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1주

  한국의 사법부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것도 영화에서 말이다. 한국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 특히 법정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연일 화제가 되고 말았다. 한국사회의 슬픈 단면을 뜨거운 가슴으로 파헤치고 있는 영화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본 한국의 법원은 왜 법원이 존재하는지 그 이유에 의문을 던진다. 파렴치한 범인이 풀려나고 도리어 당한 피해자가 범인으로 둔갑해서 처벌을 받는 장면이나 전관예우를 무슨 대단한 지위인양 맘껏 휘둘러서 돈 많은 부자들이 승소를 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법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들 중 실화가 많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강자를 위해선 어떤 위법도 눈감아 주는 오늘날의 판사들의 모습은 돈 앞에 무릎을 꿇는 추악한 법원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영화 속에 담긴 휴머니즘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사회의 공정성을 높이고 정의를 높이기 위해 사회의 불의를 보여주는 사실주의의 오랜 전통이 현재에도 그 가치를 잃고 있지 않단 점이 매우 가슴 아프다. 오늘의 정의를 세워야 할 법원들이 그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때, 그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세상을 바꾸는 꿈을 이루고 있다. 

 
 
야수
 

 


  한국판 홍콩 르와르 영화의 걸작이다. 유지태는 물론 권상우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이다. 살인을 했어도 정계 유력자이기에 쉽게 법망을 빠져 나온 유강진을 다시 잡기 위해 형사 장도영 (권상우)과 검사 오진우 (유지태)가 뭉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권력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사회의 썩은 부분을 공유한 사법부 판사들은 세상의 가치를 누르고 의심스런 판결을 내리며 사회적 정의를 위해 몸부림 친 어느 검사를 좌절하게 만든다. 그가 법원에서 했던 이야기들은 오늘날의 한국법정에게 날리는 단호한 분노다. 2005년 당시 영화에서 비난을 받았던 내용들이 2011년 다시 반복됐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미성숙과 법원의 유아기적 수준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아 너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가니 

 

 



  한국 법원의 현주소를 유감없이 발휘한 한국 최고의 문제작이다. 이 영화는 군대를 제대한 공유의 첫 작품이란 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균인 학교와 법원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형편없는 교육기관보다 그런 사악한 학교들을 도리어 비호하는 법원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임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전관예우라는 헌재보다 더욱 강한 힘이 작동하는 법원이 왜 사회의 기본가치를 붕괴시키는 주역인지를 제대로 보여줬고 한국법원의 자성보단 법원의 외부적 통제가 왜 필요한지를 적실하게 보여줬다.  



부러진 화살 

 

 



  이 영화처럼 대놓고 법원을 배경으로 다룬 작품은 없을 것이다.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는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비극을 형상화했단 점에서 가슴 아프지만 더 없이 중요한 것은 비겁한 법관들의 탄핵이 마땅한 판결로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됐으며 현재 삼성이 갖고 있다고 할 성균관대학교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려 했던 교수가 삼성이란 강자를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준 영화다. 특히 법원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삼성이란 강자 편에 섰다는 것 자체가 법원의 현주소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법원의 대법원 수장의 행태는 기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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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4주

  2011년 중국 영화제가 한창이다. 중국에서 과연 한국 영화제가 개최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차 국제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의 영화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중국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들은 계속 개최될 것이다. 대만이 중국에 포함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치적으로는 아직 분단국가이겠지만 국력이나 크기, 그 어떤 것으로도 사실 비교가 안 되는 두 국가인 중국과 대만은 어느 순간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 영화에서 대만 출신 배우들은 자주 출연하고 있으며, 그들의 같은 언어만큼이나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계륜미는 대만 배우지만 중국 여자배우들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 영화제에 다른 중국 여자 배우들과 함께 나란히 초청됐다. 그녀는 이제 중국 여자 배우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녀는 매우 탄탄한 분위기와 열정, 그리고 묘한 순박함으로 은근하지만 강한 유혹을 하는 배우다. 그녀, 어쩌면 이번 영화제에서 큰 비중이라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를 한 번 주목했으면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2007) 不能說的秘密 Secret
 

