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시인’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릴케를 떠올린다.”_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모름지기 시인이었다. 오로지 운문과 산문으로 된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었다.”_볼프강 레프만

 

 




 

 

■ 책소개


책 소개 릴케의 작품들이 형성하는 산줄기의
정점에 우뚝 솟아 있는 시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다!

 

현대문학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릴케 시의 흐름을 읽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소설가 토마스 만과 더불어 독일 현대문학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인이다. 독일 서정시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전 세계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문예출판사에서는 이런 릴케의 시를 편의상 전기 작품과 후기 작품으로 나눠 2014년 4월 《릴케 시집》을 출간한 데 이어 후기 작품에 속하는 시 108편을 추려 ‘릴케 후기 시집’이라는 타이틀로 이번에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에 엮은 《릴케 후기 시집》에서는 조각품처럼 그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사물 시事物詩’를 그린 《새 시집》, 《두이노의 비가》의 전주곡이자 인간과 사물의 무상함을 느끼고 존재의 의미를 묻는 ‘《새 시집》이후의 시’, 릴케의 작품들이 형성하는 산줄기에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인《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 그리고 마침내 그가 도달한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밝고 순수한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는 ‘후기의 시’들을 통해 릴케의 고뇌와 성장을 엿볼 수 있다.

 

《릴케 후기 시집》의 내용과 의미

 

사물 시(事物詩), 그리고 릴케 사후에 발견된 시들

릴케의 파리 시절, 언어를 재료로 빚어내는 시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물’처럼 만들려는 시도를 담은 것이 《새 시집》이다. 

1903년에서 1908년 사이 릴케의 기념비적 산물이며 로댕과 프랑스 상징파 시인들에게서 커다란 영향을 받은 시들이 실려 있다. 이번《릴케 후기 시집》에서는 〈표범〉, 〈장미의 내부〉등 릴케의 대표적인 사물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새 시집》이후의 시’는 릴케가 사망한 지 30년이 지난 1956년 발견된 120편이 넘는 시들에서 25편을 간추린 것이다. 이 시들은 시기상 《두이노의 비가》와 병행해서 쓰였기 때문에 《두이노의 비가》의 포에지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에 의한 예술의 극복, 인간존재의 긍정에 다다르다

릴케는 6년간 집필하던 《말테의 수기》를 완성한 후 극도의 창작 위기에 빠진다. 재능과 창조적 힘에 대한 회의감 속에서 시인의 길을 접고 의사가 되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1912년의 어느 날, 릴케는 바람이 몰아치던 두이노 성의 절벽을 내려가던 중 사나운 바람 소리와 물결 소리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길 위에서 적어내려 간다. 〈첫 번째 비가〉의 1행 ‘아무리 내가 소리쳐도 천사들의 서열에서 누가 그것을 들으랴’가 그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두이노의 비가》는 10년 후인 1922년, 인고의 노력 끝에 10편의 연작시로 완성된다. 《두이노의 비가》에서는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긍정을 발견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긍정에 다다를 때까지 인간은 존재의 불안정성과 무상함을 극복해야 하는데 ‘무상함’이야말로 인간존재의 기본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존재의 긍정을 추구하는 예술 정신의 모습은, 보들레르 이래 내면화의 길을 걸어온 서구 시의 정점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릴케는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에서 전설 속 인물 오르페우스를 노래하며 《두이노의 비가》에서처럼 인간존재의 불안을 노래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상 사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변형해 내면화하는 것이 인간 사명이라 주장하는데, 색채와 형체의 아름다움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귀로 들으려 한다는 점에서 《두이노의 비가》와 차별성을 갖고 있다.

