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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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을 상황. 그 당시에 금서로 지정한 이유와 게르버가 선택하고 대처했을 상황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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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의 불꽃 - 청년 전태일의 꿈 근현대사 100년 동화
윤자명 지음, 김규택 그림 / 풀빛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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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의 불꽃』

윤자명 글 | 김규택 그림 | 풀빛


한국인물·역사동화 / 160 p.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하루 16시간 노동이 웬 말이냐!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p.138~146

아침 8시부터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하루 16시간 근무를 상상할 수 있는가?! 

그것도 햇빛은 고사하고 바람 한줄기도 차지할 수 없으며, 숨 한번 크게 쉴 수 없는 먼지 가득한 시골집 닭장보다 더 나쁜 환경의 공장에서. 병든 닭처럼 꼬박꼬박 졸며 견디다 못해 손도 못쓰게 병이 악화되면 쫓겨나야 했기에, 아파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쉬쉬 비밀로 하며 일해야 했던 사람들.

하루 16시간 근무는 주 5일, 40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오늘날,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온다. 

분명 그때도 헌법에 따라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근로기준법이 엄연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왜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일해야 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초등학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전태일 열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림과 함께 풀어놓은 동화책 『11월 13일의 불꽃』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름이 있는데 왜 6번, 7번이라 하지? 동네 강아지도 이름을 부르는데?

p.39

아버지의 입원과 집 사정으로 인해 돈을 벌어야 했던 열세 살 순옥은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남희를 따라 청계천 봉제 공장 미싱사 보조인 '시다'로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거라던 남희 언니의 말 따라 눈앞에 밀린 일을 처리하기 바빠 배고픈지도 모른 채 겨우 화장실에만 다녀와야 했다. 그리고 어느덧 하루 16시간 일하며 몸이 아파도 쫓겨날까 봐 고통을 숨기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일에 적응해 나간다.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리는 이유에 대한 의문은 사라진지 오래다.

노동자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 줘도 다 함께 좋아질 텐데. 이런 노동자 문제를 다룬 규칙과 법이 벌써부터 정해져 있었어. 그것도 모르고 일했으니 완전 바보다 싶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바보회를 만들었어.

p.69

시골의 가족들을 먹여살릴 돈을 벌어야 했던 어린 순옥을 챙겨주며 유일하게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던 재단사 전태일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타까워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근로 기준법을 공부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근로 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며, 노동청과 서울시청에는 진정서를, 언론엔 부당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그가 꿈꾸던 주 6일 근무에 일요일은 무조건 쉬고 하루 여덟 시간 근무에 월급은 시다도 8천 원 지급은 이루어질까? 그리고 순옥이 국민학교 졸업식 때 우등상으로 받은 영어 사전으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근현대사 100년 동화 『11월 13일의 불꽃』의 대상이 초등학생인 만큼 또래 열세 살 순옥이를 통해 조금은 더 쉽게 공감하며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아이라도, 중간중간 그림이 있고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로 인해 쉽게 완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 기준법과 노동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현재 권리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건,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과 전태일 열사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린 채 일하는 곳에는 그와 같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근현대사 인물 '전태일'을 통해 아이와 함께 노동 인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앞으로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초등학생 역사 동화책이지만 청소년도, 어른도 읽기에 좋을 책이다.

공장장님, 노동자들도 사람입니다.

기계가 아니니 아프고, 아프면 치료받고

쉴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요.

노동자에게도 인권이란 게 있습니다.

근로 기준법에 정해진 대로

우린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 싶을 뿐입니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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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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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김혜진 | 민음사

한국장편소설 / 312 p.

대화는 앞으로 나아가고 부드럽게 방향을 틀고

서로의 마음속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말들이 완강하게 닫힌 내면의 문을 열고,

서로의 내면 깊숙이 진입하고,

그 안에서 자신과 꼭 닮은 말을 길어 올린다.

p.181

최근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오랜만에 만난 기쁨에 들떠 있었던 걸까? 쫑알 쫑알 얘기하기 바쁜 나를 보고 언니들이 말했다. “이다, 알고 보니 수다쟁이였네”

예전엔 친구들이 말 좀 해보라고 했을 정도로 듣기만 하던 난 어디로 갔을까?! 요즘 나조차도 내가 수다스러워졌음을 종종 느끼곤 하는 이때, 김혜진 저자의 장편소설 「경청」 책을 만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유능한 상담사에서 공공의 적이 된 임해수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좋은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경청’이란 기술의 중요성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사람의 귀가 두 개, 입이 한 개인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두 배를 더 들으라는 뜻이라 했고, 탈무드는 귀는 친구를 만들고 입은 적을 만든다고 했으며, 지혜의 왕 솔로몬은 신에게 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간청했던 이유를.

