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관련된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서 사주신 위인전이 처음이다. 이때만 해도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위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부터 죽을 때까지 잘못이라고는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들 처럼 미화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커가면서 읽게되는 책이 달라지면서 역사서 자체에 대한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령 이순신 장군이 그저 위대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로 가득찬 사람의 모습도 있었다는 것이나, 얼마전에 알려진 서간에서 처럼 정조가 막후 정치를 위해 벌인 일들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왕을 참하라 라는 책은 처음 대하는 순간도 그랬다. 이건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감추고 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그러나 엄연히 기록에 남아있는) 사실들을 구어체를 사용하여 '말로 들려주는'방식을 취한다. 그것도 아주 강한 어조로.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이러한 '말'들 속에 저자의 생각이 강하게 거침없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그냥 잠깐 앉아 계시다가 내려온 제2대 정종과 꼬마 동생들을 패대기쳐 죽인 제3대 태종 이방원" 이라던지 " 제11대 얼뜨기 중종과 조광조의 좌절", "독살당한 제12대 인종과 제13대 마마보이 명종, 그리고 부패한 암탉 문정왕후" 만 보아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삐딱하게 보기'이다. 그것을 통해서 과연 조선 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드라마와 기존의 책들이 가지고 있는 통념이 어떻게 비틀어지는지 보는 즐거움을 준다. 얼마전에 끝난 '이산'이라는 드라마와 '대왕세종'에서 그려지는 왕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박통'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이다. 특히나 '박통은 한 번의 쿠데타로 나라를 살렸고~~'하는 부분은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역사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주 많을 것이다. 저자도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 처럼 후대에 쓰여진 기록들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의심의 꼬리를 놓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양반들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양반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상권의 첫부분은 그래서 더욱 내 머리를 치고 간다. 거칠게 쓰여졌지만,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다. 다만 백성의 편에서 보았을 뿐. 백성의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뭐 원래 백성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을 양반들도 아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