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당신을 위한 로마서 2 팀 켈러, 로마서
팀 켈러 지음, 김건우 옮김 / 두란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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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복음을 살아내는 능력

'생각'은 2015년 첫출발과 함께 나를 생각 속으로 밀어넣은 단어이다. 신년예배에서 뽑은 말씀(롬12:3)이 생각에 관한 말씀이고, 9년 만에 미국에서 나온 친구가 선물로 주고간 책이 하필 생각을 주제로 한 책이다. 이 책 역시 생각과 마음에 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연속되는 생각에 관한 설교에 폭풍은혜를 받으며 내게 끊임없이 생각에 관해 말씀하시는이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지금 여러 경로를 통해서 내 생각에 개입하시고 계심이 분명하다. 왜 일까?

생각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하면서도 정작 내 생각을 관리하는 일에 게으르고 무절제했다. 사실 생각이라는 건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죄 된 생각이 번식하기 좋다. 하나님의 간섭은 세상 것으로 가득찬 내 생각을 전부 비우고 하늘의 것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가길 원하심이다. 복음을 살아내는 능력은 하늘의 생각으로 가득채워야만 비로소 나오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하나님께서 다루신다는 생각에 이르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팀 켈러의 <당신을 위한 로마서 2>는 로마서가 담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해준다. 팀 켈러의 깊은 영성에 담은 풀이는 촘촘한 논증으로 되어 있어 로마서가 난해하다는 편견을 일시에 깨뜨려준다.

이 책은 로마서를 풀이한 두 번째 책으로, 8장부터 16장을 다룬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복음을 살아내게 되는지, 의로운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전개된다. ​복음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며 종국엔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삶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은 복음을 살아낼 때, 곧 하나님의 충만하고 완전한 은혜와 사랑을 받을 때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변화를 갈망한다. 하지만 갈망만으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노력으로도 삶의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일정 부분 변화 되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삶을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삶의 변화'는 '생각 변화'에 기인한다고 바울은 말한다(롬 8:5). 영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영을 따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육신의 일을 생각하면 육신을 따르게 되는 건 자명하다.

바울은 생각과 삶의 관계를 밀접하게 보았다. "우리 삶에서 죄를 극복하는 것도 생각에서부터 시작되고, 죄에 대한 승리도 성령께 생각을 집중할 때만 오는 것이다."(p28) 생각의 변화는 관점과 말, 행동을 지배하게 되어 죄를 이기게 만들고 말씀을 살아내게 해주는 동력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생각으로 바뀌어야 할까? 성령이 우리에게 생각하기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 구원의 완성을 향해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영적인 것, 위에 것, 하늘의 것을 묵상하고 묵상하라는 것이다.

팀 켈러의 로마서 강해를 읽으며 정작 복음이 필요한 곳은 교회인 것 같다. 외피는 신앙이지만 그 속은 세상의 성취와 성공으로 가득찬 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니까. 복음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니까. 율법주의신앙과 성공주의가 은연 중 만연된 교회와 성도에게 복음에 대한 오해를 벗기기에 그만이다. 율법주의와 성공주의는 "구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축복을 받으려면 꿈을 꾸고 바라보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축복을 받는다", "내가 이렇게 헌신했으니까 하나님이 이만큼 복 주실 거야" 라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이 두려워서 순종하고, 나중에 받을 복을 기대하면서 헌금과 헌신을 하고, 자기 열심과 자기의로 봉사한다. 그래서 환난이나 역경을 견뎌내지 못하고 비판과 정죄를 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현실이 펼쳐지면 원망과 낙심을 한다.

