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니 라이온하트 1 : 세이렌의 비밀 - 환경 신화 판타지
줄리아 골딩 지음, 이옥용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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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 아침, 숲에서 야생동물의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른 시간인데다 워낙 조용한 숲속이라 동물의 비명 소리는 굳게 닫힌 이중창을 가볍게 뚫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바로 앞산에서 나는 소리였다.

소리를 듣고 무슨 동물인지 알아맞출 정도로 동물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험하고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위험에 처한 동물에게 다가가 도와줄 수 없어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산이 지르는 것 같은 비명 소리가 대여섯번 더 들리더니 잠시 후 잠잠해졌다.

그날 아침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까지 모른다.

혹시 마을 사람들이 놓은 덫에 걸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를 조심스럽게 해볼뿐이다.

 

[코니 라이온 하트]는 환경 신화 판타지 소설 시리즈 총 4권 중 첫번째 책이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에서 전쟁지역의 민간인 보호와 환경문제에 동참하는 줄리아 골딩은

환경파괴를 일삼는 인간을 몰살하려는 악의 생물체 쿨레르보에 맞서 자연과 인간을 구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액션이 난무하는 하드 판타지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게 눈길을 끈다.

지구의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청소년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 교육적인 효과도 있다.

 

소설에는 세상 모든 생물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소녀 코니 라이온하트와 신화의 생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용,크라켄, 난쟁이, 폭풍의 새, 유니콘, 세이런 등 이름도 낯선 신화 속 생물들이 많이 나온다.

상상속에서 존재했던 생물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장난치는 주인공 소녀 코니는 '만물의 벗'이다.

모든 생물들과 대화가 가능한 코니는 이로 인해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는 이상한 아이로 오해를 받아 왕따가 된다.

코니는 교실로 찾아오는 생쥐들과 고양이떼 때문에 학교를 옮기고 그곳에서 콜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멸종 위기의 신화의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된 ‘신화의생물보호협회’와 코니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선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동물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일은 영국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덫을 놓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고라니, 멧돼지 등)을 잡고 총으로도 쫓는다.

야생동물들이 농사를 망친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무차별 사냥을 합리화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래서 최근에는 동물도 보호하고 농사도 망치지 않기 위해 '순간 전기 충격기'를 장치하는 집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잠깐 기절을 시켜서 동물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인데

정부의 보조를 받더라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다.

여하튼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어 고무적이다.


 

[코니 라이온 하트]는 교육적인 측면이 강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재미도 있어

교훈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할만하다.

환경문제와 그리스 신화의 절묘한 조합은 청소년층의 입맛을 제대로 조준했다는 인상을 준다.

미래의 지구는 오늘의 청소년들 손과 마음에 달려 있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자연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은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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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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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술에 취해 눈에 보이는 대로,
그것이 몽둥이든 빗자루든 집어들고 동생과 자신을 두들겨 패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형수 정윤수와
겉으로는 아주 화려하고 부유해 보이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가족들의 배신으로 냉소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학교수 문유정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술에서 깨어나면 매를 드는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기다리며 밑바닥을 떠돌던 사형수에게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유정이 제안한다.
실은, 나도 같은 부분이 손상된 동종의 불구자라고.
그러니까 이제는 당신과 내가 진짜 이야기를 해보자고.
그렇게 둘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진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보게된다.
불우하고 가난한 스물일곱 남자와 화려하고 부유한 서른의 여자는 다른듯 하지만 닮아 있다.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도 선택할 수 없었던 남자의 태생이나
열다섯 살에 끔찍한 일을 당하고 성장이 멈춘 여자의 상처는 불가항력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도 그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닮아 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는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한다. 
계절이 4번 바뀌면서 그들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고,  힘겹게 용서를 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랑을 배운다.
 
