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 -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모략과 음모로 가득 찬 범죄 노트
세스 슐만 지음, 강성희 옮김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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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사기극, 우리는 누구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 대해서 알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화를 발명한 사람으로써, '왓슨 군, 이리와보게, 잠깐 볼일이 있네' 라는 최초로 전화를 통해 전해진 말에 대해서도 말이다.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예전에 내가 읽었던 위인전에서는 왓슨이 아랫층에서 뛰어올라왔다고 씌여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매료되어 벨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문득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정말 전화기를 벨이 발명하였을까?

 

'벨의 실험 노트는 내게 작은 역사 퍼즐 조각을 하나 던져 주었고, 다행히 내게는 끝을 알 수 없는 이 실마리를 따라갈 시간과 자원이 충분했다.(중략) 그러나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p.24

 

벨이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실험방법을 갑자기 바꾸게 된 순간을 기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저자는 이 책의 핵심인 '과연 벨이 전화기를 발명하였는가? 지금은 이름조차도 생소해져 버린 엘리샤 그레이의 아이디어를 훔친것은 아닌가?' 하는 주제를 붙들고 끝없이 증거를 탐색해 들어간다. 우리 뿐만이 아니라 '벨이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했다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주는 절대적인 믿음을 과연 깰 수 있을 것인가? 증거를 쫓아가는 길에 숨겨져 있던 뒷 이야기들은 권력과 돈이 진실을 어떻게 감추고 왜곡하는 가 하는 점을 시사해 준다. 이는 마치 '그것이 알고싶다'나 '추적 60분'처럼 우리가 흔히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일들의 이면에 어떤 것들이 숨어있는지, 그런 진실을 아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역사는 복잡하고, 깊이 파고 든다고 해서 더 분명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낼 수 있다.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전화 발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역사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화 놀이'처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밀담처럼 건네지는 왜곡된 이야기를 꼼짝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 252

 

우리의 역사서도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가 그러하고,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들도 많은 분들에 의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밝혀내는'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질문을 던지는'일이다. 고정관념이나 소문, 속설 처럼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의해 속는 이유는 '질문을 던지길'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를 '왜'라는 물음을 통해 '수동적인 전달자'에서 '능동적인 수용자'로 변하기를 권유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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