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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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조심


그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재앙은 항상 겹친다. 시내에 무슨 일로 차가 막혀 파티 음식이 제때 배달되지 못했을 때, 그들에게 샴페인과 포도주들이 있었고, 파티를 기다리기 위해 온 사람들은 빈 속에 한잔씩 두잔씩 들이킨 술에 이미 취해있었다. 학부모 모임이나 동네 엄마들 모임이 자주 그렇듯, 통해 통해 전달된 비밀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눈치 없는 누군가는 본의 아니게 폭로하게 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진실을 만난 누군가는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폭발하기도 한다. 이 때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가진 여신 셀레스트의 그 어둡고 처연한 아름다움의 진짜 비밀이 뜻하지 않게 갑작스러운 방법으로 밝혀지는 것을 목격한다. 조금씩 쌓이고 쌓여온 은폐된 진실이 연쇄적으로 폭발할 때 그 엄청난 폭로의 위력 앞에서 대재앙이 일어나지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 누군가가 가장 먼저 재빠르게 선언한다.


.... 음.... 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못 봤어요...

가장 처음으로 선언한 사람은 레나타다. 자기의 아이가 갓 이사온 싱글맘의 아들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증거도 없이 주장하며 퇴학시킬 것을 종용하고 다니던 여자. 못된 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남편은 바람을 폈고, 그 사실은 애초 남편이 자기 친구에게, 그 친구가 또다른 친구에게 그렇게 비밀이 퍼지고 퍼지고 퍼지다가 결국 가장 늦게 알게 된 사람이다. 책을 읽는 내내, 세 사람의 주인공과는 대척점에 있었고, 선과 악의 구도에 구겨 넣는다면 유일한 악이었을 레나타가 가장 처음으로 누군가를 감싸기 위해 자신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선언한다. 왜 그랬을까. 자기 6살의 여린 아이는 누구에겐가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폭력을 당해왔다. 그리고 자신이 방어해준 사람의 딸은 자기 딸 대신 이제 새로운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단순히 동질감을 느껴서였을 것 같지는 않다. 


레나타의 선언이 있은 후, 정의의 화신인 매들린이 말한다. 나도 아무것도 못봤어. 그녀의 남편은 화를 낸다. 그럴 수는 없는 거라고. 어떻게 거짓을 말할 수 있는 거냐고. 화가 나서 방방 뛴다. 이제껏 내내 자신이 그렇게도 미워하고 힘들어했던 사람을 이제와서 방어하다니, 미워하는 건 미워하는 거고, 보호해줘야 할 사람은 또 보호해줘야 하는 거고.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그녀가 보호해야 하는 것은 광의의 가족이었다. 한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죽어라 미워하고 헤어지고 또다시 결혼을 해서 새로운 아이들을 낳더라도, 전처와 전남편 사이에 자식이 있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얽히게 된다. 새엄마 새아빠들이 모두들 자기 아이들처럼 잘 케어해준다고 해도, 그들 핏줄이 연결해 놓은 어쩔 수 없는 끈은 아이가 있는 한 언제까지나 끊어지지 않고 그들 사이를 옭아매게 될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그녀는 재차 말한다. 턱을 꼿꼿하게 세우고. 강당을 보고 있었거든. 그래서 아무것도 못 봤어. 이 때 남편 애드는 그들 가족이란 이름의 애증을 확인하고 소외감에 운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제인은 생각한다. 그 순간 제인은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에게 하고자 했던 말을 영원히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무엇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통째로 구겨지고 망가졌으며, 자신의 선량한 아이 또한 그 사건의 당사자 때문에 간접적으로 희생이 되어야 했는지를 사건과 연관된 사람의 입으로 직접 말해지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사건의 당사자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한다.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일도 아니라는 말,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이 호텔 영수증엔 찍히지 않는 성인영화 포르노물이었던 거라고. 그의 페티쉬가 뚱뚱한 여자를 모욕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신용카드를 들고 포르노 채널을 누르는 것처럼 폭언을 한차례 퍼붓고 섹스를 하고는 영원히 그 기억에서 잊어버린 거라고. 제인은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차갑고 강력한 부인으로 바꾼다. 나도 그래요. 나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이제 셀레스트 차례다. 우아하게 일어서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건 관계자를 본다. 그리고 후려맞은 자신의 얼굴을 만진다. 마치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나도 아무것도 못봤어요.


이타심일까 복수일까. 그들 모두에게 복수의 이유가 있었고, 그들 모두 사건 관계자를 보호해주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곧 밝혀질 터이고, 그들 모두 용의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소설은 순간적으로 거짓말이 나오게 된 이유를 길고 긴 600페이지가 넘는 엄마들의 수다들, 뒷담화들을 통해 촘촘히 배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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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이 책 읽었지요. 그래서 스포도 읽을 수 있습니다.^^
guiness님, 좋은하루되세요.^^

CREBBP 2016-01-13 17:38   좋아요 1 | URL
제목이 약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작은 거짓말이 커진게 아니라 큰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거죠. ^^

살리미 2016-01-1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 읽을 예정이라... 사실 읽어보진 않았어요 ㅎㅎ 스포조심하라셔서~
근데 너무 궁금해요 ㅎㅎㅎ

CREBBP 2016-01-13 19:05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하네요. 이 글이 스포아 일부러 안스포 버전을 먼저 올리고 이 글을 올렸거든요 두 개로 쪼갠거죠. 리뷰를. 그런제 안스포 버전은 별로 존재감이 없고 에 글에만 추천이 달리네요 ㅎ

살리미 2016-01-13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이 글 보고나서 안스포버전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