사람들이 익명으로 SNS에 쏟아 내는 말들을 찾고 또 찾았다. 그녀는 말들이 이끄는 대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그 속에서 매번 길을 잃었다. …… 그녀는 몇 개의 단어가, 한 줄의 문장이 심장을 찌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p.65

오랫동안 유능한 상담사로 살아왔다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녀는 용서받지 못하는 공공의 적 가해자가 된 걸까?

상담사가 단둘뿐이었던 센터에서 십 년을 일하며 같이 성장해왔던 일터로부터 퇴사 통보를 받았고, 함께 일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남편과는 이혼했으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극진히도 챙겼던 친구와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밤 편지를 쓴다. 그것도 끝내 보내지 못하고 폐기하는 사과인 듯, 항의인 듯, 후회인 듯한 편지를.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계속 다음 페이지를 읽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의 사정을 다 알고 나서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그녀가 사과 편지라 말하며 쓴 내용들에 나도 그러했을 거 같아서... 감정 이입 제대로 하며 읽었다.

그녀가 전부를 잃을 수 있는 싸움을 하는 길고양이 순무를 구하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함께 기다렸고,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노력해 나아가던 아이와 그 기다림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며 그녀가 깨달아 갔을 땐 함께 깨달으며 위로를 받던 시간.




장벽 없는 소통과 그로부터 치유되던 마음. 더 이상 과거에 묶여있지 않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던 ‘경청’.

한자로 기울 ‘경’(傾)과 들을 ‘청’(聽)으로 구성된 단어인, 귀를 기울여 들음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경청은 한자를 풀이해 보면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닌, 사람(人)이 머리(頁)를 옆으로 기울여 왕(王)이하는 말에 귀(耳)를 기울이듯 듣고, 열(十) 개의 눈(目)으로 보듯 집중하고, 온전한 한(一) 마음(心)이 되는 듣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 또한 수많은 단어를 듣고서야 말하기를 시작하듯,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말과 감정을 상대방과 조금은 쉽게 이어주는 ‘통로’가 되는 '경청'을 여러 사람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세상을 다시 듣기 시작하며 나아가기 시작한 임해수 그녀를 통해 나 또한 다시 배우며, 나도 들을 준비를 다시 재정비해 본다.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은 그저 넘쳐 나는 말들에 둘러싸여, 불필요한 말들을 함부로 낭비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한 말이 언제 탄생하고 어ᄄᅠᇂ게 살다가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p.225

김혜진 장편소설 「경청」, 인상 깊은 글귀

■ 누군가에는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쉽게 잊히는 일이 되기도 하니까요. 잊을 수 없는 사람은 피가 마르는데 잊은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p.7~8

■ 그녀는 오랫동안 유능한 상담사로 살았다. 상담사였을 때 그녀가 상대한 건 오로지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사람들을 지배하는 기분. 그녀는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믿음이 감정과 기분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자신감 넘치는 조언을 하게 했다. p.28

■ 끝없는 의미 찾기.

그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요?

상담사였을 때 그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그것이었다. p.46

■ 얘야, 해수야, 해가 좋은 날엔 나가서 많이 걸어라. 뭐든 많이 보고 많이 들어라. 세상을 미워하는 건 바보 같은 것이다. 그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야. p.118

■ 남의 일에 입 대는 게 무슨 도움 되는 이야기야. 다 저 좋자고 하는 이야기지. p.171

■ 이 순간은 이 순간일 뿐이다. 그녀가 과거에 겪은 어떤 일의 결과도, 원인도, 이유도 아니다. 시간은 곧게 나아가지 않는다. 삶의 모든 순간들이 인과의 직선을 따라가지 않는 것처럼. 그녀 자신이 단 하나의 얼굴로만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p.185

■ 왜요? 왜 싫어해요? 얘들은 아무 짓도 안 하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싫은 데에 이유가 없으니 답답하지?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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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트레이 귀공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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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트레이 귀공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영미소설·액션 / 408 p.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할 거야.

p.25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을 운에 맡긴 적이 있는가? 그것도 동전 던지기로. 