‘오라, 마지막 고통이여,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
‘오라, 마지막 고통이여,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는 릴케가 쓴 마지막 시詩의 첫 구절이다. 릴케는 고통과 고독 속에서도 시를 위해 치열하게 모든 것을 바쳤고, 자신의 인생 후반부에서는 마침내 삶과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인간이자 시인의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된다. 이런 릴케의 모습은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 이후의 ‘후기의 시’들에서 목가적인 형태로 드러나는데, 이들 시는 세상의 고통과 인간존재의 덧없음으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한줄기 위안과 희망을 발견하게 해준다.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
《릴케 후기 시집》에는 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정적인 풍경을 화폭에 그린 모네, 마네, 세잔, 고흐, 고갱, 쇠라 등의 프랑스 후기 화가들과 인간존재와 내면세계를 표현한 뭉크, 칸딘스키, 고키 등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했다. 이들 명화를 감상하며 독자들은 시와 명화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며 바쁜 일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듯 삶의 여유와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새 시집
새 시집 이후의 시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
후기의 시

 

해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세계

 


■ 책 속으로

 

표범
파리, 식물원에서

 

지나가는 격자 때문에 지쳐버린 표범의 눈은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눈에는 수많은 격자가 있는 것 같고,
그 격자 뒤에는 세계가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더없이 작은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유연하고 늠름한 발로 자늑자늑하게 걷는 걸음새는
하나의 커다란 의지가 마비되어 서 있는
하나의 중심을 둘러싼 힘의 무용 같다.
다만 때때로 눈동자의 장막이 소리 없이 열리면
그때 하나의 형상이 들어가서
사지의 긴장된 정적 속을 지나
심장에서 문득 사라진다.


거기 한 그루 나무가 솟아올랐다

 

거기 한 그루 나무가 솟아올랐다. 아 순수한 상승이여.
아 오르페우스가 노래하고 있다. 아 귓속의 우뚝 솟은
나무여.
그리고 모든 것이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 암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잠잠한 짐승들이 굴과 둥지를 떠나
밝은 해방된 숲에서 뛰어나왔다.
그때 알게 되었다, 그들이 그렇게 조용했던 것은
책략이나 불안해서가 아니라 듣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울부짖음도 외침도 짝을 찾는 소리도
그들의 마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노래를 맞아들일 오두막도 없던 곳에,

하나뿐인 출입문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는
어두운 욕망에서 생긴 은신처도 없던 곳에—
당신은 그들을 위하여 귓속에 신전을 세운 것이다.

 

 

■ 지은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본명은 르네 마리아 릴케였으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를 라이너로 고쳐 부름)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병약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시를 쓰기 시작해 열아홉 살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

뮌헨대학을 졸업할 무렵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데 참다운 안내자 역할을 해준 정신적 후원자였다. 이후 조각가 로댕의 문하생인 베스토프와 결혼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겼고, 《로댕론》을 집필하려고 부부가 번갈아가며 파리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별거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르네상스 회화에 눈을 뜨며 루 살로메에게 보내려고 쓴 《피렌체 일기》, 체코 민족 독립운동에 공감을 표한 단편집 《프라하의 두 이야기》, 루 살로메와 동행한 두 차례의 러시아 여행을 토대로 쓴 《시도서》, 로댕의 영향으로 강한 조형성이 드러난 《새 시집》, 하이데거 등이 자주 철학적 고찰의 대상으로 삼은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를 비롯해 《형상 시집》, 《두이노의 비가》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말년에 병고에 시달렸으나 폴 발레리, 앙드레 지드 등 많은 프랑스 문인과의 교류는 끊이지 않았다. 1926년 스위스 발몽 요양소에서 백혈병으로 죽었으며, 나흘 후 소망하던 대로 발리스 벌판이 훤히 보이는 라로뉴의 교회 묘지에 묻혔다. 

 


■ 옮긴이 

 

송영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시인으로 등단해 활동하고, 문인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은 작품으로는 시집 《너와 나의 목숨을 위하여》가 있고, 옮긴 작품으로는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릴케 《말테의 수기》, 《어느 시인의 고백》, 《릴케 시집》, 헤세 《데미안》, 《게르트루트》, 《지와 사랑》,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시집》, 힐티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쇼펜하우어 《삶과 죽음의 번뇌》, 레마르크 《개선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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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2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를 좋아할 때가 있었는데 다시 릴케의 시를 접해보고 싶네요.