하지만 복음주의는 모든 행동이 사랑에 기반한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주 예수님을 사랑해서다. 이미 우리를 구원하신 사랑에 감사하기 때문에 순종하는 게 복음주의신앙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받아 주셨기에 우리는 자유롭게 되었고 그분이 기뻐하시는 삶도 살 수 있게 되었다.(p169) 예수님이 기뻐하시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힘들고 어렵고 손해를 보고 불편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기꺼이 감내한다. 바울처럼 말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압축한 성경 구절은 로마서 12장 2절이 아닐까 한다. 하나님의 자녀로 선택을 받은 그리스도인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는 말씀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내용이 정말 좋아서 여러 곳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구역원들과 상의해 구역공과로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다. <당신을 위한 로마서 1>부터 구입해 5월부터 구역예배 때마다 나눠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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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월세 부자들 - 수익형 부동산으로 성공한 평범한 직장인들의 재테크 노하우
노진섭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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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길어진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자금은 줄어드는 것이 100세 시대를 맞은 서민들의 고민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노후를 해결하기가 빠듯하다. 모아둔 돈은 없고 여유로운 연금을 받는 형편도 못 되는데 은퇴가 코 앞이라면 그야말로 정이 태산일 게다. 그렇다고 투잡을 뛰기도, 뛸 여건이나 건강이 만만치 않다면 막막한 노릇이다.

<한국의 월세 부자들>의 노진섭 저자는 은퇴자 네 명 중 세 명은 은퇴 직전까지 노후 대비를 전혀 못 한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50대에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16퍼센트, 40대는 5퍼센트, 60대는 4퍼센트라고 밝힌다. 대다수 국민들이 노후 대책 없이 노후를 맞이한다. 은퇴 후 30년 이상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어떻게 생활비를 조달할 인가?

노진섭 저자는 노후에는 퇴직금과 국민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설명하며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에 추가로 가입하라고 충고한다. 많은 연금에 가입해야 노후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연금마다 단점이 있어서 불안한 데다 젊을 때 돈을 내느라 등골 빠진다고 말한다. 그러면 대체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수익형 부동산'이 답이라고단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월세 받는 시대가 몰려온다는 것. 실제로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월세가구이며, 2014년 부동산 거래의 절반이 월세라고 한다. 세입자들은 세입자들대로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 하고 집주인들은, 특히 은퇴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는 생활비를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월세를 받는다고 한다. 이 같은 월세 시대에는 월세 사업자가 대안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나, 내집 마련도 어려운 처지에 월세 사업자가 되라는 주문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세를 살면서 꾸준히 저축해 오피스텔을 산 40대 남자의 사례를 읽으며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책에는 40대 가장 외에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수많은 사례들이 소개된다. 이들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재력가들이 아닌 월급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입을 모으는 이 때에 한쪽에선 월세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처럼 부동산으로 매달 월세 수입을 올리려면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익형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에겐 발로 뛰며 정보를 얻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공부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리스크를 체크하고, 연구 & 분석의 과정을 거치 공통점이 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실질적인 지침과 유용한 정보를 얻을 것이다. 오피스텔, 빌라, 상가 등에 투자하는 노하우와 부동산을 관리하는 법을 꼼꼼하게 짚어주니 말이다. 우리 가정 역시 상가주택으로 노후 대책을 할 예정이어서 우리에게 맞는 상가는 어떤 것인지, 상가 투자를 위한 절대 원칙은 무엇인지, 상가 투자에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특히 임대 사업의 경험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장사까지 해서 병을 얻은 사례를 보며 '임대면 임대, 장사면 장사'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후 대책과 재테크, 종잣돈 마련과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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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비즈니스 산책 - 인종의 용광로, 비즈니스의 용광로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엄성필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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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

