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들 - 셰익스피어에서 월트 디즈니까지, 위대한 예술가 17인의 창조 전략
폴 존슨 지음, 이창신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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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80년대 정보의 시대를 지나 1990년대 지식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 지혜의 시대에 이르렀다. 정보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정보보다 지식, 지식보다 지혜의 가치가 더 높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낳은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혹은 오늘날의 시대는 무엇에 중요한 가치를 둘까? 식자들은 유비쿼터스 시대, 또는 창조의 시대라고 말한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어 성과나 가치를 이룩하는 창조력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타고나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나 발현시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창조성과 창의력이 경쟁력인 시대이다.

 

[창조자들]은 자신의 창조력을 최대한 발현시킨 17인의 삶을 소개하는 책이다. 폴 존슨은 17인의 혁신적인 업적을 남긴 예술가들의 삶을 창조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여준다. 문학, 회화, 음악, 건축에서부터 근대에 들어 예술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실내 장식, 의상 디자인,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약한 인물들을 탐색한다. 폴 존슨은 각 인물의 삶과 창작 활동뿐 아니라 그들이 남긴 업적이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들과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사생활이나 창작에 얽힌 풍성한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는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창조자들]의 저자 폴 존슨은 영국 마거릿 대처의 고문 겸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세계적인 역사학자이다. 역사, 인문, 종교, 예술 분야의 방대한 영역에 걸쳐 40권 이상의 책을 저술한 그는 글 쓰는 재주와 그림 그리는 재주를 신에게 받았다며, 자신이 일하는 분야가 '창조적' 영역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을 행운이라고 표현한다. 창조적 글 쓰기를 하는 작가에 의해 소개되는 예술가들의 삶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나는 가장 먼저 바흐를 만났고 연달아 제인 오스틴으로 향했다. 곧이어 창조적인 두 천재 피카소와 디즈니를 비교하면서 20세기와 그 이후의 시각 예술에 누가 더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마지막 장을 펼쳤다. 제인 오스틴이 예쁘지 않았기 때문에 [오만과 편견]을 썼다는 해석은 유쾌하고 신선하다. 내심 천재 예술가들의 창조적  행위, 업적과 관련된 숨은 정보를 얻으려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책은 작품 소개와 분석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러나 실망하기는 이르다. 500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의 절반 이상을 읽으면서 이들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창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면서부터 누구에게나 부여된 창조성만으로는 어림 없는 예술의 세계에서 일부 창조자들은 투철한 직업의식과 평생에 걸친 피나는 연습과 노력을 했다. 나는 그들이 하나 같이 자신의 특성을 끄집어내어 강점화, 특활화, 차별화, 무기화 했다는 데 주목했다.그리고 주변의 작고 하찮은 것을 흘려보지 않는 그들의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창조자들]이 나에게 준 자극으로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이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무언가를 창조하는 그 순간은 행복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자신 있는 일은 시키지 않아도 한다. 또 금세 질리지도 않고 애정도 남다르다. 대가들의 업적을 모방하고, 그들의 노력을 본받으며, 자신만의 특성을 전략화 하는 것이 창조자의 반열에 오른 자들이 지나온 여정이고보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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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양장본)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하버드나 예일 같은 미국 명문대들이 법학이나 의학, 경영학 전공을 대학원 과정에 둔 것은 전문지식과 기술은 학부에서 인문교양을 충분히 섭취한 뒤 배워도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버드대 케네디행벙대학원의 대통령학 교수 데이비드 거겐은 "시나 소설 같은 문학 강의를 꼭 들어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시카고 대학은 재학생들에게 강제로 고전 100권씩을 읽혔다. 고전 100권 읽지 않을 경우 졸업할 수 없는 졸업제도 때문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전을 읽었다. 하지만 수년, 수십년이 지나면서 시카고대는 3류대에서 명문대로 거듭났고 노벨상 수상자를 100명 이상 배출한 세계가 알아주는 명문대가 되었다.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책, 바로 고전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영화 평론가이자 저술가인 데이비드 덴비가 컬럼비아 대학 학부생들을 위한 교양과목인 <현대문명>과 <인문학과 문학> 강좌를 1년 동안 청강한 기록이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지 30년이 지난 후 다시 대학을 찾은 이유는 안정된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닭없이  공허해지는 가슴과 미디어에 매몰되어 잃어가는 정체성,  삶이 고갈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밝힌다. 데이비드 덴디는 모교에서 고전작품들을 읽는 교양강좌를 청강하며 고전목록에 수록된 고전들을 읽는다. 이 책은 고전을 읽으며 일어난 모든 사고의 과정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 독서일기 같은 책이다. 또한 수업을 들으면서 30년전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고, 수업에 임하는 학부생들의 생각과 태도, 토론 내용들도 그대로 담았다.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에는 두 가지의 집필원칙이 있다. 첫째는 ‘모든 것을 읽고 정리하되 진정으로 자신을 사로잡은 책에 대해서만 쓴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 자신의 반응과 강의실에서 다룬 바에 의거하며 2차 자료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즐겁고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려고 전문적인 비평도 피했다고 밝힌다. 데이비드 덴비는 이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어 천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을뿐더러 고전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예를 보여준다.