문예출판사 2015-04-29 11:31   좋아요 0 | URL
^^ 개인적으로 릴케 시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다시 만나게 되신다면 꼭 좋은 느낌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좋은 일 가득하시구요.^^
 

문예 세계문학선 117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Troilus and Criseyde 

 

 

 '이 책의 흥미로운 요소들'

 

1. 상상력 자극 요소

이 책의 내용은 트로이 전쟁 당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결투를 앞둔 어느 날 벌어진 사랑 이야기입니다. 영화 '트로이'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신 분이라면 그 뒤에 있었던 숨겨진 사랑 이야기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만 트로이 전쟁을 아셨다면 다른 시점에서 트로이 전쟁 당시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사랑의 주인공은 아킬레우스나 헥토르가 아닌 헥토르의 동생 트로일러스입니다.

  

2. 연애(성장) 요소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묻습니다. 사랑밖에 모르는 철없는 남자(트로일러스)와 사랑보다 현실을 중요히 여겨야 하는 여성(크리세이드)이 만나 생기는 사건을 다룬 이 책은 '사랑'과 '현실' 사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만한 주인공 트로일러스가 사랑을 무시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자 사랑의 신은 그에게 '마법'을 걸어 크리세이드와 사랑에 빠지게 합니다. 사랑에 있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철부지  트로일러스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크리세이드와 사랑을 하게 되지만, 크리세이드는 포로로 그리스에 끌려가게 됩니다. 크리세이드는 십일 안에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리스에서 자신을 지켜줄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트로일러스는 분노하게 됩니다. 사랑을 믿은 트로일러스, 포로인 자신의 안전을 위해 현실을 선택한 크리세이드. 우리는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까요?

 

3. 역사적 요소

- '영시의 아버지' 혹은 '영문학의 아버지' 제프리 초서의 작품입니다.

- 세익스피어도 동일한 이야기로 작품을 저술했습니다.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로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 기타로 영문학에 있어 제프리 초서가 세익스피어보다 선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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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공식 소개글입니다.)​


 

 

■ 책소개

 

사랑의 정열을 둘러싼 인간의 환희와 고뇌를 그린 
영국 문학의 아버지 제프리 초서의 걸작!