 


  사실 계륜미보다 남자 주인공인 주걸륜이 더욱 부각된 영화다. 아마도 영화 감독이 주걸륜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비극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영화의 매력을 높인 것은 결코 주걸륜만은 아니다. 바로 신선한 매력을 던져준 계륜미 역시 큰 공을 갖고 있다. 어쩌면 아시아 최고의 음악 스타라 해도 틀리지 않은 주걸륜은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피아노란 악기를 통해 만나게 된 상륜(주걸륜)와 샤오위(계륜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한국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줬다. 아마도 계륜미가 한국에 강한 인상을 준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끈 이 작품에서 그녀는 가히 천녀유혼의 왕조현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진부한 멜로 영화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뭔지 모를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2010) 第36個故事 Taipei Exchanges  

 



  개인적으로 매우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고, 그리고 도시인들의 이룰 수 없는 소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있는 어느 여인의 생활을 담고 있다. 카페란 낭만적인 도시 공간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또한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되고, 또한 새로운 재미를 갖게 된다. 이런 기쁨은 관객 역시 동시에 느낀다. 이 영화에서 카페 주인으로 나오는 그녀는 너무 평범해서 그녀와 동반 출연했던 임진희의 매력에 다소 밀린 느낌도 들지만 차분한 매력으로 영화를 이끄는 힘이 됐다. 계륜미는 언니 두얼 역으로, 임진희는 동생 창얼 역으로 출연, 멋진 조화를 선물했다. 또한 중간에 삽입했던 일반 도시인들에게 직접 질문하면서 얻은 그들의 답변들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다.  



비스트 스토커 2 - <증인> 두번째 이야기 (2010)  
綫人 The Stool Pigeon
 

 


  흔치 않은 계륜미의 액션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액션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어쩌면 그녀는 여기에서 정말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사건을 치는 남자의 애인으로 나오는 영화라 그녀의 존재감은 매우 적다. 어쩌면 판타지 멜로물에 자신의 능력을 자주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그녀의 다른 모습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연기자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하며, 그런 수순을 밟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계륜미를 넘어 홍콩이 자랑하는 영화라 할 만 하다. 30회 홍콩금상장영화제(2011)에서 이 영화를 통해 사정봉과 장가휘가 남우주연상을, 감독 임초현이 감독상을, 그리고 여타 인물들이 각본상(오위륜), 남우조연상(요계지), 편집상(진기합, 허위걸), 음향효과상 등을 휩쓸었다. 계륜미가 이런 영화에 출연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녀의 액션물은 성공작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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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언제나 세상은 멍에이고 굴레다. 그래서 인간은 지금까지 자유를 위해 싸워왔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전하기 위해선 이전의 모습에서 탈피해야 하고 변해야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이다. 변화에 대한 이런 도전이 여성이라고 예외일 수 없으며, 어느 면에선 더욱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는 오늘날 여성들의 새로운 미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도전에 대해 세상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수하기도 하며, 여성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래서일 것 같다. 최근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여성들을 다루는 영화들이 눈에 띈다. 이런 여성영화들 속에서의 여성들은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여성의 특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영화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여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모습의 다양한 여성들은 현재의 여성을 보여주면서 미래에 어떤 여성들이 등장할지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것들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현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대규모의 블록버스터들이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영화들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 관심을 갖고 볼만한 영화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 영화 중에 주목할 만한 여성영화들로 '헤어드레서,' '사라의 열쇠,' 그리고 '심장이 뛰네'이 있다
 