그렇다면 동전을 던져 나온 면에 따라 하기로 한 행동은 그 사람에게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운에 따른 선택이었을까? 분명한 건 어느 쪽에 속하든, 동전에 맡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행할지 여부는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가 자신의 죽음이 예감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놓이게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건가?!

오롯이 자신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음에도 형제의 탓으로 돌리며 복수의 칼날을 갈던 그. 그것도 모든 이가 반대했음에도 그가 밀어붙였고 결국은 동전 던지기로 자신의 운명과 형제의 운명까지 맡겼던 그였지 않았나?! 

자신의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그런 고통을 겪지 않는 타인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커질 뿐이라지만, 형의 광기 같던 복수에 결국 악의에 잠식당해가던 헨리의 삶이 안타까웠다.

그것 또한 그의 운명이었을까? 



이보게, 그보다 흥미진진한 건 없을 걸세. 그 가문의 한 사람은 1745년에 참전했고, 다른 한 사람은 희한하게도 악마와 밀담을 나누었다지. 로OO의 《회고록》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지. 뭔지는 모르지만, 한참 후에, 100년 전쯤에…….

p.12

듀리스디어 경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통속적이고 방종할 뿐 아니라 소동이 일어나면 늘 제일 앞에 있으면서도, 가족과 이웃으로부터는 높은 평판을 받으며 그가 조금 더 진지해지면 장래에 큰일을 해낼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장자 제임스 밸런트레이 귀공자와 거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지만 묵묵하고 착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던 둘째 헨리 듀리.

이처럼 다른 두 사람은 자코바이트 봉기가 일어나자 한 명은 가문에 남고 한 명은 출정을 하기로 한 가문의 중도 노선을 취했을 때, 자신의 활동적인 기질을 억누르지 못한 제임스는 자신이 출정하겠다고 나섰고, 헨리와 앨리슨 양 그리고 듀리스디어 경은 집을 떠나는 것이 아우의 몫이라 주장했다.

결국 모두의 반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며 동전 던지기로 정하자 제안한 제임스와 그런 게임은 하지 않겠다 소리치던 헨리. 그리고 제임스의 출정을 가리킨 동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렇게 제임스가 원하는 대로 출정은 하였지만 자코바이트 봉기가 실패로 돌아갔고, 가문에는 밸런트레이 공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가문엔 가까운 친척이자 고아로 부친이 무역을 통해 구축한 재산 상속을 받은 앨리슨 양의 돈이 필요했기에, 듀리스디어 경은 제임스와 사랑하던 사이였던 그녀를 설득하고 설득해 헨리와 결혼 시킨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밸런트레이 공자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고 온 자가 나타났으니...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문에서 일하던 집사 매컬리 씨가 화자가 되어 그가 남긴 문서를 통해 들려주던 『밸런트레이 귀공자』 이야기. 


그 녀석이 이 모든 것에 대해 내게 대가를 치러야 해. 그 녀석은 내 자리를 차지하고, 내 칭호를 달고, 내 아내의 환심을 사고 있어. 그런데 나는 이가 덜덜 떨리도록 추운 황무지에서 빌어먹을 아일랜드 녀석하고 단둘이 있잖아! 아, 나는 잘 속아 넘어가는 평범한 얼간이였어!

p.107

망명자 신세가 되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은 위험에서부터 큰 위험에 빠지며 죽을 고비를 넘기던 제임스가 자신의 모든 고통의 대가를 헨리에게 넘기며 보이던 비뚤어진 복수심에 소름 돋던 이야기.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영원토록 헨리의 등에 묶여 있던 그로 인해 결국은 악의에 잠식되어 가던 헨리의 모습.


그 무엇도 내 것이 아니라네. 그 무엇도. …… 내가 가진 것은 이름과 그림자뿐이야. 그림자뿐. 내 권리는 실체가 없어.

p.114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양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의 선택이 불러온 비극이었을까?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 그리고 운명과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복수가 더해진 어른용 『보물섬』을 읽는 듯한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 『밸런트레이 귀공자』였다. 

모험이 함께하는 복수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께, 이 책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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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장난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3
로베르토 아를트 지음,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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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장난감

로베르토 아를트 |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스페인·중남미문학 / 288 p.

이봐, 친구.