영국 문학과 근대 영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초서의 작품들 가운데 《캔터베리 이야기》와 함께 문학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걸작으로 평가되는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가 문예세계문학선 117번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출간의 의미가 깊다.  
사람들이 특별한 연구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시를 쓴 최초의 시인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트로이전쟁에서 소재를 가져온 8,200여 행의 장편 시로 트로이 왕자 트로일러스와 트로이를 버리고 그리스로 도망친 예언자 칼카스의 딸 크리세이드 간의 열정적 사랑과 비극적 이별을 그리고 있다. 1380년대에 쓰인 고전이지만 흡입력 있는 사랑 이야기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쉽게 읽히는 이 작품은, 영국 문학의 아버지 제프리 초서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그의 작품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제프리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가 갖는 차별성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서구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신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트로이 전쟁에서 소재를 가져온 장편 시다. 같은 모티브의 작품으로 1160년경 프랑스 생트 모르의 《트로이 이야기》, 이탈리아 보카치오의 《일 필로스트라토》 그리고 16세기 셰익스피어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가 있을 정도로 그 소재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가 같은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에 비해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주는 이유는 그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재능 때문이다. 초서는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에 ‘궁정풍 연애(courtly love)’의 형식과 시대를 아우르는 사실적인 사랑의 심리를 결합했으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를 도입하는 매우 현대적인 기법을 사용하며 작품의 내용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했다. 또한 줄거리의 과감한 생략은 독자의 상상을 강조하며 이야기의 흐름에 일관성과 선명성을 부여하는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드라마틱하고 사실적인 고전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가 현대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초서가 당대 다른 어떤 문학작품에서도 보기 힘든 개성 있고 생동하는 인물들을 창조하며 그들을 통해 매우 사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중세 로맨스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통념이나 보수적 애정 윤리를 강조하려고 두 주인공의 사랑을 단순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는다. 실제로 트로일러스 왕자는 때로는 조언을 필요로 하는 유약한 남자로 등장하고, 크리세이드는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한 여성의 면모를 보여주며 사건을 정형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간다. 때문에 사실적 성격을 가진 이들이 사랑을 통해 겪는 열정과 난관, 희망과 불안, 기쁨과 슬픔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며 흡입력 있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힘을 부여한다.  
또한 초서의 이야기에 나오는 “슬픔이나 고통에 빠져본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마음의 행복이 뭔지 모를 거라고 저는 믿어요. 흰색은 검정색에 의해, 명예는 수치에 의해 서로 대비됨으로써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지요.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와 같이 보는 것입니다” 같은 대화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겪는 이들의 고뇌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같은 인간 실존의 본질적 문제들을 직시하게 하며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줄거리 
봄 축제에 나간 트로이의 왕자 트로일러스는 상사병을 앓는 남자들을 여느 때처럼 경멸한다. 사랑의 신은 그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해 화살을 쏜다. 화살에 맞은 트로일러스는 트로이를 버리고 그리스로 도망친 예언자 칼카스의 딸 크리세이드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의 시름에 고통스러워하게 된다. 판다로스는 친구 트로일러스가 자신의 조카딸 크리세이드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고 이들을 엮어주려고 노력한다. 트로일러스는 판다로스의 조언에 따라 군사들과 함께 크리세이드의 집 앞을 용감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지난다. 크리세이드는 용맹스러운 트로일러스의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되고, 판다로스가 재치 있게 마련한 두 번의 만남 끝에 의심을 접고 열렬한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고 포로 교환을 하게 되는데, 칼카스는 그리스 원로들을 설득해 딸 크리세이드를 포로로 잡힌 트로이 장수 안테노르와 교환하는 데 동의를 얻어낸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절망하지만 그리스로 갔다가 십일 안에 돌아오겠다는 크리세이드의 계획에 따라 잠깐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리스로 크리세이드를 호송했던 디오메데스의 끈질긴 구애를 받으며 이별에 슬퍼하던 크리세이드의 마음은 차츰 변하고 이를 알게 된 트로일러스는 운명의 신을 저주하며 전쟁에 뛰어드는데…….

 

 


■ 차례

제1권 – 제5권 
작품 해설

 


■ 본문 엿보기


그는 고개를 치켜들었는데 그 모습이             
“보라, 내 말이 옳지 않은가?” 하고 말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사랑의 신은 자신이 무시당한 데 
화가 나서 그를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재빠르게 자신의 활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사랑의 신은 순식간에 트로일러스를 정통으로 쏘아 맞추었다.
이렇게 그는 거만한 공작의 털을 뽑을 수 있었다. (19쪽)   


“고개를 들고 그 여자가 누구인지 어서 말씀해보세요.
그래야 제가 왕자님의 일을 돌봐드릴 게 아닙니까?
혹시 제가 아는 여자는 아닌가요? 어서 말씀해보세요.
그래야 일을 더 빨리 성공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 말이 트로일러스의 혈관을 강타했다.
정통으로 허를 찔렸으니 그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아하!” 판다로스가 말했다. “일이 재미있게 되는군.” (52쪽)


트로일러스는 두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 “오 내 사랑,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꼭 잡혔소! 이제 우리 둘밖엔 없소. 
달리 어쩔 수 없을 테니 나에게 항복해요.” 
이 말에 크리세이드는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벌써 항복하지 않았다면, 내 소중한 임이여, 
나는 지금 여기에 와 있지도 않았을 거예요.” (214쪽)


“사실대로 말해서, 우리가 겪는 슬픔은
제가 아는 한 다른 데 이유가 있지 않고
오직 우리가 헤어져야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잘못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곧 다시 만날 계획을 세우는 것이에요.
이게 제 생각의 전부예요, 사랑하는 왕자님.” (309쪽)