헤어 드레서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뚱보라는 이미지는 여성들에겐 저주에 가까울 것이다. 중국 영화에서도 다루었지만 남자는 능력이라면 여자는 용모라는 것은 어느 면에서 인류가 살면서 가장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세상의 이치다. 그런 점에서 살이 쪘다는 것은 여자에겐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 영화에선 살 찐 여성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바그다드 카페]에 이어 이번엔 [헤어 드레서]도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여자 주인공 ‘카피’는 성격도 좋고 삶도 긍정적으로 살지만 문제는 살이 쪘단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 한 가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면서 영화는 즐거운 유쾌함을 보여준다. 그녀의 활력 바이러스가 그녀 주의에 퍼지면서 많은 이들의 고민이 해결되고 있다. 또한 영화는 그녀만 보여주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베트남 출신 불법 이민자들의 슬픈 모습도 담고 있고, 뚱뚱한 여성, 나이 많은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냉대도 다루고 있다. 솔직히 이혼녀에 대한 대처방식은 한국만이 예외는 아닌 듯싶다. 그래서 이혼은 좀 위험한 선택인 것 같다. 아무튼 영화는 어려운 타개 방식을 낭만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라의 열쇠 

  



  어쩌면 여성 영화에서 가장 진부한 소재 중 하나가 전쟁과 여성과의 관계를 다룬 영화일 것 같다. 거의 전쟁 속에서 사회적 타자인 여성들의 피해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에 졌을 경우 사회적, 정신적 고통을 특히 여성들이 감내하는 경우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여성의 강점과 용서 등이 제재로 다루어진다. 이 영화 역시 그런 류의 영화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태인이 겪었던 것을 기본 테제로 설정, 독일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던 유태인의 어느 오누이의 비극이 그 시작이다. 문제는 이 영화는 특정 시점만을 다루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서로 교차되면서 그 비극을 다루고 있단 점이다. 자신들과 다른 민족과 문화를 공격하면서 그들의 인권 자체를 말살하려 했던 과정 속에서 남동생을 잃은 주인공 ‘사라’의 진실 찾기가 주내용이다. 동생 죽음과 자신에게 가해졌던 고통에 대한 트라우마를 간직하며,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그러면서도 아무도 밝히기를 거부했던 과거의 참혹한 진실을 밝혀내면서 희생자들의 아픔을 자신의 비극으로 승화시키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분명 주목할만한 영화로 만든다.  



심장이 뛰네   

 

 


  설정 자체가 슬프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포르노 배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라 여자 주인공이 포르노 배우가 되려고 한다는 설정은 어색하지만 분명 사실적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면 여성들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러니와 역설 등을 통해 오늘의 여성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여성영화 특유의 호소력이 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고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30대의 주인공 ‘주리’의 모습은 골드 미스라고 칭송되고 있는 노처녀들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단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특히 시작부터 주인공과 관객을 잇기 위해 “요즘 그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시작하는 질문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여성의 이야기임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등장하는 형편없는 오늘의 삼순이인 주리의 고난은 분명 관객들에게 찡한 그 무엇을 전달해 주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일종의 성장통과 어른으로 되어가는 과정은 분명 현재의 많은 여성들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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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3주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되는 남북한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관계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남북한 관계의 부침 속에서 남한 사람들은 울고 웃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연 북한 사람들도 이와는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 역시 남한사람들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 하면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다들 인간으로서 한반도에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정치, 군사관계는 남북한 사람들이 만들지 않았다. 이념이 한반도에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고 20세기에 들어온, 역사가 짧은 것들이다. 그리고 38선 역시 생긴지 얼마 안 된 분단선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은 남북한 사람들이 원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들어온 것이다. 일제 식민지를 당했다는 역사적 나약함으로 빚어진, 우리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던 그 시절의 비극은 한반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의 가슴에 지금도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이런 비극을 조명하면서 원하지 않은 갈등과 그에 대한 애달픈 한국민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있다. 그것들은 고지전, 풍산개, 그리고 적과의 동침이다.  



고지전  

 

 



