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1주

  6.25 전쟁, 한국인 모두에게 비극이다. 남이나 북이나 말이다. 이념의 대결 뒤에 숨쉬는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쟁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강제되든, 남북한의 독재정권에 의한 것이든 결국 피해자는 일반 민중이었고, 국민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세력이거나 독재를 위해 남북한 긴장을 이용한 세력이거나 이들이 과연 국민들에 비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의심된다. 이 전쟁은 한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주었고, 특히나 가족을 소중히 생각했던 한국민들의 가족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하나의 경제공동체이기조차 했던 남북한은 서로 증오하기만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경제발전을 위한 협상조차도 서로에겐 사치라고 할 만큼 으르렁거렸다. 그 기간이 반세기를 넘어 자칫 한 세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전쟁이 끝난 후 개발의 열풍이 한국 남한을 주도하면서 사회는 발전했지만 이산가족이란 멍에도 함께 했다. 무엇보다 한국민들의 깨어진 인간관계는 너무나 안타까운 비극을 양산했다.
  한국 전쟁과 관련된 영화는 거의 한국인들에 의해 제작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비극을 한국 영화들은 감정에 기울여 찍기도 했고 관조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거기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또한 희생도 있고, 반목도 있고, 전쟁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리고 앙금도 남았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자성하기도 하면서, 가족의 뜨거움이나 민족은 그래도 하나란 사실을 일깨우기도 한다. 좀 진부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한국 영화들은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으며, 자기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것은 무척 좋은 시도이며, 앞으로도 그런 시도가 더욱 가치 있게 보일 것이다.  



적과의 동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의 한국전쟁 영화다. 일제에 대항해 함께 싸웠던 한반도의 그들이 잘 알 수도 없었던 이념을 갖고 싸웠던 코미디 같은 사태에 대해 벌어진 희극과 비극의 앙상블 속에서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사랑과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점은 기존의 한국전쟁 영화와 다를 바 없지만 북한이 잔인한 살인마란 인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특히 이념의 진지한 실천가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의 막혀 고민하는 북한군 장교 김정웅 (김주혁)이란 캐릭터의 등장은 한국전쟁영화의 진일보한 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사랑 놀음으로 빠질 수 있었던 스토리가 당시 상황과의 적절한 안배 속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사람들의 고민을 제대로 포착함으로써 수준 높은 서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웰컴 투 동막골 


 

  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한국전쟁 속에 존재할 수 없는 동막골이란 이상향을 통해 한국민들은 분단된 이 상황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이야기한 영화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전쟁 하면 언제나 적으로만 나온 북한군은 여기선 함께 할 동료로 나왔으며, 어쩌면 위험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새로운 전선을 보여준다. 즉 아름다운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동막골을 폭격할 미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남북한 군인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는 이야기는 극우인사들에겐 격분을 살 일이지만 미래지향적인 남북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또한 이 영화는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든 한국적인 이상향을 제시함으로써 또 다른 면에서의 흥미거리도 제시한, 여러 가지의 면에서 특이한 매력을 지닌 영화다.  




태극기 휘날리며
 


 

  한국 흥행사에서 불멸의 기록을 만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아마도 이 영화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한국전쟁영화의 모든 것들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 그전의 영화가 북한군에 대한 증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 영화는 그런 것을 넘어서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 영화는 한국의 가족의 가치를 일깨웠음은 물론 전쟁에 의해 파멸되는 인간성을 처절하게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폭력성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또한 전쟁 기간 동안에 벌어진 잔혹한 참상 역시 이 영화에서 제대로 묘사됐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 이념에 앞서 우선 폭력성만을 고집했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전쟁의 실상에 더욱 접근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에서 언제나 주목을 받을 것이며, 그 평가도 다양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이 영화가 많은 것들을 담은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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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2주