 

 

■ 지은이 소개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1343~1400
영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초서는 중세 영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었으며 오늘날 세계문학에서도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초서는 왕실에 포도주를 공급하는 집안의 연줄을 통해 일찍부터 궁정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는 작가, 철학자, 연금술사, 천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고 궁정인, 외교관, 행정가로서 공적 직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경력은 그의 문학 세계를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선녀 전설》, 《캔터베리 이야기》를 비롯한 다수의 걸작을 남기게 했다.
제프리 초서는 1400년, 원인 미상의 정치적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웨스트민스터 사원 ‘시인의 코너’에 첫 번째로 유해가 안장된 시인이었음을 볼 때 그가 영국 문학에서 얼마나 커다란 문학적 위상을 차지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옮긴이 소개

 

김영남
옮긴이 김영남은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술로는 《불멸의 금강석》, 《자연과 사람과 시−영미 자연 시 감상》, 《홉킨스 시선》 등의 번역이 있으며, 제라드 M. 홉킨스(Gerard. M. Hopkins), 존 던(John Donne),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등에 관한 30여 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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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민주주의란 말보다 권력의 의미(순종, 혜택, 처벌)를 자주 강조한다면 조심해야 겠습니다.

 

순종을 요구하고, 권위의 혜택을 나눠 갖고, 권위로 처벌하려는 권위주의의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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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대학의 귀베르나우 교수는 <소속된다는 것>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권위주의의 부상은, 사회를 통제하고 제한하려는 의지와 모두와 연결된다. ...  이런 요구는 평범한 보통 시민들이 중요하지 않고 하찮은 허섭스레기에 불과한 존재로 여겨지는 무질서한 세계에 대한 하나의 대응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민주주의보다 권력의 의미(순종, 혜택, 처벌)를 자주 강조한다면 갈수록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피로사회>의 저자인 한병철 교수님의 <심리정치>란 책을 통해서도 말해지는 것이지만, 요즘은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자본과 권력에 이용되는지를 공부하지 않으면 당하기 십상인 것 같습니다.

오늘날 개인의 감정, 특히 외로움과 불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는지가 궁금하신 분은 <소속된다는 것>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_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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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서평 - '소속'을 화두로 본 현대사회의 실상과 음영
http://goo.gl/EetjL4

 

*
'권위주의의 부상'에 대해 더 읽어보기

내가 말하는 권위주의란 최근까지 널리 옹호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에서 점차 거리를 두는 것으로서, 권력의 의미를 강조하는 정부와 정치 형태를 가리킨다. 갑자기 권위가 강조되면서 순종을 요구하고 특전을 분배하며, 통치하고 처벌하는 능력이 있는 강력한 지도자(반드시 카리스마적이지는 않더라도 언제나 강력한 존재로 여겨지는 지도자)의 역할과 질서 개념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권위주의의 부상은 현대사회를 성공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실패, 그리고 현대사회를 통제하고 제한하려는 의지 모두와 연결된다. 또한 권위주의의 부상은 상당수 시민이 ‘질서, 지도력, 목표 의식의 필요성’이라고 설명한 것과 관련된다. 이런 요구는 평범한 보통 시민들이 중요하지 않고 하찮은 허섭스레기에 불과한 존재로 여겨지는 무질서한 세계에 대한 하나의 대응으로 나타난다.