 

미국 대학의 수업 장면은 다른 책을 통해서 이미 느낀바 있지만, 이 책 만큼 생생한 강의 현장감을 전달해주는 책도 없을 것 같다. 컬럼비아 대학 수업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점과 학생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먼저 말하게 한다는 것, 교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깊은 사고를 유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우리와 다르다. 활발한 토론과 논쟁으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바로 미국의 저력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일전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후배로부터 들은 경험담과 상반되는 강의실 풍경이라 씁슬하기도 하다. 그 후배에 따르면,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발제를 하는데 발제자들이 하나같이 준비해온 내용을 국어책 읽듯이 '읽는다'고 한다. 진행은 고사하고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자연스럽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토론을 할 때에도 배부분의 학생들이 침묵을 하고 한 두명만 참여한다고 한다. 대학원 강의실 풍경이 이정도이니 대학은 말하나마나 아닐까 싶다. 미국도 학기 초에는 학생들이 머뭇거렸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자신감을 갖고 논리정연하게 의견을 말하는 당당한 학생들로 바뀌었다. 이를 보면 꾸준한 교육, 제대로 된 교육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국내 대학들이 지난 3월 신학기에 수강생이 없는 강좌들을 없애면서 폐강의 비운을 맞은 것은 대부분 인문학 강좌들이라고 한다. 순수학문보다는 실용학문을 선호하고, 실용학문이 인기좋은 우리의 대학 풍경은 사람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하는 장이 아니라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전은 고사하고 인문학을 가르치고 배우지 못하는 사회가 가는 방향은 어디이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많은 대학생들과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선 나부터 미루기만 했던 고전을 차근차근 한 권씩 만나봐야 겠다.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지적 저수지에 풍덩 빠지고 싶은 사람을 고전으로 유혹하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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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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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은 좋아하지만 역사소설은 그다지 즐겨읽는 편은 아니다.

역사소설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흥미위주로 흐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다.

역사소설이 역사적 기록과 실존인물을 기반으로 하지만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라는 것이 자칫 역사 왜곡을

부를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한 드라마가 곧 방영된다는 소식과 함께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이 갑자기 쏟아지고 있다.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선덕여왕에 대한 책을 기다렸기 때문이며 선덕여왕 이라면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은 [남한산성]과 [난설헌, 나는 시인이다]에 이은 내가 읽은 세번째 역사소설이다.

선덕여왕에 대한 내 사전지식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라는 것과 설화 속에 등장하는 여인,

통일 시대를 연 인물이라는 것이 전부이다. 선덕여왕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서 오히려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선덕여왕]은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낸 장편 역사소설이다.

책은 덕만공주라는 소녀에서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 그 이후의 치세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선덕여왕을 여왕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 겪어야 했던 슬픔과 고뇌와 기쁨,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쓰고 있다.

선덕여왕은 남성의 권력이 강화된 시대에 왕이 된 여인이다.

그것도 언니인 천명공주에 이어 차녀로 태어난 몸으로 장녀를 제치고 왕이 된 여인이다.

그러나 선덕여왕의 출생은 화려하지 않다.

덕만공주(선덕여왕)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 존재감이 없이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나던 날 신라의 모든 절에서 왕자의 무사탄생을 기원하는 법회가 열렸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모든 기대를 한순간에 저버리고 여자의 몸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 그 아일 보지 않겠어. 내가 품었던 열 달간의 희망을 절망으로 갚은 그 아이를 위해 절대 젖을 물리지 않겠어."

