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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남자에 대한 통념을 부정하며 남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유쾌하고 발랄한 글솜씨로 하나하나 짚어준다. 남자의 심리에 관한 무겁고 진지한 책일거라는 생각을 첫장부터 과감히 부수고 있는 이책은 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 맛이 난다. 저자의 엽기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글은 가슴까지 톡 쏘는 맛을 전달하는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다. 딴지일보 출신다운 재담꾼 윤용인 작가는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나 외국인 남자를 등장시키지 않고 대한민국의 토종 남자들만 등장시켜 남자의 심리를 해부한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주변 남자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남자 심리를 다룬 이전의 책들보다 훨씬 공감가는 부분이 많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재미있다.
'입 가볍고, 질투 많고, 귀 얇고, 질투심 강하고, 허영심 많고, 소심하고, 변덕스럽고, 외로움 많이 타는’이라는 수식어들은 과연 여자에게만 해당될까? “아니다, 그 뒤에는 ‘남자’라는 명사가 들어가도 하등 무리가 없"단다. 귀 얇은 남자, 질투 많은 남자, 변덕스러운 남자는 내 주변에도 있어서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룸살롱에서 눈치보는 남자'는 의외다. 룸살롱에서 마음껏 놀아주고 깔끔하게 퇴장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남자도 있단다. 그것도 많단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미모의 젊은 여성들을 일렬횡대로 세우고 간택하는 황홀한 순간에 그녀들 앞에서 쪼그라드는 쪼다스런 소심한 남자가 많은데 저자도 그 중 한 명이라고 고백한다. 간택하는 황홀한 순간에 안절부절 못하는 팔불출이니 늘상 옆에 앉아 있는 여인보다 앞의 여인이 참 예쁘다고 늘 뒤늦은 후회 하게 된다고 한다. 단순하게 골라 시원하게 놀다 나오면 되는데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껴 그러지 못하는 남자들은 소심한 놈, 찌질한 놈 소리 들을까 전전긍긍하며 진상 짓에 타협해버리고 어정쩡하게 놀다가 나온다. 그러니 그 뒤가 얼마나 떨떠름할까 싶다. 안 가면 되건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때도 있다니... 그렇다고 위로할 마음은 없다. 보통의 남자들은 대게 그렇게 시작해 선수가 되니까!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전반부에는 남자 심리 일반론을, 후반부에는 성인 남자의 심리 즉,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학에 흥미를 느껴 수년간 관련 서적을 탐독하여 전문가적인 지식을 쌓은 저자는 남자에 대한 편견과 남자 스스로 굴레 씌운 고정관념을 벗겨낸다. 여자들에게 남자를 이해하고 남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남자들에게 이 책은 자신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하다는 희망과 공감을 안겨준다. 책은 남자들에게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폼 나는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폼 나는 인생이란 가장 나다운 것, 가장 나답게 나이 들어가는 삶을 의미한다. 자신의 생각에 반하고, 심리를 거스르고, 가치관에 반하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삶이다. 일체의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삶,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삶, 긍정할 줄 아는 건강한 삶이야 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남자라는 것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윙윙거리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남자가 유독 집 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해서, 아내에게 '주목'받고 싶어서라는 이야기가 줄곧 나를 따라다닌다. 새벽에 들어와서 자는 사람 깨워 밥 달라는 이유가 밥이 아니라 마음이 고파서 그런거라고? 나에게 주목받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