현대 자유민주주의는 첫발을 내디딘 이래 생활 조건을 향상하고, 점진적으로 보편참정권을 도입하고, 인권을 인정하고, 재화와 복지와 교육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함으로써, 또한 생활 방식의 광범위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여행의 자유와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와 종교를 따를 권리를 가능케 함으로써 개인들에게 힘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다문화적으로 바뀌면서 생겨난 다양성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음이 드러났다. 바로 지금 전 지구적 경제 위기가 벌어지면서 사회적 불평등, 책임 부재를 동반한 부실한 금융 관리, 윤리 원칙이나 가치와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난 시장의 힘을 통제할 시급한 필요성 등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의 규칙(최대 이윤을 거두는 것 말고는 윤리적 가치나 원칙에 무감하다)은 어긋난 사회를 세우고 있으며, 바야흐로 이런 사회에서 민족국가는 힘과 영향력을 잃고 있다. 민족국가는 시민들에게 소속감을 불어넣는 데 몰두하면서 신뢰를 되찾으려고 애쓴다. 민주주의가 살아남으려면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자기조정 시장(self-regulated market)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 에서 19세기에 등장한 시장경제 체제를 가리키려고 만들어낸 표현. “시장경제란 오로지 시장만이 통제하고 조정하며 방향을 지도하는 경제 체제”이며, “재화의 생산과 분배의 질서가 이 자기조정 메커니즘의 손에 맡겨진다.”〕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심지어 자유민주주의 정신 자체를 위협하는 대가를 치르고라도 이익을 창출하는 기계처럼 행동한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퇴보’로 정의되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원래 내용은 메말라버렸고, 몹시 심하게 악용되어 원래 의미가 짓밟힌다. 예를 들어 흔히 민주주의의 역동적이고 진보적인 성격은 일각에서 ‘정적 원리’라고 설명하는 일련의 화석화한 원리들로 바뀌어버렸다. 합의에 다다르는 수단이자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하는 대신 사람들에게 강요되는 주장과 행동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성이 아니라 힘이 정치적 ・ 경제적 결정을 떠맡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급진 우파가 부상하고 정치적 ・ 종교적 근본주의가 지배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교의, 즉 사회정의,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개인 자유가 도전을 받고 있다. 새로운 급진 우파와 정치적 ・ 종교적 근본주의의 힘은, 개인들이 소속된 공동체에서 박탈감과 불만을 느끼는 상황에 그들에게 대안적 준거 틀을 구성해 제시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내가 보기에 권위주의의 복귀는 최근 몇 년 동안 생겨난 세 가지 주요한 현상으로 표현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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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 소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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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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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법인 스님의 내 인생의 책]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 행동하는 지성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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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각자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 석가모니와 예수는 내게 그런 분이다. 그리고 성자들 곁으로 또 닮고 싶은 사람이 많다. 간디, 비노바 바베, 톨스토이, 버트런드 러셀 등이다. 이들이 지금의 우리와 그리 머지않은, 얼마 전의 현재에 살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설레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 이들의 한결같은 점은 자신에게 명징하고 철저했으며 동시에 사회에 대한 사랑의 끈을 평생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셀은 80세 생일에 자기 삶의 주요 가치를 세 가지로 술회한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다. 러셀의 대표적인 에세이를 묶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는 그가 평생 추구한 사랑과 지식, 연민이 담담하면서도 굳건하게 잘 나타나 있다. “나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온화한 것을 좋아하려 했다. 나는 이 세상이 한층 세속적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살면서도 통찰의 순간들로부터 지혜를 이끌어내려 했다.”

진흙 속에 있으면서 오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살고자 한 결연한 의지를 읽는다. “나는 평범한 남녀들이 전쟁의 전망에 대해 즐거워하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모든 교전국들이 펼치는 국가적 선전에 구역질이 났다. 문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야만주의의 귀환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좌절당한 부성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젊은이들의 대량학살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청정한 연꽃이 뿌리 박고 있는 진흙을 버리지 않는, 뜨거운 연민과 반전 평화주의자로서의 행동하는 지성의 고뇌를 읽는다.

그동안 쌓아 온 학문적 업적, 명성, 존경을 지키며 관조적 여유와 안락에 안주하지 않고 평생 개인적인 이상과 사회적인 이상 둘 다를 실천하고자 한 러셀은 영원한 청년이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15231449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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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알라딘 : http://bit.ly/165sc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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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된다는 것은 고독을 해소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불안의 해소와 개인의 자유,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까요? 
그리고 자본주의는 방황하는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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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속된다는 것》은 오늘날 소속되고자 하는 사람의 감정, 정확히 말하면 소속되지 못하거나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는 불안의 감정으로부터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밝혀나가는 책입니다.