  참고로 이 영화들을 추천하는 본인은 불교신자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나름 존경하는 불교인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희생,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종교인들은 종교의 차이를 넘어 존경해야 합니다. 선행을 이끄는 힘이 종교의 힘이라면 확실히 종교의 가치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 추천할 작품들은 모두 천주교와 관련된 작품들입니다. 천주교와 기독교가 믿는 분들이 공통된 분이란 것은 있지만 양쪽은 중세가 끝날 때, 각종 종교 전쟁으로 서로를 증오하며 싸운 지 오래이고 지금도 그들은 믿음의 대상은 같지만 믿는 방법은 다릅니다. 즉 개인적 판단으로 천주교(가톨릭, 혹은 구교)와 기독교는 다르다고 판단합니다. 천주교의 믿음체계와 세계를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마도 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아무튼 지금 소개할 작품들은 천주교의 기적과 선행에 관한 영화입니다. 왜 이런 영화가 현재 많은 관심을 얻게 됐을까요? 그것은 오늘의 삶이 힘들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것에 무관심하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기적을 원하고 선행을 하는 이들이 매우 반가운 것입니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누군가의 행복이 가능하다면 몸을 던지더라도 그런 희생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값진 희생이고, 종교인이어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불교계에 이런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영화화가 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불교는 아마도 성찰 위주의 영화에 많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종교는 힘든 자들의 새로운 희망을 줍니다. 그것이 기적의 형태이든 누군가의 선행이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종교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불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가치를 인정합니다. 그것은 비뚤어진 종교적 맹신 때문에 종교의 기본적 가치까지 망각하고 있는 어느 종교인들의 실책이 문제점을 계속 양산하는 이 시점에서 그것은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루르드
 

 


  이 영화가 과연 천주교의 기적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관객들은 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독실해 보이지 않은 신자가 왜 기적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답이 나와야 할지, 아니면 믿음이 강해야 기적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식의 반론을 제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천주교에서 말하는 기적에 대한 실마리는 분명 주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휠체어를 탔다는 것은 분명 신체적 불행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고, 운명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은 높을 것입니다. 당연히 주인공 크리스틴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냅니다. 자신의 불구인 신체에 대해 불만인 그녀가 이상한 인연으로 성지 루르드로의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자원봉사자에 대한 부러움 등으로 볼 때, 크리스틴은 전혀 천주교답지 않은 그저 그런 여인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여자에게 찾아온 종교적인 만남과 신앙의 부활, 그리고 기적 등을 보면 종교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3회 유럽영화상(2010) 수상유러피언 여우주연상(실비 테스튀), 59회 멜버른국제영화제(2010) 초청국제파노라마(예시카 하우스너), 47회 비엔나국제영화제(2009) 수상비엔나영화상-장편(예시카 하우스너), 2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2009) 수상바르샤바 대상-국제경쟁(예시카 하우스너) 등의 수상으로 본다면 이 영화, 뭔가 느낄 수 있는 영화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울지마, 톤즈 



  이 영화, TV에서도 중계된 이후에도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의 슈바이처, 故 이태석 신부라는 표현을 본다면 주인공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천주교 신부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의 희생과 봉사의 상징인 슈바이처의 이름을 본다면 그가 어디에서 활동했고, 봉사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가 이태석 신부의 봉사 장소입니다. 이 지역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지역입니다. 무엇보다 그곳의 주류인 딩카족은 키가 매우 큰 종족이며, 전투적 민족이란 특성으로 인해 눈물을 수치로 여깁니다. 언제나 강해야만 한다는 딩카족의 특성은 남북으로 갈라져 내란에 휩싸인 수단에겐 가장 효과적인 삶의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전으로 인해 모든 것은 황폐화됐고, 인성은 메말랐으며, 삶의 환경은 척박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고 이태석 신부는 그곳에서 의사였고, 선생님, 지휘자, 건축가였습니다. 그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그 지역엔 어렵지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영화는 그의 이런 삶을 추적합니다. 특히 남 수단의 자랑인 톤즈 브라스 밴드가 마을에서 만들어지고 행사를 뛰는 모습에서 척박한 현실에서 새롭게 태어난 딩카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각종 기부행사를 뛰며 어려운 곳을 희망의 장소로 바꾸려는 고 이태석 신부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킵니다. 무엇보다 죽음에 임박해서도 통기타를 치며 기부활동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고 이태석 신부가 마흔 여덟에 세상을 떴을 때, 눈물을 수치로만 여겼던 전사부족 딩카족의 눈물의 배웅은 희생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새겨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바보야
 

 


