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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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주인공 고헤이가 처한 상황이 (자발적인 부분도 있지만) 지금 2-30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사회가 요구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은,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뭔가 실천에 나서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안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건 오만이지"

"길을 잘못 들면 어떻게 하죠?"

...

"잘못 들었는 지 아닌지도 사실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잘못 들었다 여겨지면 되돌아가면 되고. 사람의 인생이란 결국 작은 실수를 거듭하다 끝나는 게 아니겠냐."

"간혹 큰 실수도 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

"그런 경우에도 그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되겠지. 그 후의 일에도 대가를 치르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하고 말이야.  그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거야, 아마." - P. 478-479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은 정직하달까? 엄청난 반전과 비밀로 사람을 놀래키는 것은 없다.  이 책은 오히려 주인공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더 와닿았다.  소설이 이렇게 읽히기도 하는 가 보다. 


수 많은 일이 떠올랐다. 그중에는 학생가에서 있었던 사건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보다 훨씬 전의 일도 많았다. 그 모든 일이 고헤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두고두고 파헤쳐 보자 싶었다. 서두를 건 없었다. 모든 의미를 다 헤아리기에 자신은 아직 너무 젊다. 그리고 너무 젊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 P. 552


젊음이 성숙되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다그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조급해 한다고 달라지지도 않는다. 목표를 정하고 곧장 달려가는 삶도 좋지만,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삶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무엇이든 '해본다'라는 정신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면 어쩔 거야, 취직할 건가?"

"모르겠습니다. 아마 취직은 안하겠죠. 다시 대학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대학?"

..

"또 학생 노릇 하려고?"

"아마도요.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뭘 지향하는지 확실하게 정한 후에 들어갈테니까요."

"그러기 위한 세상 공부다?"

"그런 셈이죠. 하지만 자신을 필요 이상 다그칠 생각은 없습니다. 기한을 정해 놓을 생각도요. 내가 뭘 원하는지를 모르면 알 때까지 찾을 뿐이죠. 평생을 모르고 산다해도 그 또한 인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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