모든 게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세상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바꿔나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러지 못하고 낙오하는 이들도 있지…….

우리네 인생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

p.205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상황에서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저 형식적인 자유뿐인 상태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최저한도의 생활 보장마저 힘든 상황에서부터 생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생존 또는 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건의 확보를 요구하는 권리인 '생존권'의 위협. 자본주의의 발달로 생겨난 부익부·빈익빈 현상.

가난과 비참한 삶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절망 속에 갇혀 살아가야만 하는 그 어떤 희망도 미래도 보이지 않던 비극적 세계가 「미친 장난감」 속 주인공 실비오를 통해 현실적으로 그려지며 되물어 온다.

언제쯤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게 되냐고.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덤벼드는 꼬마에서 벗어나 어엿한 신사가 되려면, 보란 듯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이놈의 세상, 왜 이다지도 불공평하냐고. 산다는 게 다 그런거냐고...

 

여기서 당장 꺼지라고, 이 더러운 자식아.

도대체 어쩌다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지?

네 인생이 말이야?

p.174

「미친 장난감」 주인공 실비오의 첫 모험은 그가 책 속 모험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시작된다. 

구두 수선공으로부터 도적 문학의 짜릿한 즐거움과 스릴을 알게 된 실비오는 퐁송 뒤 테라유 자작이 쓴 로캉볼에 관한 소설을 모두 읽은 후 최고의 도적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언제나 위조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엔리케와 함께 도적들과 악당들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누다 강도질이 가치 있고 아름다운 행위라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실비오와 엔리케는 전선, 전등갓, 접시, 나이프 등 족족 훔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보 장치가 없는 금고에서 현금을 빼내는데 성공했으며, 뒤늦게 노파 집에 얹혀사는 친구 루시오가 합류하면서 '한밤의 신사들 클럽'이 탄생했다. 그리고 셋은 학교 도서관의 책을 훔치기에 이른다. 

하지만 경찰의 추적으로 일이 커지자 비밀조직의 활동을 멈추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난 죽지 않을 거야. 절대로…….

아냐…… 난 죽을 수 없어…….

그렇지만 난 자살해야 해.

p. 187

더는 너를 먹여 살릴 수가 없다며 가난으로 인해 어려워진 삶을 이야기하던 엄마는 매일 같이 이제 너도 일해야 한다 말했고, 결국 실비오는 중고책방에서 일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가 꿈에 그리던 공간이었을 수도 있었을 책방. 하지만 손님을 끌기 위해 '소 방울'을 딸랑딸랑 쳐야 했던 그. 

책방을 그만둔 뒤 항공 군사학교의 정비공으로 취직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퇴직, 지물포에서 종이를 판매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으나 다시금 그에게 손을 내밀던 범죄의 유혹.

그리고 경찰 수사관이 된 친구 루시오와의 만남과 거액의 위조수표 유통 사건으로 감옥에 있다는 엔리케의 소식.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걸까?

로캉볼처럼 위대한 도둑이 되기를 꿈꾸었던 그가, 보들레르처럼 천재적인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던 그가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가난에 무너져 내리게 될까?

이봐, 절름발이.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우리는 먹기 위해서 일하고 일하기 위해 먹을 뿐이라고. 즐거운 일도 없고, 파티나 축제에 갈 생각은 꿈도 못 꿔. 그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잖아, 절름발이. 이제 이런 생활도 지긋지긋해.

p.238~239

가난한 프로이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했던 이야기 「미친 장난감」. 

문학과 읽기가 그들에게 범죄나 다름없었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했던 도서관마저 돈에 의해 철저하게 규제되었던 그 시절이 실비오의 삶과 경험으로 되풀이되며 일어나는 과정으로 담은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특히 그가 범죄의 세계에서 놓여나기 위해 했던 마지막 선택으로 받아야 했던 비난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은 절대 죽을 수 없으나 자살해야 한다는 실비오의 말이 메아리치며, 책 제목으로 정해진 '미친 장난감'의 의미와 함께 불타오르는 얼굴을 가진 표지가 저자가 던지는 묵직한 펀치로 돌아오며, 오늘날 '소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수많은 책이 그의 손을 거치지만 정작 그의 것이 될 수 없었던 현실.

당신은 오늘날 어떤 '소유'를 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다들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다니는 거죠?

인생은 아름다운 거예요. 아름답고말고요…….

그렇지 않아요?

p.26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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