  한국 2009년 2월 어느 날, 그날은 매우 추웠습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에서 잊을 수 없는 거인을 담은 운구를 담은 행렬을 추위는 막지 못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서 한국인의 어렵고 힘든 곳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것을 헌신한 故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바보야’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안성기 님이 목소리를 맡은 이 영화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많은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생존했던 한국은 남북한으로 분열됐고, 명동 성당은 언제나 민주화 물결 속에서 구심적 역할을 담당했고, 경찰에 쫓기는 자들의 피신처였습니다. 그 명당 성당의 추기경으로서 그는 당당히 독재정권에 대항했고, 그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의 안위를 걸어야만 했던 위험한 것들이었습니다. 민주화를 이루고 독재정권이 물러서면서 그의 헌신이 결실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활동 이외에도 그는 신부라는 종교인으로서 많은 이들을 위한 봉사와 헌신을 다했습니다. 어려운 이들의 희망이었고, 언제나 어려운 자들 옆에 서려 했습니다. 비록 말년에 그의 독재에 대한 말이 문제를 일으키긴 했지만 그의 헌신과 희생을 그런 것으로 평가절하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영화는 그의 인생을 보여주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종교인의 참 삶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분의 죽음이 너무 슬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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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1주

  인간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제도는 결혼이다.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결혼이 그런데 요새 이런저런 이유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결혼과 관계된 영화들이 주목을 받고 있고 의미심장하기조차 하다. 남과 여가 있어야 이루어지는 결혼, 그러나 사연도 많고, 갈등도 많다. 영화야 해피엔딩으로 끝나더라도 결혼 과정은 산 넘고 물 건너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재미있겠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담고 있다. 그래서 결혼 이야기가 단순한 남녀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또한 한국영화에선 드물지 않게 결혼을 위기로 빠뜨리는 것은 남녀간의 사랑과 갈등이 아니라 남녀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대다수다. 한국에서 결혼이 단순한 남녀의 문제가 아닌, 집안 대 집안의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고 외국 영화가 꼭 예외는 아니다.
  말들이 많은 결혼에서의 갈등 이야기, 최근의 영화에서 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이혼도 많아지고 아기들도 줄고 있는 지금, 한국은 미래의 고령화 위기 등으로 앞으로 큰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영화라도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해피엔딩이 정말 현실이 됐으면 한다. 사랑이 좋은 결실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한다. 
 

못말리는 결혼 (2007)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전통화 현대의 충돌은 영화는 물론 소설 같은 예술에서도 자주 차용하는 갈등구조다. 좀 구태의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큼 갈등구조가 명확한 것도 없다. ‘못말리는 결혼’은 전통적인 가문과 현대적인 가문 사이에 벌어진 상견례에서의 진통을 보여준다. 웃음 코드를 삽입한 영화이지만 사실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은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결혼에 전제로서 부모의 경제력과 재산, 그리고 직업 등이 두 가문의 싸움의 빌미가 된다. 또한 강남과 강북의 대립 역시 새로운 지역주의의 갈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오늘을 사는 많은 청춘남녀들에겐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들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 이것은 신데렐란 영화로 언제나 봉학되긴 하지만 사실 양가 부모 이전에 결혼을 준비하는 남녀 둘 사이에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다. 아무튼 영화는 이런 것들을 갖고 돈 안 되는 전통이 과연 필요하냐는 문제로 티격태격 싸우는 재미가 이 영화의 볼거리다. 특히 주인공 남녀로 출연한 유진과 하석진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김수미와 임채무의 뛰어난 연기력이 더욱 빛이 났다. 이 영화는 결혼에 관한 한 고전이 될 뛰어난 작품이란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영화다.   

 

미트 페어런츠 3



   마침내 3편까지 나온 이 영화는 1편부터 3편까지 결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웃음코드를 통해 그 모든 것들을 묻고 있는 것이다. 능력 없는 사위에 대해 영화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장인의 온갖 저주를 보여준다. 결혼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3편에서도 전직 CIA 요원 잭이 사위 그레그를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그것도 10년이나 된다. 개인주의가 사회적 도덕 이념으로까지 자리잡은 미국이지만 이 영화에선 그런 미국적 통념이 통하지 않는다. <미트 페어런츠>(2000)에서 예비 신랑으로 고된 신고식을 치렀고, <미트 페어런츠 2>(2004)에서 위험한 상견례까지 무사히 마쳤으면 끝날 만도 한데 말이다.
  그레그가 영화 속에서도 마음에 그렇게 드는 구석은 없다. 무엇보다 경제적 무능력이 가장 큰 원인인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는 경제력인가 보다. 영화에서의 갈등은 그런 무능한 사위를 어떻게든 자기 딸과 갈라서게 만들려는 장인의 어이없는 모략이다. 그런데, 사위, 이전 영화에서의 약함은 사라지고 이번엔 당당하게 장인에 도전한다.
  영화의 웃음코드가 장인과 사위의 한판 대결 정도로만 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독립된 자아를 찾아가는 자유의지의 구체화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내용과 주제는 미국 영화의 대다수가 공유하는 것이겠지만 결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좀 흥미롭다. 미국사회에서도 결혼은 개인간의 관계가 아닌 집안이 결부된 것임을 이 영화로도 알 수 있는 것을 보면, 결혼, 참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기도 함을 느낀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력도 무척 반가운 영화다. 