구치소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대접을 받은 윤수는 "처음으로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데
그것이 유정이 본 윤수의 마지막 모습이다.
구치소에서 유정에게 처음으로 존댓말을 들은 윤수는
인간이 뭔지, 사랑이 뭔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게 뭔지, 진짜 대화가 뭔지 알게된다.
아침이 제일 두렵다는 윤수는 유정이 오는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두 사람에게 목요일 몇 시간의 만남은  제목 그대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변한다.
두 사람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너무 아름답고 슬퍼 자꾸 눈물이 난다.
 

읽는 내내 눈을 붉게 만든 공지영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모른다'는 말로 지나치고 말았을, 몰라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여러 사형수들을 만나는 과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인데,

누군가 가짜를걷어내주면 따뜻하고 여린 진짜 모습이 나오는 이들인데 말이다.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도 죄와 벌을 논할 사람이 있을까?

누군들 죄 앞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몰랐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자.

공지영 작가가 꽤 어려운 숙제를 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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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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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골프, 폭탄주, 중역, 가장, 마초 근성, 오춘기, 바람(외도), 허무, 쓸쓸함.

이 단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렇다.

눈치 챈 것처럼 '중년 남성'이다.

샤워 후 거울에 비친 모습이 권상우 몸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마지노선을 지켜왔다고 자신했는데 뱃살이 나오고,

아무것도 모자란 것 업는 가정에, 사회생활에, 삶에 회의를 느낀다는 중년 남성말이다.

폐경기 여성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듯 40~50대 남자들도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외롭고 쓸쓸하고 허무하고 사는 게 재미없고 시들해 괴롭다는 게 그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중년 남성들은 허한 가슴을 채우기 위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위험한 연애를 택한다고 한다.

그 방법 아니고는 허한 가슴을 채울 길이 없는지, 꼭 그런 식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겠냐고 묻고 싶다.

왜?

중년 남성을 남편으로 둔 중년 여인이니까.

 

그러나 [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의 인터뷰이들은 위험한 연애나 골프, 폭탄주 등으로

더 쓸쓸하고 더 허무한 중년을 보내지 않는다.

모두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이지만 분명 남다르고 특별한 중년을 보내는 이들이다.

몇 십 년 동안 가족과 회사에 전념하다 보니 ‘나’는 없고 가장이라는 이름만 있고,

'나'는 없고 부장이라는 직위만 있을 수 있는 게 중년 남성의 모습이다.
중년이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 ‘내’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허망함과 외로움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책 속 아저씨들은 그 허망함을 '자신만의 놀이'로 채워나간다.

단순히 자신만의 놀이를 즐기는 게 아니다.

놀이를 통해 꿈을 이루고, 낭만과 젊음을 찾고, 잃었던 '나'를 찾아간다.

그들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재밌게 놀 줄 아는 행복한 아저씨들이다. 

아저씨들의 행복지수가 곧 가정과 일터, 대한민국 행복지수라고 한다.

 

<시월산수>는 40~50대 아저씨들로 결성된 순도 100퍼센트의 아저씨 밴드다.

젊고 예쁜 여자 보컬도 없고, 20대 젊은피도 없다.

시월산수의 멤버는 인하대학교 밴드부 인드키 선후배로 구성되었다.

20대에 음악에 빠져 세계 제일의 베이시스트를 꿈꿨고,

드럼이 세상의 전부라 믿으며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드럼을 치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모두 먹고 살기 위해 눈물로 악기를 내려놓고 음악을 접었다.

40대를 넘어서 밥벌이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가정도 원만하고, 죽도록 전력투구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자

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난 도대체 뭔가, 내가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음악 생각이 불끈 솟았다고 말한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세월이 그들을 다시 음악 앞으로 불러들였을 뿐이다."

자영업, 중소기업대표, 대기업, 무역업,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일하는 멤버들은

젊은 시절 음악과 하다만 연애를 뜨겁게, 열렬하게 하는 중이다.

카페에서 공연장에서 무대에서 음악에 취해 날아다니는 시월산수 멤버들은 인생의 라스트 하이라이트를 맞고 있다.

