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뱃살, 골프, 폭탄주, 중역, 가장, 마초 근성, 오춘기, 바람(외도), 허무, 쓸쓸함.

이 단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렇다.

눈치 챈 것처럼 '중년 남성'이다.

샤워 후 거울에 비친 모습이 권상우 몸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마지노선을 지켜왔다고 자신했는데 뱃살이 나오고,

아무것도 모자란 것 업는 가정에, 사회생활에, 삶에 회의를 느낀다는 중년 남성말이다.

폐경기 여성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듯 40~50대 남자들도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외롭고 쓸쓸하고 허무하고 사는 게 재미없고 시들해 괴롭다는 게 그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중년 남성들은 허한 가슴을 채우기 위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위험한 연애를 택한다고 한다.

그 방법 아니고는 허한 가슴을 채울 길이 없는지, 꼭 그런 식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겠냐고 묻고 싶다.

왜?

중년 남성을 남편으로 둔 중년 여인이니까.

 

그러나 [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의 인터뷰이들은 위험한 연애나 골프, 폭탄주 등으로

더 쓸쓸하고 더 허무한 중년을 보내지 않는다.

모두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이지만 분명 남다르고 특별한 중년을 보내는 이들이다.

몇 십 년 동안 가족과 회사에 전념하다 보니 ‘나’는 없고 가장이라는 이름만 있고,

'나'는 없고 부장이라는 직위만 있을 수 있는 게 중년 남성의 모습이다.
중년이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 ‘내’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허망함과 외로움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책 속 아저씨들은 그 허망함을 '자신만의 놀이'로 채워나간다.

단순히 자신만의 놀이를 즐기는 게 아니다.

놀이를 통해 꿈을 이루고, 낭만과 젊음을 찾고, 잃었던 '나'를 찾아간다.

그들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재밌게 놀 줄 아는 행복한 아저씨들이다. 

아저씨들의 행복지수가 곧 가정과 일터, 대한민국 행복지수라고 한다.

 

<시월산수>는 40~50대 아저씨들로 결성된 순도 100퍼센트의 아저씨 밴드다.

젊고 예쁜 여자 보컬도 없고, 20대 젊은피도 없다.

시월산수의 멤버는 인하대학교 밴드부 인드키 선후배로 구성되었다.

20대에 음악에 빠져 세계 제일의 베이시스트를 꿈꿨고,

드럼이 세상의 전부라 믿으며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드럼을 치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모두 먹고 살기 위해 눈물로 악기를 내려놓고 음악을 접었다.

40대를 넘어서 밥벌이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가정도 원만하고, 죽도록 전력투구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자

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난 도대체 뭔가, 내가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음악 생각이 불끈 솟았다고 말한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세월이 그들을 다시 음악 앞으로 불러들였을 뿐이다."

자영업, 중소기업대표, 대기업, 무역업,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일하는 멤버들은

젊은 시절 음악과 하다만 연애를 뜨겁게, 열렬하게 하는 중이다.

카페에서 공연장에서 무대에서 음악에 취해 날아다니는 시월산수 멤버들은 인생의 라스트 하이라이트를 맞고 있다.

 

이밖에도 자전거로 유럽일주를 한 자전거 마니아,

인기 블로거가 된 신문사 팀장,
반짝이 의상에 체인을 달고 색소폰을 부는 교수님,

스쿠버 다이빙과 패러글라이딩, 요트를 즐기는 아저씨들,

플라이 낚시를 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젠틀맨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놀이에 흠뻑 빠져 행복한 '나'를 발견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게 있다.

취미생활을 하려면 이기적이야 한다는 것,

사는 재미를 맛보려면 용기있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야 가정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

가족을 위해 몇 십년 동안 전력투구했으니 이 정도 호사는 누려도 된다는 것이다.

 

책은 여덞 명의 중년들의 이야기에 이어  젊게 사는 꽃중년이 알아야 할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외모와 피부를 가꾸고 새로운 음식문화에 적극 참여하는 멋쟁이 중년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아르마니 청바지를 입고, 딥클렌징 제품을 바르고 핫 타월로 얼굴을 덮고 마사지를 한다.

폭탄주가 아닌 와인이나 사케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기고, 색다른 해장을 시도한다.

 

책에 소개된 아저씨들의 취미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 놀이에 속하고

그네들 또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책은 저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에 달려있다.

자신이 열정을 태울만한 놀이, 가슴 떨리는 놀이, 나를 찾을 수 있는 놀이를 찾아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억울하다.

가족을 위해 전력투구한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인데

만약 아내가 한달 간 집을 비우고 자전거로 유럽여행을 하고,

새벽까지 공연을 하고,

취미생활로 많은 비용과 잦은 외출을 하게 된다면 남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재밌고 유쾌하게 다 읽고서 억울한 생각이 스멀거리는 건 무슨 꼬인 심사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