강요나 필요에 따라 집과 직업 그리고 유대 관계까지 바꾸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책은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하지만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한 적이 있는 분에게 그 고민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사회과학적으로 알려줄 책입니다.

살기 위해선 원하지 않는 일에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원칙, 힘이 있다면 타인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떳떳하게 강요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사회의 법칙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 생각되어 부족하나마 리뷰를 올립니다. 읽어야 할 책을 선택하실 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온라인 담당자 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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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자유를 말하지만, 누릴 권리가 없다면 포기할 수 있는 초라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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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대학 정치학 교수인 저자 몬트세라트 귀베르나우 교수는 ‘개인주의’가 과연 현대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란 질문으로 《소속된다는 것》을 시작합니다.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즉 개인의 유일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주의’는 더 이상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특징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치와 일부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진 20세기 이후 모두가 입으로 자유를 말했지만 지금의 우리는 과연 개인의 유일함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개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시와 편견은 존재하고 있으며, 성공을 위한 기회의 평등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평등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고 해도 틀리진 않을 것입니다.

귀베르나우 교수는 여기에 인간적인 질문을 더합니다. 개인의 유일함을 존중하지 않는 현대를 사는 개인은 ‘나는 누구인가?’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어떻게 ‘소외 받지 않고 외로움 없이 살 수 있는가?’란 질문을 통해 ‘소속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성을 말합니다.

저자는 인간에게 소속감은 소외와 고독에 대한 가장 강한 해독제라고 말합니다. 그와 동시에 소속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너무나 강렬하고, 오늘날처럼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 적자생존을 강요하며 개인의 안정감을 위협하는 경우, 소속감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묻습니다.

귀베르나우 교수는 그 결과의 하나로 나타난 개인이 자신의 자유와 존엄성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집단에 소속되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달콤한 소속’을 문제로 삼습니다. 유일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아닌 개인과 집단의 욕구를 위해 다른 집단과 투쟁하고 일부 개인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만을 강요하는 것은 이제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개인들이 경험하게 되는 소외와 고독의 근본 원인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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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라’ 하지만 그 말에 따라갈 수 없는 세계화 시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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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베르나우 교수는 오늘날 개인에게 정서적 불안을 주고 ‘달콤한 소속’ 행위를 선택하게 하는 요소로 ‘세계화’와 ‘자본주의’를 꼽습니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시작된 세계화는 갈수록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저자는 이 변화의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세계화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으로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세계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기술 도구에 접근할 수 있고 빠르게 적응까지 할 수 있어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화는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하며 산업화 시대 혹은 그 이전 시대의 도덕, 가치, 전통을 무너뜨리거나 수정을 가하게 합니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평등의 씨앗이 아니라 불평등과 분노의 씨앗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모든 국가와 사람이 세계화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세계화에 적응할 지식, 정보, 기술, 자본 그리고 적응력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세계화는 광범위한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화에 따라갈 수 없는 세계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저숙련 혹은 비숙련 노동자로 만들어 상처와 좌절감을 주며 자존감마저 잃게 합니다.

저자는 유동적인 세계화 시장은 자유롭게 외국인 노동자를 국가에 유입시키며, 국가 안에서 자국민과 이민자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합니다. 동시에 이런 갈등은 자국민들에게 지속가능한 자신들의 삶을 위하여 연대하려는 욕구를 주고 자신들의 소속 밖에 있는 타인(이민자)을 핍박하는 분열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밝힙니다.

귀베르나우 교수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세계화가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가져온 불안과 불안정성을 이용해 특정 세력과 특정 욕구를 위한 정치운동이 독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오늘날 개인의 불안이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철저하게 악용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시사하기도 합니다.

이 책 《소속된다는 것》을 통해 타의에 의해 떠돌아야 하는 디아스포라 시대, 생존을 위해 스스로 떠돌아 다녀야 하는 노마드 시대의 아픔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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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라인 담당자 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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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 소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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