부모에게조차 덕만은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덕만공주는 슬퍼하지 않는다.

덕만은 쾌활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궁궐밖 백성들의 삶과 궁궐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시로 무단 출궁을 감행한다.

덕만의 무단 출궁의 동행자는 궁궐생활에 염증을 느낀 비형이고 두 사람의 가슴엔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덕만은 유약한 천명공주가 부군의 자리를 내놓자 왕위 계승권자가 된다.

이는 스승 원광법사와 아버지 진평왕, 그리고 미실궁주가 바라는 일이었지만 덕만 스스로도 이 일을 멋지게 받아들인다.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란꽃의 향기를 두고 미실과 한 내기가 그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그림만 보고도 향기가 없는 꽃인 걸 알았을까, 직접 묻고 싶다.

 

한 나라의 왕이 된다는 것은 그녀의 가슴에 있는 사랑을 접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덕만을 사랑한 용춘이나,

운명처럼 빗겨간 슬픈 사랑의 주인공 비형이나,

일상의 자잘한 행복을 포기하고 국모로 살아가야 하는 덕만이나 모두 용기의 사람들이고, 사랑의 사람들이다.

미실궁주가 덕만공주에게 "만약 그대가 제왕으로서 이 땅에 선다면 무엇을 위한 기반을 닦고 싶소?" 라고 물었을 때

"덕만은 눈물이 흐르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살아갈 것 같습니다." 라고 한 말은

그녀의 제왕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같은 질문에 언니 천명공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천명공주의 그릇은 왕이기 보다는 김춘추라는 왕의 어머니에 만족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두 공주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미실은 자신이 말한 것처럼 여왕 탄생의 옥토를 닦은 인물이며,

제왕들을 치마폭에 두고 정계를 주무르던 여걸이다.

미실에 관한 책도 꼭 읽어볼 참이다.

 

선덕여왕은 역신들까지 껴안은 여왕이다.

역신을 가리켜 신라의 백성, 나의 자식들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 선덕여왕은 진정한 나라의 어머니이다.

나에게 그녀는 삼국통일을 꿈꾸며 화려한 통일 시대를 연 여왕, 약소국 신라와 가난한 백성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정치적인 

면보다는 한 여자로 가까이 다가온다.

한겨울에도 문을 열고 밤하늘의 별을 보기 좋아했던 그녀,

무술을 좋아했고 자유를 꿈꾸었던 여인,

권력보다는 한 남자의 사랑을 갈구했던 여인으로 그녀가 다가온다.

그래서 그녀가 좋고, 그녀를 소개해준 이 책이 좋다.

 

[선덩여왕]은 어린(?)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구성과 스토리가 탄탄하다.

작가 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작품을 위해 고심하며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좋은 작품으로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을, 잊혀져가는 인물을 복원시켜준 작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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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는 고대에서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사상 흐름을 객관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세계 사상을 개괄하는 책들이 대부분 전체적인 흐름에 중점을 둔 반면 이 책은 사상이론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동서양의 사상사를 따로따로 기술하지 않고 동시대 일어났던 사상의 변화들을 한꺼번에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또한 연대 별로 기술하고  있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천하는 세계 사상을 각론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스 학자와 아시아, 유럽 사상의 발전사와 관련된 풍부하고 다양한 컬러 사진은 백과사전을 연상하게 한다.

책에 실린 사진은 학교에서 지나쳤거나 다루지 않았던 자료들이 많아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지루함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는 문화의 기원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로 출발한다.

이어 공자, 부처, 중국 한나라와 위진과 일본, 인도로 이어지는 내용을 대하며 그동안 서양 사상 중심의 교육과

서양 사상 일색의 책에서 얻지 못하는 새로운 앎을 맛보았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하이데거 같은 사상가들의 이름이나 공자, 맹자, 묵자 등은 익숙하지만

존재론, 생철학, 음양사상, 오행학설 등과 같은 용어나 사상가들의 사상 이론은 듣기만 해도 울렁증이 생긴다.

배경적인 이해 없이 외우려고만 한다면 그 어떤 학문보다 어렵고 복잡한 세계가 사상이다.