  김기덕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로, 최근 많이 기사에 오른 장본인인 장훈 감독 작품이다. 남북한 문제에 대한 장훈 감독의 치열한 고민은 이미 전작 ‘의형제’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 치열함이 더한 느낌이다. 또한 고지전의 작가 박상연의 전작이 ‘공동경비구역 JSA’ 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남북한 긴장에 대한 인간적 고민과 성찰을 잘 다룬 두 사람이 함께 한 이 작품은 한국전쟁영화의 고전을 탄생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현실감 있는 전투장면은 이 영화의 강렬한 매력인데 괜한 낭만적 분위기로 전쟁 분위기를 왜곡했던 기존 영화들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향후 전쟁영화는 반드시 ‘고지전’이란 영화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영화 속에 등장한 색다른 캐릭터들이다. 그 캐릭터들을 연기한 고수, 신하균, 이제훈, 김옥빈, 류승룡, 류승수, 고창석 등은 영화 고지전의 수준을 한 단계 더욱 상승시켰다. 이 영화에선 착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아니 과거에 착했던 인물들이 인간성과 낭만을 상실한 채, 전쟁의 목표인 승리가 아니라 억지로 참가하게 된 전쟁에서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치열한 전투에 참가한다는 이색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색적인 구성이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만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남들이 차려놓은 격투기 장에 들어서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군인들은 인성을 상실한 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목숨을 걸고 싸운다. 특히 고수가 연기한 중위 김수혁은 이 전쟁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배역으로 고수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명연기로 이 영화 최고의 백미를 만들어냈다.  



풍산개 

 

 



  남들이 만든 분단과 긴장 속에서 한국민들이 갖게 된 불행과 이를 해결하는 이색적인 도우미의 활약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문제아는 이념적인 분단과 긴장을 통해 자신의 사익을 정당한 것으로 위장,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는 분단추구 세력들의 만행이다. 이런 악당은 남북한을 가리지 않는다. 남북한의 영토는 물론 정신적 유대도 갈라놓은 DMZ를 자기집 담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일명, ‘풍산개’는 이념의 잣대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무엇보다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주는 해결사의 측면을 본다면 차라리 남북 화해를 이끄는 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념과, 그것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념세력들은 그를 이념의 잣대로 평가하고 구분하며, 자신의 잣대에 순응하지 않을 때 단죄하려 한다. 동시에 필요 시엔 그를 이용,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고만 한다. 즉 탐욕에 기인한 행동만을 하고 있었다.
  풍산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이념을 통해 억압된 인간의 마음을 해소하고자 그는 매우 위험한 일을 한다. 그것이 꼭 순수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의 도움으로 행복한 시간을 잠시라도 얻은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의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떤 점에서 풍산개의 활약은 남북한 통일의 열쇠로서 보이기도 하다. 이런 그를 이념으로만 평가하려는 잘못된 관행은 어쩌면 남북한 주민들이 정말 원했던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현재의 남북한은 한반도 주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설사 과거엔 그랬지만 현재 그런 갈등구조는 극복해야 할 사안이며, 그래서 만나고 화해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너무 사악해서 연평도에 미사일을 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이념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만행에 기인한 것이리라, 남한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이 영화는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풍산개를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의 최고의 진가는 윤계상의 연기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는데 이번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린 윤계상의 연기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즐거움을 크게 줄 것이다.  



적과의 동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믿기지 않은 사건을 담고 있다. 언제나 북한군은 사악했고 비인간적이라는 통념을 깬 영화다. 그러나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북한군 역시 남한으로 진주할 때, 사악한 이념분자라기보다 좋은 군인으로서 일제시대에 한반도의 많은 이들과 함께 일본에 대해 싸웠고, 조국의 광복으로 모든 이들이 다 잘 살 있는 한반도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힘은 그런 낭만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전쟁에 참가하게 됐을 것이다. 남한으로 진군하고서 올바른 북한의 군인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북한 군인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외부에 힘은 또 한 번 괴력을 발휘하면서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 어느 북한군인의 낭만을 무참히 짓밟았다.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란 명령은 착한 군인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북한 장교를 고뇌에 빠뜨리게 했고 그는 과감한 용단을 내렸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이 아닌 외부의 힘에 만들어진 것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비극적이며, 그로 인해 벌어진 전쟁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인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영화는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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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2주