 

이밖에도 자전거로 유럽일주를 한 자전거 마니아,

인기 블로거가 된 신문사 팀장,
반짝이 의상에 체인을 달고 색소폰을 부는 교수님,

스쿠버 다이빙과 패러글라이딩, 요트를 즐기는 아저씨들,

플라이 낚시를 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젠틀맨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놀이에 흠뻑 빠져 행복한 '나'를 발견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게 있다.

취미생활을 하려면 이기적이야 한다는 것,

사는 재미를 맛보려면 용기있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야 가정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

가족을 위해 몇 십년 동안 전력투구했으니 이 정도 호사는 누려도 된다는 것이다.

 

책은 여덞 명의 중년들의 이야기에 이어  젊게 사는 꽃중년이 알아야 할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외모와 피부를 가꾸고 새로운 음식문화에 적극 참여하는 멋쟁이 중년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아르마니 청바지를 입고, 딥클렌징 제품을 바르고 핫 타월로 얼굴을 덮고 마사지를 한다.

폭탄주가 아닌 와인이나 사케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기고, 색다른 해장을 시도한다.

 

책에 소개된 아저씨들의 취미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 놀이에 속하고

그네들 또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책은 저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에 달려있다.

자신이 열정을 태울만한 놀이, 가슴 떨리는 놀이, 나를 찾을 수 있는 놀이를 찾아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억울하다.

가족을 위해 전력투구한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인데

만약 아내가 한달 간 집을 비우고 자전거로 유럽여행을 하고,

새벽까지 공연을 하고,

취미생활로 많은 비용과 잦은 외출을 하게 된다면 남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재밌고 유쾌하게 다 읽고서 억울한 생각이 스멀거리는 건 무슨 꼬인 심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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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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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커피물 올리는 일이다.

다행히 내 위장은 빈 속에 거푸 서너잔 마셔도 아직까지 쓸만하다.  

서너잔 마시고 나면 밥 생각도 없어지니 아침 대용으로 훌륭해 아침을 커피로 때우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다.

밥 없이 이틀 정도는 버틸 수 있어도 커피 없이는 반나절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졸려도 마시고, 기운 없어도 마시고, 기분 좋아도 마시고, 우울해도 마시고,

비가 내리면 마시고, 운전하면서 마시고, 음악 들으면서 마시고, 식후에 마시고, 정말 대책없이 마셔댄다.

요즘 어딜가나 커피 인심이 후한 것도 기분 좋다.

식당을 비롯해 관공서, 병원, 은행, 미용실, 이웃집 할 것 없이 커피서비스를 무한 제공하니 마니아들에겐 반가울 수밖에.

그러니 [노서아 가비]는 내가 충분히 반색할만한 소설이다.

 

러시안 커피라는 뜻의 [노서아 가비]는 고종에게 매일 아침 커피를 올리던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이야기다.

황현의 [매천야록]에 실린 김홍륙의 일화에 김탁환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가미되어 탄생한 역사소설이다.

역관의 딸로 태어나 러시아어에 능통한 주인공 따냐와 그녀의 연인 이반은 모두 사기꾼이다.

따냐는 러시아의 광활한 숲을 얼빠진 귀족들에게 팔아치우는 희대의 사기꾼이고,

이반은 따냐의 마음을 처음으로 흔들었던 노회한 사기꾼이다. 

그러나 따냐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반이 아닌 고종을 선택한다.

뱃속에 이반의 아기가 자리고 있었음에도 "아이는 아이고 사기는 사기죠."라는 말을 내뱉는 꼿꼿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의 피가 뼛속까지 흐르는 따냐,

청나라, 러시아, 조선을 돌아다니며 멋지게 사기 치는 따냐는

개화기 유쾌 사기극 하나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에 의해 태어난 신선하고 매력적인 여인이다.

 

[노서아 가비]는 목차가 독특하다.

'커피는 두근두근, 기대다', '커피는 아내 같은 애인이다', ' 커피는 아름다운 독이다',

'커피는 끝나지 않은 당신의 이야기다' 라는 식의 목차가 각각의 다른 맛, 다른 향을 선사하는 기분이다.