뉴욕은 도시 GDP와 경제활동지수, 경쟁력 등의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뉴욕은 개방적이며 혁신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며 다양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여든다. 뉴욕의 개방성과 다양성은 전 세계에서 유입된 수많은 이민자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830만 명의 뉴욕 인구 가운데 이민자가 절반을 차지하니 이민자들의 집합소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뉴욕 특유의 경제 환경은 '뉴욕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까지 탄생시켰다. 뉴욕의 비즈니스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만족시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뉴욕이 세계 경제의 수도로 우뚝 선 것일까? 1970년대 초만 해도 뉴욕은 황폐한 도시, 암흑의 도시, ​범죄의 소굴이었다. 길거리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지하철은 험악한 낙서로 도배되어 있고, 소매치기와 강도가 들끓고, 관광객과 사람들이 찾지 않는 암흑의 도시였다. 지금의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황폐했던 뉴욕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더 좋은 뉴욕을 위한 모임'을 만든 사람들, 곧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손을 잡고 뉴욕의 기사회생에 앞장섰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치안을 강화하고, 로고와 슬로건을 제작하고, 매력적인 티비광고와 인쇄물광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바이럴 마케팅의 최초 사례를 만들며 뉴욕의 이미지 개선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뉴욕은 살기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준 결과는 놀랍다. 뉴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관광객이 모여들고, 경제가 살아나고,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쳐났다. 황폐의 도시, 암흑의 도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2011년에 일어난 9.11사태 이후 뉴욕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오히려 늘었을 정도니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한때 ​통제불능의 도시에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도시, 세계 경제의 수도로 탈바꿈하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뉴욕의 브랜딩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도 뉴욕의 브랜딩 전략을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싶다. 장기화된 불황과 도시경제 활성화, 그리고 취업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비즈니스 산책>은 뉴욕의 경제 전반에 관한 정보로 가득하다. 럭셔리 백화점과 럭셔리 마케팅이 무엇이며, 알뜰한 뉴요커가 찾는 비밀 쇼핑 장소는 어디이며, 신예 디자이너들이 왜 뉴욕으로 몰려오는지, 입맛 까다로운 뉴요커를 사로잡은 한식집의 비밀병기는 무엇인지, 뉴요커가 열광하는 한국산 제품들은 어떤 것이며, 뉴욕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소개한다.

뉴욕이 세계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큰 도시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이 책을 읽으며 선정 이유를 공감하게 되었다. 소자본 자영업자들이나 창업자들은 이 책에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취업을 준비하거나 기업인들은 각자 고민에 대한 대안을 찾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벤치마킹할 정보로 넘쳐난다. 뉴욕 경제를 통해 경영과 창업, 취업에 관한 도움을 주는 똑똑한 책이다. 뉴욕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말이다. 경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뉴욕 경제와 뉴욕 경제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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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마을을 찾아 떠나다
남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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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심드렁하거나 일상에 염증을 느낄 때, 삶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출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할 때 이상향을 동경하게 된다. 그곳이라면 현실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상향은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이상의 공간이다. 중국의 무릉도원과 서양의 아틀란티스와 엘도라도가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유토피아는 어디일까?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마을을 찾아 떠나다>에 의하면 한국의 유토피아는 십승지(十勝地)라고 전한다. 한국의 십승지는 서양이나 중국의 이상형처럼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실체가 분명한 공간이란다. 십승지는 전란이나 폭정을 피해 은둔의 땅으로 숨어드는 피신의 장소여서 높고 깊은 산속에 있다는 것. 이것이 십승지마을이 서양이나 중국의 이상향과 다른점이다.

"십승지는 실체가 있는 마을이고 현실 세계라는 점이 무릉도원과 다르다."(p32)

저자는 십승지의 전제조건을 이렇게 알려준다.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하며, 물이 마르지 않아야 하며, 농사지을 땅이 있어야 한다고. 외부와 차단 된 곳이라 십승지에는 전염병에도 끄떡없다.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있다. 선조들이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산속으로 들어간 십승지마을은, 풍기의 희여골, 한국의 무릉도원인 봉화 춘양, 은둔하기에 안성맞춤인 보은 속리산, 불치병도 낫게 하는 힐링도원 남원, 삼척 김씨가 숨어온 땅 영월 연하리, 무주, 부안, 예천, 공주 등이다. 이 가운데 지척에 두고 있는 영월의 연하리와 미사리, 노루목이 십승지라는 사실이 놀랍다. 영월은 단종과 김삿갓과 관련된 역사의 고장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의 유토피아라니!

