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뒤에 수록된 해설에도 오듯이 제목의 달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을, 6펜스는 인간이 마주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6펜스를 손에 달을 바라보고 있을 스트릭랜드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은 6펜스 따위는 내팽개치고 몸으로라도 하늘을 기어올라 기어이 달에 올라설 인간이다. 아마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소설에서 스트릭랜드는 부인과 자녀들을 어느날 돌연 내팽개치고, 나중에는 스트로브 부부에게 제멋대로 굴다가 떠나버린다. '' 스트릭랜드가 무언가에게 매혹되었다고 추측한다.

 

276페이지에서 브뤼노 선장의 말은 스트릭랜드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鄕愁)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고, 꿈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처럼 현실은 내팽개치고 무작정 꿈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스트릭랜드는 마흔에서야 그림을 그리겠다고 훌쩍 떠나버린다.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없어 보인다. 보통 그런 경우,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거나 조롱당하기 마련이다. 이런 조롱이나 비난은 '현실적 조언'으로 둔갑한다. '너의 현실을 봐라,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같은 식으로 말이다. 스트릭랜드는 그런 '현실적 조언' 따위는 간단히 무시해버리며 아무리 곤궁해도 그저 자기 길로만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길의 끝까지 갔다. 그가 꿈을 이루자 주변의 태도가 돌변한다

 

스트릭랜드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독자들에게 꿈과 현실이라는 이중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호감이 가기 힘든 인물이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한 그는 손에 쥔 6펜스를 던져 버리고 달에 올라간 인물이다. 스트릭랜드가 주는 묘한 여운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 그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09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事實)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P212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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