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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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일을 또 다른 한 아이가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안 돼!" 내 안에서 무엇인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어린 시절을 그에게-너에게-나에게 겪게 해서는 안 된다, p.130

아이가 태어나는  일은, 그 아이에게 어떠한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태어나고 보니 부모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미국인이거나 한국인이거나 등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그 자신 또한 태어나 보니 부모가 유대인이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수용소에 끌려가야 했다. 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범죄는 태어난 것이다.'라 말하던 작가.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당해야 했던 그가 아이를 가지지 않을 결심을 하기까지, 그가 경험해야 했던 그 모든 과정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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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크리스털 D. 자일스 지음, 김루시아 옮김 / 초록개구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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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크리스털 D.자일스 | 김루시아 옮김 | 초록개구리

창작동화 / p.300

■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 여기는 내 고향이다. 나는 모든 걸 여기서 했다. 여기서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났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공원 농구장에서 처음으로 3점 슛을 성공시켰고, 숨바꼭질도 아주 많이 했다. 참나무는 숨기에 딱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섬광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어떻게 그런 기억을 다 놔두고 떠날 수 있지? p.74

누구에게나 태어나고 자란 곳이 있다. 그리고 우린 그곳을 고향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의미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엔 동네에 누가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중 그 집의 가정사까지 다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이웃도 있을 정도로 자주 왕래하며 함께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곳에 머무르는 기간도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당장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과연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고향’이란?! 더 나아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거주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의 거주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현상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이야기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였다.



■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상류층의 취향에 맞게 도시 주변 동네를 바꾸는 것입니다. 보통 저소득층이 강제로 쫓겨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같은 거죠. p.284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 새집, 새 식당, 새 가게가 들어서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수익도 늘어나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문젠 기존 원주민들의 기준이 아닌 부유한 주민들에게 맞춰 재개발됨에 따라 원주민들이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웨스네 동네에도 새로운 건물을 짓기를 원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가 접근해오면서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서로 싸우기 시작했고, 동네를 떠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자신이 먼저 살고 있음에도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웨스는 왜 자신들이 쫓겨나야 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동네와 공동체를 지킬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 나서는데, 과연 웨스는 이사를 가지 않고 자신의 동네를 지켜 낼 수 있을까?




어린 웨스의 눈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뿐만 아니라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에 대해 그려지면서 이해하기 쉽게 그려지던 이야기.

돈보다 더 많은 것이 얽혀 있음을 그리고 우리와 우리의 공간은 다른 사람과 그들의 공간만큼 존중받아야 함을,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도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가지고 우리 동네, 우리 가족, 우리 집이란 자부심을 가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라본다.




■ 이건 그냥 우리가 이사 가는 문제만은 아니야. 이건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지키는 문제란다. 엄마의 가족사와 이웃의 역사는 중요해. 사태가 곤란해지더라도 말이다. p.78

■ 경찰은 제가 여기 살았다고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요. 바로 저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어요. 제가 하는 말도 듣지 않고요. 마치 누군가 제 목소리를 꺼 버린 것 같았어요. p.152

■ 나는 흑인이니 백인이니 상관없이 그저 내가 되고 싶을 뿐이야.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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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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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가능성과 같은 일이 점차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됨에 따라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일종의 '의무에 대한 채만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박사. 그리고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과 대를 잇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에 저자도 심란하다 하지만 나 또한 싱숭생숭해진다.

정말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불구이자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는 걸까?! 노년이 되어 의지할 곳이 없다는 위협까지 느끼게 되는 걸까?!

책 제목과도 이어지는 박사의 이야기에, 아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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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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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아니라면, 부르봉 왕가 사람들은 우리가 한 모든 일을 백지화하려 들 걸세. 그러니 보나파르트에게 알리게나.
나 같은 주위에 있는 사람은 밀고를 할 수 없는 법이네.
자네 같은 지위라고?
나는 법무부 장관 자리를 제안받고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절로 혀가 차지는 상황이다. 어쩌면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변화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지, 절로 한숨이 나면서 눈살마저 찌푸려진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딜을 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그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안위만 생각할 뿐인 그들. 그리고 죗값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죗값을 받지 않고 오히려 고통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고통받는 이 현실에 빗대어져 답답해져 온다.

오히려 자네 같은 지위라면, 현혹될만하지만 현혹되지 않아야 하는 위치이지 않은지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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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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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치 어떤 노상강도가 내 주머니 속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묻는 것처럼, 적잖이 무분별한 질문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니까 그는 내 가족 상황을 꼬치꼬치 캐기 시작했다. 내가 그의 가족 상황에 대해서 조금의 관심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p.15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우린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질문부터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실례인 걸 알면서 물으니 말이다. 

오블라트 박사의 과거를 모를뿐더러 그가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길 원하는 '나'였음에도 박사는 자신의 가족 상황에 대해 털어놓더니 당연하다는 듯 그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꼭 그에게 그럴만한 권리라도 있듯 무심코 그에게 아이가 있는지 물어본다. 그 질문이 얼마나 그의 속을 뒤집어 놓는지도 모른 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본능적으로 "아니요!"를 외친 그. 그에게 아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까?! 제목과 연관 지어 생각되는 내용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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