  중국이 오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면서 한국과 엄청난 기간 동안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20세기 기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소원해진 나라,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넘어 문화적으로도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영화에 반영되지 않을 리가 없다.
  중국, 이제 대단한 나라가 됐다. 경제적인 면에서 최근 미국을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온다. 환율 효과도 있었겠지만 이미 GDP에서 미국을 능가했다. 미국에 견줄만한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사실 문화적인 면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인류 문명을 이끈 4대 문명 중 하나가 바로 중국에 있기 때문이며, 중화문화권을 형성, 주변은 물론 멀리 유럽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 한둘이 아니다. 엄청난 문화적 강대국으로 중국의 위상은 매우 높다.
  잠시 동안 서구 열강의 반식민지 상태에 있었지만 이제 중국, 대단한 나라로 성장했고 많은 이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고 중국과 친해지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과 관련된 영화들이 점차 넘치고 있다.
  이제 중국을 즐길 때가 됐다. 블록버스터란 미국영화의 홍수와 간헐적으로 보인 유럽 영화들 사이에 있었던 중국영화들은 이제 한국 영화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영화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문화와 분위기를 담은 영화들이 계속 제작되고 있다. 확실히 강대국이 되고 볼 일이다. 우리 옆으로 가까이 온 중국관련 영화들에는 쿵푸팬더 Ⅱ, 삼국지, 그리고 천녀유혼이 있다.  



쿵푸팬더 Ⅱ 


 

 

  Dream Works라는 미국자본에 의해서, 그리고 감독이 한국계 여성이란 점에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전작에 이어 그 후편 역시 흥행을 달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인간의 몸짓과 행동, 그리고 표정 역시도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됐다는 점에서 기술발전의 개가일 것이겠지만 영화의 모든 것들은 사실 중국의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제목 자체에서 중국무술인 쿵푸와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팬더라는 것을 보면 확실히 중국문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임을 알 수 있다. 스토리 역시 부모에 대한 원한을 갚기 위해 엄청난 쿵푸수련을 하고 난 후, 복수를 하는 내용을 중국무협소설이나 만화에서 많이 봤을 것이고 전통적으로 중국무술영화의 기본 구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면 영화 수준을 잘못 파악한 셈이다. 극악한 악당이 존재하고, 쿵푸를 통한 싸움을 통해 정의가 이긴다는 내용은 아동용이겠지만, 자기 정체성 문제와 인간문제에 대한 성찰, 그리고 관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은 것을 본다면 어른 역시도 즐기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안배된 영화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속편들이 계속 등장할 것 같은데 중국에서 탄생한 유교적 가치인 가족주의 등이 흥미롭게 그려지면서 아시아적 가치의 장점들을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될 것 같다.  



삼국지: 명장 관우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소설이라면 당연히 삼국지연의다. 소설의 재미를 넘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주며, 충성과 의리가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즉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현인류가 만든 소설 중 최고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이 위대한 작품 속에서 특히 관우란 존재는 대단히 매력적이며, 강렬하기까지 하다. 뛰어난 명장이면서 충성을 위해서 어떤 고난을 감수하고라도 지키려는 그의 자세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고,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준다. 나중에 신으로까지 격상된 관우의 오관돌파를 각색해서 만든 이 영화는 관우의 매력을 전달해줌은 물론 관우를 연기한 견자단의 뛰어난 무공실력과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서 현재의 중국인들이 어떤 인간형을 꿈꾸고, 또한 그들의 문화적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미 역시 뛰어나다. 


천녀유혼
 


 

  아마도 지금까지 한국으로 들어온 홍콩영화들 중 이 영화는 무수히 많은 화제를 나았고, 또한 강한 인상을 줬다. 신화적인 존재로 현재 각인되고 있는, 이미 고인이 된 장국영과, 한국의 무수한 남성들의 혼을 뺐던 왕조현은 아직까지도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20년 전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이 영화는 다시 리메이크됐고, 확실히 다양한 화제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과거의 천녀유혼과의 차별화를 위해 사랑구도를 조금 바꿨고, 한국의 기술진들이 참가, 수준 높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영상의 고급화를 시도했다. 또한 미래의 왕조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역비가 왕조현 역을 대신 했다. 중국의 환상과 공포를 오늘에 재현하면서, 중국의 매력을 보여주려는 이 영화를 보면, 확실히 중국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며, 중국인들의 예술적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제작진들의 참여를 통해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양국의 영화와 예술의 관계와 그 미래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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