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냄새에는 기억보다 생생한 그림이 딸려 있는데 그것은 일종의살아 있지만 제한된 존재였다. 이제 그로 인해 하가 다시 살아났다. 로크는 잊지 않고 보존하려고 하의 그림을 머릿속에 머물게 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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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뒤에 수록된 해설에도 오듯이 제목의 달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을, 6펜스는 인간이 마주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6펜스를 손에 달을 바라보고 있을 스트릭랜드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은 6펜스 따위는 내팽개치고 몸으로라도 하늘을 기어올라 기어이 달에 올라설 인간이다. 아마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소설에서 스트릭랜드는 부인과 자녀들을 어느날 돌연 내팽개치고, 나중에는 스트로브 부부에게 제멋대로 굴다가 떠나버린다. '' 스트릭랜드가 무언가에게 매혹되었다고 추측한다.

 

276페이지에서 브뤼노 선장의 말은 스트릭랜드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鄕愁)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고, 꿈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처럼 현실은 내팽개치고 무작정 꿈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스트릭랜드는 마흔에서야 그림을 그리겠다고 훌쩍 떠나버린다.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없어 보인다. 보통 그런 경우,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거나 조롱당하기 마련이다. 이런 조롱이나 비난은 '현실적 조언'으로 둔갑한다. '너의 현실을 봐라,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같은 식으로 말이다. 스트릭랜드는 그런 '현실적 조언' 따위는 간단히 무시해버리며 아무리 곤궁해도 그저 자기 길로만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길의 끝까지 갔다. 그가 꿈을 이루자 주변의 태도가 돌변한다

 

스트릭랜드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독자들에게 꿈과 현실이라는 이중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호감이 가기 힘든 인물이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한 그는 손에 쥔 6펜스를 던져 버리고 달에 올라간 인물이다. 스트릭랜드가 주는 묘한 여운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 그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09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事實)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P212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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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 P259

「선생도 아시겠죠.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걸. 그런 사람은 갤리선의 노 젓는 나무 의자에 쇠사슬로 묶인 노예처럼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요. 스트릭랜드를 굴레지어 놓았던 그 열정도 사랑처럼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죠」 - P276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鄕愁)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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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세 번째 책의 제목은 『대서울의 길』입니다. 제목대로, 이번 책의 주인공은 <길>입니다. 이 길에는 도로, 철도, 강, 항공이포함됩니다.
이 책에서 저는 길을 따라 대서울의 중심에서 경계 지역까지갑니다. 서북쪽으로는 파주, 북쪽으로는 철원, 동쪽으로는 춘천과 원주, 동남쪽으로는 안성, 남쪽으로는 천안, 서남쪽으로는 아산 신창, 그리고 서쪽으로는 화성 남양반도와 강화도까지, 대서울 구석구석을 걸으며 발견하고 생각한 갈등 도시의 현재 상황을기록했습니다. - P5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과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지역을 잇는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길은 당연히 지자체의 경계를 뛰어넘습니다. 길을 통해 이어지는서울과 그 너머의 지역은, 마치 둥그런 피자에서 떼어 낸 한 조각의 피자와 같이 길쭉하지만 단단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조각의 피자가 다른 피자 조각들에서 쉽게 떨어지듯이, 각각 길을 통해 결합되어 있는 서울과 그 너머 지역들의 덩어리는 다른 지역 덩어리들과 별개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보다는 이 길의 주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정체성은, 습관적으로 말하곤 하는 <어느 지역 사람>이기보다 오히려 <어느 길의 사람으로서 형성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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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몰입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잊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머리로는 알지 모르나—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해 준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보다 더 사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더 이상 한 (p. 160)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사물, 말하자면 자기 자아에게는 낯선,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되고 만다. (pp. 159-160.) - P159

「세상은 참 매정해.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지. 조용하게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사는 삶이나마 그냥 만족하면서 조용하게, 그 사람들처럼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 - P184

여자들이란 사랑밖에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사랑을 터무니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단말야. 그래서 우리더러 그게 인생의 전부인 양 믿게 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그건 하찮은 부분이야. 나도 관능은 알지. 그건 정상적이고 건강해요. 하지만 사랑은 병이야. 내게 여자들이란 쾌락을 충족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아. 나는 여자들이 인생의 내조자니, 동반자니, 반려자니 하는 식으로 우기는 것을 보면참을 수가 없소」 - P203

남자의 정신은 우주의 저 머나먼 곳에서 방황하는데 여자는 그걸 자기 가계부 안에다 가둬두려고 하는 거요. - P204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을 언뜻 보았던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내, 남루한 옷차림에 코는 커다랗고 눈은 번쩍이며 수염은 붉고 머리칼은 더부룩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건 겉껍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하나의 혼과 대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07

한 가지 분명한 것은—하기야 그것도 상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그는 지금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힘이며, 어떤 방식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인지는 불투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 P211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事實)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것이다. - P212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것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그는 자신뿐만아니라 남들까지 희생시켰다(자기 희생쯤이야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스트릭랜드는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가 위대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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