있건 간에 단순한 지식들로 머리속을 채우기 위한 공부는 학창 시절에 이미 끝났다. 문학을 읽는 목적은 단순히 읽는 동안 즐기고 감상에 빠졌다가 나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책읽는 행위, 인문학을 공부하는 행위는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보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같은 맥락의 일들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인류 역사를 늘 관통해왔고, 그 속에서 인류는 조금씩 변화했다. 그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가 매우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는 전복되든 개선되든 절멸하지 않고 이제껏 견디어왔다. 음악과 미술은 시대를 미래로 확장시켜 영원성을 부여하였다. 우리가 시간을 거꾸로 가능 방법이 광속이라는 오묘한 물리법칙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건 예술이 살아 영혼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과 제각기 존재와 우주에 대한 심오한 물음들을 품고 오랜동안 시대 어두운 자화상에 등불을 밝히며 변화되어 왔다. 심리학은 고독한 개인의 상처를 부여잡고 치유하기 위해 애썼고, 과학은 우주의 법칙을 탐구했다.
<지금 실천하는 인문학>은 이러한 인문학의 수많은 갈래 중 새로움, 마음가짐, 관계, 공부법, 인생 이라는 다소 모호한 주제를 따라 먼저 살았고, 먼저 생각했고, 먼저 행동했고, 그래서 지금은 그들의 어떤 부분부분들이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일화성 소재들을 탐구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아주 가까운 실제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사색은 사라지고 검색만 남았다는 현재의 디지털 세상을 지적하며, <에밀>을 쓴 루소의 걷기를 통한 사색과 명상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기업의 세계에서도 사색은 자기 확장과 비지니스 확장에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수많은 선인들의 자잘한 삶. 자라온 배경, 기억되어질 일화, 인생관과 철학, 성취, 연설을 통해 드러난 그들의 세계관들이 짧은 챕터 챕터에 여러 교훈으로 소개된다. 논어, 사기, 삼국사기, 플루타르크 영웅전
등의 수많은 역사서의 지식들과 영웅들이 등장하고, 영화와 소설등의 스토리와 등장 인물들이 나타난다. 그것들을 읽고 머리속에 넣었다가 잊혀지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그 속에서 어떤 교훈을 끌어내고 싶어한다. 저자가 끌어낸 교훈에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이 세속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저자가 펼쳐놓은 지식들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까에 대한 문제다.
우리는 독서 시장에서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얄팍한 범주에 가져와서 공허하고 중언부언의 메아리들만을 던지는 허술하게 편집된 대책없는 소비를 자주 본다. 이 책은 진지한 인문학적 배경 지식들을 짦막 짦막하게 끊어 중요한 명제들을 탐구함으로써, 인문학적 바탕에서 현실을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얕고 넓은 지식이라는 추세에 부합하면서도, 그 지식들을 현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까지 주안점을 둔, 전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짧은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지식들이 연결되어 있어 이야기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