연하리와 미사리, 노루목은 평범하고 평온한 산골마을로만 알았는데, 미사리에 기묘사화로 짧은 생을 마감한 조광조의 후손들이 숨어들었단다. '미사리'라는 지명의 의미를 알고나니 애잔하게 다가온다. 미사리, 곧 죽지 않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젊은 나이에 사화로 희생 된 조광조의 후손들이 삶에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지 짐작이 간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도 전쟁이 일어난 줄 몰랐던 미사리는 2010년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에도 이 마을의 소들은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 마을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월이 십승지마을인 줄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박물관의 고장쯤으로 인식했을 텐데, 발품을 팔며 전국을 1년 반이나 뒤진 저자 덕분에 영월의 숨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김삿갓계곡으로 불리는 노루목과 삼척 김씨가 숨어온 연하리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다.

"허연 머리 너는 김진사냐, 나도 청춘에는 옥인과 같았더라

주량은 점점 늘어 가는데 돈은 떨어지고 세상일 겨우 알 만한데 어느새 백발이 되었네.

세상을 유람하던 김삿갓이 샘물을 떠마시면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탄스럽게 읊은 시다."(p218)

매주 주말마다 현지 답사를 다니며 마을 주민과 향토사학자에게 자문을 구하고, 정사와 야사, 구전을 모은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십승지마을에 사는 주민이 이 책을 읽으면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이 고취될 듯 싶다. 자신이 사는 마을이 그렇고 그런 시골 마을이 아니라 한국의 유토피아니 말이다. 과거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십승지를 찾았다면, 현대인들은 몸과 마음의 쉼을 얻기 위해 십승지를 동경한다. 삶의 무게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이 책과 함께 쉼과 치유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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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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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연탄 한 장의 의미를 심오하게 다룬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은 대부분 암송한다. 서정적이고 결 고은 안도현 시인의 글을 좋아하지만 시집이나 산문집을 읽은 적은 없다. 이웃 블로거 님이 올린 시를 감상하거나 퍼오는 정도다. 그러다 이번에 안도현 시인의 산문집이 나왔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나는 당신입니다>라는 제목이 마음을 잡아끈다. 화사한 주황색 바탕에 심플한​ 표지와 미끌거리지 않는 표지의 질감이 참 좋다. 사랑스러운 표지 디자인에서 따뜻함과 서정성이 담뿍 묻어난다.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이 밑줄 그어가며 읽은 글을 그대로 옮긴 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보탠 에세이다. 소설, 산문, 시, 동시, 동화, 판소리, 민요,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발췌한 문장과 자신의 생각이나 깨달음을 나란히 배열하고 있다. 사물과 사람, 자연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솔직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을 읽어내는 깊이와 너비가 역시 다르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인이라 그런지 발췌한 문장 중에는 시가 많다. 고은, 김수영, 김용택, 한용운, 백석 등의 시가 소개되고 박완서, 황순원, 은희경, 버트란트 러셀, 신경숙, 에리히 프롬 등의 작품 일부가 소개되는데 저자가 왜 밑줄을 그으며 읽었는지 이해하게 되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느낌과 해석을 적은 옆 페이지에 더 많은 밑줄을 긋게 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길어 올리까, 이렇게 작은 것에서 이렇게나 큰 깨달음을 얻다니, 성에 관해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저자의 깊은 통찰과 따뜻한 시선에서 내공이 느껴지고 솔직함에서 연륜이 묻어난다.

좋은 글, 마음을 울리는 글을 열심히 발췌했던 때가 있었다. 한동안 발췌를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 두었는데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를 따라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 한 쪽엔 발췌 글을, 한 쪽엔 나만의 느낌을 적어야겠다. 그렇게 하면 사고하는 습관과 기록하는 습관, 글쓰는 훈련이 자연스레 되겠지. 깊이 생각하는 것을 꺼리고, 복잡한 것을 회피하고, 다이제스트를 선호하는 신세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봄햇살처럼 따사롭고 아름다운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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