위험한 상견례


  해방 이후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갈등 중 최대의 것은 단연코 지역주의다. 특히 경상도가 독재정권의 산실이 되고, 전라도를 왕따 시키는 전략으로 정권을 오래 유지해온 전략 덕분에 경상도와 전라도는 언제부터인가 태생적으로 경쟁하고 증오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작은 국토에서의 이 두 지역의 갈등은 한일관계만큼 악화되고 말았다. 여기에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의 전두환 정권의 만행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갈등구조까지 만든 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영화 ‘위험한 상견레’에서 그런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다행히 웃음코드였기에 망정이지 좀 더 심각한 영화에서 나왔다면 심각하게 분노가 드러날 수도 있었다.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의 결혼, 시작부터 만만한 결혼이 아니다. 그것도 21세기가 아닌 1980년대라면 지역간 갈등이 가장 심하던 시대였다. 다만 21세기의 특성이라면 당시의 남녀의 통념과도 다르게 여자가 적극적이고 남자가 어눌한, 당시의 남녀관계가 아닌 오늘의 관계를 빌린 것이 그나마 현대적이다. 아마도 과거를 빌려 오늘을 비추어 보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 역시 해피엔딩이기에, 아니 그런 것 이외엔 달리 마지막 구성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어떻든 전라도든 경상도든 작은 한반도, 그것도 반쪽인 상황에서 정치적 이권과 탐욕, 그리고 그에 따른 무시로 인해 갈라졌어도 다시 뭉쳐야 살 수 있는 운명을 지닌 곳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언제까지 지역주의 망령으로 갈등을 하고 살 수는 없어야 한다. 한국은 바야흐로 빈부의 격차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고 고령화에 따른 세대간의 갈등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현실 극복의 방법이 의미심장할 것이며,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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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3주

  상상이나 가상의 예술은 감동을 크게 줌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 부족이란 문제에 시달린다. 영화는 이런 문제에 예외일 수 없고, 최근 영상이 주는 매력과 대중성으로 더욱 크게 회자된다. 과연 그럴까 라는 질문, 이것은 영화를 만든 이들에겐, 특히 메시지를 전달해주고자 만든 이들에겐 무척 가슴 아픈 이야기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영화의 격까지 떨어지는 불운을 맛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감동적인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는 이런 문제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행운을 잡는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실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고, 각색이 덧붙여지겠지만 있었던 사실이고, 영화에서 채택된 것들은 많은 이들이 믿기 힘들거나, 매우 감동적인 것들이 당연히 주류일 것이다. 특히 영화를 보는 이들 역시 가상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더욱 배가된 상태에서 느끼게 된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평가도 좋고 대중성 역시 좋은 편이다. 앞으로도 실화는 계속 유행하겠고, 지금 현재 세 편의 멋진 실화를 기반으로 둔 작품이 있다. 그것은 ‘파이터,’ ‘킹스 스피치,’ 그리고 ‘웨이백’이다.  