작가가 안 되었으면 '커피 디자이너'가 되었을 것 같다는 김탁환 작가다운 목차라 할 수 있겠다.

'커피'라는 명사는 어떤 말을 이어도 근사해진다는 것을 작가에게 배웠다.

 

목차가 독특하다면, 언어는 참신하고, 내용은 경쾌하고 빠른 것이 소설의 특징이다.

현대적인 언어로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게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어 잘 읽히는 편이나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역사소설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를 무리하게 거세하지 않았나 싶어 조금 아쉽다.

그러나 젊은 독자층과 다수 독자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내가  고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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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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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남자에 대한 통념을 부정하며 남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유쾌하고 발랄한 글솜씨로 하나하나 짚어준다. 남자의 심리에 관한 무겁고 진지한 책일거라는 생각을 첫장부터 과감히 부수고 있는 이책은 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 맛이 난다. 저자의 엽기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글은 가슴까지 톡 쏘는 맛을 전달하는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다. 딴지일보 출신다운 재담꾼 윤용인 작가는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나 외국인 남자를 등장시키지 않고 대한민국의 토종 남자들만 등장시켜 남자의 심리를 해부한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주변 남자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남자 심리를 다룬 이전의 책들보다 훨씬 공감가는 부분이 많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재미있다.

 

'입 가볍고, 질투 많고, 귀 얇고, 질투심 강하고, 허영심 많고, 소심하고, 변덕스럽고, 외로움 많이 타는’이라는 수식어들은 과연 여자에게만 해당될까? “아니다, 그 뒤에는 ‘남자’라는 명사가 들어가도 하등 무리가 없"단다. 귀 얇은 남자, 질투 많은 남자, 변덕스러운 남자는 내 주변에도 있어서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룸살롱에서 눈치보는 남자'는 의외다. 룸살롱에서 마음껏 놀아주고 깔끔하게 퇴장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남자도 있단다. 그것도 많단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미모의 젊은 여성들을 일렬횡대로 세우고 간택하는 황홀한 순간에 그녀들 앞에서 쪼그라드는 쪼다스런 소심한 남자가 많은데 저자도 그 중 한 명이라고 고백한다. 간택하는 황홀한  순간에 안절부절 못하는 팔불출이니 늘상 옆에 앉아 있는 여인보다 앞의 여인이 참 예쁘다고 늘 뒤늦은 후회 하게 된다고 한다. 단순하게 골라 시원하게 놀다 나오면 되는데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껴 그러지 못하는 남자들은 소심한 놈, 찌질한 놈 소리 들을까 전전긍긍하며 진상 짓에 타협해버리고 어정쩡하게 놀다가 나온다. 그러니 그 뒤가 얼마나 떨떠름할까 싶다. 안 가면 되건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때도 있다니... 그렇다고 위로할 마음은 없다. 보통의 남자들은 대게 그렇게 시작해 선수가 되니까!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전반부에는 남자 심리 일반론을, 후반부에는 성인 남자의 심리 즉,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학에 흥미를 느껴 수년간 관련 서적을 탐독하여 전문가적인 지식을 쌓은 저자는 남자에 대한 편견과 남자 스스로 굴레 씌운 고정관념을 벗겨낸다. 여자들에게 남자를 이해하고 남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남자들에게 이 책은  자신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하다는 희망과 공감을 안겨준다. 책은 남자들에게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폼 나는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폼 나는 인생이란 가장 나다운 것, 가장 나답게 나이 들어가는 삶을 의미한다. 자신의 생각에 반하고, 심리를 거스르고, 가치관에 반하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삶이다. 일체의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삶,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삶, 긍정할 줄 아는 건강한 삶이야 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남자라는 것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윙윙거리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남자가 유독 집 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해서, 아내에게 '주목'받고 싶어서라는 이야기가 줄곧 나를 따라다닌다. 새벽에 들어와서 자는 사람 깨워 밥 달라는 이유가 밥이 아니라 마음이 고파서 그런거라고? 나에게 주목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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