하지만 사상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고 하나의 사상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사상가들의 고민을 이해한다면 멀게만 보이던 세계가 조금은 가까워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친절하다.

시대적인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상이론과 그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을 함께 소개한다.

또한 그 사상에 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사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어느 정도 사상에 대한 기본 베이스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사상과 인물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흥미롭게 사상과 사상가를 이해하며 시대적인 구분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동양 사상과 서양 사상을 훑으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것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유구한 역사 속에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변천시킨 동서양의 주요 사상을  지도와 함께 여행한 소감은 '유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인이 저술한 책이라서 중국 중심으로 펼쳐놓은 사상과 우리나라의 사상가를 다루지 않은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흔히 동양 사상하면 중국과 인도의 사상을 손꼽기는 하나 일본과 이슬람은 다루면서 우리나라를 빠뜨린 게 유감이다.

하지만 방대한 사상사를 여러 각도에서 개괄하는 책으로 이만한 책이 없을 정도로 손색 없는 책이다.

고급스럽고 예쁜 책도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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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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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 더듬이 선생님

지은이 시게마츠기요시 | 이수경 옮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별점

 
 
 



이사를 결정하기 직전까지 갈팡잘팡하며 고민했던 문제는 아이들 교육이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지, 낯선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선생님들은 어떤지 알 수 없어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의 이사를 두고 어떤이는 무리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무모한 결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변한 모습은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준다.

여덟명 혹은 스무명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교실은 도시의 학원 풍경과 흡사하다.

학교 수업은 인원이 적다보니 일대일 수업이 가능하고 미진한 과목 보충도 용이하다.

담임이 아니더라도 선생님들은 학생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도 아이들 신상파악이나 성격, 성적, 가족관계 등을 모두 꿰뚫고 있다.

또 선후배들과 연대도 끈끈해 학교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한다.

점심시간에는 선후배가 뒤섞여 공을 차고, 운동회를 하는 날에는 전교사와 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밥을 먹고,

학부모들은 내 아이 네 아이 구분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대한다.

선생님과 학부모와 학생, 선배와 후배가 하나로 뭉친 학교는 배움의 장이자, 제 2의 가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적응을 잘 한건 아니다.

전학 초기에는 몇 번의 잡음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고, 아이들이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지헤롭게 극복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무리없이 적응한 데에는 무라우치 같은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말더듬이 선생님]은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청소년들의 고민을 그린 이야기다.

외로운 선생님이 각자 고민을 가진 여덞명 외로운 아이들을 따듯하게 보듬는 내용이다.

무라우치는 말더듬이 국어 선생님이다.

기관총을 쏘아대듯 요란하게 더듬는 말버릇 때문에 비정규 강사로 이 학교 저 학교 옮겨 다닌다.

후줄근한 양복에 수더분한 인상, 조금 빠진 머리에 불룩 튀어나온 배, 임시교사 무라우치의 첫 인상은 매우 촌스럽다.

당황한 아이들 중 몇몇은 수업을 거부하고, 몇몇은 선생님의 자질을 공격한다.

하지만 우리의 무라우치 선생님은 당당하게 맞서는 한편

잘못된 행동으로 자신의 고민을 발산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가두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한다.

 

[말더듬이 선생님]은 무라우치와 아이를 연결하는 8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집에서와 달리 학교에서만 벙어리가 되는 아이, 전교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을 시도한 아이,

선생님을 무시하는 전교 1등, 획일적인 학교가 싫다며 탈출하려는 아이 등이 각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아이들 곁에는 예의없이 무라우치 선생님이 있다.

약한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주고 외로운 아이들을  내버려두지 않는 선생님이 한없이 고맙다.

그 모습은 선생님의 모습이자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심하게 말을 더듬지만 꼭 해야할 말은 하는 선생님은 가슴으로 말하는 대화의 힘을 알려준다.

가슴을 파고드는 대화는 문제아와 왕따, 왕따를 만든 아이들까지 변화시킨다.

유창하지 않은 탓에, 어눌하기에 책이 주는 감동이 더한 것 같기도 하다. 

 

말더듬이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올 초 다른 학교로 전근가셨지만, 아이와 선생님은 가끔 문자를 주고받는다.

감사의 편지와 함께 이 책을 선생님께 선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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