파이터 



  운 좋은 것인지 실력이 대단한 것인지 모르지만 ‘슈가 레이 레너드’를 다운(이것도 진위여부로 논쟁이 붙고 있음)시킨 경험이 있는 한물간 복서 ‘디키’와 그의 동생이면서 언제나 땜질용 선수로 기용되면서 험난한 권투선수로 살아가는,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거의 찾아오지 않고 있는 ‘미키’란 형제에 관한 실화다. 동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실수투성이고, 동생 미키에겐 더 없는 형이지만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주곤 하는 상습마약 투여자이기도 하다. 동생 미키는 가족의 모든 것을 짊어진 가장이다. 이런 책임은 그의 미래를 암울하게 했고, 벗어나고 싶었는데 기회가 돼서 가족으로부터 떠나지만, 결국 작은 끈이라도 어떻게든 유지하게 된 가족과의 연대로 잘된다는 뻔하지만 감동적인 영화다.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다시 한 번 음미할 만한 가치들이 있는 영화다. 특히 조연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디키와 이 두 형제의 엄마로 나온 배우 둘(크리스찬 베일, 멜리사 레오)이 2011년 오스카상, 남우,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킹스 스피치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인물의 멋진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영화인데, 정말 실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우 감동적이다. 그것도 세상의 중심에서 왕의 역할을 하는 영국왕가에 대한 이야기다. 형의 불륜으로 졸지에 왕이 됐지만, 그는 책임지기 싫어했고, 특히 말도 어눌해서 왕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대중 앞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을 결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한 차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좌절도 맛보았다. 이런 한계를 지닌 인물의 반전, 확실히 넌센스와 같지만 정말 있는 일이었다니 인상적이다. 어쩔 수 없이 책임졌다면 대충 하고 내려올 수도 있었지만 상황이 전쟁 중이었고, 국민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원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위대한 왕으로서보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하는 책임지는 리더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받은 존경은 이 영화의 백미일 것이다. 특히 말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와 그의 주변인물들의 열성은 왜 2011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 이 작품에 주어졌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웨이 백 



  시베리아에서부터 인도까지 6,500km,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길이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면 영화를 보고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망국의 설움과 자유를 위한 갈망, 이 두 가지로 폴란드에서 시베리아 수용소에 들어간 어느 남자와, 그와 함께 탈출을 한 동료들의 머나먼 탈주 영화다. 영상은 내셔날 지오그래픽도 참여해서인지 환상적이다. 사막에서 눈 덮인 산, 그리고 바이칼 호수, 히말라야 산맥 등 자연의 보고이면서 꼭 가고 싶은 환상의 여행코스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극 중의 인물들에겐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자연재해겠지만 말이다. 주인공 야누스의 인생 역정은 이 영화의 중심인데, 그와 함께 탈주한 이들의 여러 사연과 사고, 그리고 그들간의 따뜻하면서도 험난했던 관계는 인생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특히 자신을 배반한 아내를 위해 그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도 된다. 믿음이 깨졌다 하더라도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신념과 그를 위한 여정은 인간관계의 파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역시 좋은 선례로 남게 된다. 무엇보다 이 엄청난 탈주가 실화란 것이 놀랍고, 주인공 야누스의 포기 않는 정신과 따뜻한 인간관계에 대한 믿음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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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2주


현빈이 군대에 갔다. 그것도 해병대에. 감히 해병대라니. 이런 모습을 보면 현빈은 강한 남자의 전형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군대에 속하는 해병대에 입소한 그를 생각하면 강한 액션작품에 많이 출연했을 것만 같지만 그의 영화 이력에 그런 영화는 물론 드라마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처녀작 '돌려차기'가 가장 강력한(?) 액션물이다. '친구'가 드라마에선 진정한 액션작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TV 작품이다. 영화에서의 그의 출연작들은 거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 히트작 역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의 사랑 영화도 극과 극을 걷는데 버르장머리(?) 없고 철없는 잘 사는 까도남으로 출연한 것들은 대박이 났는데 '눈의 여왕'같은 사랑 영화에선 까도녀를 위한 헌신적인 사랑을 보였지만 그냥 저주받은 걸작(개인적인 생각이지만)으로만 남았다. 그는 오직 한 가지 모습으로만 소비되는 배우다. 영화나 TV 에서나. 까도남으로 나와야 히트치는 비극, 그는 그런 남자배우이고 그냥 여성을 위한 Pet 정도의 배우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영화에선 까도남보단 평범하고 진지한 남자로 나온다. 그것도 최근 말이다. 그래서 군대 가서 이제 몇 년간 보기 힘든 그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나열하고 싶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큰 히트를 친 작품들이 없다는 사실이고 그 흔한 까도남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도리어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고, 그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다수다. 그것도 최근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는데 그의 진면목이 이런 영화들 속에 비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의 눈물  

이 영화를 갖고 현빈도 나오지 않았는데 왜 올렸느냐고 비판한 분들이 많은 것은 알겠지만 그의 마음이 가장 따뜻하게 드러난 영화다. 사실 어떤 배우에게나 요청을 해도 다들 참가했을 나래이션이겠지만 왜 현빈을 택했을까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좀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 보여서 그러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이것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아무튼 슬픈 대륙의 고통을 이 영화를 통해,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의 현빈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했으면 한다. 스토리보단 화면을 통한 영상이 중요한 영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  

이혼을 준비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갑자기 아내가 이혼하자고 이야기하는 이 황당한 스토리는 그러나 이젠 오늘을 사는 부부에겐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가 됐다. 그래서인지 남일 같지가 않다. 아내 영신(임수정)가 남자가 생겼다고 하면서 나가겠다고 한다. 즉 나 불륜하는데 법으로 막지 말란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울고 불고 해야 할 것도 같은데 남편 지석(현빈)이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쯤 되면 지금까지 왜 같이 살았는지 모르겠고, 울고불고 하면서 저주하는 한국의 각종 불륜 드라마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말 Cool 한 인간관계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그들의 복잡한 마음과 왠지 모를 아쉬움 등 그래도 좀 미진하나마 서로 간의 여운을 갖고 있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리고 묘한 심리를 형상화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심리 사랑 이야기는 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현빈과 임수정이라면 볼 만은 하다. 여기서의 현빈은 확실한 도시남이다. Cool하기도 하고. 이런 쿨함이 비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겐 매우 필요한 자세이고, 그래야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요새 Cool 해야 살지 쿨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세상에 우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요새 쿨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 도덕적으로까지 요구되고 있다. 현빈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전작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고. 국제영화제에 기대를 했지만 아쉬운 결과만을 남겼다.  

 

만추 (2011)  

 

영화 내적이기 보단 외적으로 말이 많다. 중국에서 현빈과 송혜교의 결별이 탕웨이 때문이란 이야기가 중국에서 그럴 듯 하게 나오는 것이고 보면 말이다. 아무튼 아쉽다. 잘 됐으면 했는데 헤어지는 것이 대세다 보니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이 영화는 전작이 있는 영화다. 그때 영화의 영상이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줬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제작된 영화다. 장소는 국제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서안해양성 기후로 날씨가 변덕이지만 분위기는 최고로 만들어주는 시애틀이다. 안개는 환상을 낳고 시애틀의 독특한 풍광은 잿빛과 가을을 묘하게 결합시켰다. 알렉스의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노래가 참 어울리는 영화다. 잠시 동안의 자유를 얻은 여자 수감자 애나와 도망자 신분이면서 돈도 벌어야 하는 훈의 기이한 사랑 이야기다. 그들의 사랑의 결말은 흔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의 과정이고 얼마나 멋지게 표현하느냐가 영화의 대중성을 결정한다. 그래도 사랑의 사생아인 기다림의 고통은 좀 가슴아프게 하는 비극으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적실 것이다. 탕웨이의 매력이 매우 돋보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빈의 탕아적이고 도시적인 매력 역시 절정을 보여준다. 알몸만이 그의 매력이 아님을 보여준 그의 연기력도 그가 군대 갔다 오고 나서 더욱 성숙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도록 해준다.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 

 그의 첫영화는 아니지만 그나마 존재감이 뚜렷한 영화는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다. 지금 최고의 미모를 뽐내고 있는 이연희와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평가가 좋지 못하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현빈의 풋풋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이연희의 앳된 매력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제 그의 이런 매력을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니까. 그의 풋풋한 매력을 더 보고 싶다면 논스톱 시리즈로 가야 겠지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 사랑스런 그를 보는 것으로 재미있을 수 있다. 지금 그는 군대에 있으니까. 삼순이 열풍으로 기대를 어느 정도 했던 것 같지만 결과는 안타깝다. 그래도 그를 볼 수 기회는 물론 설익었지만 그의 진면목을 조금 볼 수 있을 것 같다. 건방진 까도남의 재벌 남자 이미지 말이다. 안타까운 것인지 모르지만 그의 드라마에서 이런 류의 캐릭터로 그의 성공이 이어졌다. 성공은 했지만 어두운 그를 만든 원인이기도 한데, 대중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예술인으로서의 그를 보고 싶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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